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소개
좌우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오로지 문학으로 세상을 이야기하려 했던 '자유인' 나림 이병주 선생
마흔네 살 늦깎이로 문단에 데뷔해 1992년 타계하기까지, 짧은 집필 기간 동안 80여 권의 방대한 작품을 남긴 이병주 선생. '한국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오늘날, 한국이 낳은 가장 뛰어난 이야기꾼인 이병주 선생의 문학 세계를 다시 만난다.
그의 작품은 19세기말 개화기에서 1980년대 '제5공화국'에 이르기까지 100여 년에 걸친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고 있다. 우리가 그의 작품세계를 '소설로 읽는 한국 현대사'라 명명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탄탄한 이야기 전개와 구성, 민초들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과 유머러스한 문장들은 지금 읽어도 여전히 새롭고 재미있다. 무엇보다도 쉽게 읽히는 그의 소설은, 대중이 쉽게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찾기 힘든 오늘날의 한국문학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관부연락선'은 신탁통치 문제가 제기되었던 시대를 배경으로“당시의 답답한 정세 속에서 가능한 한 양심적이며 학구적인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려고 한 진지한 한국청년의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관부연락선'은 동경 유학생 시절에 유태림이 관부연락선에 대한 조사를 벌이면서 직접 작성한 기록과, 해방공간에서 교사생활을 함께 한 해설자 이선생이 유태림의 삶을 관찰한 기록으로 양분되어 있다. 그리고 이 두 기록이 교차하며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따라서 하나의 장이 이선생인 ‘나’의 기록이면 다음 장은 유태림인 ‘나’의 기록으로 되어 있다.
유태림의 조사를 통해 관부연락선의 상징적 의미는 물론 중세 이래 한일 양국의 관계가 드러나기도 하고, 이선생의 회고를 통해 유태림의 가계와 고향에서의 교직생활을 포함하여 만주에서 학병생활을 하던 지점에까지 관찰이 확장되기도 한다.
작가가 시종일관 이 소설을 통해 추구한 중심적인 메시지는, 그 자신이 소설의 본문에서 기록한 바와 같이 “당시의 답답한 정세 속에서 가능한 한 양심적이며 학구적인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려고 한 진지한 한국청년의 모습”이다. 능력과 의욕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렇게도 못하고 저렇게도 못 하기로는 유태림이나 우익의 이광열, 좌익의 박창학이 모두 마찬가지였다.
일제시대를 지나 해방공간의 좌우익 갈등 속에서도 교사와 학생들이 어떻게 처신해야 옳았으며, 신탁통치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으며, 좌우익 양쪽 모두의 권력에서 적대시될 때 어떻게 처신해야 옳았겠는가를 작가가 질문하는 셈인데, 거기에 이론 없이 적절한 답변은 주어질 수가 없을 것이다. 작가는 다만 이를 당대 젊은 지식인들의 비극적인 삶의 마감-유태림의 실종 및 다른 인물들의 죽음을 통해 제시할 뿐이다.
“중학교 역사책에 보면 의병을 기록한 부분은 두세 줄밖에 되지 않는다.그 두세 줄의 행간에 수만 명의 고통과 임리한 피가 응결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 역사에는 너무도 많은 유태림이 있으며 그들의 아픔과 비극이 오늘날 우리 삶의 뿌리에 맞닿아 있다. 이 명료한 사실을 구체적 실상으로 확인하게 해준 것은, 오로지 이 작가의 공로이다. 그것은 또한 이미 30여년 전에 소설의 얼굴로 등장한 이 역사적 격랑의 기록을, 오늘날 우리가 다시 찾아 읽어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 작품해설 가운데
출처 - 예스24
2. 저자소개
<이병주>
1921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하여 일본 메이지대학 문예과와 와세다대학 불문과에서 수학했으며, 진주농과대학과 해인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부산 『국제신보』 주필 겸 편집국장을 지냈다. 마흔네 살 늦깎이로 작가의 길에 들어선 그는 1992년 타계하기까지 27년 동안 한 달 평균 1만여 매를 써내는 초인적인 집필활동으로 80여 권의 방대한 작품을 남겼다.
진실을 추구하는 기개와 용기를 지닌 사관史官이자 언관言官이고자 했던 언론인으로서의 오랜 경험은 그의 문학정신의 튼튼한 자양분을 이루며 한 시대의 '기록자로서의 소설가', '증언자로서의 소설가'라는 탁월한 평가를 받게 했다. 또한 일제 강점기로부터 해방공간, 남북의 이데올로기 대립, 6·25동란, 정부수립 등 파란만장한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은 작가의 개인적 체험은, 한 지식인으로서 누구보다 우리 역사와 민족의 비극에 고뇌하게 했고 이를 문학작품으로 승화시킨 동력이 되었다. 1965년 「소설·알렉산드리아」를 『세대』에 발표하며 등단한 이후 이어진 「관부연락선「지리산「산하「소설 남로당」 「그해 오월」 등의 대하장편들은 그러한 작가의 문학적 지향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탄탄한 이야기 전개와 구성으로 소설문학 본연의 서사성을 이상적으로 구현하고, 역사에 대한 희망,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시선으로 깊은 감동을 자아내는 그의 문학은 역사의식 부재와 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오늘날 더욱 빛을 발한다.
그는 문단을 문학 저널리즘이라고 봤을 때 저널리즘을 타기 전 습작 시대가 없었다고 말한다. 습작일 수밖에 없는 작품마저도 모조리 발표해 버린 것이다. 이는 그가 처음 소설을 쓰게 된 경위부터 살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1955년 우연히 부산에 놀러갔다가 부산일보의 편집국장과 논설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누군가에 의해 "이 교수가 한번 써보라"는 권유에 취중의 호기로 대답한 것이 <부산일보>에 연재한 첫 소설 『내일 없는 그 날』을 쓰게 된 동기였던 것이다. 그는 애초에 소설을 쓰려는 마음이 없었다고 하지만 그가 작가가 되기 전까지의 시기를 더듬어 볼 때 그가 소설가가 된 것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제국주의가 나라를 통치하던 시절로부터 해방공간을 거쳐, 남과 북의 이데올로기 및 체제 대립과 6.25동란 그리고 남한에서의 단독정부 수립 등, 온갖 파란만장한 역사의 굴곡을 지나오면서 한 사람의 지식인이 이렇다 할 상처 없이 살아남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그는 또한 다산한 작가로도 대표할 만하다. 1965년 중편 『알렉산드리아』를 <세대>에 발표함으로써 등단한 후 1966년 『매화나무의 인과』를 <신동아>에 발표했다. 1968년에는 『미술사』를 <현대문학>에 발표하였으며, 『관부연락선』을 <월간중앙>에 연재하였다. 1969년에는 『쥘 부채』를 <세대>에, 『배신의 강』 <부산일보>에 발표하였다. 1970년에 『망향』을 <새농민>에 연재하였으며, 1971년에는 『패자의 관』을 발표하고, 『화원의 사상』과 『언제나 그 은하를』을 연재하였다. 1972년에는 단편 『변명』과 중편 『예낭 풍물지』, 『목격자』 발표하였으며, 장편 『지리산』을 <세대>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1973년 수필집 『백지의 유혹』이 간행되었으며, 1974년에 중편 『겨울밤』 『낙엽』을 발표하였다. 1976년 중편 『여사록』, 『망명의 늪』, 단편 『철학적 살인』을 발표하였다. 1978년 『계절은 끝났다』 『추풍사』를 발표함과 더불어 『바람과 구름과 비』를 <조선일보>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1979년『황백의 문』, 1980년 『세우지 않은 비명』, 『8월의 사상』을 발표하였다. 1981년에는 『피려다 만 꽃』, 『허망의 정열』 『서울 버마재비』, 『당신의 성좌』를 발표하였다. 1983년 『그 테러리스트를 위한 만사』, 『소설 이용구』, 『우아한 집념』, 『박사상회』를 발표하였다. 1984년 장편 『비창』을 간행하였고, 1986년 『그들의 향연』, 『무덤』, 『어느 낙일』을 발표하였다. 1987년 『소설 일본제국』, 『운명의 덫』, 『니르바나의 꽃』, 『남과여―에로스 문화사』를 간행하였다. 1989년 『소설 허균』, 『포은 정몽주』, 『유성의 부』, 『내일 없는 그날』을 간행하였고, 1990년 장편 『그를 버린 여인』을 간행하였다. 이렇듯 끊이지 않는 작품 활동을 해 오는 동안 1977년 중편 『낙엽』, 『망명의 늪』으로 한국문학작가상과 한국창작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1984년엔 장편 『비창』으로 한국펜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출처 - 예스24
3. 목차
관부연락선 1
서장
1946년 여름
흘러간 풍경
유태림의 수기 1
탁류 속에서
유태림의 수기 2
서경애
관부연락선 2
유태림의 수기 3
테러의 계절
1947년 여름
유태림의 수기 4
불연속선
오욕과 방황
몇 개의 삽화
파국
에필로그
유태림의 수기 5
근대사의 굴곡과 문학적 인식의 만남
작가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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