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소개
『친화력』은 고전과 통속소설의 경계에서 사랑의 본질을 탐구한 책이다. 괴테는 이 작품에서 균형과 절제를 중시하는 이성적 사랑과 자연스럽고 열정적이며 때로는 맹목적이기까지 한 낭만적 사랑 중에 과연 어느 것이 사랑의 본모습과 가까운지에 대해 정밀하고 집요하게 탐구해 들어간다.
2. 저자
독일 최대의 문호. 1749년 프랑크푸르트에서 황실 고문관인 아버지와 시장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여덟 살 때 조부모에게 신년시를 써보낼 정도로 문학적 천재성이 엿보였다. 열여덟 살 때 첫 희곡 '여인의 변덕'을 썼고, 1772년(23세) 약혼자가 있는 샤를로테와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소재로 삼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발표하였으며, 이 작품으로 일약 유명해졌다. 1773년(24세) '파우스트'의 집필을 시작하였으며, 1775년(26세)에 희곡 '스텔라'를, 1778(29세)에 '에그몬트'를 집필하였고, 1779년(30세)에 '이피게니에'를 완성하였다. 1782년(39세)에 실러를 처음으로 만났으며, 후에 정식 부인이 된 평민 출신의 크리스티아네 불피우스를 만났다. 1808년(59세)에 '파우스트' 1부가 출간되었고, 나폴레옹과 두 차례 회견하였다. 1821년(72세)에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를 출간했으며, 1829년(80세) '이탈리아 기행'전편을 완결하였다. 1831년(82세)에 '파우스트'2부를 완성하였으며, 이듬해인 1832년 여든셋의 나이로 생을 마쳤다. 실러와 함께 독일문학의 황금시대를 이루었다. 괴테의 작품은 모두 자기 경험의 고백과 참회이며, 고전주의, 낭만주의에 의하여 거대한 업적을 남겼다.
3. 목차
머리말
일러두기
제1부
제2부
해설 -괴테의 생애와 문학세계
‘낭만적 사랑’을 둘러싼 담론들:《친화력》의 현대성에 대하여
4. 책속으로
“같이 모이기만 하면 얼른 서로를 붙잡으면서 상호간에 영향을 끼치는 자연물질들을 가리켜 선택적 친화력이 있다고 합니다. 알칼리와 산은 비록 서로 대립하고는 있지만, 또 어쩌면 서로 대립한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서로를 열렬히 찾고, 붙잡고, 변화시키면서, 함께 새로운 물체를 만드는데요, 이런 알칼리와 산의 경우에 친화력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죠. 석회의 경우만 생각해 봐도 분명한데, 이 녀석은 산성이면 뭐든지 애착을 보이며 결합하고 싶어하지요.”
-본문 제1부 48쪽에서
사업은 춤과 같은 것이다. 보조를 잘 맞추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며, 거기서 필연적으로 상호간의 호의도 생겨난다. 그렇듯 샤를로테도 대위를 더 잘 알게 된 후로 정말 그에게 호의를 갖게 되었다. 이에 대한 확고한 증거가 하나 있다. 어떤 아름다운 정자는 그녀가 공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특별히 골라서 장식해 놓은 것이었지만, 그것이 대위의 계획에 맞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자 그녀는 아무 거리낌 없이 정자를 허물도록 했으며 거기에 대해 추호의 불편함도 느끼지 않았던 것이다. -본문 제1부 72쪽에서
그녀는 악보를 가져와서 피아노 앞에 앉았다. 청중들은 주목했고, 오틸리에가 그것을 혼자 연습해서 완벽하게 익힌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더 놀라운 사실은 오틸리에가 에두아르트의 연주방식에 맞춰 적응할 줄 알았다는 것이다. 사실 ‘적응할 줄 알았다’는 것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왜냐하면 때로는 머뭇거리다가 때로는 서두르는 남편의 습관에 맞춰서 이 구절에서 멈추는가 하면 어떤 구절은 그냥 지나치기도 하는 것이 오로지 샤를로테의 세련됨과 자유로운 의지에 달린 일이었다면, 오틸리에의 경우에는 이 부부가 예전에 소나타 연주하는 것을 몇 번 듣고는 그것을 통째로 받아들여 자신의 감각 안에 새겨버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의 잘못을 바로 자신의 잘못으로 만들어서 거기에 다시 일종의 생생한 하모니가 생겨나게 했으며 이렇게 해서 비록 박자가 꼭 들어맞지는 않았지만 고도로 편안하고 마음에 드는 음향이 나오게 되었던 것이다.
-본문 제1부 84쪽에서
“결혼은 파기할 수 없는 것이라야 해. 왜냐하면 결혼은 많은 행복을 가져오니까. 모든 개개의 불행은 거기에 비하면 상대가 안 돼. 도대체 불행이 어쨌다는 거야? 인간에겐 때때로 짜증이 엄습할 때가 있어. 그러고 나면 인간은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기를 좋아하지. 하지만 그 순간만 지나면 행복한 존재라고 예찬하게 되는 법이야. 그렇게 오래 존재해온 것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지. 헤어지기에 충분한 이유라는 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아. 인간의 상태는 고통에서건 기쁨에서건 너무도 고귀하기 때문에 결혼한 한 쌍이 서로에게 얼마나 빚을 지고 있는지 계산할 수도 없는 거야. 그것은 영원히 나누어야 갚을 수 있을 만큼 무한한 빚이지. 때로는 불편할 수도 있겠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또 그러는 것도 틀린 것은 아냐. 하지만 우리는 양심하고도 결혼한 것 아니겠어? 우리는 종종 양심으로부터 풀려나기를 바라지. 남편이나 아내가 아무리 불편하다 해도 양심처럼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거든.”
-본문 제1부 97쪽에서
“결혼에는 뭔가 잘못된 점이 있어요. 이 세상에는 변화하는 것들이 그렇게 많은데 유독 결혼이라는 것만 그처럼 확실하고 항구적으로 지속되어야 할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야말로 잘못된 겁니다. 제 친구는 기분이 좋을 때마다 새로운 법률을 제안하는 버릇이 있는데, 이런 주장을 한 적 있습니다. 모든 결혼은 5년을 기한으로 체결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의 말에 따르면 5라는 숫자는 아름답고 홀수에다 성스러운 숫자이며 그 정도의 시간이면 부부가 서로를 알고 아이도 몇 낳고, 갈라서고, 다시 화합하기에도 충분하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겁니다. 그 친구는 습관적으로 이렇게 외치곤 했지요. ‘처음 시간은 대단히 행복하게 지나갈 거야! 적어도 2, 3년은 그럭저럭 괜찮게 지나가겠지. 그러고 나면 어느 한쪽이 관계를 오래 지속하려고 할 것이고, 해약일이 가까워질수록 잘해 주려는 마음도 커질 거야. 이 관계에 무관심하거나 불만이 있었던 쪽도 그런 행동에 기분이 좋아지고 매혹되겠지. 좋은 모임에 있을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르듯이, 그들도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살다가 예정된 기간이 지난 후에야 계약기간이 암묵적으로 연장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기분 좋게 놀랄 것이라는 말이지.’
-본문 제1부 100쪽에서
에두아르트의 생각이나 행동에 더 이상 절제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다는 의식이 그를 무한으로 몰아간다. 모든 방과 모든 주위 환경이 이제는 얼마나 다르게 보이는가!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집에 있지 않다.
5. 출판사 서평
낭만적 사랑에 대한 욕망과 이를 통제하는 제도로서의 결혼 사이의 모순, 이를 간파한 괴테의 문제작 《친화력》을 가장 정확한 번역으로 읽는다
소설《친화력》은 괴테가 거장다운 면모(특히 “사랑의 대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낸 대표작으로, 토마스 만이 “독일인들의 최고의 소설”이라 일컬은 작품이다. 그리고 전후의 한 비평가는 “괴테 소설 중 가장 파악하기 어렵고 다의적인 책”이라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괴테가 25세에《젊은 베르터의 슬픔》에서 우울하고 고통스러운 사랑을 질풍노도적 감정으로 서술했다면, 60세에 쓴《친화력》에서는 노년기에 접어든 그가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의 접점에서, 한 시대를 정리하고 새 시대를 여는 시점에서 자신이 체험한 사건들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하면서 사랑에 대해서도 더 깊은 통찰을 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오순희 교수(서울대 독문과 교수, 한국괴테학회 연구이사이자 편집위원)는 자칫 단순한 사랑이야기로 비쳐질 수 있는 이 작품을 우리 시대의 사랑이야기도 반추하고, 대립적인 두 속성 위에 존재하는 친화력의 “현대성”을 살린 번역으로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인간관계에 적용된 친화력의 법칙
친화력이란 두 물질이 같이 모이기만 하면 서로 결합하려는 경향을 뜻하는 화학용어이다.
“같이 모이기만 하면 얼른 서로를 붙잡으면서 상호간에 영향을 끼치는 자연물질들을 가리켜 선택적 친화력이 있다고 합니다. 알칼리와 산은 비록 서로 대립하고는 있지만, 또 어쩌면 서로 대립한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서로를 열렬히 찾고, 붙잡고, 변화시키면서, 함께 새로운 물체를 만드는데요, 이런 알칼리와 산의 경우에 친화력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죠.” -본문 中
A라는 원소와 B라는 원소가 서로 친화력이 있을 경우, 두 원소는 결합되어 있어야 안정한 상태를 이루며, 결합되어 있지 않으면 불안정하다. 게다가 결합해서 안정을 이루고 있는 경우라도 좀 더 친화력이 높은 원소를 만나면 원래의 안정된 결합은 해체되고 보다 더 안정되고 견고한 결합관계가 새롭게 형성된다. 이 소설은 이러한 친화력의 법칙을 인간관계에 적용했다.
헌데 이 법칙을 자연물질에 대입하면 결과를 예측할 수 있고 제어도 할 수 있는데, 인간관계에서도 역시 가능할까?
서로 사랑했지만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나 두 번째 결혼으로 결합한 소설 속의 에두아르트와 샤를로테 부부는 일단 선택적 친화력을 성공적으로 보여 주는 경우다. 그런데 이들이 살고 있는 성에 에두아르트의 친구인 대위와 샤를로테의 양녀인 오틸리에가 들어오면서 부부의 안정된 친화력은 해체되고 새로운 친화력이 형성되는데, 에두아르트는 오틸리에와, 샤를로테는 대위와 가까워지는 것이다. 헌데 이러한 친화력의 법칙은 결혼처럼 사회적인 제도 안에서는 위기의 시작이 된다. 그리고 결국 인간의지를 초월하는 힘(법칙) 앞에서 주인공들은 결국 비극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결혼을 통해 결합되어 있는 남녀라 하더라도 더욱 매력을 느끼는 상대를 만날 수 있고, 이를 통해 불안정한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이는 낭만적 사랑에 대한 근대인의 욕망과 이를 통제하는 제도로서의 결혼에 대한 괴테의 통찰로도 읽힌다.
200년 전, 괴테가 던진 사랑의 화두
괴테는 이 작품에서 균형과 절제를 중시하는 이성적 사랑과 자연스럽고 열정적이며 때로는 맹목적이기까지 한 낭만적 사랑 중에 과연 어느 것이 사랑의 본모습과 가까운지에 대해 정밀하고 집요하게 탐구해 들어간다.
특히 낭만적 사랑과 결혼제도를 밀접하게 결부시키면서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결혼의 엄숙함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과 ‘결혼의 최적주기는 5년’이라는 형태의 계약결혼 모델을 주장하는 입장을 제시한다. 이는 20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굉장히 파격적이고 현대적인 주제라고 할 수 있다.
고전과 통속소설의 경계에서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다
괴테는 결혼의 신성함과 낭만적 사랑이라고 하는 양립 불가능한 두 개의 원칙을 시종일관 이 소설에서 팽팽하게 내보이다가 결국은 남녀 주인공의 죽음으로 파국에 이르게 한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가 그러하듯,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러하듯 친화력에서는 에두아르트와 오틸리에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죽음과 결합된 것이다.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심오하게 사유된 ‘사랑’도 오랜 세월 동안 반복되다 보니 상투적인 느낌이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괴테는 오늘날에도 문제되고 있고, 그리하여 TV 안방극장의 단골메뉴가 돼버린 ‘낭만적 사랑과 결혼의 위기’를 일찌감치 간파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이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논의를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고찰하면서 소설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소위 ‘불륜’이라고 하는 일견 비속해 보이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비속함에 대한 말초적 호기심이나 부박한 탐닉에 머물지 않고 이를 시대사적 논의로 풀어나가고 있을 뿐 아니라, 인간관계의 보편적인 문제로까지 확대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괴테의 대가다운 면모를 읽어낼 수 있다.
만남과 헤어짐, 탄생과 죽음, 자연과 예술 등
서로 대립되는 원칙들 간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친화력
또한 《친화력》에서는 일차적으로 낭만적 사랑과 결부된 결혼의 위기라는―괴테 자신의 체험과도 완전히 무관하지만은 않은―시대사적 화두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 소설의 근본적인 주제는 이러한 만남과 헤어짐, 탄생과 죽음, 자연과 예술처럼 서로 대립되는 원칙들 간에는 근원적인 친화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을 읽는 것은 위기에 처한 어느 커플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그리고 그것의 시대사적 의미를 진단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 모든 대립들의 원초적 공속성(共屬性)을 확인하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가장 적확한 괴테 번역을 위한 역자의 끊임없는 노력
이 책의 번역을 위해서는 Hamburger Ausgabe판을 사용했다. 괴테가 최종적으로 손을 본 것으로 학계에서 정본으로 인정받는 판본이다. 역자는 10년 전에 이 책을 초벌번역해 놓고 작품이 지닌 현대성이 혹 자신의 오독에 근거한 것은 아닐까 고민하면서 텍스트의 맥락을 수차례 검토하였다. 그리고 괴테독회에 참여하여 다른 회원들과 텍스트를 꼼꼼히 읽어가며 수정을 거쳤다. 독회를 거치기 전에 먼저 역자의 번역본이 나왔더라면 이후 괴테독회 이름으로 된 또다른《친화력》 번역본이 나왔을 것이다. 이 책은 괴테독회의 도움도 빠뜨릴 수 없다.
-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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