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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825 1기(13.3~18.2)

9월 추천 도서 (943) 시계태엽 오렌지 - 앤서니 버지스


 

1. 책소개

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앤서니 버지스의 소설은 제목 그대로 외부의 힘에 의해 태엽이 감겨야 움직일 수 있는 인간상에 대한 반성을 제시한다.
 
비행 청소년 알렉스는 성과 물질 그리고 유희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절도, 마약, 강도, 폭력과 강간 등 극단적 행위를 일삼다가 패거리의 배신으로 범죄 현장에서 잡힌다. 이야기의 후반부는 무거운 죄질 때문에 일반 교도소에 수감된 알렉스가 교도소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가가 지원하는 새로운 교도 방식 루도비코 요법의 실험 대상에 자원하는 내용을 다룬다. 저자에 의하면 루도비코 요법이란 조건반사 원리에 바탕을 둔 세뇌 훈련이다.
 
저자는 알렉스가 보여주는 폭력적 자유와 육체적, 정신적 태엽 장치를 통해 인간 개개인을 통제하고자 하는 국가적 음모를 대치시키면서,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즉, 인간의 자유의지를 무조건 긍정할 때 그 속에 도사린 위험하고 음울한 세계를 보여주는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선택과 자유의지가 제거된 인간은 태엽 달린 오렌지처럼 수동적 기계장치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음악적 요소를 작품 속에 통합함으로써 작곡가이기도 한 작가적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 이 작품에선 그가 직접 고안해 낸 독특한 비어들을 만나볼 수 있다. 충격적이고 불편하지만 철학적 색채를 띈 작품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2. 저자소개

앤서니 버지스

앤서니버지스 본명은 존 앤서니 버지스 윌슨. 1917년 맨체스터의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은행원이자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였다. 1919년 어머니를 여읜 후 이모와 양어머니 손에서 자랐다. 맨체스터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였고 2차 대전에 참전했다. 1946년부터 버밍엄 대학과 교육부에 재직했으며, 틈틈이 작곡을 공부했다. 1954년 말레이와 브루나이에서 장교로 복무하며 “말레이 삼부작”을 완성했다. 영국에 돌아와 뇌종양 판정을 받고 12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 이때부터 홀로 남을 아내를 걱정하여 열정적으로 소설 집필과 평론, 연구에 매달렸다. 하지만 얼마 후 의사의 진단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고 그는 33년을 더 살았다. 그동안 32권의 소설, 2편의 희곡과 다수의 시편 및 16권에 달하는 문학 연구서와 에세이를 남겼으며, 여러 작품을 번역했다. 유수의 신문과 잡지에 정기 기고자로 활동하다 1959년부터는 전적으로 창작에 집중했다. 1962년 대표작 『시계태엽 오렌지』를 발표했다. 이 작품은 1971년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로 더 유명해졌다. 그 후 미국 프린스턴 대학 등지에서 연구와 창작을 병행하며 영화 각본과 문학 연구서를 포함하여 다양한 저서를 냈으며, 교향곡과 오페라, 재즈 음악 작곡에도 혼신을 기울였다. 1993년 암으로 별세했다.

[인터파크 도서 제공]

 

3. 목차

제1부
제2부
제3부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알라딘 제공]

 

4. 책속으로

"상상일 뿐이야. 걱정할 거 전혀 없어. 다음 영화가 나와."
그 말은 아마 농담이라고 한 것 같았어. 왜냐하면 어둠 속에서 웃음소리가 들렸으니까. 다음으로 난 일본인이 고문을 하는 가장 잔혹한 영화를 강제로 보게 되었지. 그건 1939년~45년 전쟁을 다룬 것이었는데, 병사들의 몸이 나무에 못으로 박혀 있었고, 발 밑에는 불이 질러졌고, 불알이 잘려져 있었지. 심지어는 한 병사의 대갈통이 칼로 잘리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입과 눈이 아직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 머리가 굴러다니는 동안 병사의 몸이 잘린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흘리면서 돌아다니다가 쓰러졌는데, 그 내내 일본 놈들이 아주아주 크게 웃는 소리가 들렸지. 배 속에서 치미는 고통과 두통, 갈증이 지독했는데, 모두 그 영화에서 생긴 것 같았지. 그래서 내가 소리쳤지.
"영화를 멈춰! 제발, 제발 멈춰주세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요." 그러자 브로드스키 박사라는 작자의 목소리가 들렸지?
"멈춰? 진짜 멈추라고 말했나? 왜, 우리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놈과 다른 녀석들이 크게 웃더군.

그런데, 여러분, 악의 원인이 무엇인지 놈들이 발톱을 물어뜯어면서 연구한다는 말은 나를 웃게 만들지. 선의 원인은 밝히지도 않으면서 왜 그 반대쪽이냐고. 만일 인간이 착하다면 그건 지들이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난 그런 기쁨을 방해할 생각이 없어. 그 반대의 경우라도 마찬가지야. 난 그 반대쪽을 더 두둔하겠지만 말이야. 더욱이 악이란 자기 자신이 유일한 존재, 즉 혼자로서의 너 또는 내가 책임지는 것이고, 이때 자아란 하날님 또는 신에 의해서 만들어지는데 그건 신의 커다란 자랑거리이자 기쁨인거야. 그러나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으면 악이란 있을 수가 없지. 무슨 말인가 하면 정부 놈들이나 재판관들 또는 학교의 접장들은 인간의 본 모습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악을 용납할 수 없는거야. 형제 여러분, 이제 바로 우리의 현대사, 바로 작지만 용감한 영혼들이 커다란 기계에 맞서 싸우는 역사이지 뭐야? 난 이말을 심각하게 하고 있다고. 여러분, 난 내가 하고 싶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는 거야. 51-52

그래, 그래, 바로 그거지. 청춘은 가버려야만 해. 암 그렇지. 그러나 청춘이란 어떤 의미로는 짐승 같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아니, 그건 딱히 짐승이라기 보다는 길거리에서 파는 쬐끄만 인형과도 같은 거야. 양철과 스프링 장치로 만들어지고 바깥에 태엽 감는 손잡이가 있어 태엽을 끼리릭 끼리릭 감았다 놓으면 걸어가는 그런 인형. 일직선으로 걸어가다가 주변의 것들에 꽝꽝 부딪히지만, 그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 청춘이라는 건 그런 쬐끄만 기계 중의 하나와 같은 거야.
내 아들이라, 아들이라. 아들을 낳아 녀석이 말귀를 알아들을 정도의 나이가 들면 이걸 설명해줄거야. 그러나 그때도 녀석이 이해하지 못하든지 또는 듣고 싶어 하지 않든지 해서 내가 저지른 짓거리 ㅡ 야옹거리는 암수 고양이에 둘러싸인 못생긴 할망구를 죽인 것 말이야 ㅡ 을 벌인다고 해도 내가 멈출 수는 없겠지. 녀석도 제 아들놈을 막을 수 없을거야, 여러분. 그런 일인 세상 끝날 때까지 돌고 돌아서 계속되겠지. 마치 거인처럼 된통 큰 녀석, 그러니까 하날님 ㅡ 코로바 밀크바에 감사드려야지 ㅡ 이 커다란 손에서 구리고 기름 때 낀 오렌지를 이리저리 굴리는 것처럼 말이야. 222

"착하게 되는 것이 좋지 않을지도 모른다, 6655321번. 착하게 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일 수도 있어. 말하고 보니 자기모순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번 일 때문에 며칠 동안 잠 못 들어 할 거야. 신은 무엇을 원하시는 걸까? 신은 선 그 자체와 선을 선택하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을 원하시는 걸까? 어떤 의미에서는 악을 선택하는 사람이 강요된 선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보다는 낫지 않을까? (중략) 그리고 기도에 대해서 말하자면, 너를 위한 기도가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슬프게도 깨달았다. 넌 지금 기도의 힘이 닿지 않을 곳을 향해 다가가는 것이란다. 생각만 해도 아주 끔찍한 일이군.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는, 윤리적인 선택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제거당하겠다는 선택을 내릴 때, 넌 진짜로 선을 선택한 것이겠지. (후략)" 114

"그러나 본질적인 동기는 죄 그 자체야. 선택할 수 없는 인간은 인간이 아닌 거야." 183

[알라딘 제공]

 

5. 추천평

앤서니 버지스는 경이로운 지식인인 동시에 세계를 감싸 안는 자애로운 영혼이다.
존 업다이크

머리카락이 쭈뼛 서게 만드는 속도감과 에너지. 오웰의 미래상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뉴욕 타임스 (Newyork Times)

나는 버지스만큼 언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작가를 알지 못한다.
윌리엄 S. 버로스

[알라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