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소개
급속한 정보화의 발달만으로 세계가 하나의 공동체라는 명제가 참이 될 수 있을까. 아침은 파리에서 먹고 점심은 런던에서 먹으며 저녁엔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캐츠를 보고 나온다고 해서 그것이 진정한 세계화 혹은 지구화의 이상적인 단면이 될 수 있을까. 중국에 있는 일본인이 맥도날드 햄버거를 하나 사 먹는 것으로 그것만으로 지구화라 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선 지구화가 우리의 삶과 미래를 뒤흔들고 있는 현재, 진정한 지구화 논쟁에 대해 지구화라는 화두를 뜯어보고 조립한다. 저자는 지구화의 다양한 양상, 복합적인 차원 그리고 다양한 해석과 논쟁을 분석 비교하며 지구화의 함정들을 밝혀냄으로써 그에 대한 방안을 모색한다. 무엇보다도 정치적 대안의 지평을 열어가려는 저자의 노력이 시선을 잡으며 우리에게 지구화의 의미와 지구화의 대응과 준비에 대한 거침없는 조언과 충고를 던지고 있다.
지구주의는 어느 사이엔가 모든 정당, 모든 제도, 모든 출판물들에 침투해 들어간 일종의 바이러스다.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과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가 경제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지구주의의 신앙이다. 이런 점에서 신자유주의 지구주의는 그 최대의 적인 마르크스주의를 닮았다. 아니 그것은 마르크스주의가 '매니지먼트 이데올로기'로서 부활한 것이다. 이를테면 경제적인 '뉴에이지'인 셈이다. 이 부흥운동은 사도들과 예언자들이 지하철 승객들에게 팸플릿을 나눠주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시장의 정신으로 세계를 구원하자고 회친다는 점에서는 별로 다를 것도 없다.
이런 점에서 신자유주의적 지구주의는 완전히 비정치적으로 행동하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다. 혁명적인 무정치성! 유감이기는 하지만 (사회)국가와 민주주의를 최소화할 것을 강제하는 세계시장의 법칙을 완수하는 것, 이것이 그 이데올로기의 내용이다.--- p.228~229
5. 출판사 리뷰
『지구화의 길』, 이 책의 내용에 대하여
그는 근대화의 필연적인 결과로서 지금까지의 근대화 (제1의 근대)를 더 이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조건들이 산출되었음을 주목한다. 이것은 근대화의 ;의돛 않은 동반 결과'라고 불리는 현상으로서 생태파괴, 국민국가의 무력화, 초국민적인 커뮤니케이션과 네트워크의 부상, 초국민적인 문화와 생활양식 등이 거론된다. 이러한 새로운 현상들은 제1의 근대에서 사회모델이 되어왓던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지구화'라는 범주로 포괄된다. 1990년대에 서구에서 벌어진 열띤 '지구화 논쟁'의 핵심에는 국민국가의 주권과 권위의 실추, 그리고 무력화 현상이 중심 주제로 자리잡고 있다. 그는 지구화를 단순히 신자유주의자들의 '세계회' 탓으로만 돌리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그의 신선한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데, 지구화 논쟁의 가장 큰 난점은 바로 이 스러져 가는 국민국가의 기력을 어떻게든 회복시키고 강화하려는 여러 '보호주의자들'이 국민국가의 덫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선 현재의 상황에서는 이미 성립된 지구 사회와 지구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한다. 물론 '지구화'의 현상태를 인정한다고 해서 '지구주의'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세계화')라는 경제주의적 이데올로기와 혼동 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구화란 반드시 경제적 지구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은 '세계화'라는 기존의 번역어를 배제하고 '지구화'라는 용어를 썼다). 지구화, 지구성을 이해할 때 필수적인 것은 '세계'라는 어떤 단일한 과정이나 단일한 실체로 동질화, 등질화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그러면 지구화 시대의 대안은 무엇인가? 위로부터의 대안과 아래로부터의 대안이 있을 것이다. '초국민적 국가'를 위로부터의 대안이라 한다면, '전지구적 시민운동론'은 아래부터의 대안에 해당할 것이다. 특히 그의 '아래로부터의 지구화'의 구상은 진취적이고 흥미진진하다. 예컨대, 제품에 대한 생산지 라벨이나 환경 라벨만이 아니라 생산지역에서의 민주주의와 노동조건을 표시하는 민주라벨을 제도화해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은 새로운 사회학적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논의거리임이 분명하다.
6 추천평
민족의 분단과 오랫동안 종속국의 경험을 이어온 한국의 입장으로서는 국민국가를 초월하기는 커녕 국민국가적 열망과 지향성을 더욱 강화하는 형편에 놓여 있는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진보성을 점점 상실해 가는 한국의 민족주의는 지구화의 담론을 과거의 '민족자결주의'나 '사해동포주의'를 상기하기 보다는 세계 중심국으로의 도약을 의미하는 담론으로 읽어내는 듯하다. 동서독 통일의 열광과 희열의 10년동안 지구화의 낙제생이 되어버린 독일의 현실을 냉정하게 재점검하고 있는 우리히 벡의 시선은 그런 점에서 단순히 남의 일만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지구화의 길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찾는데 큰 도움을 줄 만한 사회학적인 혜안이 가득 담긴 책이다.>
출처 - YES 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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