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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825 1기(13.3~18.2)

6월의 추천 도서 (845) 서기원 대표 중단편선집 - 서기원


 

 

 

 

1. 책소개

 

5, 60년대 한국문단의 기수였던 서기원의 대표 중단편들을 엄선했다.
한국전쟁 이후 암담한 현실상황에 부딪혀 파괴되어가는 인간 실존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데뷔작 '암사지도'를 출발로, 전쟁이라는 상황하에서 벌어지는 인간 존재의 상실, 윤리적 파탄의 모습 등, 전쟁의 환부를 정직하게 드러냄으로써 재생과 회복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출처 - 인터파크 도서

 

 

2. 저자소개

 

저자 서기원

서기원(徐基源, 19302005)1950년 한국전쟁 때 공군에 입대해 다음 해 3월 공군 소위로 임관하고 26세가 되던 1955년 대위로 예편한다. 그 후 결혼을 하고 1956년 동화통신사 기자로 직장 생활을 시작하던 중 1956현대문학안락사론(安樂死論), 암사지도(暗射地圖)로 등단한다. 이후 31세 때 조선일보사에 입사하고, 이듬해 서울신문사, 1963년 서울경제신문사, 36세 때는 다시 서울신문사로 가서 주일 특파원으로 일본에 간다. 38세 때는 동화통신사 경제부장, 1970년에는 청와대 대변인, 1976년 국무총리 공보비서관, 1988년에는 서울신문사 사장 및 신문협회 회장, 1990KBS 사장 및 방송협회 회장을 지냈다. 오늘과 내일로 현대문학 신인상, 이 성숙한 밤의 포옹으로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초기 대표작으로는 안락사론, 암사지도, 밀몽화, 기반, 음모 가족, 오늘과 내일, 변신, 사지 연습, 이 성숙한 밤의 포옹, 박명기등을 들 수 있다. 초기작은 개인과 시대와의 대결 속에서 도덕적인 결단을 내리는 상황과 인물의 윤리적 면모에 주목하는 소설이 많다. 전쟁의 극한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또한 현실의 여러 기준에 인물들이 좌절하고 도피하고 때로는 맞서기도 하는 인물 유형을 보여준다. 작가가 마주치는 상황은 인간적인 관계들인 가족, 친구, 애인 등을 현실의 저점에까지 내려 보내는 데서 출발한다. 외부적 상황 때문에 고문당하고 가족을 죽이고 애인을 욕보이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도덕적인 선택은 인물을 구원할 유일한 지점으로 제시된다. 의지는 현실에 맞설 유일한 가능성의 영역으로 남겨져 있다.

중기 이후 그의 작품 세계는 보다 다양한 변화를 보인다. 인민군 군관에 대한 짝사랑, 일본에 파견된 정보원, 한국과 미국의 민족 감정, 독립운동가의 기행, , 언론 자유, 임신중절, 정치 지망생 등 생활 주변의 소재와 함께 작가 자신의 직업을 통해 얻게 된 소재가 많이 활용된다. 특히 전야제는 초기작에서 많이 드러난 전쟁의 경험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있는 작품이다. 전쟁 중에 인민군에 끌려갔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남는 한 인물의 모습을 통해 전쟁의 외적 상황에 길항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한다. 폐병에 걸린 친구와 여대생 지숙의 사랑 등을 내밀하게 보여주며, 죽어가는 사람을 구출하는 장면에서는 윤리적인 승화를 형상화한다.

그리고 1970년대 이후로 오면 마록열전계통의 연작 소설과 김옥균, 혁명, 왕조의 제단같은 역사소설을 창작하게 된다. 마록열전은 약육강식의 비정한 현실 논리와 욕망의 허망함을 그리고 있다. 일본 사람들이 심한 욕으로 쓰는 바카야로(馬鹿野郞)’바카(馬鹿)’를 따서 제목을 지은 마록열전다섯 편의 주인공들, 즉 마록, 마록삼, 마준, 마명민, 마영 모두 어떤 거대한 논리와 힘에 조종당하는 인물들로 그려진다. 나약한 개인 앞에 현실은 너무도 거대하고 차가울 뿐임을 담담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이후의 역사물에서도 냉혹한 현실에서 개인의 순정한 이상이 얼마나 위태로운 선택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소설은 이상을 좇아 산화한 수많은 인간 군상들을 향한 조가(弔歌)인 셈이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3. 목차

 

목차

암사지도
이 성숙한 밤의 포옹
살생반공일
아리랑
마록열전
동학난리
어제 오늘의 이관
근래의 이관
박명기
연가
둔주
전야제

 

출처 - 인터파크 도서

 

4. 작품 소개 (1)

 

<암사지도>, <이 성숙한 밤의 포옹>, <박명기>, <상속자>, <반공일> 등 다섯 편의 소설은 방황과 탈출에 관한 일종의 교본이다. 인물은 제도화한 현실로부터 하나같이 벗어나려 한다. 생계의 위험을 무릅쓰고 결국 부도덕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결단을 내리거나(<암사지도>),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성 상실의 현실에서 공멸하지 않고 사랑하는 이를 찾아 힘든 발걸음을 내딛고(<이 성숙한 밤의 포옹>), 상처를 향한 윤리적 고백을 감행하고(<박명기>), 낡은 가치로부터 탈출하며(<상속자>), 생계의 논리 안에서도 인간적인 가치를 지키려는 행동(<반공일>)을 선택한다. 먼저, <암사지도>는 생의 나침반과 방향성을 묻는 작가의 진지한 물음의 출발점이다. 소설은 집에 두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동거하는 기묘한 상황을 연출한다. 상덕과 형남은 군에서 같이 생활하다 차례로 제대한다. 형남은 먼저 자리를 잡은 상덕의 집에 살게 된다. 그런데 상덕의 집에는 갈 곳이 없어 영화관 앞에서 방황하던 윤주가 동거하고 있었다. 윤주의 미모에 끌리던 형남은 결국 상덕의 부추김에 넘어가 윤주를 ‘공유’한다.

소설은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윤주를 향한 형남의 마음을 간파한 뒤 상덕이 취하는 일련의 행동은 표리부동하다. 그는 윤주의 공유로 권력욕과 함께 기생적 삶을 유지하려 한다. 윤주를 취하고 싶은 형남을 공공연히 윤주의 입을 통해 거부하게 하는 순간, “그의 눈은 잔인한 기쁨에” 타오른다. 윤주가 “형남을 물리치고 그에게 곧 호소한 사실”은 월급 때문에 여자를 나누되 그녀의 소유권은 오롯이 자신에게 있음을 알리는 치졸한 전략인 것이다. 또한 상덕은 형남의 월급을 노려 여인까지 나눈다는 비난을 형남과 윤주의 몫으로 돌리고 자신은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상덕은 도덕적 걸림돌을 방어할 만한 충분한 알리바이를 쌓은 것이다. 결국은 형남이 욕정에 못 이겨 윤주를 범하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도덕적 책임은 자신에게 없을 터다.

이런 점에서는 형남도 마찬가지다. 욕정을 사랑으로 미화하고 어떻게든 상덕의 집에서 윤주를 벗어나게 하겠다며 도덕적인 체하지만 “온갖 그럴싸한 천착이 또한 요리조리 재주를 부리며 뚫어진 구멍을 꿰매어 가는 바느질의 논리가, ‘윤주와 자고 싶다’는 아주 단순한 욕심에다 대면 얼마나 공허”한지 깨닫는다. 형남은 욕망과 그에 따른 책임을 대하는 데 있어서 상덕과 마찬가지로 이중적이다. 결국 윤주의 임신은 그들의 이중적인 윤리 의식에 결정적인 파국을 불러일으킨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 미결정의 상황을 벗어나 사회적 이름과 호칭을 얻게 하는 단계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두 남자는 상황을 해결할 아무런 의지가 없다. 윤주가 집을 나가는 건 그런 상황에 대한 거부다.

작가 의식은 바로 윤주의 선택에 놓여 있다. 진정한 자유는 상덕과 형남의 욕정을 채우며 ‘자유롭게’ 행동하는 차원에 없다. 전쟁의 외상은 부도덕함과 일탈을 변호할 아무런 이유도 되지 못한다. 작가는 윤주의 모습에서 진정한 사회적 이름을 얻는 차원을 향한 일보를 보여준다. 자유에는 자신의 욕망을 일단 정직하게 마주 보는 단계가 필요하다. 상덕과 형남이 갖은 이유를 대며 회피하려던 모습이 증명하듯 말이다. 마찬가지로 일반화한 사회적 책임을 일단 축자적 의미에서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 상덕이 매일 기원이나 다니며 놀고 형남이 자신의 본전 생각에 거래하듯이 윤주에게 몸을 원하는 건 어떤 가치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진정한 자유는 노동의 고통과 쾌락의 책임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용기와 함께 현실적인 이유를 넘어서 행동하는 차원까지 도달해야 한다. 형남은 돈과 자신의 쾌락을 거래 목록에 올리지 말아야 했다. 집의 생활비를 준다 하더라도, 생활비를 줌에도 불구하고 그걸 극복하는 단계로 육박했어야 했다.

이런 점은 <이 성숙한 밤의 포옹>에서 그토록 상희를 그리워하던 주인공이 정작 그녀의 집을 찾아가지 않고 지나치는 초반의 상황을 이해하게 해준다. 전쟁의 부도덕함, 욕정에 못 이겨 여자를 강간하고 죽인 주인공은 스스로가 전쟁의 부도덕함 자체다. 상황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해선 안 된다. 작가가 보기에 상황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건 자기기만일 따름이다. 그래서 주인공이 자살을 선택하는 건 기존의 논리를 죽이는 상징적 제스처다. 자살 시도 후 그는 상희를 찾아 나설 수 있게 된다. 상황이 강요한 지점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서기원 소설의 자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특징이다.

<박명기>에서도 주인공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형을 칼로 찌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눈이 멀게 된다. “형이 죽은 원인은 놈들의 권총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하지만 형을 죽인 건 자기 자신이다. 주인공의 이런 행동과 대비되게 누이동생은 남은 가족인 주인공과 아버지를 봉양한다. 주인공은 스스로를 계속 기만하면서 누이동생의 준 심장약을 영양제라 매도한다. 그러다 마지막에 용기를 내어 아버지에게 “형을 죽인 건 접니다”라고 고백한다. 모든 어둠이 사라지고 차츰 밝아오는 박명의 단계는 이 지점에 놓여 있다. <암사지도>의 윤리적 어둠, <이 성숙한 밤의 포옹>에서 대비되는 현실의 밤과 사랑의 지향, 그리고 <박명기>의 눈먼 상황과 빛의 대립은 이렇듯 서사를 이끄는 동력으로 작동한다. 또한 <상속자>에서 집안의 종손인 석운이 “이 안에 있는 물건은 모두 네 것이란다”라는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탈주하는 것도 부정적인 온갖 유물과 유산, 간질 걸린 사촌을 대하는 어른들의 이중성 등을 거부하겠다는 작가 의식의 발로다.

서기원은 전후의 억압적 상황과 인간의 탐욕을 주체 내부의 윤리적 선택과 결단의 차원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진정한 이름을 얻게 되는 단계 또한 결단의 지점에 놓았다. 이는 현실에 대한 비타협성의 선택이 아니라 주체가 바로 비타협적 선택의 용기와 의지 안에서 생성된다고 믿는 작가의 윤리적 선택을 볼 수 있다. 우리 문학사에서 자주 보는 흔한 청춘 소설과의 변별 지점이 여기에 있다. 서기원은 우리가 좀 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치열한 질문을 던지고 그 고통을 받아들이기를 종용하고 있는 중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고전해설ZIP

 

5. 작품소개 (2)

 

반공일에는 화자와 함께 살고 있는 K라는 제대군인의 눈을 통해 궁핍하지만 낭만적인 도시의 쓸쓸한 모습이 잘 나타나고 있다.

 

*반공일(半空日) : 하오의 한나절을 쉬는 토요일을, 일요일에 대하여 이르는 말. 반휴일. 

 

2005년 7월 1일부터 주5일 근무제가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일반 공무원과 300명 이상 중견기업으로까지 확대 시행되면서 우리 나라 전체 근로자의 40% 정도가 일주일에 연 이틀을 쉬게 된 셈이다.

일주일에 엿새 일하고 일요일(공일) 하루만 쉴 때 토요일을 예전에는 <반공일>이라 불렀다. 하루 일과 중 반만 일하고 반은 놀았기 때문이다. 오전만 근무하는 반공일은 청춘남녀는 물론 점잖은 어른들도 오후 시간의 여유로움과 자유가 주는 느긋함에 가슴 설레기 마련이었다.

주5일 근무제와 함께 <반공일>이던 토요일이 <온공일>이 되면서 안 그래도 희미해져 가던 토요일의 별명 반공일은 아주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그런 의미에서 서기원의 단편소설 <半空日>에서 옛시절 반공일의 모습을 발췌해 본다.

 

<...도심지로 들어서면서 우리들 틈새로 행인들이 빠져나가기도 하고 서로 뒤떨어지기도 하며 얘기 줄기가 끊어졌다. 여자들은 사내들과는 딴판으로 활기가 있었고 금새 물을 준 푸성귀처럼 싱싱했다. 그건 전쟁 때에도 그랬고, 전쟁 후에도 변함이 없었고, <의거><혁명><의거><혁명> 뒤도 여전했다. 그들은 사내만 곁에 있어주면 영구히 생기를 잃지 않을 것 같았다. 사무실에서 화장을 고치고 풀려 나온 입술들, 미장원을 거쳐 나온 머리들 할 것 없이 번영하는 거리의 반공일다운 호사한 색조를 수놓고 있었다...>

 

출처 - 다음카페 (육남매&친인척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