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AD 1825 1기(13.3~18.2)

4월의 추천도서(410) 등대로 - 버지니아 울프



 

 

책소개

 

우리의 가장 아름다운 희망들이 무산되고 빈약한 조각배들이 암흑 속으로 가라앉아 가는 저 이상향으로의 여행!

버지니아 울프의 장편소설 『등대로』. 무수한 인상의 단편들을 아름답게 이어간 저자의 대표작이다. 아주 세세한 데까지 저자의 추억들로 점철된 작품으로 전작인 《댈러웨이 부인》과 주제나 기법에서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은 소설이다. 삶과 죽음, 세월, 여성의 정체성 등의 주제들을 계속 파고들면서 예술가로서의 성찰을 더하며 유감없이 발휘한 버지니아 울프라는 작가의 기량을 엿볼 수 있다.

등대에 가고 싶어 하는 어린 아들 제임스에게 램지 부인은 날씨만 좋으면 가자고 약속하지만 날씨가 좋지 않으리라는 남편의 단언에 그들의 등대행은 취소되고 만다. 스코틀랜드의 한 섬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는 이들 부부는 친지들과 함께 저녁 만찬을 즐긴다. 10년의 세월이 흘러 램지 부인은 세상을 떠나고, 램지 씨는 마침내 아이들을 데리고 등대로 가는데…….

 

저자소개

 

버지니아 울프

 

위대한 소설가이자 비평가로, 문학사에서 페미니즘과 모더니즘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20세기 주요 작가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1882년 영국, 빅토리아 시대 풍의 관습, 자유주의와 지성이 적절하게 혼합된 단란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인 레슬리 스티븐 경은 빅토리아 시대의 저명한 평론가·전기작가·학자로 『18세기 영국 사상사』의 저자이자 『국제 전기 사전』의 편집자였다. 그녀의 어머니 줄리아는 소문난 미인이자 문학계의 안주인으로 스티븐 가문을 이끌었다. 특히 버지니아에게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버지의 교육이었는데, 그녀는 감성적으로 읽는 법과 훌륭한 글을 감상하는 법을 아버지에게서 배웠으며 세인트 에이브스의 별장에서 보낸 어릴 때의 여름철 경험이 그녀와 바다를 밀접하게 만들었다.

부모가 죽은 뒤로는 남동생 에이드리언을 중심으로, 케임브리지 출신의 학자 ·문인 ·비평가들이 그녀의 집에 모여 '블룸즈버리그룹'이라고 하는 지적 집단을 만들었으며, 리튼 스트레치, 로저 프라이, 레너드 울프, 클라이브 벨, 던컨 그랜트, J.M. 케인즈, 데스먼드 매카시 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미술, 문학, 인생, 정치, 경제, 그 밖의 모든 문제를 논하고 사상을 연마했다. 1905년부터는 『타임스』지(紙) 등에 문예비평을 써 왔고, 1912년 정치평론가인 L.S.울프와 결혼하였다.

1915년 처녀작 『출항』을, 1919년에는 『밤과 낮』을 발표하였다. 이들은 다 같이 전통적 소설형식을 따랐으나 1922년에 나온 『제이콥의 방』에서는 주인공이 주위 사람들에게 주는 인상과 주위 사람들이 주인공에게 주는 인상을 대조시켜 그린 새로운 소설형식을 시도하였다. 이와 같은 수법을 보다 더 완숙시킨 작품이 『댈러웨이 부인』(1925)이었다. 그 사이 평론 『현대소설론』(1919)과 『베넷씨와 브라운 부인』(1924)에서는 또 새로운 실험적 소설이 갖추어야 할 요소를 논하고,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진실에 대한 관점도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1927년에는 소녀시절의 원체험(原體驗)의 서정적 승화라고도 할 수 있는 『등대로』를 발표,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인간 심리의 가장 깊은 곳까지를 추구하며 시간과 '진실'에 대한 새로운 관념을 제시하였다. 친구 S.웨스트의 전기 『올랜도 Orlando』(1928)는 그와 같은 수법의 좋은 예이다. 1931년에 발표한 『물결 The Waves』은 소설이라기보다 시에 가까우며 그녀의 사상의 궁극과 한계를 말해 주고 있다. 그러나 그 후에 발표한 『세월』(1937) 『막간 Between the Acts』(1941)에서는 또다시 전통적인 수법으로 돌아갔다.

이 밖에 문예평론집에 『일반독자 The Common Reader』(2권, 1925∼1932), 여성론 『자기만의 방 A Room of One's Own』(1929) 등이 있다. 1941년 3월 28일 다음과 같은 편지를 남기고 우즈강에 투신 자살하였다. 원인은 소녀시절부터의 심한 신경증이 재발한 데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보, 나는 내가 다시 미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나는 우리가 또다시 그러한 지독한 시간을 극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다시 건강해지지 않을 것입니다. ... 당신은 놀라울 정도로 나를 참아냈고, 나에게 너무나 잘해주셨습니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군요. 누군가 나를 구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당신이었을 겁니다. 당신의 호의에 대한 확신 이외의 다른 모든 것이 나를 떠났습니다. 나는 당신의 인생을 더 이상 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어떤 두 사람도 우리들보다 더 행복할 수 있으리라고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 『자기만의 방』과 『3기니』등은 1970년대 이후 페미니즘 비평의 고전으로 재평가되면서 울프의 저작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졌따. 특히 그녀의 작품 『자기만의 방』이 피력한 여성의 물적, 정신적 독립의 필요성과 고유한 경험의 가치는 수십년이 흐름 우리 시대의 인식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목차

 

창문
세월이 가다
등대
역자 해설
추억을 그리는 세월의 원근법
버니지아 울프 연보

 

출판사 서평

 

이렇게 글이 쉽게 써지고 이렇게 상상이 뻗어 나가기는 처음이다.
(……) 이것은 내가 제대로 들어섰다는 증거이며,
내 영혼에 열린 어떤 열매에도 이제 손이 닿으리라 생각한다.
-1926년 2월 23일,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 중에서

『등대로』는 마르셀 프루스트, 제임스 조이스와 함께 [의식의 흐름]이라는 실험적인 서술 기법을 발전시키며 20세기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등대에 가고 싶어 하는 한 아이의 바람으로 시작한다. 부정적인 말들을 무심하게 내뱉는 아버지와 아이가 희망을 잃지 않도록 자상하게 달래는 어머니, 울프는 바닷가의 낡은 저택을 배경으로 한 가족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그려 간다. 인물들의 머릿속에 무수히 각인되는 인상과 순간순간 떠오르는 철학적 깨달음은 [등대를 향한 여정]을 따라 유려한 문장들로 엮인다. 작가 자신이 [평생 어느 때보다도 쉽고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으며, [내 영혼에 열린 어떤 열매에도 이제 손이 닿을 것 같다]고 했을 만큼, 『등대로』는 버지니아 울프라는 작가의 기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울프는 또한 『등대로』를 통해 자신의 유년 시절과 부모의 삶을 재현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그녀는 오랜 기간 부모에 대한 기억에 사로잡힌 채 살아왔지만 이 작품에서 그들의 온전한 초상을 그려 냄으로써 그 기억들을 마음 한구석에 묻어 버릴 수 있었노라고 말한다. 주인공 램지 부인과 램지 씨의 모습을 통해 부모의 모습을 떠올리는 그녀는 그들을 관찰하는 릴리에게 자신을 투영해 작품을 쓰는 도정 그 자체를 또 하나의 등대행으로 승화시킨다.

전작 『댈러웨이 부인Mrs. Dalloway』(1925)의 초고를 마치자마자 구상하기 시작한 이 작품은, 주제나 기법 면에서 서로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다. 전작이 삶과 죽음, 세월, 여성의 정체성 등을 다루었다면, 이 소설은 그런 주제들을 계속 파고들면서 예술가로서의 성찰을 더해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자기만의 방A Room of One’s Own』(1929), 『3기니Three Guineas』(1938) 등의 에세이들도 이 작품을 쓰는 동안 차츰 드러난 독립적 여성의 정체성이라는 문제의식을 여성에 관한 일련의 강연을 통해 발전시킨 것이다.

특히 이것은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에서도 작가의 심중에 가장 가까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울프는 일찍이 20대에 쓴 「회상Reminiscences」(1907)에서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풀어 놓은 바 있으며, 만년에 이르러서는 「과거의 스케치A Sketch of the Past」(1939~1940)라는 좀 더 긴 글에서 어머니와 아버지, 자신의 어린 시절 등을 회고한다. 이런 자전적 기록들을 보면, 『등대로』는 아주 세세한 데까지 작가 자신의 추억들로 점철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책 속으로

 

「아침에 일어나 보면 해가 빛나고 새들이 노래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녀는 어린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듯 말했다. 내일 날씨가 맑지 않을 거라는 남편의 신랄한 말이 아이의 기를 꺾어 놓은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등대에 가겠다는 것은 아이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인데, 날씨가 안 좋을 거라는 남편의 냉정한 말로 충분치 않다는 듯이 저 밉살스러운 젊은이까지 끼어들어 찬물을 끼얹는 것이었다. 「내일은 날씨가 좋을지도 몰라.」 그녀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p. 23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매혹되어 꼼짝할 수 없는 채로 불빛을 바라보면서, 마치 그것이 그 은빛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릿속에 밀봉되어 있는 어떤 것을 쓰다듬기나 하는 듯한, 그 어떤 것이 터지기만 하면 기쁨으로 넘쳐흐를 듯한 기분으로, 자신은 행복을, 절묘한 행복, 강렬한 행복을 맛보았었다고 생각했다. 날빛이 시들어 바다에서 푸른빛이 빠져나가자, 불빛은 거친 파도를 조금 더 밝은 은빛으로 물들였고, 순수한 레몬빛 파도 속에 뒹굴었다. 파도가 휘어지며 부풀어 해변에서 부서지자, 그녀의 눈 속에서도 황홀감이 터졌고 순수한 기쁨의 파도가 그녀 정신의 바닥을 질주했다. 이걸로 충분해! 이걸로 충분해! 하는 느낌이었다.
--- pp. 89~90

이것, 저것, 그리고 또 저것. 그녀 자신과 탠슬리, 그리고 부서지는 파도. 램지 부인이 그런 것들을 한데 모았고, 램지 부인이 [인생이 여기 멈출지어다]라고 말했고, 램지 부인이 그 순간을 무엇인가 영속적인 것으로 만들었으니(릴리 자신이 또 다른 차원에서 순간을 영속화하려 애쓰듯이) ─ 그런 거야말로 계시인 셈이었다. 혼돈의 와중에 형태가 있으니, 이 끝없이 흘러 지나가는 것이 (…) 문득 정지하는 것이었다. 인생이 여기 멈출지어다, 램지 부인은 말했다. 「램지 부인! 램지 부인!」 그녀는 거듭 불러 보았다. 그 모든 것이 부인 덕분이었다.
--- p. 212

그녀는 자신의 그림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그것이 그의 답일 수도 있었다 ─ [당신]이라든가 [나], [그녀] 같은 것은 지나가고 사라지며,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모든 것이 변하지만, 글은, 그림은, 그렇지 않다. 그녀의 그림은 다락방에 걸리거나 둘둘 말려 소파 밑에 처박힐지도 모르지만, 설령 그런 그림이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시시한 그림이라 해도, 실제 저 그림이 아니라 그것이 그리고자 했던 것에 대해서는, [영원히 남는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었다. --- p. 236

 

출처 :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