1. 책소개

 

“미국이 이끄는 세계 구도는 끝났는가?”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타당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유주의 국제정치학자 존 아이켄베리가 말하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의 촘촘한 역사와 세계질서의 현재와 미래

지난 200년 동안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는 진보주의적 개념과 법치에 부합하는 세계질서를 구축한다는 원대한 과제를 실천해왔다. 1991년 소련은 붕괴했고 냉전시대를 지나 자유민주주의가 전 세계에 꽃필 것이라는 희망이 충만했다. 오늘날 이 과제는 다시 위기에 처해 있다. 2천 년대 초반 경제 위기부터 트럼프시대를 거치면서 망가진 미국의 민주주의와 유럽연합에서 탈퇴한 영국의 브렉시트, 유럽 극우 세력 약진 등으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었다. 포퓰리즘, 중산층의 몰락으로 인한 정치적ㆍ경제적 양극화도 위기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급기야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주도해온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세계질서를 향해 나아가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안전한 세상》의 저자인 G. 존 아이켄베리는 이 책에서 21세기에 경제와 안보 상호의존성이 높아짐에 따라 자유민주주의를 보호할 가장 타당한 과제는 여전히 개혁된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가 21세기에도 여전히 타당하려면 “폭정, 잔혹함, 불관용으로 점철된 세상에서 자유민주주의국가들을 안전하게 만든다는 실용적이고 개혁지향적인 접근방식으로 규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존 아이켄베리는 미국의 대표적인 자유주의 국제정치학자이다. 현재 프린스턴대학교 석좌교수로 국제정치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으며, 프린스턴 국제안보연구센터 공동 소장, 경희대학교 석학교수이다. 버락 오바마의 외교안보 자문 역할을 비롯해 최근 바이든 행정부 외교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교보문고

 

2. 저자

 

저자 : G. 존 아이켄베리 (G. John Ikenberry)

1954년 출생해 맨체스터대학교를 졸업하고, 시카고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무성정책기획국, 브루킹스 연구소 주임연구원,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 펠로우, 조지타운대학교 교수로 일했다. 현재는 프린스턴대학교 정치학과 국제관계론 석좌교수이다. 프린스턴 국제안보연구센터의 공동 소장이며, 경희대학교 석학교수이기도 하다. 최근 국제관계론 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지난 20년간 이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저작을 배출한 학자 10위, 5년간 가장 흥미로운 저작을 배출한 학자 8위에 올랐다. 지은 책으로 《리버럴 리바이어던: 미국 체제의 기원, 위기 및 변화》(2011) 《일극체제와 국제관계론》(2011), 미국의 현대 외교정책에서 윌슨의 유산을 탐구하는 《미국 외교정책의 위기: 21세기 윌슨주의》(2009), 《서구의 종말: 대서양 질서의 위기와 변화》(2008) 《자유 질서와 제국의 야망》(2006), 국제사와 정치학에서 최고의 책으로 미국 정치학 협회가 수여하는 2002 슈뢰더-저비스상을 수상한 《승리 이후: 제도와 전략적 억제 그리고 전후의 질서구축》(2001) 등이 있으며 기사, 에세이, 책 등을 다수 발표했다. 

출처:교보문고

 

3. 목차

 

들어가는 말
추천사
1.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균열
2. 자유민주주의와 국제관계
3. 국제주의의 19세기 기원
4. 윌슨주의적 국제주의
5. 루스벨트의 국제주의
6. 자유주의적 패권의 부상
7. 자유주의와 제국
8. 탈냉전시대 자유주의 질서의 위기
9. 근대성 터득하기
감사의 말
미주
색인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추천사

전재성(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학회장)

미국의 대표적인 자유주의 국제정치학자인 G. 존 아이켄베리가 세계질서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논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의미 깊은 저서이다.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의 역사적 진화 과정을 긴 시대에 걸쳐 추적하며, 긍정적 부정적 평가를 균형 있게 서술했다. 이 책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본질을 파악하고 미래 세계질서를 설계하기 위한 역사적 안내서이자 참고할 만한 청사진이다. 
 

던컨 벨(《세계 질서의 재조정(Reordering the World)》 저자)

역사, 국제관계, 정치이론을 한데 모은 《민주주의가 안전한 세상》은 자유주의적 가치와 제도들이 끊임없이 공격받는 오늘날의 세계에서 이를 해박한 지식으로 열렬히 옹호하는 책이다. 이 주제와 관련해서 기념비적인 저술이 될 것이다. 
 

로버트 저비스(《정치가들의 사고방식(How Statesmen Think)》 저자)

심층적인 조사와 진지한 분석을 통해 자유주의 진영이 과거에 어떻게 작동해왔는지, 현시대에 작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제시한다.
 

마이클 도일(컬럼비아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민주주의가 안전한 세상》은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의 계보를 폭넓고 탁월하게 설명하고 있다. 아이켄베리는 오늘날 자유주의적 국제주의가 직면한 심각한 위기들을 명시하는 동시에 자유주의적 국제주의가 생존하려면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처방을 제시한다. 
 

마이클 콕스(런던정경대학 국제관계학과 명예교수)

존 아이켄베리가 지난 2세기 동안 영국과 미국이 구축한 세계를 가장 지적이고 설득력 있게 옹호하는 학자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오늘날 국제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의견을 내는 것으로 손꼽히는 학자의 또 하나의 역작이다.
 
 

들어가는 말_자유주의적 국제주의는 본질적으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이상향 추구적인 과제가 아니다. 이는 폭정, 잔혹함, 불관용으로 점철된 세상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안전하게 생존할” 여건을 만드는 목표를 추진하는 실용적이고, 편의적이고, 개혁지향적인 접근방식이다. 물론 서구 진영의 계몽주의 정서와 진보주의적인 논조가 자유주의 전통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자들은 근대성에 대해 각양각색의 시각을 지니고 있고 지난 2세기에 걸쳐 그들이 제시한 개념과 과제들은 놀라울 정도로 실용적이고 심지어 세상 풍파에 닳고 닳은 듯한 정서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진보는 가능하나 필연적이지는 않다._[13쪽]

추천사_이 책은 미국의 대표적인 자유주의 국제정치학자가 세계질서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논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의미 깊은 저서이다. 책이 저술된 시점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스스로 만들어온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하나씩 무너뜨리면서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빠른 속도로 가열되는 와중이었다. 세계 많은 지역에서 자유주의 질서가 힘을 잃어가는 듯이 보이고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의 미래가 어느 때보다 어두운 때 존 아이켄베리 교수는 사태의 원인을 하나씩 짚으면서 미래의 계획을 차분하게 재정비하고 있다._[22쪽]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균열_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미래에 대한 의구심이 한층 더 높아졌다. 1945년 이후 처음으로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의 핵심적인 개념들에 대해 적대적인 대통령이 미국을 이끌게 되었다. 무역, 동맹, 다자주의, 인권, 이민, 법치, 민주 진영의 결속 등에 있어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주도의 전후 국제질서를 적극적으로 훼손했다. “미국 우선”이라는 미명하에 미국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저지하고 민주적인 제도들을 수호하고 개방적이고 규정을 토대로 한 세계체제라는 다자간 합의를 준수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렸다._[30쪽]

자유민주주의와 국제관계_2장에서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의 핵심 개념과 과제, 정치적 토대를 탐색해보겠다. 먼저 지난 2세기에 걸쳐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의 개념과 과제들을 구축하는 데 영향을 미친 자유주의적 계몽주의 사상과 근대성의 발견에 뿌리를 둔 지적인 출발점을 규명해보겠다. 이러한 출발점들은 자유주의적 국제주의가 제시하는 가정과 신념에 반영되어 있다._[64쪽]

국제주의의 19세기 기원_19세기에 꽃핀 다양한 형태의 국제주의는 자신이 근대화 및 세계화하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시민의 각성에서 비롯되었다. 평화운동, 자유무역주의자, 국제노동운동, 법조인 협회들은 모두 상호의존성은 위험을 야기하는 동시에 기회도 창출하는 도덕적 물리적 사실임을 인식했다. 과거는 뒤로 물러나고 새로운 형태의 정치와 사회가 등장하고 있었다. 연계, 제휴, 명분, 정체성, 정치적 조직화 모두 새로이 국제적인 특징을 띠게 되었다._[160~161쪽]

윌슨주의적 국제주의_미국은 전쟁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우드로 윌슨은 전후 평화구축 절차에서 중심적 지위를 점했다. 그는 경력을 쌓기 시작한 초기에 이미 자유무역, 정치개혁, 국제법 같은 국제주의와 진보주의 개념들을 수용했다. 그는 20세기에 접어들면서 근대성과 자유민주주의가 꽃피는 미래를 향한 진전에 대한 미국인의 믿음을 공유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세대의 자유주의자들은 전쟁이 발발하면서 국제정치에 대해 보다 사회운동가 같은 과제 중심적이고 포괄적인 접근방식을 수용했다._[193쪽]

루스벨트의 국제주의_루스벨트가 대통령으로 재직한 12년은 이러한 변화에 의해 규정되었다. 1936년 그는 미국이 “결핍과 빈곤과 경제적 혼란”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생존”을 위해서도 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라는 국가는 전례 없는 새로운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역량을 확장하라는 부름을 받았고, 이를 위해서 미국의 정치질서 자체를 변모시키고 대통령은 국내에서 새로운 진보주의적 연합의 구축을 관장해야 했다._[253쪽]

자유주의적 패권의 부상_전후 질서는 루스벨트시대의 자유민주 진영 재건 과제와 냉전 수행 과제를 융합했다. “하나의 세계”는 당시에 부상하던 양극체제 내에 구축된 “자유세계” 질서가 되었다. 바로 이러한 구조 내에서 자유민주국가들의 더 강력한 안보와 보호를 보장해주는 일종의 보호막으로서 자유주의적 패권이 뿌리를 내렸다. 자유주의적 패권 질서의 일원이 되면 경제, 정치, 안보 기구들의 총체적인 지원을 받는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_[316쪽]

자유주의와 제국_자유주의가 어떻게 제국과 연관되어 있을까? 얼핏 보기에, 이 두 이념은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다. 제국은 지배이고 자유주의는 지배에 대한 저항이다. 질서의 유형으로서 두 이념은 서로 다른 조직화 원칙을 구현한다. 제국은 수많은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여러 형태로 구현되지만 본질적으로 위계 형태의 질서로서, 주도하는 국가가 상대적으로 약한 정치체에 대해 공식적 비공식적 정치적 통제력을 행사한다._[326쪽]

탈냉전시대 자유주의 질서의 위기_이 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자유주의적 이상”이 세계를 휩쓴 지 겨우 20년 만에 자유주의적 민주체제와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는 후퇴했다. 서구 진영에서 척결되었다고 간주된 어두운 세력들인 비자유주의, 독재, 민족주의, 보호주의, 영향권, 영토 수정주의가 다시 등장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두 나라가 곧 민주주의로 전환하고 자유주의적 세계질서를 지지하게 되리라는 서구의 희망을 무산시켰다. 오히려 두 나라는 독재체제를 강화하고 해외에서 자유주의적 규범을 무시했다. 한층 더 놀라운 사실은 미국과 영국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수호하는 역할에서 물러난 듯했다는 점이다._[382쪽]

근대성 터득하기_앤서니 기든스가 주장하듯이, 근대성은 “거대 담론”이다. 그러나 지난 2세기에 걸쳐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자들은 이 거대 담론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해석했다. 예컨대, 파리 세계박람회 개막식이 열린 1900년 4월 14일 대부분의 유럽인이 해석한 근대성은 스탈린의 군대가 베를린에 마지막 치명타를 날리기 시작한 1945년 4월 16일에 유럽인들이 해석한 근대성과 매우 달랐다. 마찬가지로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1989년 11월 9일의 근대성은 오늘날의 근대성과 다르게 보인다._[449쪽] 

출처: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민주주의가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유일한 대안,
개혁되고 재고된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존 아이켄베리는 최근 국제관계론 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지난 20년간 이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저작을 배출한 학자 10위, 5년간 가장 흥미로운 저작을 배출한 학자 8위에 올랐다. 슈뢰더-저비스상을 수상한 정치학 명저 《승리 이후》 등 자신의 여러 저서를 통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야말로 역사상 예외적인 안정적이고 이상적인 질서이며,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을 축으로 역사를 진보하게 했다는 믿음을 대변해왔다. 《민주주의가 안전한 세상》에서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가 19세기에 시작된 뿌리부터 오늘날 분산된 정치운동이 되기까지 걸어온 긴 여정을 온전히 살펴본다. 그는 지난 2세기 동안 수많은 격변을 겪으면서도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는 꾸준히 자유민주주의가 안전한 국제적 공간 조성, 국가 내에서 또 국가 사이의 권리와 사회보장 보호, 자유와 평등, 개방성과 사회적 연대, 주권과 상호의존성 같은 서로 모순되는 가치 간의 타협점 모색을 목표로 추진해왔다고 옹호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자유와 개방성을 내세우면서도 서구우월주의, 일방적인 문명관, 제국주의, 인종주의, 자본주의의 불평등 등과 시대적으로 결탁하기도 했다는 점을 동시에 인정하고 있다. 때에 따라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는 긍정적, 부정적 동반자들과 다양하게 결합하면서 자유주의 이념과 어긋나는 수많은 외교정책을 시행해온 사실을 균형 있게 평가하는 것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또한 《민주주의가 안전한 세상》에서는 그동안 세계질서의 중심축으로 움직여온 미국이 이끄는 세계 구도, 앞으로의 변화, 어떠한 구상과 이념이 미래의 세계를 이끌어가야 하는지 등 세계질서의 현재와 미래를 논한다.


현재 세계는 코로나 사태, 기후변화, 테러리즘, 무기 확산, 점차 증가하는 상호의존성이 야기한 난관과 같이 복잡하고 새로운 문제들 속에 있다. 존 아이켄베리를 비롯한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의 주창자들은 이러한 상태에서 세계질서가 강대국 간의 치열한 지정학 갈등과 불평등한 계급 간의 투쟁으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미래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론을 펼치면서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대척점에 선다. 존 아이켄베리는 21세기 근대성이 직면한 새로운 난관들을 타개하려면 세계에는 이전보다 자유주의적 국제주의가 더 필요하다면서, 현재 위기를 기회로 보고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의 개념과 과제를 개선해나갈 것을 제안한다. 전재성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한국국제정치학회 학회장)는 추천의 글에서 “이 책은 우리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본질을 파악하고 미래 세계질서를 설계할 비전을 정립하는 데 역사적 안내서이자 참고할 만한 청사진이 될 것”이라고 평하고 있다.

 

출처: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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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안전한 세상:세계질서의 위기와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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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소개

 

‘여든일곱의 현역’ 이근후,
그는 오늘도, 오늘보다 재미있는 내일이 기대된다

 

몇 년 전, 세상은 100세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우리는 새로운 역사에 처음 발을 내디딘 최초의 인류다. 이는 장수가 미덕인 나라에서 당연히 환영받을 만한 일인데, 어쩐지 사람들은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모양새다.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삶에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했건만 점점 더 불안해지고 그 오랜 세월 뭐 해 먹고 살아야 하나 막막하기만 하다. 굳이 불안의 원인을 찾자면, 아마도 그곳이 아직 가 보지 못한 먼 미래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경험하지 못했다고 해서 알지 못하는 건 아니다. 이 책의 저자이자 곧 아흔을 바라보는 이근후의 삶과 철학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의 인생은 아직도 40대 언저리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싱그럽고 찬란하다.

바야흐로 아흔, 곧 여든일곱에 접어드는 이 책의 저자 이근후는 20여 종의 책을 펴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이화여대 명예교수이며 인기 유튜버로 활약하는 이 시대 인생 멘토다.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남은 생을 무엇을 하면서 보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사람들에게 ‘인생을 앞서 겪어본’ 100세를 가까이 둔 사람의 이야기는 아마도 귀감을 넘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중요한 삶의 지침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출처:교보문고

 

2. 저자

저자 : 이근후

1935년 대구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이자 정신과 전문의로 50년간 환자들을 돌보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국내 최초로 폐쇄적인 정신 병동을 개방 병동으로 바꾸었고 정신 질환 치료법으로 사이코드라마를 도입했으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우리나라 정신의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퇴임 후 아내와 함께 사단법인 가족아카데미아를 설립하여 청소년 성 상담, 부모 교육, 노년을 위한 생애 준비 교육 등의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76세의 나이에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학과를 최고령으로 졸업했다. 30년 넘게 매해 네팔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해 오고 있으며, 방송과 지면을 통해 행복한 나이 듦과 삶의 지혜를 전하고 있다. 저서로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괜찮아 나도 그랬으니까』 등이 있다.

 

출처:교보문고

 

3. 목차

 

서문 노년의 청춘 수업

1장 나이가 들기 전에 알았으면 더 좋았을 것을? 깨달음이 주는 가치

흐름의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오지 마세요 |아내가 외출할 때 같이 가자고 하는 간 큰 남자|알콩 하면 달콩 한다면|노년은 그동안 모은 돈을 즐겨 쓰는 시기다|자녀는 부모의 보험이 아니다|‘건강이 최고다’라는 식상한 덕담?|좋은 기억을 상기시키면 치매 환자도 즐거울 수 있다|젊은이는 노인의 선생이다|노후를 위한 비자금

2장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믿음? 나답게 산다는 것

굳이 초콜릿을 먹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은 참 쓸데없는 짓이다|당신의 삶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말라|비밀에 부쳐야 하는 인간관계는 맺지 않는 편이 좋다|행복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괴짜가 돼라|상황은 좋건 나쁘건 반드시 변한다|미래의 가족은 확대가족이 될 것이다|취미는 정신적인 비타민이다|유머는 정신 건강의 정점이다

3장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좋은 삶을 결정짓는 태도

다른 사람 눈에 낀 티끌은 쉽게 보인다|의심은 망상으로 가는 첫 관문이다|당신의 과거와 화해하라|모든 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할 수 있다|숨을 깊이 들이쉬면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쓸모없는 것들을 제거하라|그것은 네 문제다|삶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용서하라

4장 알지만, 알지 못하는 것들? 나를 성장시키는 생각

아픔은 고통스럽지만 나를 성장시킨다|고통은 내면을 단련시키는 수단이다|인생에서 정말 사랑하는 것이 있다면 언젠가는 꼭 이루어진다|특별한 날을 위하여|화가 나면 누구를 탓해야 하는가|궁금증과 의심증은 다르다|인생은 내 인생이다|성장해 가는 노인이 성장을 멈춘 젊은이보다 낫다

5장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내면의 자유를 위하여

현대인의 삶은 월부 인생이다|함께 울기는 쉬워도 함께 웃기는 어렵다|자녀들이 당신이 우는 모습을 보아도 괜찮다|유비무환도 안 통하는 것이 있다|준비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세월이 약이고 모르는 게 약이다|기적을 믿으라|질투는 자기 생애를 깍아 먹는 낭비다|노인이 되어도 이 일이 정말로 내게 중요할까?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이런 고백을 했으니 지금부터라도 나보고 무소유의 실행자라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이 세 가지를 안 가지고 산 탓에 지금은 불편한 점이 많다. 내 경험을 통해서 독자들에 게 한 말씀 드릴 수 있다면 이거다. “지금 발전하는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절대로 내려오지 마세요.” 전문가 수준은 아니더라도 흐름의 끈은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이 끈을 놓치면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문맹자가 될 것이다. _p17

내 생각으로는 오래도록 이런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왔지만 익숙한 생활습관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 탓을 또 아내에게 돌린다. “내가 알콩했을 때 아내가 달콩해 주었으면 이런 일이 없을 텐데” 하고 남 탓을 했다. 생각해 보면 마음은 있어도 그것을 표현하는 재주가 미숙하여 그런 것인데 아직도 아내의 달콩 탓을 하고 있으니 철이 없어도 한참 철이 없는 늙은이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나이로 봐서 이제부터의 생활이 내 생애의 마지막 생활일 것 같은데 알콩달콩하고 싶다. _p33

사람들은 좋은 기억도 있고, 나쁜 기억도 있고, 생각하고 싶은 기억도 있고, 생각하기 싫은 기억도 있다. 이 모든 기억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우리 뇌세포에 저장된다. 저장된다고 해서 다 회상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억상실을 주된 증상으로 하는 많은 환자분들께는 좋은 기억만을 선택하여 반복적인 자극을 줄 필요가 있다는 근거가 된다. _p56

말이나 글이나 모두 내 생각이나 뜻을 상대방에게 올바르게 전하기 위한 것이다. 뜻에 대하여 듣지 않고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과 글도 있지만 심오한 뜻을 응축하여 짧은 말이나 글 속에 담아서 전하는 경우도 있다. 그 뜻을 헤아려 이해한다면 한 차원 수준 높은 소통이 될 것이다. 이젠 남이 먹여 주는 행복을 먹지 말고 나 스스로 행복을 만들자. 내 마음 그릇이 넘치도록 말이다. _p173

자유의 사전적인 의미는 ‘남에게 구속을 받거나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뜻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이 정의도 꼼꼼히 따져 보면 틀린 곳이 많다. 일단 자유라고 하는 것은 내 생각에는 이렇다. 본능적인 욕구대로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자유일 것이다. 한번 되돌아보자. 본능적인 욕구대로 산다면 당장 우리에게 어떤 제한이 있을까? 모두가 알다시피 ‘사람이란 만물의 영장이기 때문에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라는 벽에 부딪힐 것이다. _p244

 

출처: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정신의학자로 50년간 환자들을 돌보고
여전히 강단에서 수많은 사람에게 삶의 지혜를 전하는
여든여섯 노학자의 인생 수업

베스트셀러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의 저자이자 여든여섯의 나이에도 왕성한 저작물을 펴내고 여전히 강단에 서는 ‘현역’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스스로 살아본 인생을 돌이켜 깨달은 삶의 이치들을 인생 후배들에게 때론 유쾌하게 때론 다정하게 들려준다. 가족 간에 일어나는 문제는 물론 사회생활에서 모두가 겪어야 하는 과제들, 그리고 인생의 의미와 죽음에 이르기까지,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자기만의 해법, 일상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을 지혜롭게 판단하고 처리하는 삶의 지혜를 제시한다.

또한 정신의학자인 저자가 나이 듦에 관해 풀어낸 심리서이면서도 인문학적 깊이와 에세이를 읽는 듯한 재미가 모두 담겨 있다. 내용 전체를 시종일관 유쾌하게 지탱하는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명제를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고 독자들이 스스로 그것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즐거움과 감동을 가져다준다.

나이 듦의 기쁨을 누리는 빛나는 삶

현대인에게 나이란 더 이상 절대적인 숫자가 아니다. 예전 같으면 60세가 되면 무사히 살아왔다며 환갑잔치를 열었을 나이인데, 몇 해 전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저자 ‘바람의 딸’ 한비야가 60세에 결혼을 했다는 소식으로 세간을 놀라게 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사람은 나이에 맞게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하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식의 잣대를 들이대고 그에 맞춰 자세를 낮추거나 틀에 박힌 행실을 요구하곤 한다. 누구나 그런 주문을 받지만, 모두가 그대로 살지 않는다. 저자 역시 전쟁통에 유년기를 보내고 격동의 시대를 거치면서 가난과 숱한 위기 속에 네 아이를 키우며 미처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앞만 보며 달려온 인생을 살았다. 돌아보면 부끄럽고 후회하는 일도 많다. 지금도 아내에게 ‘가부장적 생활습관을 무의식적으로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는 쓴소리도 듣는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반성과 성찰을 멈추지 않는다. 그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것에 즐거움과 희열을 느끼며 자신을 반면교사 삼아 좀 더 나은 삶을 살아달라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의사 이근후는 괴짜다.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어떻게 하면 인생이 더 재밌을까 고민한다. 나이 드는 것이 두렵거나 나이 들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이라면, 누구보다 젊은 감각으로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는 노학자의 유쾌한 통찰에 귀 기울여 보자.

 

출처: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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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소개

다정한 친구가 되어줄, 김혼비의 신작 산문집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아무튼, 술》, 《전국축제자랑》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에세이스트 김혼비의 신작 산문집 《다정소감》이 안온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책 제목 ‘다정소감’은 ‘다정다감’을 장난스레 비튼 말이다. 동시에 김혼비가 다정들에서 얻은 작고 소중한 감정의 총합을 뜻하기도 한다. 모든 다정한 사람은 조금씩 유난하다. 작가의 문장은 그래서 유난히 반짝인다. 그렇게까지나 멀리 내다보고, 이토록이나 자세히 들여다본다. 실낱같은 마음으로 울었다가 매듭 같은 다정함으로 다시 웃는다. 격식을 갖춰 농담한다. 논리적으로 설득한다. 그러니까, 다정소감은 다정에 대한 소감이자 다정에 대한 감상이요, 다정을 다짐하는 일이기도 하다. 꽤 긴 시간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기에 만들어진 우리 마음속 얼음들이 서서히 녹길 바라면서.

다정을 바라보다

시작은 자기 자신이다. 나는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가, 어떠한 글을 쓰고 싶은 것일까 하는 의문에 김혼비는 쉽사리 답을 내릴 수 없었다. 그때 동네 마트에서 김솔통을 발견한다. 김솔통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얼마 없지만, 한번 김솔통을 쓰고 그와 같은 용도를 대체할 다른 물건을 떠올리기 불가능한 존재. 주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불러일으키는 존재. 잘 보이지 않고, 잊히기 쉽고, 작고 희미하나 분명히 거기에서 자기의 역할을 다하는 존재. 다정은 김솔통 같은 글을 쓰고 싶다는 다짐에서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김혼비는 당장 김솔통이 되기라도 한 듯 그동안 만나왔고, 스쳐 지나갔으며, 동경했고, 아껴왔던 사람들로부터 얻은 감정들을 글에 담는다. 난생처럼 패키지여행을 떠난 중년, 맞춤법은 곧잘 틀리지만 삶에는 소홀함이 없었던 사람들, 나이 들수록 더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축구팀 언니들, 별생각 없이 써왔던 말에 상처받았을지 모를 어릴 적 친구…… 이 모두는 작고 소중하다. 모두가 다정스러운 소감의 빛나는 주인공이다.

다정을 주고받다

주인공들은 저마다 사정과 사연을 안고 삶을 견딘다. 삶을 견디며 다정을 실천하고, 우정을 나눈다. 김혼비는 때로는 섣부른 호의가 아닐까 머뭇대고 때로는 우리가 통과해왔을 어떤 시절과 감각의 존재에 대해 단호히 말한다. 머뭇댐과 단호함 사이에서 만들어진 다정의 패턴은 하나하나 고유하되 또한 서로 얼기설기 연관을 맺는다. 첫 직장에서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던 건,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대의 손길을 보낸 동료들 덕분이다. 오우삼과 왕가위가 있어 한 시절을 단단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나를 챙기고 보살펴준 친구가 있기에 불현듯 다가든 삶의 어두운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용기를 얻었다. 사람이 아닌 데서 얻은 다정 또한 각별하다. 코로나 시대 운동을 가능하게 해준 자전거부터, 라이딩을 끝내고 마시는 아이스커피와 나만의 방식으로 제철음식을 먹을 수 있게 도와준 감자칩과 맥주에 이르기까지…… 다정 박사 김혼비의 연구 주제는 광활하고 그가 만든 다정 백과는 이토록 사려 깊다.

 

 

출처:교보문고

 

2. 저자

저자 : 김혼비 

저자 김혼비는 오랜 시간 축구를 보며 천국과 지옥을 오가다가 한번 직접 해 볼까? 싶어 덜컥 축구를 시작하는 바람에 지금은 축구를 하며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오랜 시간 온갖 주제로 잡다한 글들을 쓰다가 한 번 제일 좋아하는 것을 써 볼까? 싶어 덜컥 축구 일기를 쓰기 시작하는 바람에 여기까지 오고 말았다. 빠른 것 하나로 버티는 축구하는 사람이자 마감 잘 지키는 것 하나로 버티는 글 쓰는 사람. 계속 축구하고 글 쓰고 축구 보고 글 읽으며 살고 싶다. 

출처:교보문고

 

3. 목차

 

프롤로그 5

1부 김솔통 같은 글을 쓰고 싶어
마트에서 비로소 15
여행에 정답이 있나요 21
거꾸로 인간들 31
축구와 집주인 41
가식에 관하여 53
나만을 믿을 수는 없어서 66
조상 혐오를 멈춰주세요 77
납량특집, 나의 귀신 연대기 88
그의 SNS를 보았다 98
책으로 인생이 바뀐다는 것 109
D가 웃으면 나도 좋아 117

2부 한 시절을 건너게 해준
문 앞에서 이제는 129
그런 우리들이 있었다고 137
비행기는 괜찮았어 144
어느 미니멀리스트의 시련 154
wkw/tk/1996@7'55"/hk.net 164
뿌팟뽕커리의 기쁨과 슬픔 171
어쩌면 이건 나의 소울푸드 182
이따 봐! 랜선에서 187
커피와 술, 코로나 시대의 운동 192
제철음식 챙겨 먹기 198
한 시절을 건너게 해준 204

에필로그 213
추천사 223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추천사

 

김소영(《어린이라는 세계》 저자)

김혼비 작가는 내 친구다. 당사자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른다. 우리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이니까. 독자들은 나의 주장을 이해할 것이다. 그의 글을 읽으면 그와 친해지고 싶고, 친한 것처럼 느껴지다가 결국 친구가 된다는 것을. (……) 이런 친구와는 자주 만나서 놀고 싶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 그와 노는 기분이 든다. 무엇보다 그는 따뜻한 사람이다. 인쇄된 글자들에 온기가 스며 있어, 나는 어쩐지 그의 필체도 알 듯하다. 언젠가 우리가 만난다면 필체를 확인해볼 참이다. 종이에 써달라고 청할 문구도 책에서 찾아두었다. “다정을 다짐했다.” 우리는 죽이 잘 맞을 것 같다. 

박준(시인)

김혼비는 지금의 김혼비가 되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마음을 묶었던 것일까. 또 얼마나 자주 이 마음을 풀어보았을까. 분명한 것은 작가의 다정은 작가의 다감이 만들었다는 것이다. 다정을 느껴본 사람은 다정을 느끼게 할 수도 있으니까. 큰 웃음소리를 가진 이가 가장 호쾌하게 선언할 수 있는 것처럼. 혹은 혼자 울며 숨죽였던 시간들이 먼 곳의 작은 울음에 귀를 기울이게 해주는 것처럼. 

그래, 이거였다. 나는 갑자기 김솔통 같은 글을 쓰고 싶어졌다. 지구상의 중요도에 있어서 김도 못 되고, 김 위에 바르는 기름도 못 되고, 그 기름을 바르는 솔도 못 되는 4차적인(4차 산업혁명적인 게 아니라 그냥 4차적인) 존재이지만, 그래서 범국민적인 도구적 유용성 따위는 획득하지 못할 테지만 누군가에게는 분명 그 잉여로우면서도 깔끔한 효용이 무척 반가울 존재. 보는 순간, ‘세상에 이런 물건이?’라는 새로운 인식과 (김솔처럼) 잊고 있던 다른 무언가에 대한 재인식을 동시에 하게 만드는 존재. 그리고 그 인식이라는 것들이 딱 김에 기름 바르는 것만큼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 김솔통. 드디어 찾았다. 내가 쓰고 싶은 글. 두괄식을 만들어줄 첫 문장. -P.19

정말이지 조상들에게 너무 무례한 것 같다. 자기들은 스스로를 상식적이고 이해심 있는 인간형으로 상정하면서, 애먼 조상들은 자손의 피곤한 일상이나 사정 따위 헤아릴 줄 모르고 그저 밥만 찾고 인사받기만 바라는 소시오패스로 만들어버리니 말이다. 어떤 삶을 살아오고 어떤 인품을 지녔는지와 상관없이 죽어서 조상이 되는 순간 애정 결핍에, 밥 집착증에, 속 좁고 개념 없는 악귀나 괴력난신 취급을 받아야 한다니. 이거 어디 억울하고 무서워서 마음 편히 죽을 수나 있겠나. 내가 조상이라면 밥을 못 얻어먹는 것보다, 그깟 밥 좀 안 차려준다고 후손의 삶을 망가뜨리고 저주를 내릴 평균 이하 인격체로 취급당하는 것이 더 화가 나 제사상을 엎어버리고 싶을 것 같은데 말이다. -P.85

덕분에 첫 비행은 무사히 끝났다. 삿포로는 추웠고, 이륙할 때 기체가 많이 흔들려 조금 무서웠다는 것을 빼고는 너무 순조롭고 매끄러워서 오히려 인상적인 게 별로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집 앞 하늘에 대뜸 나타나 ‘첫 비행’ 페이지를 펼쳐준 비행기가 지나가고도 한참 동안, 몇 대의 비행기가 더 지나가는 동안, 계속 내머릿속을 맴돌았던 건 첫 비행 자체가 아니라 그날 새벽의 풍경이었다. 빗질에 따라 당겼다 풀어졌다 움직이는 두피, 양쪽 눈썹이 똑같이 그려졌는지 비교하느라 양쪽으로 왔다 갔다 하던 친구의 검은자위, 분주히 움직이며 뺨을 쓸던 솔의 감촉, 윙윙대는 드라이기 소리, 공기 중에 떠도는 스프레이 냄새, 캐리어 바퀴가 시멘트 바닥을 구를 때마다 손에 전해지는 진동, 등 뒤로 느껴지는 친구들의 눈빛, 그제야 조금씩 밝아오는 사위, 어쩐지 당당하게 펴지던 어깨, 그런 것들. -PP.151~152

시작은 뼈였다. 뼈? 사골? 설마 직접 사골을? 그랬다. J는 사골을 물에 담가 몇 시간에 한 번씩 몇 번이나 물을 갈며 열 시간 동안 핏물을 뺐고, 그 사골을 깨끗이 씻은 후, 20시간 넘게 네 차례에 걸쳐 사골국을 우려냈다. 세상에…… 아니 이게 무슨 ‘비빔면’ 만든다면서 대뜸 빨간 고추들 사진으로 시작하더니 그것들을 말리고 가루로 빻아서 고추장을 담근 후 비빔장을 만드는 시추에이션인가. 사골을 처음 우려보는 J가 중간중간 헤맨 것까지 셈하면 육수를 만드는 데에만 거의 이틀이 걸렸다. 미쳤어 진짜. 게다가 가스 불을 켠 채 자는 게 불안해서 타이머를 맞춰놓고 자다 말고 확인하고 자다 말고 확인하느라 J는 이틀간 거의 못 잔 것 같았다. 미쳤어…… 진짜…….
“나 좀 쩔지! 너 이거 먹으면 기운 확 날걸?” -P.209

 

출처: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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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소감:김혼비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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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소개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라는 유쾌한 독서 처방전으로 독서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베테랑 편집자이자 열혈 독서인 이수은 작가의 신작. 『평균의 마음』은 전작에서 선보였듯 유머 감각과 해박한 지식, 오래된 책에 대한 진심은 기본값으로 하되 한층 더 깊고 예리해진 이수은만의 지적 통찰력을 보여주는 고전 독서 에세이다. 저자는 행복, 외로움, 돈, 자의식, 공정, 능력주의, 꼰대, 출세, 실패, 부자 등 현대인의 관심사와 우리 시대의 키워드를 실마리 삼아 이번에는 고전에서 인간의 마음, 보편성의 세계를 본격 탐구한다. 

자세히, 깊게 읽은 책들은 이렇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기원전 700년경)부터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1969) 등 고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고전 21종을 기본도서로 다루고, 철학서 『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흄), 과학서 『종의 기원』(찰스 다윈), 『물리와 철학』(하이젠베르크)까지 다양한 분야의 도서 50여 권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검토한다. 본격적으로 다루는 작가는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도스토옙스키, 카프카, 위고, 발자크, 괴테, 세르반테스, 셰익스피어, 호메로스 등 세계문학 대가들이다.

이 책의 여러 미덕 중 하나는 “치열한 자기교육”의 결과인 전문가급 깊이를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 점이다. 여기서 그쳤다면 보통 사람을 위해 쉽게 쓴 고전 해설서가 되었을 테지만, 저자가 탄탄한 논리와 독창적인 사유로 구축한 자기 관점과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에 여느 해설서와 다른 결의 책이 되었다.

 

출처:교보문고

 

2. 저자

저자 : 이수은 

조화와 우아가 나에게 가장 모자라는 덕목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언제부터 알았는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일찌감치 알았다. 비록 황금비율의 신체는 타고나지 못했더라도, 언행을 삼가고 마음 씀씀이를 바르게 하여 품격 있는 인간이 되고자 정진할 수도 있겠건만, 바로 그 말투와 행동거지가,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이 내 뜻대로 조절이 안 됐다. 일희와 일비의 극렬한 파동운동 속에서 매사가 너무 좋거나 너무 싫어서 도대체 중간이라는 게 없었다. 양철통 같은 마음과 그 안에 담긴 모난 자갈들 같은 생각이 나를 이루는 요체라는 인식은 스스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했다.
그래서 고전을 읽으며 깊은 감동을 느꼈다. 그걸 쓴 사람들과 그들이 그려낸 인물들이 모두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마음으로 저마다 자기 시대를 힘껏 살다 갔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때문에. 내 마음이 아름다움의 고전적 정의와 들어맞는 부분이 단 3.03센티미터(한 치)도 없기 때문에, 조화롭고 우아한 것들을 이렇게나 사랑스러워할 수 있는 거라고. 뒤끝 있는 인간, 편애하는 인간, 불만 있는 불완전한 인간. 고전은 이런 나를 괜찮아 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이게 또 부작용이 있어서, 요즘은 부족한 나를 너무 많이 괜찮아 하다보니 뻔뻔해지는 것 같아 다시 새로운 교훈을 찾아 나서고 있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출판사에 입사, 퇴사를 희망하는 편집자로 22년 동안 일했다. 지은 책으로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가 있다.

출처:교보문고

 

3. 목차

 

들어가는 말 사랑하지만 나눌 수 없는 것들

1부 몹시 고약한 문제, 나
행복에 대한 무관심: 마틴 에이미스 『런던 필즈』
인기 있는 로맨스 소설의 비결: 존 파울즈 『프랑스 중위의 여자』
외로움의 문체: 어니스트 헤밍웨이 『여자 없는 남자들』
돈은 왜 쓰고 싶나: 스콧 피츠제럴드 「리츠칼튼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현대인인 여성이 고전을 읽을 때: 조지 엘리엇 『미들마치』
저는 왜 당신과 다릅니까: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부 우리의 파괴력
사회성 동물과 사회적 동물: 윌리엄 골딩 『파리 대왕』
공짜의 나비효과: 마크 트웨인 『얼간이 윌슨』
너는 커서 뭐가 될래: 마이클 영 『능력주의』
경험이 말해주는 것 그리고 미친 꼰대를 피하는 방법: 찰스 디킨스 『어려운 시절』
규칙과 반칙: 프란츠 카프카 『변신』 『심판』 『성』

3부 평균의 마음, 비주류의 마음
평균의 특이점: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출세의 본질: 오노레 드 발자크 『잃어버린 환상』
인간중심주의의 한계: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친화력』
당신이 실패하는 이유: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베드라 『돈키호테』
부자의 딜레마: 윌리엄 셰익스피어 『베니스의 상인』
옹졸해서 좋은 그 사람: 호메로스 『일리아스』 vs. 베르길리우스 『아이네이스』
까마득한 이해의 지평선을 향해 한 걸음: 플라톤 『국가』

작가의 말 인간적인 것의 위안
추천의 글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김민섭(작가)

감명 깊게 본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에는 렌고쿠 쿄주로라는 등장인물이 나옵니다. 이길 수 없는, 인간이 아닌 상대 앞에 선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노쇠하는 것, 죽는 것, 인간이라는 덧없는 생물의 아름다움이다. 노쇠하고, 죽기 때문에, 그지없이 사랑스럽고, 숭고한 거야.”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실레노스 앞에서 “인간은 평균의 마음을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그지없이 사랑스러운 거야.” 하고 말하는 저자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귀멸의 칼날……” 하고 추천사를 쓰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러다가 역시, 저자의 그 지극히 조촐하고 엄숙한 저항이 자꾸 떠올라, 저도 인간에 대한 나름의 애정을 간직한 채 그 곁에 서기로 합니다. 어차피 둘의 마음을 합쳐 반으로 나눈다고 해서 누구의 평균이 될 리도 없습니다. 당신도 비슷한 마음으로 함께 서기를 조심스레 권해 봅니다. 

 

김혼비(작가)

마지막 장을 덮으며 생각했다. 나는 대체 뭘 읽은 거지? 이것은, 똑같은 책 속에서 이수은이 이토록 치열하게 세상과 타자를 타당하게 이해할 결정적 진실들을 길어 올리는 동안 단편적인 감상만을 품에 안고 끝낸 과거 나의 독서들을 향한 탄식이자, 굉장한 책을 이제 막 다 읽었을 때 절로 흘러나오는 경이에 찬 감탄이다. 이렇게 영혼까지 푹 빠져 읽은 책은 정말 오랜만이다. 재미와 의미 중 어느 것 하나라도 없는 페이지가 단 하나도 없다. 이수은은 철학부터 과학까지 여러 학문을 넘나드는 지성의 기폭제 위에 고전을 하나씩 올려놓고는, 그저 ‘다름’이라고 치부하고 지나쳐온 타인이라는 세계의 깊숙하고 구석진 곳으로 나를 끊임없이 데려간다. 이수은의 문장들에 붙들릴 때마다 나는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됐다. 앞으로, 특히 냉소에 거세게 흔들리는 날에는 이 책을 자주 열 것 같다. 이 책에게라면 온 마음을 내맡기고 기꺼이 붙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날에야말로 이 책의 타격감 넘치는 위트들도 분명 필요할 테니까. 

 

오은(시인)

독서를 독서하는 경험이 바로 이런 것일까. ‘고전’이라는 씨실과 ‘읽기’라는 날실이 구성한 그물망을 고전하며 읽었다. 발이 푹푹 빠지는데도 어떻게든 건너가고 싶은 눈길 같았다. 무엇보다 읽는 재미가, 계속 읽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었다. 이수은의 『평균의 마음』을 읽는 내내, 뇌들보가 신명나게 들썩였다.
빠른 길이 늘 좋은 것은 아니다. 책 속에서만큼은 기꺼이 길을 잃기도 하고 스스럼없이 상념에 젖어들기도 해야 한다. 책을 덮은 후에도, 아니 책을 덮은 후에야 생각은 비로소 열릴 수 있다. 그럴 때 독서는 내 안으로, 세상 바깥으로 확장된다. 읽고 났더니 눈길이 다시 길이 되는 작은 기적처럼.
독서의 필요성을 전면적으로 역설하지는 않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또다시 책을 읽고 싶어질 것이다. 제대로, 내 방식대로. 

 

장대익(과학자)

세상 물정을 아는 교양인이라면 메타버스나 블록체인에 대해 한마디쯤은 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자칭 ‘4차 산업혁명’의 효시다. 이런 혁명기에 플라톤의 『국가』, 괴테의 『친화력』 그리고 에이미스의 『런던 필즈』 같은 책들을 왜 읽어야 하는지를 설득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대개 읍소하거나 애걸해보지만 잘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그냥 “이게 내가 아끼는 책들인데……”라며, 마치 자신의 프리스타일 스케이팅을 리허설하듯이 살짝 보여준다. 궁금해지는 우리는 종횡하는 그의 스타일리시한 글에 어느새 깊이 매료된다. 해설을 위해 그가 꺼내든 과학 지식과 통찰마저도 충분히 신뢰할 만하다. 인간 본성을 연구하는 진화학자로서 “동시대 작품은 나의 개성을 확인하는 경험이며 고전은 인간 보편성에 대한 탐구”라는 그의 독서 철학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고전이 인간과 나 자신의 깊은 뿌리임을 이처럼 매력적으로 소개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고전을 읽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스페인 철학자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고전을 자세히 읽는 것은 “무한히 많은 주제가 정신에 자극을 주도록 하기 위해 우리 정신의 반사면들을 증가시키는 일”이기 때문이고, 그게 고전이어야 하는 것은 “내 가슴이 비참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유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온 날들의 의미를 설명하고 살아가는 노고의 가치를 인정하기 위해서, 인간인 내가 한사코 인간성을 긍정하려고,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에 기쁘게 의지하는 것이다. -18쪽

각기 다른 시대를 대표하는 고전에는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보편적 신념이 담겨 있다. 오래된 책들을 읽다보면 평범한 것에 대한 확신이 점점 흐려진다. ‘인간적’이라고 여겨지는 감각이 시대에 따라 얼마나 달랐는지,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전혀 당연하지 않던 시간이 얼마나 오래였는지, 보편 정서라는 것이 얼마나 짧은 유효기간을 갖는지를 깨달아 깜짝 놀라게 된다. 고전은 인간이 자기 시대의 당연함만을 알고, 자기 주변의 사람들이 가진 통념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일러준다. -401쪽

나의 삶이 허다한 아무나의 삶만큼이나 뻔하디뻔하다 해도,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은 이런 것이다. 광활한 시간의 평면 속에서 각각의 점들은 고유값을 가지고 단 한 번만 어떤 위치에 나타나 찰나를 맴돌다 사라진다는 것. 우리 각자는 저마다의 원인과 목적을 가지고 저마다의 극단을 산다는 것. 그래서 다른 누구의 극단도 완전히 알지 못하고 저지할 수도 없다는 것. 나는 이것이 사랑스럽다. -402쪽

출처: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굉장한 책. 이렇게 영혼까지 푹 빠져 읽은 책은 정말 오랜만이다.
이수은의 문장들에 붙들릴 때마다 나는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됐다.. -김혼비(작가)


고전이 인간과 나 자신의 깊은 뿌리임을
이처럼 매력적으로 소개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장대익(과학자)

1. “내 가슴이 비참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
인간인 우리가 한사코 인간성을 긍정하기 위해,
인류 공동의 유산인 고전에 의지하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 보편성의 세계에 대한
지적 통찰이 압도적인 고전 독서 에세이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라는 유쾌한 독서 처방전으로 독서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베테랑 편집자이자 열혈 독자인 이수은 작가의 신작. 전작에서 선보였듯 저자는 인문, 사회, 과학에 남다른 안목과 통찰력, 그리고 자기 관점을 가지고 고전을 해석하는 드문 독서인이다. 『평균의 마음』은 유머 감각과 해박한 지식, 오래된 책에 대한 진심은 기본값으로 하되 한층 더 깊고 예리해진 이수은만의 지적 통찰력을 보여주는 고전 독서 에세이다. 저자는 행복, 외로움, 돈, 자의식, 공정, 능력주의, 꼰대, 출세, 실패, 부자 등 현대인의 관심사와 우리 시대의 키워드를 실마리 삼아 이번에는 고전에서 인간의 마음, 보편성의 세계를 본격 탐구한다.

자세히, 깊게 읽은 책들은 이렇다. 『일리아스』(기원전 700년경)부터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1969) 등 고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고전 21종을 기본도서로 다루면서, 철학서 『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흄), 과학서 『종의 기원』(찰스 다윈), 『물리와 철학』(하이젠베르크)까지 다양한 분야의 도서 50여 권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검토한다. 본격적으로 다루는 작가는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도스토옙스키, 카프카, 위고, 발자크, 괴테, 세르반테스, 셰익스피어, 호메로스 등 세계문학 대가들이다. 이들의 작품세계 전반에 대한 저자의 폭넓은 지식과 혜안 덕분에 헤밍웨이의 문체가 왜 ‘하드보일드’일 수밖에 없는지, 개츠비가 왜 ‘위대(great)한’지, 우리가 왜 그토록 돈키호테를 우스꽝스러운 미치광이로 여기는지, 그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또 카프카 소설의 구조를 프랙털로 설명하는 등 독창적인 해석을 제시하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 21위”(《가디언》, 2015)에 꼽힌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를 상세히 소개하는 등 새로운 지적 흥분도 선사한다.

이수은 작가는 왜 고전에 이토록 진심일까? 그는 스페인 철학자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고전을 읽는 것은 “우리 정신의 반사면들을 증가시키는 일”(가세트)이고, 그게 고전이어야 하는 것은 “내 가슴이 비참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가세트), “우리가 살아온 날들의 의미를 설명하고 살아가는 노고의 가치를 인정하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저자의 말대로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인 고전에 기쁘게 의지하는 것”은 인간인 우리가 “한사코 인간성을 긍정하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2. 현대적인 시각과 독창적인 사유로 읽은 고전의 세계

저자는 보편성의 세계를 탐구하기에 가장 적합한 것이 고전이라고 여긴다. 왜냐하면 오래된 책들을 읽다 보면 “‘인간적’이라고 여겨지는 감각이 시대에 따라 얼마나 달랐는지,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전혀 당연하지 않던 시간이 얼마나 오래였는지, 보편 정서라는 것이 얼마나 짧은 유효기간을 갖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가치, 자신을 포함하여 우리, 나아가 인간이 공유하는 통념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본문은 나(1부 「몹시 고약한 존재, 나」), 우리(2부 「우리의 파괴력」), 인간(3부 「평균의 마음, 비주류의 마음」)의 마음으로 논의가 확장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예의 그 유머러스함, 솔직함, 경쾌함으로 시작하는 1부는 ‘인생의 궁극적 목적이 과연 행복인가’(『런던 필즈』) ‘연애의 본질은 무엇인가’(『프랑스 중위의 여자』) ‘돈은 왜 쓰고 싶나’(「리츠칼튼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내가 당신과 다른 이유’(『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같은 현대인의 관심사를 다룬다. 2부는 시론(時論), 사회비평으로 읽어도 무방할 만큼 현대 한국 사회의 화두인 공정과 정의론, 능력주의, 세대 갈등을 다룬다. 마크 트웨인의 『얼간이 윌슨』을 화두로 현대 정의론의 대부인 존 롤스의 『정의론』을 비롯한 여러 공정론을 비교, 검토하는 식이다. 3부에서는 인간의 마음과 행동 특성 등을 검토하면서 위고, 발자크, 세르반테스, 호메로스 등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낸다. 발자크의 매력과 경이로움은 “체면과 위선으로 가린 누더기 속옷 같은 양심”을 가진, 들키고 싶지 않은 인간성을 가진 나를 각성하게 하지만, 그럼에도 그 보편적 인간성을 긍정하는 데 있다. 『일리아스』의 그리스인들은 전쟁 통에도 민주적 토론을 포기하지 않고, 협상의 기술에 무관심하고, 직선의 인간들이라 실용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저자는 현실주의와 회복탄력성, 변용과 포용력을 갖춘 로마인의 특성보다 더 원시적이고 모든 면에서 인간적 한계를 노출한 그리스인들의 수평적 마음을 편애한다고 고백한다.

이 책의 여러 미덕 중 하나는 “치열한 자기교육”의 결과인 전문가급 깊이를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 점이다. 여기서 그쳤다면 보통 사람을 위해 쉽게 쓴 고전 해설서가 되었을 테지만, 저자가 탄탄한 논리와 독창적인 사유로 구축한 자기 관점과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에 여느 해설서와 다른 결의 책이 되었다. 저자 말마따나 “근대 이후 누구나 자기만의 생각을 말하고, 자기만의 눈으로 읽고, 자기만의 주장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것이 사견, 가정의 한 가지만으로 치부되지 않으려면 타당한 근거와 설득력이 필요할 테다. 즉 해석의 자유는 막대한 책임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이수은이라는 독서인이 생애에 걸쳐 그 책임을 얼마나 진지하고도 깊게 받아들이며 책을 읽어왔는지 『평균의 마음』만큼 잘 보여주는 증거는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접하는 누구나 그 사유의 깊이와 치열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출처: 메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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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소개

 

수필에 관심있는 독자 & 일반인들을 위한 좋은 수필 따라잡기 - 수필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누구에게나 쉽게 읽힐 것이다. 30여 년 동안 저자가 수필 강의를 해오면서 수업 시간에 수강생들에게 자주 들려주었던 말이기 때문이다. 수필 강의를 하는 분들이 이 책을 교재로 많이 쓴다고 들었다. 또 수필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도 자신들의 블로그에 친절하게 서평을 올려주었다. 이 책은 예전의 수필쓰기의 책을 분량이나 체재에 구애받지 않고 미흡한 부분을 보충하여 펴냈다. 여기에 많이 나오는 말은 주제·주제 의식·의미화·일반화·사회의식·철학 등이다. 이 말들은 바로 내 수필관의 핵심어라 할 수 있다.

 

출처:교보문고

 

2. 저자

 

저자 : 이정림 (1935~ )

수필가. 충남 천안 출생.

 

한국외국어대학 불어과 졸업.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수료(석사). 월간 〈직업여성〉 창간. 수필가협회, 수필문학진흥회, 수필문우회, 문인협회, 잡지협회 회원. 현재 〈에세이21〉 발행인 겸 편집인. 마포평생학습관, 한겨레문화센터 수필강좌 출강. 저역서로 〈당신은 타인이어라〉, 〈숨어있는 나무〉, 〈당신의 의자〉, 〈한국수필평론〉, 〈인생의 재발견-수필 쓰기〉, 〈어린 왕자〉, 〈슬픔이여 안녕〉, 〈모파상 단편선〉 등 다수가 있음.

현대수필문학상, 신곡문학상본상, 조연현문학상, 조경희수필문학상본상, 올해의 수필인상, 김태길수필문학상 수상.

| 저자 연보 |

1943년 충남 천안시 성정동 211번지 ‘향춘농원(香春農園)’에서 아버지 김영식(李永植), 어머니 김명례(金明禮)의 2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남(선친의 원적지는 평북 정주임).
1945년 1월 19일, 아버지 별세.
1950년 육이오 전쟁으로 피란 내려가, 고향의 천안 제일국민학교에 편입.
1961년 서울 배화여자고등학교 졸업(고3때 학교 데모 주동자의 한 사람으로 무기정학을 받고, 졸업 직전에 복교).
1965년 한국외국어대학 불어과 졸업. 
1967년 박연구 씨(《에세이문학》 발행인)와 윤형두 씨(범우사 회장) 인연으로 ‘수필적 산문’을 지면에 발표하기 시작함.
1968년 경남매일신문사 서울지사 문화부 기자.
(1988). 한국문인협회 회원(1995). 문학의 집·서울 회원(2006). 한국잡지협회 회원(2008).
1974년 《한국수필》 전신 《수필문예》 제6호에 〈얼굴〉을 발표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수필을 쓰기 시작함. 한국수필 75인집 《우리가 잃어가는 것들》(한국수필가협회 편)에 〈아카시아 꽃술〉 수록.
1975년 한국수필문학대전집 제20권(범조사)에 〈천식을 앓는 까치〉 외 6편 수록.
197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응모, 수필 부문 당선.
1977년 역서 A. 카뮈 《시지프의 신화》(범우사) 출간. 이후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를 비롯하여 역서 다수 출간.
1981년 공저로 《진달래와 흑인 병사》(범우사) 출간.
1985년 중앙대학교 사회개발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수료(행정학 석사). 사회복지사 자격 취득.
1988년 1월~1990년 10월, 지양 편집기획운영. 공저로 《있음의 흔적》출간. 9월, 한국일보 수필 강좌 출강(1996년까지).
1991년 《문학과 예술》(중국 연길)에 〈엽서를 보내는 마음으로〉 외 1편 수록. 《연변 녀성》에 〈아카시아 꽃술〉 수록.
1999년 과천도서관 수필 강좌 출강.
1999년 롯데백화점(일산점) MBC 문화센터 수필 강좌 출강. 국민일보 ‘여의도 에세이’ 집필. 과천도서관 수필 강좌 출강.

 

2001년 중앙문화센터 서울본점 수필 강좌 출강.
2002년 한양여자대학 문예창작과(수필창작실기) 출강.
2003년 8월 미주한국문인협회(LA) 여름 캠프에서 〈수필의 위상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주제 강연을 함.
2004년 6월 수필전문지 계간 《에세이21》 창간, 발행인 겸 편집인(현재). 한겨레문화센터 수필 강좌 출강.
2007년 5월 〈에세이21〉 창간 3주년 기념으로 중국문학기행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따라서 주관.
2008년 2월 중국문예지 〈도라지〉에 ‘수필 쓰기’ 연재. 9월 25일 〈에세이21〉 창간 4주년 기념 수필 세미나 개최
2009년 6월 현대해학수필선 《춤추는 수필》(운디네)에 〈아녀자〉 수록. 9월 25일 〈에세이21〉 창간 5주년 기념 한·중 수필 세미나 개최(주제: 한·중 수필문학지의 현황과 과제 *연사 서영빈·황유복·정목일).
2013년 9월 26일 〈에세이21〉 창간 9주년 기념 수필 세미나 개최(주제: 수필과 인문적 글쓰기의 만남 *연사 구활·김홍은). 《오늘의 한국 대표 수필 100인선》(윤재천 엮음)에 〈당신의 의자〉 수록. 여수 〈동부수필〉 초청 문학 특강. ‘문학의 집·서울’ 주최 제12회 문학청소년 축제 백일장 심사.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수필 부문 심사.
2014년 9월 25일 〈에세이21〉 창간 10주년 기념 수필 세미나 개최(주제: 수필과 자서전의 경계 *연사 견일영·정순진). 《한국현대수필 75인선》(미리내)에 〈나는 새긴다, 고로 존재한다〉 수록. 제12회 동서문학상 수필 부문 심사. 《한국현대수필 100년》(김우종 평설, 연암서가)에 〈있음의 흔적〉 수록.
2015년 9월 17일 〈에세이21〉 창간 11주년 기념 수필 세미나 개최(주제: 수필 문장의 묘사와 분식의 차이 *연사 호병탁·정태헌) 공무원연금공단 제14회 연금수필문학상 심사. 《나는 글을 이렇게 쓴다》(윤재천 엮음)에 〈대상을 의식하며 적어 나가는 진실의 통로〉 수록.

2018년 10월 3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 입원
2019년 일산병원 재활의학과 입원. 6월 7일~7월 5일 연세마두병원 입·퇴원. 9월 19일 〈에세이21〉 창간 15주년 기념 수필 세미나(주제: 기행문과 기행수필은 어떻게 다른가 *연사 한혜경·박용수).

2020년 현재 재가 재활 치료 중.

▶ 저서
수필집 《당신은 타인이어라》(범우사, 1986)
《산길이 보이는 창》(범우사, 1991)
《숨어 있는 나무》(범우사, 2000)
《당신의 의자》(2012, 선우미디어)
《이정림, 그의 수필과 인연들》(범우[주], 2020)
선집 《하얀 진달래》(선우미디어, 1999)
《민들레 씨앗》(좋은수필사, 2008)
《사직동 그 집》(범우사, 2015)
편 저 《이분들이 계셨다》(2011, 선우미디어)
《존재의 향기》(2014, 선우미디어)
4인수필집 《시간의 대장장이》(선우미디어, 2006)
평론집 《한국수필평론 개정판》(범우사, 2002)
수필이론집 《인생의 재발견-수필 쓰기》(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 수상
현대수필문학상(1992)/ 신곡문학상대상(1999)/ 조연현문학상(2012)/ 조경희수필문학상본상(2014)/ 올해의 수필인상(2014)/ 김태길수필문학상(2016)

▶ 현재
수필전문지 계간 《에세이21》 발행인 겸 편집인

 

작가의 말

◇ 책을 내면서

 

나는 글을 어렵게 쓸 줄 모른다. 나 자신이 어려운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어려운 글을 쓸 수 있겠는가. 아는 것이 많았으면 지식을 뽐내느라 난해한 글을 썼을 텐데, 유감스럽게도 나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쉽게 읽힐 것이다. 30여 년 동안 수필 강의를 하면서 수업 시간에 수강생들에게 자주 들려주었던 말이기 때문이다.
2007년 12월에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인생의 재발견- 수필 쓰기》를 출간했다. 다른 분야의 책도 함께 시리즈로 묶었는데, 그중에서 내 책이 6쇄를 찍더니 2020년에는 개정증보판까지 나왔다.
강의하는 분들이 그 책을 교재로 많이 쓴다고 들었다. 또 수필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도 자신들의 블로그에 친절하게 서평을 올려주었다.
이번에는 분량이나 체재에 구애받지 않고 미흡한 부분을 보충하여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미 발표한 글의 취합이다 보니 중복되는 내용들이 많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30년 전에 쓴 글이나 최근에 쓴 글이나 내 수필관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 책에 많이 나오는 말은 주제·주제 의식·의미화·일반화·사회의식·철학 등이다. 이 말들은 바로 내 수필관의 핵심어라 할 수 있다.
표제를 ‘이정림의 수필 특강’이라고 붙인 것은, 제 수필 강의도 한 번 들어 보시라는 의미에서였다.
끝으로 이 책에 있는 글들을 인용하고자 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 주시기 바란다. 글자 하나도 바꾸지 않고 자신의 책에 그대로 옮겨 쓴 경우를 보았기 때문이다. 출처를 밝히는 일은 작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요 양심이 아닐까 생각된다.

- 2021년 4월 잎새달에 산영재 이정림

출처:교보문고

 

3. 목차

 

이 책을 내면서 · 5

제1강 ...... 11
수필은 어떤 글인가 · 13
수필과 삶에 대하여 · 19
수필은 이야기가 아니다 · 24
수필의 세계 · 29
수필 쓰기 · 35
수필의 첫걸음 · 40
수필의 성격 · 52

제2강 ...... 97
수필과 소설의 한계성 · 99
좋은 수필의 조건 · 115
수필의 주제와 문학성 · 121
수필의 주인공과 신변잡기 · 127
수필의 사실과 진실 · 135
수필의 질(質)과 격(格)에 대하여 · 142
수필의 품위와 진지성에 대하여 · 146

제3강 ...... 153
수필과 일반 산문은 어떻게 다른가 · 155
모든 소재는 주제를 품고 있다 · 159
소재의 의미화에 대하여 · 162
수필의 형식과 문학성에 대하여 · 167
수필과 상상에 대하여 · 172
수필의 체험과 상상에 대하여 · 183
수필가는 기억 수집가가 아니다 · 193

제4강 ...... 197
수필의 서두와 결미에 대하여 · 199
수필의 표현과 문장의 품격에 대하여 · 203
수필의 함축과 절제에 대하여 · 208
수필과 음식 솜씨에 대하여 · 213
수필과 미문에 대하여 · 218
수필과 인용에 대하여 · 224
수필의 퇴고에 대하여 · 228

제5강 ...... 237
기행문과 기행 수필에 대하여 · 239
사회 칼럼과 사회 수필에 대하여 · 255
수필과 계절 감각에 대하여 · 270

◎ 부록 ...... 277
수필의 명칭과 개관 · 279
수필 문학의 위상과 나아갈 방향 · 291
수필은 왜 소외되고 있는가 · 310
나는 어떻게 수필을 쓰는가 · 324
편집자는 프로를 원한다 · 330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수필은 어떤 글인가 

 

-부정으로 짚어 본 대전제에 대하여-

1.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 아니다 

 

김광섭의 <수필문학>는 수필의 성격과 특징을 잘 밝혀 준 훌륭한 논문이다. 그런데 이 논문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된다. "수필이란 글자 그대로 '붓 가는 대로' 써지는 것이다." 이 말의 뜻은, 수필은 소설이나 희곡처럼 "재료의 정돈과 구성에 있어서 과학에 가까우리만큼 엄밀한 준비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달관과 통찰과 깊은 이해가 인격화된 평정한 심경이 무심히 생활 주위의 대상에 혹은 회고와 추억에 부딪혀 스스로 뭇을 잡음에서 제작되는 형식"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었다.  

 

그런데 이 문구를 수필은 그저 '붓 가는 대로'만 쓰면 되는 글인 것처럼 가볍게 해석하고 말았다. 이 안이한 해석은 마침내 수필의 격을 떨어뜨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수필의 문학성 조차 위태롭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김광섭이 언명한 '붓 가는 대로'라는 말은 "달관과 통찰과 깊은 이해가 인격화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말이다. 그런 경지에 달한 작가가 편안한 문장으로 수필을 쓴다면 그 글은 글자 그대로 '붓 가는 대로' 쓴 것처럼 보일 것이다. 

 

"관객에게 배우로 들키지 않는 배우가 명배우다"라는 말이 있다. 명배우는 그 연기가 아주 자연스러워 그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조차 관객에게 느끼지 못하게 해야 한다. 수필은 쓴다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작가는 많이 생각하고 힘들여 썼어도 독자는 힘 안 들이고 쓴 것 같이 읽히는 수필이 좋은 글이다. 

 

수필도 그 구성은 서두, 본문, 결미로 되어 있지만, 그 구성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써 내려간 수필이 좋은 글이다. 인생에 대한 깊은 철학과 그것을 표현해 내는 탁월한 문장력이 하나로 어우러질 때, 수필은 정녕 '붓 가는 대로' 쓴 것처럼 보일 것이다. 

 

2. 수필은 허구의 문학이 아니다 

 

소설의 본질은 허구다. 그러나 수필의 본질은 허구가 아니다. 소설의 소재는 현실 세계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를 허구로 꾸민 것이지만, 수필의 소재는 바로 이 현실 세계에서 작가 자신이 직접 겪은 사실 체험이다. 체험에는 직접 체험과 간접 체험이 있다. 직접 체험은 작가 자신이 몸소 체험한 것을 말하지만, 간접 체험은 책이나 영화, 혹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하여 얻게 되는 모든 체험을 말한다. 물론 이 간접 체험 속에는 상상도 포함된다. 그러나 수필에서는 그 상상이 상상임이 밝혀져야만 한다. 상상이 상상임이 밝혀지지 않을 때는 소설의 허구와 동일시된다.

 

혹자는 표현상의 허구는, 즉 부분적인 허구는 용납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문장력만 있으면 표현에 있어서조차 허구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 마음이 우울할 때 꼭 비가 내려야 제 격이라는 발상은 매우 상투적이다. 밝은 날에도 마음이 우울할 수 있음을 표현해 내는 것이 문장력이다. 태양은 밝고 긍정적인 것을 상징한다. 그러나 그런 태양이 때로는 잔인하고 비정할 수도 있음을 표현해 내는 것이 문장력이다. 

출처: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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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출판범우]이정림의 수필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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