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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825 1기(13.3~18.2)

8월의 추천도서(174) 남편의 서가

1. 책소개

 

남편이 떠난 서가를 서성이며 읽고 쓴 독서에세이!

차마 정리하지 못한 남편의 서가를 돌아보는 『남편의 서가』. 《기획회의》에서 2012년 1월 20일부터 2013년 4월 20일까지 저자가 연재해온 ‘남편의 서가’를 모아 엮은 책으로 출판평론가 최성일의 아내인 저자가 남편이 떠난 6개월 뒤부터 1년 반 동안 쓴 글을 만나볼 수 있다. 출판평론가 남편을 둔 아내가 그와 함께 살면서 겪은 일상과 남편을 떠나보낸 후의 상실감을 적어 내려간 글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가족의 생활기로도 볼 수 있는 이 책에서 가족의 죽음에 앞에 남겨진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까지 마주하게 된다. 남편을 잃은 저자가 그 빈자리를 채워가는 과정을 따라가 볼 수 있다. 서른 한 편의 독서일기 속에서 아이들이 죽음을 왜곡하지 않고, 상실을 상실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엄마의 모습과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떠난 사람을 기리고 상실한 마음을 치유하는 애도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북소믈리에 한마디!

저자는 베레나 카스트의 《애도》를 읽으며 저자는 자신의 행위가 고인을 잘 보내려는 나름의 애도 작업임을 확인 받기도 했고, 《일학년이 된 엄마와 아빠》를 통해 1학년 아이의 엄마가 된 자신을 돌아보고 자녀 양육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한밤중에 서가 앞에서 발뒤꿈치를 까딱거리며 책을 훑어보는 자신의 모습에서 남편을 발견하기도 했던 저자가 남편이 두고 간 책을 읽으며 남편을 떠올리고, 아이들과 함께 치유해가는 과정을 통해 애도의 한 방법을 엿볼 수 있다.

출처: 교보문고

 

2. 저자

 

저자 : 신순옥

저자 신순옥은 1970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다. 안양여고를 거쳐 인하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결혼하여 전업주부로 살다가 2011년 7월 남편과 사별했다. 남편을 잃고 6개월이 된 시점에서 격주간 출판전문잡지 <기획회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슬하에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을 두고 있다. 현재 <기획회의>에 ‘남편의 서가’를 연재중이며 <경향신문> ‘오늘의 사색’에 글을 쓰고 있다.

출처: 교보문고

 

3. 목차

 

서문

1장 애도하는 여인
애도하는 여인
아이를 키운다는 것
‘나비를 잡는 아버지’의 변명
‘순옥’과 눈다래끼
엄마는 복도에서 벌 받는 중
우리 가족이 ‘비빔툰’의 애독자가 된 사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삶의 무게를 더한 그림책
도서관에서 생긴 일
아낌없는 나무를 다시 생각하다

2장 사별의 고통과 슬픔
깜냥껏 친구를 사귀는 아이들
당신은 누구시길래
학생이란 걸 해야만 할 때
내가 그림책을 읽는 이유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다
아이와 ‘살러 가는’ 여행
할머니들은 열공 중
엄마 하면 생각나는 것들
사별의 고통과 슬픔
빵과 바나나와 감자

3장 재회
고종석 선생님께
남이 뭐라든 제 갈 길을 간 사람
동심 예찬
전철을 탄 엽기과학자
나는 오늘도 일기를 쓴다
대중매체와 덜 친하기
아이들은 놀아야 한다
화, 내? 말어?
고맙습니다, 선생님
재회
아빠에게 편지 쓰기

참고 도서

출처: 본문 중에서

 

4. 책속으로

 

이 책을 만나기 전, 나는 남편과 죽음에 집착하는 내가 은근 걱정스럽기도 했고, 내 행동이 지나치게 유별스러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유별나다니? 책은 이렇게 말한다. “누구를 위해, 얼마 동안 애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떤 원칙도 정해져 있지 않다. 우리가 어느 대상에게 감정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면 우리는 바로 그만큼 슬퍼해야 한다.” 내 행위가 고인을 잘 보내려는 내 나름의 애도 작업임을 나는 확인받을 수 있었다. ― 23쪽, 「애도하는 여인」중

『천자문』 읽는 재미를 배가하는 김성동의 에세이를 통해 나는 훈장 노릇하는 첫날부터 운명처럼 시인 박정만의 종명시終命詩와 대면한다. “나는 사라진다/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 단 두 행의 짧은 시에서 남편의 육성이 묻어난 듯했다. 그러니 내 심장은 콩닥콩닥 뛰고 목소리가 떨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김성동은 무시무종無始無終의 광활한 우주의 단상에 시인의 종명시를 포개놓았다. ― 66쪽,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중

당신이라는 사람이 이 땅에 살기는 한 것일까? 영정 속의 당신이야말로 당신이 이 땅에 살다간 증좌이지만, 나는 당신이라는 사람과 어떤 세월을 엮었는지를 도통 알 수가 없다. 집안에 널린 유품에는 이제 더 이상 당신다운 기품은 없다. 당신은 집안 곳곳에 배인 당신의 기운을 모조리 거둬갔다. 당신은 존재하나 당신은 어디에도 없다. 당신이 저술한 책에서 당신의 이름과 얼굴을 마주치지만 나는 그것들이 내가 아는 당신인지 아닌지를 확신하지 못한다.
당신이라는 사람이 이토록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존재였을까. 살아서 우리가 일군 삶이랄지, 사랑이랄지 하는 속성들이 죽음 앞에서 이렇게 공空으로 돌아가고 속수무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신의 부재가 당신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자꾸 캐묻게 한다. ― 111쪽, 「당신은 누구시길래」중

뜻하지 않게 남의 일기를 보고 실의에 빠지기도 하지만, 의도적으로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경우도 있다.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사람들은 상대가 비밀리에 적은 글이 그렇게 궁금할 수가 없다. 남편은 내가 집을 비운 사이 내 일기를 훔쳐보고 그것을 내 일기장에 증거로 남겼다. 고백건대 나 역시 남편의 일기를 자주 훔쳐봤다. 나는 안 본 척 시치미를 뚝 떼버리지만, 남편은 몰래 본 것을 마음에 담아두지 못하는 양심적인(?) 사람이다. 아내의 일기장에 ‘일기 봤음’이라는 표시를 해둘 정도로 무서운 사람이다. ― 212쪽, 「나는 오늘도 일기를 쓴다」중

가끔은 이것 아니면 저것 식으로 명쾌하게 답이 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인생이 어디 나눗셈의 ‘몫’으로만 떨어지던가.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머지’가 생기지 않는 나눗셈법을 터득하게 되는 게 아니라 ‘나머지’를 쌓아 두는 창고가 넓어지는 것”이다. 처치 곤란한 나머지가 쌓인다고 한탄하지 말고 때로는 수긍하기 힘든 인생사를 ‘운’으로 돌리는 것도 인생살이의 지혜가 될 수 있으리라. “‘운이 나쁘다’는 표현을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일에 실패한 사람,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사람을 감싸 주는 따뜻한 발상이라고 생각하니까요.” ― 258쪽, 「재회」중

출처: 본문 중에서

 

5. 출판사서평

 

2011년 7월 2일,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출판평론가 故 최성일. 그의 아내 신순옥은 남편이 남기고 간 책을 차마 버리지 못했다. 『남편의 서가』는 신순옥이 그 책들을 읽고 <기획회의>에 써온 서른한 편의 독서에세이를 묶은 책이다. 출판평론가 남편을 둔 아내가 그와 함께 살면서 겪은 일상과 그를 떠나보낸 상실감이 담겨 있다. 저자는 『애도』를 읽으며 상실 후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기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천자문』『성경』을 읽으며 떠나간 이의 빈자리를 채워간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떠난 사람을 기리고 상실한 마음을 치유하는, 애도의 한 방법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 책의 저자는 보여준다.

출판평론가의 아내, 남편이 남기고 간 책을 읽고 글을 쓰다
출판평론가 최성일이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아내 신순옥은 남편의 마지막 책이 될 『한 권의 책』이라는 서평집의 서문을 써야 했다. 그녀는 남편이 책에 대해 가졌던 생각, 글을 쓰는 습관 등 곁에서 오래 지켜본 사람만이 가진 기억들을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또한 7년간의 투병 과정과 5개월간 지속된 마지막 병원 생활에서 남편이 죽음과 대항해 보여준 의연한 모습에 감사를, 그리고 미안함을 표현한다. 마지막 대목은 대학교 소강당에서의 풋풋한 두 사람의 만남부터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 남편과의 인연을 되새기는,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그 편지는 한용운의 시를 빌려 “당신은 갔지만, 저는 당신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로 끝을 맺는다. 아내가 쓴 서문은 책을 읽는 이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그리고 얼마 뒤, 남편이 글을 기고했었던 출판전문지 <기획회의>에 자신의 이름으로 독서에세이를 연재하게 된다. <남편의 서가>는 남편이 떠난 6개월 뒤부터 1년 반 동안 쓴 글을 묶은 책이다.

故 최성일은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아내의 글 솜씨를 칭찬하곤 했다고 한다. 아내는 책이 나왔으면 “옥아, 너 드디어 해냈구나!”라며 남편이 제일 먼저 축하를 해줬을 거라고 말한다. 그녀는 남편이 해마다 보내던 카드에 답장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 떠올라 남편이 떠난 다음 글을 쓰게 된 걸 미안해한다.

출판평론가인 남편이 떠난 뒤 남은 것은 어마어마한 양의 책이었다. 아내는 거실과 아이들의 방을 점령한 책을 정리하려다 남편을 두 번 죽이는 일 같아 차마 하지 못했다. 아이들도 “우리 집 책은 아빠 같다”며 책을 정리하는 것을 만류했다. 결국 책을 두 겹으로 꽂을 수 있는 책장을 들여 책을 꽂아나가던 그녀는 『애도』라는 책을 발견하고는 책을 정리하는 것도 잊은 채 그 자리에 철퍼덕 앉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연히 집어든 책을 통해 남편과 죽음에 집착하는 자신이 유별스러운 건 아닐까 은근히 걱정했던 저자는 그 또한 고인을 잘 보내려는 나름의 애도 과정이었음을 알게 된다(17쪽, 「애도하는 여인」). 그 후 그녀가 고른 책들은 상실감을 덜어주고, 남편을 비롯해 가족들과 살아온 삶의 시간들을 길어 올리는 매개가 되어 준다.

저자는 다양한 책을 읽으며 남편을 ‘후배오빠’라고 부르며 연애할 때 있었던 자신의 이름에 얽힌 일화(40쪽, 「‘순옥’과 눈 다래끼」) , 아이를 갖게 되고 아이들이 크면서 자녀교육에 대해 가졌던 생각들, 늘그막에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어머니 이야기(145쪽, 「할머니들은 열공 중」), 병상에 계신 아버지 곁에서 아들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었던 일(121쪽, 「내가 그림책을 읽는 이유」) 등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며 경험한 가족과의 일상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또한 남편이 쓴 책을 읽으며, 한 인간으로서 남편의 면모를 조명하기도 한다.

저자에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은, 평생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처자식을 먹여 살린 남편의 고충을 절실하게 이해하는 일이기도 했다. 저자는 독서에세이를 연재하면서 마감일은 다가오는데 글이 잘 안 써질 때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잠을 이룰 수 없을 때가 많았다고 고백한다. 한밤중에 서가 앞에서 발뒤꿈치를 까딱거리면서 책을 훑어보는 자신의 모습에게서 남편을 발견한다. “그도 글에 대한 부담으로 식구들이 잠든 사이 홀로 고뇌를 했던 것일까.”

이 책에는 가족의 죽음에 대면하여 남겨진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가감 없이 드러난다. 어느 날 저자는 아들이 유치원 학예회에서 <아빠 힘내세요>에 맞춰 율동하는 것을 보고 “남편의 빈자리를 생각해야 할 것이 아니라 엄마로서 아빠의 빈자리를 헤아려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이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라는 제목으로 아이 둘과 『천자문』을 몇 달에 걸쳐 읽어나가기도 하고, ‘아빠’라는 단어를 불러보게 하고 ‘아빠에게 편지 쓰기’를 하면서 아이들이 아빠의 죽음을 건강한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유도한다. 이처럼 아이들이 죽음을 왜곡하지 않고, 상실을 상실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그래서 언젠가는 상실감을 훌훌 털어버리고 밝고 꿋꿋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엄마의 모습은 누군가의 죽음에 마주한 아이들에게 어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남겨진 사람들에게 계절은 흐른다. 딸아이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던 저자는 남편이 남긴 장서가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문득 깨닫는다. “책만 두고 떠나버린 사람에게 ‘어쩌자고, 어쩌자고.’ 하며 장탄식을 했지만, 결국 남편이 남긴 장서는 나의 밥벌이가 돼주고, 아빠를 잃은 아이들의 상실감을 덜어주고 있다. 가족들에게 살 길을 책에서 찾으란 의미로, 그는 이 많은 장서를 남기고 갔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떠난 사람을 기리고 상실한 마음을 치유하는, 애도의 한 방법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 책의 저자는 보여준다.

출처: 북바이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