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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825 1기(13.3~18.2)

3월의 추천도서(376) 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 - 야샤르 케말


 



책소개

 

터키 작가 야샤르 케말의 소설 두 편이 수록된 작품집이다. 1987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케말은 여성, 소수민족, 가난한 소시민과 도시 빈민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발표해온 작가이다.

표제작 '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는 납치혼과 명예살인이라는 전통에 희생되는 여인의 삶을 아이의 시선을 통해 보여준다. 어머니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밖에 없었던 아이의 복잡한 심정과 처절한 가족사, 사람들의 질투와 증오가 간결한 문체로 그려진다. 치밀한 심리 묘사와 추진력 있는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

두번째 소설 '아으르 산의 신화'는 쿠르드족에게 동화 정책을 강제 집행하던 오스만 제국과 쿠르드족의 갈등을 풍자한다. 터키와 쿠르드족의 갈등을 비유하는 설화적 형식과 연인들의 아름답고도 비극적인 사랑이 긴 여운을 남긴다.

 

저자소개

 

야샤르케말 1923년 터키 아다나Adana 시의 작은 마을인 헤르미테Hermite에서 출생하였으며 본명은 ‘케말 사득 괴의젤리’이다. 1944년 「추한 이야기」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공산당을 조직하는데 가담하였다는 혐의로 구속된 후 풀려나 1951년부터 『줌후리에트Cumhuriyet』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면서「아기」 「가게 주인」 「땡볕」 등 여러 작품을 발표하였다. 이 시기에 채집한 아나톨리아 민속 자료를 바탕으로 훗날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대표작 「의적 메흐멧」과 「아나톨리아의 세 가지 신화」를 집필하였다. 1956년 완성된 「의적 메흐멧」으로 『바르륵Varlik』지의 공모 대상을 받았으며 국제 펜클럽의 추천으로 이 작품을 프랑스어로 번역, 출판하였다. 1962년 터키 노동당에 입당하면서 작가로서의 기반을 확고히 하게 되는 여러 작품들을 집필하였으며, 1969년 발표한 「이슬람 사원의 겨울」이 정부를 비판했다는 죄목으로 감옥에 수감되기도 하였다. 이후 터키 작가 협회 회장, 터키 작가 노조 위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정치 활동에도 주력하였다.
「철공소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으로 마다라르Madarali 소설상(1974)을 수상하였으며, 1970년 프랑스에서「불로초」로 최고의 외국 문학상을, 「빈보아 신화」로 그해 최고의 작품상을 수상하였다. 1982년에는 국제 델 두카DEL DUCA 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1987년에는 스웨덴 한림원과 작가 협회의 추천으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목차

 

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
아으르 산의 신화
옮긴이 해설
작가 연보
기획의 말

 

책속으로

 

하산은 꿈을 꾸면서 살았다. 매일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오히려 하루라도 아버지와 엄마에 대한 얘기를 듣지 않으면 뭔가 허전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젠 익숙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하는 말을 달달 외울 정도였다. 이제 자기 아버지나 엄마에 대해 떠드는 사람이 있어도 그냥 지나쳤다.

아버지가 귀신이 되었다, 엄마는 창녀다, 하산이 드디어 미쳤다 등의 갖가지 얘기가 귀 아프게 들려왔다. 새로운 화젯거리가 없으면 이젠 또 말을 만들어서 떠들어댔다. 그 사실이 진짜인 양 떠들어댔다. 꿈인지, 생시인지도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귀신이 된 아버지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엄마를 둘러싸고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갔다. 마을 사람들은 계속 무슨 얘기든 지어냈다. 지어내고, 또 지어내고, 꾸며낸 얘기인 줄 알면서도 그 얘기를 믿고, 또 믿었다.

- '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 중에서 

코잔 교도소에 있을 때였지요. 어느 날 열두 살쯤 되어 보이는 한 소년이 들어왔는데, 사고로 자기 엄마를 죽였다고 하더군요. 사냥총으로 쏘았다는 거예요. 3개월 정도 같이 있었는데, 친구처럼 지낼 수 있었지요. 그 애는 입에 자물쇠라도 달아놓은 것처럼 3개월 동안 입도 벙긋 안 했지요. 잠도 한숨 못 자는 것 같았어요. 신경은 또 얼마나 예민한지요······. 그래도 나한테는 아무도 없을 때면 자기 얘기를 털어놓더군요. 그런데 알고 보니 어머니를 죽인 게 실수가 아니더군요. 사고가 아니라 그야말로 ‘살인 사건’이었어요······! 작품 해설

“그래도 여기를 떠나시오. 여기 있으면 곧 죽게 될 거요. 내가 형수를 살려둔다고 이제 어머니는 나하고 말도 안 해요. 이브라힘 형도 형수를 벼르고 있지만 내 눈치만 보는 중이오. 여길 떠나요. 재산이고 뭐?다 버리고, 애도 버려요. 난 분명히 말했소. 당신은 죽게 될 거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없소. 할릴 형을 죽인 게 형수라는 걸 온 마을 사람들이 다 알고 있고, 또 온 아나바르자 지역에 얘기가 떠돌고 있소. 형수가 여기 버티고 있으면, 아마도 내가 당신을 죽일지도 몰라요. 여길 떠나 목숨을 보존하시오. 다시 이 집에서, 또 피를 보고 싶지 않으니. 나도 이젠 지쳤소. 내가 형수를 그냥 놔둔다 해도, 아마 내 아이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고 아니면 이브라힘 형이 죽일지도 모르지. 아니면 어머니 친척들, 삼촌들, 사촌들이 당신을 가만히 놔두겠소? 언젠가 죽게 될 것은 너무도 뻔한 일이오. 만약 아무도 처치 못하면 형수 아들 하산을 시켜 죽이도록 할 거요.” 41

“원수를 갚으려면 압바스 형제들에게 가서 갚지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구! 그놈들한테 접근하기가 겁나니까 만만한 나한테 이러는 거 아니야? 나한테 화풀이하는 거 아니냐구! 가란 말야. 가서 압바스네 식구들에게 원수를 갚으란 말이야. 그렇게 한이 맺히면 거기 가서 풀란 말이야.” 48

“내가 뭘 했겠냐 하면 말이다. 나를 받아만 준다면 너희 집에 가서 자리를 깔고, 계속 거기에 붙어 있었을 거야. 나를 쫓아낸다면 또 꾀를 내서 너희 집에 들어가고 말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네 엄마 얼굴을 감상하면서 말이다. 하산아, 네 엄마 에스메를 바라보면서 천당으로 가고 싶구나. 네 엄마의 사랑과 아름다움을 마음껏 만끽한 사람이 어디 지옥에 갈 수 있겠니? 네 엄마를 지켜본 것만으로도 사랑으로 채워져 천국에 갈 수 있을 거다. 저세상에 있는 알라께서도 네 엄마를 보면 반해서 눈을 떼지 못할 텐데. 그런데 그런 네 엄마를 죽인다는 게 어디 될 법이나 한 소리니?......” 62

 

 

출처 :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