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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추천도서(22.3~23.2)/2022-10

10월의 추천도서 (3500) 문학사상

 

    “상처진 자에게는 붕대와 같은 언어가 될 것이며, 폐를 앓고 있는 자에게는 신선한 초원의

            바람 같은 언어가 될 것이며, 역사와 생을 배반하는 자들에겐 창끝 같은 도전의 언어,

불의 언어가 될 것이다.”(문학사상 창간사 중에서)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文學思想)’이 다음 달 창간 50주년을 맞아 ‘600호 기념

   특대호’를 발간한다. 특집의 첫 페이지에 창간사를 실었다. 50년 전 초심을 되새긴다는 의미.

        권영민 문학사상 주간은 “모든 상처받고 괴로운 사람들이 문학을 통해서 용기를 얻고

          희망을 가지라는 메시지”라며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문인들만을 위한 잡지가 아니라,

   독자들을 위한 잡지를 만들어왔음을 독자께 확인시켜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특대호는 1972년 문학사상 창간을 주도하고, 초대 주간을 지낸

고(故) 이어령 선생을 추모하는 성격이 크다.

1987년 주간을 맡아 이어령 선생과 오랜 인연을 맺은 권 주간은

“이어령 선생이 살아계셨다면 맨 앞에 글이 나왔을 것”이라며

“창간호의 뜻은 이어령 선생의 뜻이기도 하다”고 했다.

김병종 화가, 구효서 소설가, 문정희 시인 등 문화예술계 116명의 축사를 실었다.

그중 맨 앞은 이어령 선생의 아내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의 글.

‘축시’ ‘회고담’ ‘짧은 소설’ 등 600호를 기념하는 글과 더불어 문학사상에서

최초 공개된 이상의 미공개 사진 등 그동안의 주요 콘텐츠도 담았다.

 

문예지 ‘현대문학’과 함께 한국 순문학의 산실 역할을 해 온 문학사상은 최근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노화, 인공지능(AI) 등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한 특집을 게재하는 것이 대표적.

권 주간은 “이미 미국 등 해외에서는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가 희미해졌다.

문학사상도 ‘순문학’이라는 시·소설 비평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며

“문학을 넘어, 사회·문화적인 관심사로 담론의 영역을 확대해

이슈가 되는 주제들을 독자께 쉽게 전달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번 특대호는 50주년을 기념하는 것뿐만 아니라,

문예지의 현주소, 문학의 미래에 대한 진단도 담았다.

권 주간은 “매달 발간하는 잡지들은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은 문예지가 마치 출판사의 광고지처럼 돼 버렸는데,

기업 등이 광고를 적극적으로 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대중문화가 세계적으로 호응을 받고 있고,

특히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문학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22년 9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