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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추천도서(460) 마사 퀘스트 - 도리스 레싱



 

책소개

『마사 퀘스트』는 도리스 레싱이 1952년에 발표한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이 책은 흔히 ‘마사 퀘스트’ 시리즈라고 불리는 ‘폭력의 아이들(Children of Violence)’ 시리즈의 첫 권이다. 『마사 퀘스트』에 이어 약 20년에 동안 출간한 『어울리는 결혼(A Proper Marriage)』(1954), 『폭풍의 여파(A Ripple from the Storm)』(1958), 『육지에 갇혀서(Landlocked)』(1965), 『네 개의 문이 있는 도시(The Four-Gated City)』(1969) 등 ‘폭력의 아이들’ 시리즈는 도리스 레싱이 자신의 소설적 역량을 모두 쏟아 부어 완성한 걸작으로 꼽힌다.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하여 ‘마사 퀘스트’라는 여성 주인공이 점차 새로운 세계를 향해 눈을 떠 가는 과정을 그린 이 시리즈는 도리스 레싱이 영국 문학계에 입지를 다지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도리스 레싱은 언제나 작품 속에서 인종 문제, 공산주의, 여성 문제 등을 다루는데, 기존 제도의 비판 세력으로 나타난 이런 사상에 대해서도 모순과 단점을 발견하여 날카로운 시선으로 관찰하고 있다. 즉, 낡은 것을 대체하기 위해 생겨난 새로운 사상과 가치라 해도 레싱은 낡은 것에 들이댔던 비판의 눈을 그대로 들이댔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녀 작품 속의 주인공들은 낡은 껍질을 깨고 새로운 세상을 접하면서도 그 속에서 새로이 환멸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레싱의 작품에서는 한 인간이 성장해 나가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그와 더불어 끊임없이 실패와 환멸을 겪는 모습이 펼쳐진다.
『마사 퀘스트』 역시 주인공 소녀 마사 퀘스트가 결혼으로 막을 내리는 사춘기 시절을 거치면서 느끼는 불만과 불안, 그리고 더 큰 세상을 향한 갈망과 좌절을 포착해 낸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결국 인습과 전통에 지배당하는 자신과, 거기서 벗어나려는 자신 사이를 오가면서 점차 성장해 가는 한 여성, 한 인간의 모습이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저자소개

작가 도리스 레싱은 현대의 사상·제도·관습·이념 속에 담긴 편견과 위선을 냉철한 비판 정신과 지적인 문체로 파헤쳐 문명의 부조리성을 규명함으로써 사회성 짙은 작품세계를 보여준 영국의 여성 소설가이자 산문 작가. 열네 살 이후부터 어떤 제도 교육도 거부한 독특한 이력은 기성의 가치 체계 비판이라는 그녀의 작가 정신과 태도의 일관성을 잘 보여준다. 그녀는 수차례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며, 200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 이 외에도 서머싯 몸 상(1956), 메디치 상(1976), 유럽 문학상(1982), 아스투리아스 왕세자 상(2001) 등을 수상했다.
영국인으로서 영국의 식민지 로디지아(아프리카에 있으며 지금의 짐바브웨의 대농장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녀는 특히 인종차별 문제, 여성의 권리 회복 문제, 이념 간의 갈등 문제 등에 깊이 천착한다. 그러나 이런 관심들은 어설픈 사회 개량주의나 특정 가치에 대한 추종과 옹호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것들은 현대를 사는 여성의 조건을 정열적으로 묘파한 소설 『황금노트(The Golden Notebook)』나 '폭력의 아이들(Children of Violence)' (이 작품은 5부작으로서 제1부인 『마사 퀘스트(Martha Quest)』는 1981년 민음사에서 출간되어 우리 독자들에게도 알려져 있다)에서 탐험과, 환멸, 도전의 끝없는 되풀이라는 시지푸스적 자아탐색의 형태로 승화하여 나타날 뿐이다. 그러므로 삶의 문제들을 사회적·정치적 차원에서 가차없이 분석 비판하는 도리스 레싱의 투사적 면모를 안이한 타협을 거부하는 치열한 작가 정신의 은유, 그 이외의 것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그녀의 날카로운 정치 의식과 사회비판 의식은 전통과 권위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어리석음, 반가치 등의 집단 폭력으로부터 인간 개인의 개성적인 삶과 사상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모든 문학이 그러하듯, 인간과 생명에 대한 깊은 사랑과 경외가 깔려 있다.

[예스24 제공]

 

서평

2007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도리스 레싱의 『마사 퀘스트』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162번)으로 출간되었다. 식민지 아프리카의 영국 여성이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도리스 레싱의 체험이 다분히 녹아들어 있는 자전적 소설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도리스 레싱이 “회의와 열정, 환상의 힘을 통해 분열된 현대 문명 세계를 응시하고 여성의 삶을 체험을 통해 풀어낸 서사 시인”이라며 노벨 문학상 선정 이유를 밝혔으며, 특히 『마사 퀘스트』는 “‘해방된 여성’의 심리와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레싱은 이 소설을 통해 구세대와 신세대, 지배 세력과 피지배 세력 간의 불화의 세기인 20세기가 키워 낸 세대가 겪어야 했던 성장통과 그들이 발견한 새로운 세계를 그리고 있다.
우리 시대의 격동과 염원, 그리고 그 비극적 결말이 낳은 아이들의 이야기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스페인 내란이 일어나던 1930년대, 아프리카의 한 영국 식민지 국가. 마사 퀘스트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농장을 하는 영국인 부모와 사는 열다섯 살 소녀이다. 그녀는 활기차고 열정적이며, 경험과 지식에 항상 목말라한다. 그러나 자신이 사는 외진 마을뿐 아니라 위선적이고 무능한 부모까지 모든 것이 불만스럽고, 판에 박힌 생활이 지겹다. 마사의 유일한 도피처는 이웃에 사는 유대인 소년이 빌려 주는 책이다. 책을 통해 자신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를 꿈꾸기 시작하던 그녀는 결국 이웃 도시로 나가서 작은 법률사무소에 타이피스트로 취직한다. 그녀에게는 큰 세상인 이 도시에서, 경험하고 싶어 하고 알고 싶어 했던 진정한 삶과 마주하기를 고대한다. 부모와 농장과 어린 시절의 구속에서 벗어나려고 온 도시는, 아프리카라는 대륙과 마찬가지로 거칠고 광대하지만 뚜렷한 한계가 그어져 있는 곳이다. 또한 표면적으로는 민주주의로 보이나 인종적 긴장감과 적대감이 짙게 깔려 있다. 마사는 공산주의 모임에 나가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데, 새로이 맛본 자유는 그녀에게 충격과 혼란만을 줄 뿐이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서도 모순을 발견한 마사는 마침내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성이 나서 퉁퉁 부어 시뻘건 목 뒤가 옷깃 위로 비어져 나온 그가 야비하고 추해 보였다. 그녀는 생각했다. ‘지금이라면 나를 해방시킬 수도 있어. 그와 꼭 결혼할 필요는 없어.’ 그러나 동시에 자기가 어쩔 수 없이 그와 결혼하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원하든 말든 그녀는 결혼을 향해 끌려가고 있었다. 그녀는 또한 마음속에서 이 남자와 결혼한 상태로 계속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용히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폭력의 아이들’ 시리즈의 첫 권인 『마사 퀘스트』는 마사가 결혼하는 것으로 끝이 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결혼한 상태로 오래 있지 않을 것’이라는 속삭임이 들려온다. 결국 마사의 탐색과 탐험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며, 이어지는 ‘폭력의 아이들’ 시리즈, 나아가 다른 작품들로 연장되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