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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825 1기(13.3~18.2)

7월의 추천 도서 (1583) 독서의 탄생 - 마거릿 월리스


책소개

중요한 건 기술적인 발전이 아니라 
책과 사람이 만나 엮어낼 가슴 뭉클한 이야기이다


『독서의 탄생』은 인쇄도서가 보급되기 시작한 16세기에서 출발해 현재까지, 각 시대를 표상하는 인물들의 삶과 서재 이야기를 통해 500년에 걸친 책의 역사를 다룬다. 저자 마거릿 윌리스는 쇼핑과 독서라는 두 가지 흥미로운 테마를 중심으로, 책과 관련된 사람과 공간 그리고 판매 방식 등의 변화를 사례별로 디테일하게 추적해낸다. 스스로 독서광이라 자부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에 포진한 책의 뒷이야기에서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인쇄도서가 보급되기 시작한 16세기부터 현재까지 500년에 걸친 책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책의 기술적인 성취나 문자의 유구한 역사에 대해 설명하는 대신, 실제 독서광들의 삶과 서재 속으로 독자들을 이끌고 들어간다. 영국과 신대륙을 배경으로 활약했던 이들이 도서를 입수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 고군분투했던 사례들을 시리즈 다큐멘터리처럼 생동감 넘치게 재구성했다. 또한 수십 컷의 컬러 및 흑백 화보를 덧붙여 역동적으로 변화해온 책의 역사를 독자들의 눈앞에서 되살려낸다.



저자 소개

저 : 마거릿 윌리스

Margaret Willes옥스퍼드 대학 레이디 마거릿 홀에서 근대사와 건축사를 전공했으며 현재 런던에 살고 있다. 책 만드는 일에 평생을 바친 그녀는 웨이든펠드&니콜슨, 스피어북스, 시지윅&잭슨 등 쟁쟁한 출판사를 거쳤고 내셔널 트러스트의 출판 사업을 총괄했다. 2005년 은퇴한 후론 대영도서관 희귀본 열람실에 틀어박혀 책을 쓰는 데 열중했다. 희귀 인쇄본이나 고급판본들을 만져보며, 그 책의 소유자는 누구였는지 그들이 책을 어떻게 구입하여 소장했는지 사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소장자들의 책 입수 방법, 책에 대한 생각, 책 구입비 출처, 공급자, 출판인, 판매인, 경매인, 평론가 등 그야말로 책을 만들고 유통하고 읽기까지의 전 과정에 다각적으로 관심을 쏟았다.

역 : 이상원

서울대학교 가정관리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소비자아동학과, 노어노문학과 및 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한국어-노어과를 졸업했다. 삼성전자 국제본부 직원, 한국외대 BK21 사업단 상임연구원을 거쳐 2006년부터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에서 강의교수로 일하며 ‘인문학 글쓰기’와 ‘말하기’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1999년부터 출판번역을 해왔고,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함부로 말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 『영업의 고수는 어떻게 탄생되는가』, 『집중력, 마법을 부리다』, 『뇌는 어떻게 당신을 속이는가』, 『감정의 롤러코스터』, 『살아갈 날을 위한 공부』,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성서 그리고 역사』,『프리메이슨』,『숲 사람들』 등 70여 권의 번역서를 출간했다.

목차

옮긴이의 말 
서문 

1장 집안을 장식하는 책 
2장 추구할 가치를 지닌 모든 것의 향유 
3장 지방의 독자들 
4장 건국의 아버지, 도서관을 세우다 
5장 도서실 건축 
6장 가벼운 읽을거리 
7장 진귀하고 흥미로운 도서 
8장 일반 독자 
9장 혁명의 후손들 

주석 
찾아보기

책속으로

1장 집안을 장식하는 책: 베스 하드윅과 캐번디시 가문의 서가 
‘책은 방을 꾸미는 가구다’라는 말은 베스에게 딱 들어맞는다. 1560년대와 1570년대에 챗스워스를 꾸밀 때에도, 1580년경 하드윅 올드 홀을 단장할 때나 1590년대에 하드윅 뉴 홀을 만들 때도 실내 장식의 바탕은 책이었다. --- p.20 

이 시대의 책들은 책등에 제목이 붙어 있지 않았고 따라서 등 부분이 보이도록 꽂히지도 않았다. 존 커더미스터 경의 책들을 보면 등에 제목이 없고 배면에는 가문의 문장이 찍혀 있다. 토머스 니벳 경은 배면에 손으로 제목을 쓴 후 그 쪽이 보이도록 꽂아두었다. 책은 제본되지 않은 상태로 값싼 판지 상자에 담기거나 모조 양피지에 싸여 전달되었고 구입한 사람이 기호에 맞게 제본을 했다.--- pp.34~35

2장 추구할 가치를 지닌 모든 것의 향유: 새뮤얼 피프스의 책들 
어느 날의 일기에 그는 《처녀 학교L’escholle des filles》라는 도색(桃色) 서적을 샀다고 적었다. 경험 많은 부인과 처녀의 대화로 전개되는 책인데 파리에서 처음 발간된 1655년에 대단한 반감을 불러일으켜 작가 미셀 밀로Millot가 유죄판결을 받고 책은 불태워지는 소란이 일었다. 피프스는 아내가 번역할 만한 책을 살 작정으로 스트랜드의 도서판매상 존 마틴에게 갔다가 이 책을 샀다. 내용을 살펴본 뒤 단순 제본된 책을 구입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읽고 난 뒤 불태워버리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다른 책들과 함께 보관했다가는 내 모든 장서의 품위를 떨어뜨릴 것이다.”--- pp.68~69 

1666년 여름, 책들이 ‘너무 많아져 의자 위에 쌓이는 지경이 되자’ 그는 템스 강 부두의 가구제작자 토머스 심슨Simpson에게 직접 설계한 참나무 책장 두 개를 주문했다. 운반이 쉽도록 조립식이었고 앞면에 유리를 끼웠다. 이는 현재까지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책장으로 남았다. 책장 하나당 250권을 꽂을 수 있었는데 제일 아래 칸에 2절판, 그 다음에 4절판과 8절판이 차례대로 올라가도록 해 공간활용을 극대화하였다. --- p.81

3장 지방의 독자들: 지방 도서실 세 곳 
자, 신사 여러분, 여기 오래된 책 한 권이 나왔습니다. 고풍스러운 가죽 표지를 보시면 오래된 책이라는 걸 아시겠지요? (…) 여러분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2실링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아, 여기 2실링 나왔습니다. 더 거실 분 없으신가요? 좋습니다, 그럼 선생님께서 이 책의 주인이 되셨습니다. 이 책을 통해 놀라운 지식을 쌓게 되실 겁니다. 그게 끝이 아니지요. 책을 충분히 읽고 싫증이 난다 싶으면 제게 가지고 오십시오. 1실링에 그 책을 다시 살 사람을 연결해드리겠습니다. --- pp.112~113

4장 건국의 아버지, 도서관을 세우다: 토머스 제퍼슨의 책들 
“난 책 없이는 살 수가 없네.” 토머스 제퍼슨Jefferson은 존 애덤스Adams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썼다.1 그는 평생 네 곳이나 되는 도서실을 꾸몄다. 첫 번째 도서실은 1771년, 섀드웰Shadwell의 저택 화재 때 소실되었다. 두 번째 도서실은 1815년, 의회도서관 건립을 위해 정부에 팔렸다. 당시 애덤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제퍼슨은 새로이 도서실을 꾸미겠다는 결심을 토로한다. 세 번째 도서실은 그가 사망하던 1826년까지 조성되었다. 네 번째 도서실은 그의 조언에 따라 1820년대에 버지니아 대학교에 설립된 것이다.--- p.124

제퍼슨의 장서가 의회로 넘어갈 때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정적들은 미국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제퍼슨 장서 중 의회도서관에 소용없는 책이 많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사이러스 킹King은 제퍼슨의 책이 ‘이단적 철학’을 퍼뜨릴 수 있고 좋은 책, 나쁜 책, 옛날 책, 새 책, 가치 없는 책,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알 필요도 없는 외국어 책이 뒤섞였다고 비판했다. 표결 결과는 불과 10표 차이로 아슬아슬했다. 결국 의회는 제퍼슨 장서 구입에 동의했다.--- p.152

6장 가벼운 읽을거리: 조지 왕조시대 영국의 현실 그리고 소설 
제인 오스틴은 아버지의 도서실에서 열성적으로 소설을 읽어댔다. 13세 때 오빠들이 옥스퍼드에서 발행하는 문학잡지 '로이터러The Loiterer'에 기고한 에세이에도 그 독서열이 나타나 있다. “전 다독가입니다. 지난 두 해 여름 동안 읽은 수백 권의 소설과 희곡을 구태여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유명 작가의 작품은 거의 다 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스틴은 아버지가 사망한 후 어머니와 자매 카산드라와 함께 거주했던 햄프셔의 초튼Chawton 마을에서 독서회에 가입했다. 이는 회원들이 책을 교환해 읽고 토론을 벌이는 오늘날의 독서클럽과 거의 동일한 형태였던 것 같다. --- p.234

《웨이벌리》의 판매량은 이전의 그 어느 베스트셀러와도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엄청난 규모였다. 윌리엄 세인트 클레어Clair는 저서 《낭뢸주의 시대의 독서The Reading Nation in the Romantic Period》(2004)에서 1830년대 중반까지 출판된 책들의 판매량을 추산하였다. 이에 따르면 월터 스콧의 《웨이벌리》와 《가이 매너링Guy Mannering》이 각각 4만 부, 5만 부 판매를 기록하여 4,000부가 팔린 패니 버니의 《카밀라》나 2,000~3,000부에 그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훨씬 앞지른다고 한다. ―본문 241쪽. 

7장 진귀하고 흥미로운 도서: 찰스 윈의 책 
1870년, 핼리웰은 놀랍게도 찰스 윈에게 셰익스피어의 최초 2절판 진본을 구해주었다. 이 최초의 2절판은 구텐베르크 성경과 더불어 인쇄물의 보물이나 다름없었다. 1780년대만 해도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5~10파운드면 살 수 있었지만 19세기 초가 되자 가격이 치솟았다. 토머스 그렌빌이 무려 121파운드 16실링을 치러 딥딘을 놀라게 하였고 1825년에는 존 소언을 위해 존 브리턴이 100기니를 내고 한 부를 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1870년 12월 16일에 찰스 윈이 핼리웰에게 지불한 수표는 겨우 15기니짜리였다. 도서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거나 핼리웰이 단골고객을 위해 호의를 베푼 것이리라. --- p.274

8장 일반독자: 노동계층 남녀를 위한 책 
1848년 1,000마일 이상의 철로에서 독점권을 얻어낸 스미스는 유스턴Euston 역에 첫 가판대를 열었다. 무릎덮개, 양초, 지도, 신문 등 여행객에게 필요한 물품을 구비하고 책도 판매했다. 새뮤얼 피프스는 마차 안에서 책을 읽었다지만 사실 느릿느릿 움직이는 데다가 혼잡하고 조명도 나쁜 역마차는 독서에 적합한 곳이 아니었다. 이제 새로 등장한 기차라는 교통수단은 이동하면서 독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p.297

당시 공공도서관은 개가식으로 운영되지 않았다. 심지어 서점에서도 직접 책을 살펴보고 고를 수 없었다. 사서나 서점 직원에게 도서 서지사항을 말하고 전달받는 식이었다. 서가를 오가며 책을 살펴보는 것은 자기 도서실을 가진 신사들, 서점과 대출도서관의 특별 고객들이나 누리는 호사였다. 대신 도서 카탈로그가 제공되었다. 도서관에서 사용되는 표시기는 여러 종류였지만 코트그리브 표시기가 가장 일반적이었다. 작은 서랍들이 줄지어 꽂힌 장이라 생각하면 되는데 서랍 하나가 특정 책 한 권에 해당했다. 서랍은 한쪽이 푸른 색, 반대쪽은 붉은 색이었다. 방문객은 도서의 분류번호를 알아낸 후 표시기에서 해당 서랍을 확인했다. 푸른색이 보이게 꽂혀 있다면 대출이 가능하다는 뜻이므로 사서에게 대출을 신청하면 되었다. 붉은색이라면 대출 중이었다. --- p.320

9장 혁명의 후손들: 데니스와 에드나 힐리의 책들 
앨런 레인은 사업계획을 세울 때 문다누스 사례에서 교훈을 얻었다. 우선 주의를 환기시키는 이름이 필요했다. 문다누스란 상상력을 사로잡기에 적합한 이름이 아니었던 것이다. 펭귄이라는 이름은 레인의 비서였던 조앤 콜스Coles에게서 나왔다. 하급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영이 런던 동물원에 가서 펭귄 모습을 스케치했다. 회사로 돌아온 영은 고약한 냄새가 나서 혼났다고 투덜거렸다고 한다. 결국 가로줄 세 개가 들어가는 표지 디자인이 완성되었다. 위쪽과 아래쪽 가로줄은 장르에 따라 색깔을 달리 했다. 소설은 오렌지 색, 범죄물은 초록색, 전기는 푸른색이었다. 가운데 흰 부분에는 길 산스 세리프Gill Sans Serif 체의 검은 글씨로 저자와 제목을 넣었다. 최초의 펭귄 책들은 기존 하드백처럼 표지 분리가 가능한 재킷 형태였다.
  --- pp.348~349

출판사 리뷰

독서는 언제부터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을까? 
16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책과 사람이 만나 엮어낸 독특한 이야기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무차별 공습이 시작됐다. 닌텐도, PMP 등 휴대용 전자기기의 발전 속도에 맞추어 종이책 위기론도 목소리가 커져왔지만, 요즈음의 변화는 특히 예사롭지 않다. 종이책이 인류 역사의 서막부터 존재해온 위대한 유산이니 사라질 리 없다며 여유 부리는 이들도 없지 않다. 그러나 기억해둬야 할 점이 있다. 책이 대중들과 만나 활발하게 교류한 역사는 의외로 짧다는 사실이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말했다. “지식은 곧 권력이다.” 정부와 귀족들은 온갖 방법으로 지식의 보고인 책을 독점하려 했다. 하층계급과 여성들까지 자유롭고 평등하게 책을 읽을 수 있게 된 건 100년도 채 안 된다. 빠르게 우리 삶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던 종이책은 이제 다시 소수의 취미 속으로, 과거의 추억으로 사라져버리게 될까? 

쇼핑과 독서, 즐거운 테마의 결합 

이 책 《독서의 탄생》을 쓴 마거릿 윌리스는 독자, 학생, 사서, 편집자, 도서 판매인, 출판인, 작가까지 총 일곱 단계를 거치며 평생을 책과 함께 보냈다. 내셔널 트러스트의 출판 사업을 총괄하다 은퇴한 저자는 작심하고 대영도서관 희귀본 열람실에 틀어박혔다. 자신을 평생 동안 매혹시켜온 책의 뒷이야기를 짚어가기 위해서였다. 

마거릿 윌리스는 《독서의 탄생》에서 인쇄도서가 보급되기 시작한 16세기부터 현재까지 500년에 걸친 책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책의 기술적인 성취나 문자의 유구한 역사에 대해 설명하는 대신, 실제 독서광들의 삶과 서재 속으로 독자들을 이끌고 들어간다. 《독서의 탄생》에는 책을 끔찍이 사랑하는 귀족, 도서실을 짓는 데 열성적이었던 건축가, 값싼 소설책으로 삶의 고단함을 씻어냈던 노동자, 최신 도서를 입수하지 못해 안달하는 시골 유지, 수완 좋은 도서 판매인, 전설적인 출판인 등 시대와 지역을 표상하는 책벌레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영국과 신대륙을 배경으로 활약했던 이들이 도서를 입수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 고군분투했던 사례들을 시리즈 다큐멘터리처럼 생동감 넘치게 재구성했다. 또한 수십 컷의 컬러 및 흑백 화보를 덧붙여 역동적으로 변화해온 책의 역사를 독자들의 눈앞에서 되살려낸다. 

귀족들의 서가를 훔쳐보다 

저자가 가장 먼저 독자들을 초대하는 곳은 16세기 튜더 시대 유한마담 베스 하드윅의 서재다. 쇠락한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네 차례의 결혼으로 큰 부를 일군 베스에게 책은 방을 꾸미는 가구에 다름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이 살았던 여러 저택을 책으로 채웠고, 책장 주변을 값비싼 자수나 조각품으로 장식했다. 호화로운 그녀의 서재를 통해 독자들은 당시 귀족들이 자녀에게 어떤 책을 읽혔는지, 하인과 주방 요리사들이 애독한 책은 무엇이었는지 엿볼 수 있다. 

보다 본격적인 독서광의 모습은 새뮤얼 피프스의 일기 속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가 남긴 생동감 넘치는 일기 여섯 권 속에는 “덕 레인의 책 판매상에 들러 그 아내에게 입 맞추고 14실링에 《전설》을 구입함.”이라든지 “(…) 리코트의 책을 55실링에 샀다. 화재가 나기 전이라면 이런 책은 8실링, 채색되고 제본이 끝난 것이라 해도 20실링이면 살 수 있었을 것이다.”라는 등 책과 관련된 이야기가 가득하다. 

“난 책 없이는 살 수가 없네.”라고 고백했던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도 못 말리는 장서광이었다. 신대륙에선 본토보다 책 구하기가 훨씬 어려웠지만 제퍼슨은 런던의 최신 출판정보를 입수해가며 6,000권 넘는 장서를 수집했다. 그가 완성한 컬렉션은 2만 3,950달러에 미국 정부가 매입해 의회도서관의 기초가 되었다. 평생에 걸쳐 그와 대립했던 제2대 미국 대통령 존 애덤스마저 그 소식을 듣자 “불멸의 영광이 부럽다”며 질투 섞인 축하 편지를 보냈다. 

19세기 영국의 대표 건축가 존 소언 경은 책이 놓일 도서실의 물리적 아름다움을 극도로 추구한 인물이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스스로 부와 명예를 일구었지만, 늘 가족과 마찰을 빚으며 불행한 삶을 살았던 소언. 가족들 대신 그를 사랑해준 건 영국 최고의 도서판매상들이었다. 소언 경의 이야기 위에는 존 래킹턴, 존 브리턴, 소더비 등 유명한 도서판매인과 경매인들의 이야기가 촘촘히 수놓여 있다. 

도서관과 서점, 대중의 삶으로 들어오다 

탐서가를 자처하던 귀족들의 서가에서 사치스럽고 화려한 시절을 보냈지만, 이제 책에겐 새로운 무대가 필요했다. 가죽장정의 고급 판본이 아닌, 값싼 소책자 형태의 소설이 유행하면서 책은 대중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었다.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회원제 도서관이 갖가지 독서클럽과 대출도서관으로 발전하고, 19세기 초에는 수만 부짜리 베스트셀러가 양산됐다. 도서 판매자들은 예상독자들을 세분하여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신문에 양면 광고도 등장했다. 가격은 점점 낮아졌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독자를 데니스와 에드나 힐리 부부의 서재로 안내한다. 이들은 영국의 의무교육법과 공공도서관법의 수혜를 입고 자란 ‘1세대’ 책의 자식들이다. 힐리 부부가 유년시절을 보내고, 급진적인 좌파 활동가로 이상을 펼쳐내고, 각각 영국 최고의 총리와 성공적인 저술가로 변신해가는 과정은 그들과 20세기 책이 함께 직조해낸 드라마나 다름없었다. 그들은 1935년 담배 한 갑 가격인 6펜스짜리 펭귄 페이퍼백을 보며 터뜨렸던 탄성을 아직 생생히 기억했고, 옥스퍼드 재학시절 펭귄의 앨런 레인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출판인 빅터 골란츠의 레프트 북클럽 도서를 탐독했다. 헬렌 한프의 《채링크로스 84번지》로 일약 유명해진 마크스 앤 컴퍼니는 헌책을 좋아하는 데니스의 단골 서점이었다. 에드나는 세계적인 출판사 시지윅 앤 잭슨에서 베스트셀러를 여러 권 출간하며 수십 년에 걸친 출판계의 변화를 지켜봤고, 영국 최고 권위인 부커상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책의 미래를 점치다 

21세기, 책은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종이책으로 공부를 하고 그곳에서 즐거움을 찾는 데 익숙했던 우리는 갑작스레 책을 대체하겠다고 목소리 높이는 온갖 전자기기와 맞닥뜨렸다. 비관론자들의 말처럼 종이책이 영영 사라지게 될지, 아트북 형태의 고급 예술품으로 편입될지, 도리어 종이책 특유의 물성을 대체하지 못한 e-book이 쇠락의 길을 걸을지는 그 누구도 섣불리 장담할 수 없다. 텔레비전이 등장했던 1960년대에도 소설책과 극장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언이 쏟아졌지만, 도리어 TV는 이전 그 어느 매체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 도서와 영화 시장에서 메가셀러를 탄생시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오프라 윈프리 쇼' 시청자들은 그녀의 몇 마디 추천사에 열성적으로 책을 사들이고, '시크릿 가든' 마니아들은 김주원의 서재를 보며 자신의 책장을 채우지 않는가? 

이런 맥락에서 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영국 출판인 피터 킨더슬리의 일화는 의미심장하다. 그는 CD-Rom의 발전으로 책이 사라질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첨단기술에 무리하게 투자한 나머지 도리어 재앙을 맞은 건 그의 출판사였다. 도링 킨더슬리 출판사는 결국 1999년 피어슨 그룹에 넘어갔다. 

-yes 24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