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소개
메를로-퐁티의 『지각의 현상학』은 현대 철학의 고전으로, 근대 철학의 고전인 헤겔의 『정신 현상학』에 비견되는 명저이다. 후자가 정신의 자기 운동과 그 구조를 상설한 것이라면, 전자는 신체의 자기 체험과 그 구조를 기술한 것이라고 대비시킬 수 있을 것이다. 후자를 의식 중심주의로 대변되는 근세 철학의 완성본으로, 전자를 그 완성의 역전판으로 읽을 수도 있다. 메를로-퐁티의 『지각의 현상학』은 의식 일변도의 서양 철학의 눈길과 발길을 신체로 되돌려놓는 신기원을 이룩한 역작이다. 그것은 서양 철학의 역사에 있어서 철학의 자기 변형을 초래한 칸트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회, 로티의 언어적 전회처럼 ‘신체적 전회’라고 명명할 수 있다.
메를로-퐁티의 신체적 전회는 후설의 후기 사상을 계승, 발전시킨 하나의 사건으로서 현상학적 사유의 막힘없는 개방성을 실증함은 물론, 메를로-퐁티의 표현을 빌리면, “현상학을 실천하는 대로 존재하게 하면서” 서양 철학의 케케묵은 근본문제, 즉 경험주의와 주지주의의 기나긴 대립을 해결하는 데 빛을 던져주었다. “인식하는 정신은 하나의 육화된 정신이다”후설이 자연주의의 위협에 대한 응전으로서 현상학을 창시한 것처럼, 메를로-퐁티는 경험주의 철학과 주지주의 철학에 대한 비판으로서 신체의 현상학을 내세웠다. 그는 지각적 경험을 ‘고전적 편견’으로 간주하며, 그것을 극복하고 객관주의 철학의 뿌리를 분명히 하며 근원적으로 비판하고 해명하고자 ‘신체의 현상’으로 복귀했다. 후설의 선험적 의식으로부터 신체에로 이행하는 것이 메를로-퐁티의 『지각의 현상학』의 출발점이다. 따라서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은 선험적 자아에서 신체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에서 선험적 의식을 역구성하는 데서 성립한다. 아니, 그 이상을 이룩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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