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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825 1기(13.3~18.2)

7월의 추천 도서 (865) 세상의 모든 저녁 - 유하


 

 

 

 

1. 책소개

 

시대를 넘어 사랑받는 시집
이번에 재출간되는 ‘민음의 시’는 고은을 비롯하여 여러 시인들을 오늘날 중견 시인으로서 우뚝 서게 해 준 시집들입니다.
직접 농민 사회로 들어가 그들의 눈으로 농촌 생활을 촉감하고 쓴 고은의 《전원시편》, 경제적· 이념적· 도덕적 풍요로부터 소외당한 1980년대 지식인의 영혼을 그려낸 김영승의 《반성》, 늘 가장 낮은 곳에서 따스한 희망을 전하는 정호승의 『새벽편지』, 슬픔으로 존재의 본질을 말하는 눈물의 미학, 문인수의 『뿔』, 인간의 육체가 죽음 앞에서 해체되어 가는 과정을 무서우리만큼 날카롭게 드러냄으로써 서정시의 평화로움에 정면으로 맞선 최승호의 《진흙소를 타고》, 광주 항쟁의 비극을 풍성하고 충만한 언어로 묘사하며 ‘시대의 아픔’을 폭넓게 감싸 안은 임동확의 《매장시편》등, 그 장르와 주제도 다양합니다.

1980년~1990년대 시집 복간을 통해 한국 현대시의 혈맥을 되살리다
1990년대 초중반에 출간된 책들은 보통 활자로 찍어 냈기 때문에 재출간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절판되었고, 그 때문에 독자들은 그 시절의 시집을 구입하기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민음사에서는 절판된 시집의 초판본을 토대로, 본문을 재입력하고 한자를 한글로 바꾸는 등 섬세한 작업을 통해 모두 현대 장정으로 복간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재고가 전혀 남아 있지 않은 작품, 독자들로부터 재출간 문의가 자주 오는 작품을 선정하였으며, 다른 시집들 역시 장기적으로 꾸준히 복간할 계획입니다.
시가 읽히지 않는 요즘, 1990년대 시집 복간은 약해진 한국 현대시의 혈맥을 되살린다는 점에서 문단적·사회적 의의가 매우 큽니다. 민음사에서는 앞으로 새로운 시인들의 시집 출간에 박차를 가하여 새로운 시의 르네상스를 열겠습니다. 많이 지켜봐 주십시오.

 

출처 - 인터파크 도서 제공

 

2. 저자소개

 

유하

전북 고창 출생으로, 세종대 영문과와 동국대 대학원 연극영화과를 졸업하였다. 1988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한 후 시집 <무림일기>,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 등을 펴냈다. 산문집으로는 <이소룡 세대에 바친다>가 있다.

 

출처 - 도서 11번가 제공

 

3. 목차

 

자서
꽃의 동굴
사랑의 지옥
너무 오랜 기다림
구름의 운명
사랑의 흔적
한 마리 날벌레가 되어
저무는 라일락 꽃그늘 아래
빗줄기 속으로
세상의 모든 저녁 1
젖은 노을 속으로 가는 시간
비 오는 사막
거미, 혹은 언어의 감옥
당신
여름 숲에서 부르는 노래
세상의 모든 저녁 2
7월의 강
구름의 길
바람속에서
닿을 수 없는 어둠
별에서 하룻밤
세상의 모든 저녁 3
고요의 포도주 빛깔이여
한순간 햇살에 찔려
거울의 지옥
그늘을 버리고 숲은 울창할 수 있는가
환멸을 찾아서 1
환멸을 찾아서 2
향기의 낭떠러지
그 옛날의 어린 눈빛
살구나무 있던 자리
환멸을 찾아서 3
환멸을 찾아서 4
물결나비가 숨긴 세상
낯선 시간 속으로
환멸을 찾아서 5
환멸을 찾아서 6
너에게 쓰는 편지
환멸을 찾아서 7
다시, 테헤란로에서
저녁 숲으로 가는 길 1
참새와 함께 걷는 숲길에서
감꽃 피는 옛집으로
가을 햇살 아래
시골 국민학교를 추억함
냉갈의 나라에 사시는 할머니
페허에 관하여
둥근 산의 마음
겨우 존재하는 것들
삑삑새가 버린 울음으로
참깨꽃, 은빛 종처럼 딸랑거릴 때
저녁 숲으로 가는 길 2
작품 해설 - 유하, 오래 오래 뒤돌아보는 / 진이정

 

출처 - 알라딘 제공

 

4. 책 속으로

 

구름의 운명

푸른 보리밭을 뒤흔들며 바람이 지나갔다
바람처럼 만져지지 않는 사랑이 나를 흔들고 지나갔다

지나간 바람은 길을 만들지 않으므로 상처는 늘
송사리 눈에 비친 오후의 마지막 햇살
그 짧은 머뭇거림 같은 것이었다 그 속에서
탱자나무꽃은 온통 세상을 하얗게 터뜨리고

산다는 것은 매순간 얼마나 황홀한 몰락인가

육체와 허공이 한 몸인 구름,
사랑이 내 푸른빛을 흔들지 않았다면
난 껍데기에 싸인 보리 알갱이처럼
끝내 구름의 운명을 알지 못했으리라 

 

출처 - 알라딘 제공

 

5. 출판사 서평

 

몸을 이끌고 다닌다는 것. 그 자체가 고통이고 더러움이고 또한 사랑이다. 난 상처받을 때마다 마음의 망막에 맺힌 이미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글로 옮기고 싶다는 욕망 속에서, 일시적으로 아주 일시적으로, 상처는 치유된다. 그러고 보면 난 시에게 너무 많은 빚을 졌다.

세 번째 시집을 묶는다. 결국 난 내 시만큼 살아왔고, 내 시만큼 살아갈 것이다. 울기 위해 태어난 매미의 운명, 한바탕 울음이 빠져나간 후의 쓸쓸함. 몸을 이끌고 어디론가 날아가야 하리라.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 그리고 21세기.전망 동인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1993년 10월
유하(시인,영화감독)

 

출처 - 알라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