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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825 1기(13.3~18.2)

6월의 추천도서(474) 만들어진 고대 - 이성시



 

책소개

'동아시아 고대사는 실재의 기술인가 근대의 창출인가?'
'근대국민국가의 동아시아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동아시아 고대사에 실로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재일교포로 태어나 일본에서 동아시아 고대사를 연구하고 있는 저자는 일본의 고대사 연구와 한국, 북한의 고대사 연구를 아우르면서 이들 동아시아 고대사는 '고대 속에 현재의 욕망을 매개없이 투영한 것이 아닌가'라는 강한 의문을 가져왔다고 고백한다.
이와같은 문제의식 아래 광개토왕비문의 해석 문제, 발해사를 둘러싼 민족과 국가 문제, 동아시아 문화권의 영향 관계, 그리고 식민지 역사학이 품고 있는 욕망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저자는 19세기 후반 일본이 구미 열강의 국민사를 모델로 연속하는 자기 완결적인 '일본사'를 만들어 낸 것에 대항하여 동아시아 각국이 제각기 자기 완결적인 '민족사'를 만들어 내었다고 본다. 이 책의 표제인 '만들어진 고대' 는 동아시아 고대사가 명확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저자소개

1952년 일본의 나고야에서 '재일한국인' 2세로 태어나, 와세다 대학과 동대학원에서 한국 고대사를 중심으로 하는 고대 동아시아사를 전공하였다. 현재 와세다대학 문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일본이나 한국, 북한을 불문하고 종래의 고대사 연구에 있어 1천 년 이상의 시간을 사이에 두고 있다고 하는 거리관이 없는 논의가 횡행하는” 연구 풍토에서 “이제까지의 고대사 연구를 대상화하는 '틈'을 만들고 싶어”하며,
이와 차원을 같이하여 향후 일국사의 규모가 아니라 동아시아 규모로 전개될 기억과 역사를 둘러싼 논의에 조금이라도 기여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그는 현재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여러 나라들 사이에 이른바 '일본 교과서 문제'라고 하는, 바로 그 기억과 역사를 둘러싼 논의가 격렬하게 오가는 시점에서 이 책이 그러한 근대 역사학의 욕망과 한계를 정확하게 바라보는 시선으로서 활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목차

머리말
옮긴이의 말
제1부
고대사에 나타난 국민 국가 이야기
표상으로서의 광개토왕비문
제2부
발해사 연구에서의 국가와 민족
발해사를 둘러싼 민족과 국가
제3부
동아시아 문화권의 형성
제4부
근대국가의 형성과 '일본사'에 대한 고찰
구로이타 가쓰미를 통해 본 식민지와 역사학
보론
각인된 오리엔탈리즘
주석

 

서평

동아시아 고대사는 실재의 기술인가 근대의 창출인가?
“해방 후의 한국사 연구는 그 이전의 일본사 연구가 근대 국가 형성기의 일본을 고대에 지나치게 투영하여 읽어 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근대 한국의 민족 의식을 투영한 역사 해석이라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동시에 근대의 국민 의식을 전제로 일본 민족과 한민족을 일 대 일 관계로 간주하고 제각각 고대 이래 자기 완결적으로 민족사를 걸어왔던 것처럼 받아들여 의심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해방 후 한국인에 의한 이른바 한일 관계사 연구에서는 일본 민족에 대한 한민족의 우월성을 고대사 속에서 추구하는 것이 의문의 여지없이 시도되어 왔던 것이다.”
- 머리말 에서
이 책은 동아시아의 역사적 고대가 일본,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 근대 국민 국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전통'으로 변용된 현상을 강력히 문제삼은 획기적 사론집(史論集)으로, 동아시아의 고대 텍스트가 근대 국민 국가 체제라는 컨텍스트 속에서 동아시아 각국의 근대 텍스트로 어떻게 둔갑하였는지를 밝히는 동시에, 이 같은 '만들어진 고대'의 역사상을 해체하고 새로운 고대 동아시아 역사상의 재구축을 대담하게 시도한 역작이다.
이렇게 근대가 창출해 낸 고대사의 문제에는 대표적으로 단군을 둘러싼 고조선 연구, 낙랑군의 위치를 둘러싼 문제 제기, 고대 한일 관계사에 핵심 문제가 되었던 광개토왕비문의 해석 문제 등이 있다. 이러한 고대사의 연구에는 근대 국민 국가의 형성이라는 현재의 욕망이 매개 없이 투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와 같은 문제 의식 아래서 광개토왕비문의 해석 문제, 발해사를 둘러싼 민족과 국가 문제, 동아시아 문화권의 영향 관계, 그리고 식민지 역사학이 품고 있는 욕망의 문제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저자는 특히 이러한 문제에 있어서 일본의 고대사 연구가 '서양'이라는 대립항의 존재를 설정해 놓고 그 서양과의 관계에서 고안되고 실체화되었음을 지적하며, 이에 대응하여 한국과 북한의 고대사 연구도 '일본'과의 관계 안에서 동일한 경로를 거쳐 진행되어 왔음을 날카롭게 분석해 보인다.
그 대표적인 예로 광개토왕비문의 “신묘년(391년)에 왜가 바다를 건너 백제, 신라를 쳐부수고 신민(臣民)으로 삼았다”라고 해석된, 지금까지 고대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뒷받침하는 제일급 사료로 취급되어 온 부분은, 어디까지나 근대 일본, 곧 청일.러일전쟁 시기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일본이 자의적으로 투영시켜 만들어 낸 해석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이를 통해 자신들이 고대 한반도를 지배한 이래 늘 정치적으로 우위에 있었다(日鮮同祖論)고 하면서 근대의 식민지 지배를 합리화하고, 나아가 일본이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하였으며 한국을 문명화시켰다는 담론을 유포시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비문 해석에 대한 한국과 북한의 비판과 이의 제기는 거꾸로 고구려, 백제, 신라에 근대의 한민족을 투영시켜 비문을 한국에 우세하게 해석하려는 의도 아래서 고대 일본에 대한 한민족의 압도적인 승리를 기록한 텍스트로 읽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비문을 둘러싼 논쟁은 사실은 비문의 표상을 둘러싼 투쟁에 다름이 아니다. “근대의 텍스트로서의 비문의 표상은 국민이라는 '상상의 공동체'에 알맞은 이야기의 역할을 한” 것이라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좋든 나쁘든 우리는 19세기 말에 만들어진 일국사의 틀 속에서, 더구나 근대의 컨텍스트에 끌어당겨져서 지난 100년 동안 역사를 구상해 왔다.
그 때문에 '사실'(史實)이라고 하는 것도 일국사라는 패러다임의 이론 부하성(負荷性)과 근대의 편향을 띠고 있는 것이다. 만일 일국사를 넘어서는 광역권에서 새로운 역사의 패러다임을 추구하려 한다면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이전의 역사적 '사실'(事實)이 재구축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며,
근대의 컨텍스트에 끌어당겨진 고대를 고대의 컨텍스트에서 다시 읽는 작업도 조속히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 책 79쪽)이라고 말한다. 이 점은 이 책에서 또 하나 중요하게 다루는 발해사 연구에 있어서 국가와 민족이라는 연구 시점(視點)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출처 -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