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AD 1825 1기(13.3~18.2)

10월의 추천 도서(606) 박찬욱의 몽타주(산문집), 오마주(평론집) - 박찬욱


 

1.책소개

 

몽타주(산문집)

 박찬욱 감독의 첫 번째 산문집. '몽타주montage'는 용의자를 찾기 위한 합성사진이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컷과 컷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영화 장르의 핵심적 특성을 드러내는 용어이기도 하다. <박찬욱의 몽타주>는 스크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박찬욱 감독의 진면목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은 칼럼, 에세이, 서면ㆍ셀프 인터뷰, 제작일지 등 다양한 글들이 모여 '매력적으로 뻔뻔한' 박찬욱 감독의 몽타주를 구성하고 있다. 세계적인 감독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과정과, 액션과 컷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박찬욱 감독 특유의 여유와 낙천성, 유머를 통해 생생하게 풀어내었다.

1부에는 박찬욱 감독의 인생관과 취향을 두루 보여주는 칼럼과 에세이 18편을 선별해 수록하였다. 2부에는「데뷔記」를 포함하여 <친절한 금자씨>, <복수는 나의 것>,<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에 대한 인터뷰와 제작일지 13편을 실었다. 3부에는 B무비에 대한 애정을 토로한 글들을 비롯하여 감독론과 깊이 있는 영화평 12편을 담았다.

 

오마주(평론집)

박찬욱 감독의 첫 번째 평론집. '오마주hommage'는 영화 감독이 다른 영화나 감독, 스타일에서 받은 영향을 자신의 영화 속에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박찬욱의 오마주>는 절판된 이후 수많은 영화 마니아들을 기다리게 만들었던『영화보기의 은밀한 매력 - 비디오드롬』의 개정증보판이다. 기존의 70편 글을 개고하고 새로운 영화이야기 55편을 더해 총 125편을 수록하였다.

이 책은 감독 이전에 영화평론가로 활동했던 박찬욱 감독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영화, 더 나아가 영화 장르 전체에 바치는 '오마주'이다. 걸작으로 손꼽히는 영화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B무비나 장르영화까지 다양하게 섭렵하여 독자적인 시각으로 재평가하고 있다.

국내 미개봉작을 비롯해 본국에서도 외면당한 저주받은 걸작, 새롭게 해석된 컬트 영화 등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면서 한층 깊은 영화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세계가 형성된 배경을 엿보는 데에도 도움을 주는 책이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2.저자소개

 

박찬욱

1963년생, 서울토박이. 서강대 철학과 졸업. 재학중 사진동아리
〈서광회〉와 영화동아리 〈서강영화공동체〉의 멤버였다.
〈깜동〉(1988)과 〈비오는 날 수채화〉(1990)의 조감독을 거쳐, 1992년 〈달은...해가 꾸는 꿈〉으로 감독 데뷔. 이어 〈삼인조〉(1997) 단편 〈심판〉(1999)을 발표했다. 〈공동경비구역JSA〉(2000)를 만들기 전까지, 영화에 관한 글도 쓰고 각종 방송매체에 출연하는 등 비평가 노릇을 했다.
그후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로 이루어진 이른바 ‘복수 3부작’을 완성. 그밖에 〈여섯 개의 시선〉 중 한 에피소드인 단편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2002) 〈쓰리, 몬스터〉의 한 에피소드인 단편 〈컷〉(2004), 이승열 뮤직비디오 〈Secret〉(2003)을 연출했다. 〈아나키스트〉(2000) 〈휴머니스트〉(2001)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2002) 〈소년, 천국에 가다〉(2005) 등의 영화에 공동각본으로 참여했으며 연극 〈선데이 서울〉(2004)에 원작을 제공하기도 했다.
청룡상, 대종상, 백상예술대상, 춘사영화상, 대한민국영화상, 영평상, 부산영평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을 받았고, 2004 칸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시체스영화제 작품상, 판타스포르토영화제 작품상, 시애틀국제영화제 떠오르는 대가상, 도빌국제영화제 작품상, 베니스영화제 젊은 사자상, 영국독립영화상을 비롯, 코냑, 스톡홀름, 토리노, 테살로니키 등지에서 수상했고, 베를린, 뉴욕, 토론토, 런던, 선댄스, 에딘버러, 우디네영화제 등에 초대되었으며 동경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을 하기도 했다. 현재 2006년 가을 완성을 목표로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제작중. 한국영화감독조합의 공동대표.

 

출처 - 도서11번가

 

3. 출판사서평

 

몽타주(산문집)

'매력적으로 뻔뻔한' 박찬욱 감독의 모든 것!

1. 박찬욱 감독은 전방위적 인물이다. 베를린, 뉴욕, 토론토, 런던, 선댄스, 에딘버러, 우디네 영화제……. 한해만도 수차례씩 해외 영화제에 초청을 받으며, 세계 곳곳에 자신의 영화를 소개하느라 분주하다. 단순히 최근의 지리적 행보뿐 아니라, 그는 영화 장르 안에서도 활발히 촉수를 뻗쳐 왔다. "예술 영화, 작가 영화로 출발해 장르 영화를 거쳐, B급영화, 컬트영화 등 다양한 영화에 애정을 표해온…" (『 씨네21 영화감독사전』중에서) 이라는 평가는 영화광 출신 감독의 부지런한 동선을 잘 요약해주고 있다.
2. 박찬욱 감독은 입지전적 인물이다. <달은...해가 꾸는 꿈>으로 야심차게 데뷔하고 차기작 <삼인조>에서 참신한 실험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로 인해, 영화평론가 및 비디오 가게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며 쓰디쓴 공백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안정감 있는 연출력을 보여준 <공동경비구역 JSA>를 통해 '흥행 감독'의 역량을 보여주었으며 이후 <올드보이>로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는 등 최고의 입지에 올랐다.
3. 박찬욱 감독은 변화무쌍한 인물이다. 박 감독은 끊임없이 '복수'라는 주제에 천착하면서도 다양한 변주를 이루어내고 있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하드보일드의 비정함을,< 올드보이>에서는 과잉의 격렬함을,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미학과 윤리학의 결합을 시도했다. 끊임없이 전복하고 넘어서려는 시도로 인해 낙차와 상승을 번갈아 겪기도 하지만, 매너리즘의 기미란 일절 찾아볼 수 없다. B무비 팬이면서 주류영화 감독이며, 상업성과 예술성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는 박찬욱은 자신만의 빛깔을 발산하고 있으면서도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그 때문인지 많은 이들이 박찬욱 감독의 영화로만 만족하지 못하고, 스크린 바깥에서의 그에 대해 궁금해한다. 복합적이고도 모순적인 성격의 박찬욱이 지닌 내공의 깊이를 어떻게 가늠해볼 수 있을까. 박찬욱이 지금껏 틈틈이 써온 글들을 읽는 것, 한편 한편의 글을 통해 하나의 몽타주를 구성해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가슴이 탁 트일 만큼 유쾌한 문장들

'몽타주montage'는 보통, 용의자를 찾기 위한 합성사진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리고 컷과 컷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영화 장르의 핵심적 특성을 드러내는 용어이기도 하다. 첫번째 산문집인 『박찬욱의 몽타주』는 스크린에서 볼 수 없었던 박찬욱 감독의 진면목을 속속들이 보여주는 책이다. 칼럼, 에세이, 서면 ? 셀프 인터뷰, 제작일지 등 한편 한편의 글들이 모여 '매력적으로 뻔뻔한' 박찬욱 감독의 몽타주를 구성하고 있다. 세계적 감독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과정과 액션과 컷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가슴이 탁 트일 만큼 유쾌한 문장으로 풀어놓았다.
감독 데뷔에서부터 무명 시절을 거쳐 '복수 3부작'을 완성한 최근에 이르기까지 여러 매체에 틈틈이 기고해온 박찬욱은 글 잘 쓰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정작 이 책에 실린 글 중 "내가 쓰고 싶어 쓴 글은 하나도 없다"고 털어놓는다. <공동경비구역 JSA> 이전에는 돈을 벌기 위해, 이후에는 청탁을 거절하지 못해 썼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영화 마니아들과 비평가, 글을 업으로 삼는 이들이 박찬욱 감독의 만만찮은 필력을 아낌없이 인정한다. 왜일까. '어차피 맡은 일이라면 열심히 한다'는 프로 의식과 '빨리 끝내고 내 시나리오를 써야겠다'는 열정이 추동한 탓이다. 거기다 즐거움이라는 요소도 빼놓을 수 없다. 스스로 '쓰고 싶어 안달이 나서 쓰듯이' 썼기에 그 재미가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박 감독은 여유와 낙천성, 특유의 유머를 아낌없이 발휘하면서도 정곡을 놓치지 않고, 반드시 할 말은 다한다. 이는 <철학자>라는 글에서 밝힌 것처럼 "어떤 생각이든 래디컬하게, 즉 뿌리까지 깊게 파내려가지 않으면 별로 가치가 없다" (21p)는 철저한 마인드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키득거리며 웃게 만들면서도 긴장과 밀도, 치밀함을 유지하는 그의 글은 캐주얼하면서도 래디컬하다. 그리고 '즐거움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가르쳐준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썼다는 뜻은 아니다. 경위가 어떻게 되었든 어차피 맡은 일이라면 열심히 해야지. 마치 내가 스스로 쓰고 싶어 안달이 나서 쓰듯이 썼다. 그래야 즐거울 수 있으니까. 즐거워야 빨리 끝나니까. 빨리 끝내야 내 시나리오를 쓸 수 있으니까. 그런 맘으로 쓰다보면 정말 그렇게 되고는 했다.
(- 책머리에 중에서)


『박찬욱의 몽타주』 본문 소개
아니면 말고!
1부 - 칼럼, 에세이
1부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인생관과 취향을 두루 보여주는 칼럼과 에세이 18편을 선별해서 실었다. <가훈>이라는 글에서 박찬욱은 근면, 성실, 노력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유연한 가장의 면모를 보여준다. 딸아이가 가훈을 적어내라는 숙제를 내밀자, 박찬욱은 대뜸 "없다!"고 말한다. 그래도 숙제는 해가야 하니 궁리 끝에 '미워도 다시 한번'을 내놓는다. 가까운 사람들끼리 싸우더라도 돌아서서 이 말을 조용히 읊조릴 수 있다면 좋지 않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잡지에서 본 내용임을 떠올리고, 다시 고민 끝에 정한 것이 '아니면 말고'다. 그러면서 딸에게 해준 말이 다음과 같다. "뭐든지 멋대로 한번 저질러보는 거야. 그랬는데 분위기 썰렁해지면 그때 이 말을 쿨하게 중얼거려주는 거지." 최선을 다해 노력해보고 그래도 이루어지지 않았을 땐 툭툭 털어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1년 후, "아빠, 이 종은 두 가지 소리를 낼 수 있다"는 딸의 말을 듣고 이렇게 바꾸기로 결심한다. '두 가지 종소리를 듣는 사람이 되자'. 한 번은 종을 그냥 흔들어 맑은 소리를 내고, 또 한 번은 몸통을 감싸쥐고 흔들어 밉고 탁한 소리를 들려주는 딸의 모습에서 양달과 응달을 고루 응시하는 현명한 눈을 발견해낸 것이다. 이 글 외에도 방학숙제를 위해 딸과 함께 공동창작한 동화 <짝짝이>, 개를 좋아하는 딸과 알레르기가 있는 감독의 갈등기를 다룬 <개와 고양이>는 슬그머니 웃음을 머금게 하는, 박찬욱 감독의 가정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레퍼런스가 풍부한 감독"이라는 입소문을 확인케 하는 글들도 눈에 띈다. 소설, 음악, 영화 등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에서 인상 깊었던 아티스트나 작품들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감상을 털어놓고 있다. 필립 K. 딕, 커트 보네거트, 로저 젤라즈니의 작품을 언급하기도 하고, "안 그러려고 해도 소설을 읽다 보면 자꾸 영화화 가능성을 따져보게 되곤 했다. 직업병이다"라는 소회를 털어놓기도 한다.
'조르디 싸발'이라는 뮤지션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디아스포라 세파르디> 앨범은 "얼마나 감격했는지 한창 촬영 중에도 들고 다니면서 틈틈이 들었을 정도였다"는데 결국 편곡하여 <공동경비구역 JSA>사운드 트랙에 실었다. 감탄해 마지 않았던 <마레타>라는 곡은 결국 <친절한 금자씨>에 사용했다.
가수 톰 웨이츠에 대한 애정도 펼쳐놓고 있다. "희망은커녕 가사나 멜로디나 음색이나 모든 게 절망으로 가득하다. 그렇지만 그냥 심각하기만 한 게 아니라 유머가 대단히니 바로 그래서 내가 좋아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중에 내가 찍을 어떤 영화에 톰 웨이츠의 <검은 날개>를 쓰려고 하니까 다른 감독들은 참아주기 바랍니다"라고 밝혀놓았다.
그밖에도 같은 영화나 감독에 대한 지지도 아끼지 않았다. <죽어도 좋아>가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자 격앙된 어조로 항의하기도 하고, 유쾌와 진지를 함께 갖춘 류승완?승범 형제에 대한 애정도 마음껏 토로했다.

인터뷰는 영혼을 갉아먹는다
2부 - 서면 ? 셀프인터뷰, 제작일지
2부에서는 「데뷔記」를 포함하여 <친절한 금자씨> <복수는 나의 것>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이상 네 편에 대한 인터뷰와 제작일지 13편을 수록했다. 수십억의 예산과 수십 명의 스태프들과 함께 일하는 감독의 입장에서는 '흥행'에 직접 영향을 주는 매체 홍보를 도외시할 수가 없다. 그러니 영화를 완성하자마자 쏟아지는 각종 매체의 인터뷰나 원고 청탁을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는 것이다. 무명 시절과 비교해보면 분명 행복한 일이지만, 그래도 박찬욱은 피로감 또한 감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이유를 밝혀놓고 있다.
"감독 자신이 제 입으로 하는 이른바 '연출 의도' 설명은 그것이 마치 유권해석인 양 여겨지므로 재미 하나도 없다. 다양한 해석의 드넓은 평원, 그 한구석에 새끼줄 쳐놓고 '요기서만 노세요' 하는 꼴"( 102p)이라는 게 그 첫번째 이유다. 어차피 나오는 질문들이 거기서 거기이다 보니, 수십, 수백 번 같은 대답을 되풀이하게 된다는 점도 피로감을 가중시킨다. 그래서 때로는 기사 마감에 쫓기는 기자와 '과다 인터뷰 증후군'에 시달리는 감독 사이에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가기도 한다.

기자들은, "<복수는 나의 것>에서 유괴범을 청각장애인으로 설정하신 이유는? 이렇게 묻지 않고, 꼭 "<복수는 나의 것>에서 유괴범을 청각장애인으로 설정하신 건 세계와의 단절, 나아가 어떤 근원적인 소통불가능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죠? 라고 묻는다. 괴롭다. 그 말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예술의 마법이 그런 말로 개념화되는 게 싫어서 그렇다. 신하균의 그 놀라운 청각장애 연기는 그런 말로 해명되는 게 아니라서 그렇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니, 얼떨결에 "뭐……예" 한다. 사흘 뒤, 신문 또는 잡지에는 이런 글이 실린다. "기자 : <복수는 나의 것>에서 유괴범 역할을 청각장애인으로 설정하신 이유는? 감독 : 세계와의 단절, 나아가 어떤 근원적인 소통불가능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거죠."
- 「인터뷰」 (102p) 중에서


하지만 박찬욱은 인터뷰의 괴로움을 창조적으로 수용했고, 그 결과 여러 독창적인 글들이 생산되었다. 「목소리(들)」은 <복수는 나의 것>에서 함께 일한 스태프의 입을 빌린 '다중시점제작기'다. 배우들뿐 아니라 프로듀서, 제작부장, 조명부, 촬영감독, 분장팀, 포스터 사진작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태프들의 목소리로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해주고 있다. 「금자씨 비긴즈」에 얽힌 사연도 재미있다. <친절한 금자씨> 개봉 무렵, 한 일간지에서 '인터뷰 당할래? 글 쓸래?'하는 바람에 쓰게 된 글이라고 한다. 「왜 하필이면」과 「골드보이」는 <올드보이>에 대한 셀프 인터뷰다. 질문과 대답 모두 감독이 직접 구성했다. 한 편의 코믹한 시나리오를 읽는 듯 재기 넘치는 글솜씨가 압권이다.

첫째도 개성 둘째도 개성
3부 - 감독론, 영화평
3부에서는 B무비에 대한 애정을 토로한 「오직 개성」「내가 사랑한 B무비」를 비롯, 감독론과 깊이 있는 영화평 12편을 담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박찬욱 감독은 B무비 마니아다. 하지만 보는 것과 만드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이미 흥행감독의 반열에 오른 그가 새삼스럽게 B무비를 찍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감독은 B무비에 대한 애정 표현을 멈추지 않는다. 박찬욱은 「오직 개성」이라는 글에서 B무비에 담긴 구체적인 역사성과 미학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경제학에서 미학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물적 조건이 상이하면 상이한 미학이 발생한다는 뜻이고, 더 쉽게 말하자면 가난한 영화에는 특유의 멋진 매력이 따라서 생긴다는 소리입니다. 저예산 영화를 단순히 경제학적 개념으로만 이해하지 말고 독특한 미학으로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여기서 대두됩니다. B 감독에게는 스펙터클보다는 인간으로, 기술적 완성미보다는 갈 데까지 가보는 극단성으로 승부를 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게 대두되기 때문이죠. 뭐가 달라도 달라야 비싼 영화와 차별성이 생길 테니까요. 첫째도 개성, 둘째도 개성, 무엇보다도 오직 개성, 이야말로 가난한 예술가의 무기입니다."(「오직 개성」 중에서, 221p)

박찬욱이 느끼는 B무비의 매력은 무엇보다 'B정신'에 있다. 부족한 돈과 시간을 참신한 아이디어로 극복하면서 주류와 차별성을 가져나가는 '전화위복의 기술'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본의는 아니지만 뻔뻔하게」에서 소개하고 있는 일본 감독 스즈키 세이준은 악조건을 창조적 계기로 전환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미학을 창조해냈다. "지나치게 비약적인 점프 컷에,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 전개, 말도 안되는 상황 설정, 비현실적인 조명과 그 조잡성을 자랑삼는 특수효과들, 어처구니없는 대사와 터무니없이 심각한 포즈들……" (233p)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화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이렇게 말하게 된다고 한다. "제 경력은 스즈키 세이준의 영화를 보기 전과 보고 난 후, 이렇게 두 시기로 나뉜다고 할 수 있습니다." B무비에 바치는 최고의 찬사가 아닐 수 없다.

박찬욱, 영화에 경의를!

'오마주hommage'는 영화 감독이 다른 영화나 감독, 스타일에서 받은 영향을 자신의 영화 속에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박찬욱 감독의 첫번째 평론집 『박찬욱의 오마주』는 감독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영화, 더 나아가 영화 장르 전체에 바치는 '오마주'다. 감독 이전에 비평가로 활동했던 박찬욱은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B무비나 장르영화까지 섭렵하여, 독자적인 시각으로 재평가하고 있다.
『박찬욱의 오마주』는 절판된 이후 수많은 영화 마니아들을 오랫동안 기다리게 만들었던 『영화보기의 은밀한 매력―비디오드롬』(1994)의 개정증보판이다. 기존의 70편 글을 개고하고 새로운 영화이야기 55편을 더해 총 125편을 실었다.
『영화보기의 은밀한 매력―비디오드롬』이 B무비 마니아로서의 독특한 취향을 대중적으로 선보이는 성격이 강했다면 개정증보판 『박찬욱의 오마주』는 좀더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면서 한층 깊은 영화세계로 독자를 안내하고 있다. 국내 미개봉작을 비롯해서 본국에서도 외면당한 '저주받은 걸작', 새롭게 해석된 '컬트 영화' 등도 다루고 있는데,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세계가 형성된 배경을 엿보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오마주(평론집)

1부 「치명적 매력」에서는 ‘과감한 실험정신으로 충만한’ <세컨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천박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마타도르>, ‘기괴하고, 정교하며, 매혹적인 서부극’ <자니기타> 등 외면하기 힘든 독특한 매력을 가진 작품들을 소개한다.

2부 「균열과 냉기」는 주로 자본주의, 가족주의, 또는 현대의 여러 풍경을 음울하고도 서늘하게, 냉소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 우디 앨런의 작품들(<한나와 그 자매들>, <또다른 여인>)이나 <아이다호> <아비정전> <스탠 바이 미> 같은 영화들이 소개되고 있으며 <에이리언 3> <이 세상 끝까지> <로보캅> <배트맨 2> 등의 SF, <공포의 계단> <나이트메어 3> 등의 공포영화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

3부 「발견과 해석」에서는 풍부한 스토리, 치밀한 캐릭터 표현, 날카로운 주제의식에 중점을 두고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다중적인 내러티브 구사’에 능하며 ‘철저히 영화적’인 로버트 알트먼 감독의 작품들(<플레이어>, <퀸테트 살인게임>), 세르지오 레오네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서부극들(<석양의 무법자>, <용서받지 못한 자>), 아벨 페라라의 <어딕션>과 마틴 스코시즈의 <비열한 거리> 등을 다루었다.

4부 「진실과 농담」에서는 <혈전영웅>과 <지존무상> 등의 홍콩 누아르부터 <엑소시스트 2>, <스크림> 등 공포영화, <다크맨>, <바론의 대모험>, <백 투 더 퓨처 2>, <이벤트 호라이즌> 등 SF 같은 장르영화를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토마토 공격대> 등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기발하고 참신한 표현이 돋보이는 컬트영화에 대한 흥미로운 평론도 눈길을 끈다.

 

 

4.책속으로

 

몽타주

이데올로기적 편향성 면이나 계몽적 태도에서 절제를 했다는 점은 의 큰 미덕이 아닌가 합니다. 통일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민족주의를, 특히 한국인의 과도한 민족주의 성향을 몹시 두려워하는 쪽입니다. 그래서 각본에서도 의열단원들이 독립운동의 차원을 넘어 무산자 혁명을 추구하는 무리임을 강조해던 것이고요. 그렇다고 본능적으로 우러나는 민족 감정까지 억눌러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통일의 당위성을 강변하기보다는 논리적으로, 현실적으로 분단 상황을 몹시 불편한 것이라는 사실을 설득하는 방향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통일을 논하기에 앞서 전쟁의 회피가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싶군요. 잘 못 느껴서들 그렇지, 한반도는 언제라도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거든요.

('나를 죽이다' 中) 163

각자의 개성을 평가한다면?
이영애는 관찰자 역할에 잘 어울리는 크고 아름다운 눈을, 이병헌은 대한민국의 가장 건강하고 평범한 젊은이를 연기하는 데 적합한 건치를 가졌죠. 송강호의 매력은 복잡하고 모순적인 캐릭터임을 단박에 드러내 줄 수 있는 짝짝이 눈에 있구요. 김태우의 그 커다란 귀는 유약하고 섬세한 성격을 표현하는 데 제격이고, 신하균의 송아지 같은 눈망울에는 선량함과 두려움이 가득합니다. 이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다는건 내게 있어 기적과도 같은 행운이었죠.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中) 195

다른 것도 아니고 가훈을 표절할 수는 없는 일......
몇시간 후, 마침내 나는 이런 문장을 백지에 적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었다. '아니면 말고'. 나는 말했다. "뭐든지 멋대로 한번 저질러 보는거야.
그랬는데 분위기 썰렁해지면 그때 이말을 쿨하게 중얼거려주는 거지." 16

" 현대인들은 자기 의지로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매우
오만한 태도, 세상에는 의지만 가지고 이룰 수 없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닥쳐오는 좌절감을 어찌할 것이냐. 최선을 다해 노력해보고 그래도
이루어지지 않았을땐 툭툭 털어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이 경쟁만능의 사회에서 참으로 필요한 건 포기의 철학, 체념의 사상이 아니겠느냐.
이 아빠도 으로 네 친구 아빠가 만든 영화를 능가하는 흥행
신기록을 세우고 싶었으나 끈태 그 20분의 1밖에 안되는 성적으로 끝마쳐야
했을때 마로 그렇게 뇌까렸던 것이다, '아니면 말고......' " 16

대학 신입생 시절 이후 언제나 J.S.바흐와 윌리엄 세익스피어. 전자는 엄격함 속에 생동하는 자유로움, 후자는 운명에 맞서 투쟁하는 인간의 나약함과 위대함. 그러나 요즘에는 이가라시 미키오의 '보노보노'에서 제기하는 철학적 질문들은 늘 나를 난처하게 만든다. 땀뻘뻘. 86

 

오마주

그리고 갈가리 찢긴 인생을 통해 그가 얻은 깨달음은 밤무대의 삼류 여가수를 따뜻하게 보살피거나 동생에게 용서를 빌 줄 아는, 작고도 당연한 사랑이다. 47

역사상 이렇게 짧은 문장으로 이만큼 죄수의 소외 상태를 명쾌하게 표현된 예는 없다. 92

그런 대답을 관객이 듣고 싶어 하도록 만드는 데 있었을 것이다. 92

불행은 체험되는 순간보다 객관화되었을 때 더욱 고통스럽다. 206

대개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이들은 열등감을 잊기 위해 더욱 열등해지려고 애쓴다. 218

 

출처 - 알라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