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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825 1기(13.3~18.2)

3월의 추천도서 (10) 가만히 좋아하는 - 김사인

 



◎ 목차

 

[1] 제1부
1. 풍경의 깊이
2. 노숙
3. 코스모스
4. 봄밤
5.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
6. 새끼발가락과 마주치다
7. 귀가
8. 전주
9. 비
10. 예래 바다에 묻다
11. 늦가을
12. 사격훈련장 부근
13. 유필
14. 겨울 군하리
15. 탈상
16. 아무도 모른다
17. 영월에서
18. 친구들
19. 치욕의 기억
20. 조용한 일
21. 풍경의 깊이 2
22. 노숙 2
23. 경주 이씨 효열비
24. 장마
25. 부시, 바쁜
26. 화진
27.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
28. 사랑이 왔나?
29. 윤중호 죽다
30. 때늦은 사랑
31. 해동 무렵
32. 봄바다
33. 덕평장
34. 늦가을
35. 나비
36. 30년, 하고 중얼거린다

 

[2] 제2부
1. 필사적으로
2. 맨드라미
3. 밥
4. 소리장도
5. 빈 방
6. 길이 다하다
7. 아카시아
8. 마른 쑥대에 부쳐
9. 여름날
10. 뉴욕행
11. 맑은 소리
12. 깊이 묻다
13. 섣달 그뭄
14. 꽃
15. YOL
16. 옛 일
17. 인절미
18. 새
19. 네거리에서
20. 거울
21. 노년
22. 서귀
23. 그를 버리다
24. 공휴일
25. 춘곤
26. 사랑가
27. 60년대
28. 다시 금강공원에서
29. 오누이
30. 여수
31. 강으로 가서 꽃이여
- 해설 / 임우기
- 시인의 말

 

 

◎ 본문 중에서....

 

옛 일

그 여름 밤길
수풀 헤치며 듣던
어질머리 풀냄새 벌레소리
발목에 와 서걱이던 이슬방울 그리워요
우리는 두 마리 철없는 노루새끼처럼
몸 달아, 하아 몸은 달아
비에 씻긴 산길만 헤저어 다니고요
단숨만 들여마시고요
안 그런 척 팔만 한번씩 닿아보고요
안 그런 척 몸 가까이 냄새만 설핏 맡아보고요
캄캄 어둠 속에 올려 묶은 머리채 아래로
그대 목덜미 맨살은 투명하게 빛났어요
생채기투성이 내 손도 아름다웠지요

고개 넘고 넘어
그대네 동네 뒷산길
애가 타 기다리던 그대 오빠는 눈 부라렸지만
우리는 숫기 없이 꿈 덜 깬 두 산짐승
손도 한번 못 잡아본걸요
되짚어오는 길엔
고래고래 소리질러 노래만 불렀던걸요

그렇지만 하느님
너무 빨리 읽고 지나쳐
시를 외롭게는 말아주세요, 모쪼록 --- 본문 중에서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 본문 중에서

 

그 낮잠 곁에 나도 따라
채송화처럼 눕고 싶었지
아득한 코골이 소리 속으로
사라지고 싶었지 --- 본문 중에서

 

 

서울로 어디로 떠나 대학생이 되는 꿈 취직하는 꿈 술 담배 배우고 여자도 배우는 꿈 자취로 하숙으로 과외선생으로 돌다가 군대 3년 푹 썩는 꿈 외국으로 유학 가서 박박 기는 꿈 돌아와 눈매 고운 여자 얻어 장가드는 꿈 그 여자와 집 장만하는 꿈 그 여자와 자식 낳는 꿈 아이 자라는 꿈 그 아이 대학생 되도록 애 끓이며 지켜보는 꿈 직장생활 여의치 않는 꿈 뒤늦게 승진하는 꿈 주식으로 한몫 잡는 꿈 다시 꼬라박는 꿈 피신하는 꿈 외로워 우는 꿈 부모님 편찮은 꿈 한 분 먼저 가시는 꿈 남은 분 모시는 일로 집안 뒤집히는 꿈 그러나 아이들 때문에 차마 갈라는 못 서는 꿈 집 넓히는 꿈 승용차 커지는 꿈 접대에 골프에 허덕이는 꿈 어느날 명예퇴직도 하는 꿈 그러다 그러다 아내 먼저 먼 길 떠나기도 하는 꿈 처자식 뒤로 하고 가기도 하는 꿈 졸업 30주년 안내장 받는 꿈 '무슨 내라는 돈이 이렇게 많데요' 마누라 잔소리를 한쪽으로 들으면서 '아 벌써 그렇게 됐나' 마음 아득해지는 꿈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