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AD 1825 1기(13.3~18.2)

2월의 추천 도서 (711) 빅 슬립 - 레이먼드 챈들러



1.책소개

 

하드보일드(HARD-BOILED) 문체의 대가로 꼽히는 미국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추리소설. 1939년도에 출간된 작품으로, 필립 말로 시리즈 1작이자 장편 데뷔작이다. <거대한 잠>으로 나왔던 기존 판본에 비해 작가나 작품에 대한 깊은 조명이 돋보인다. 로스앤젤레스 거리에 모습을 드러낸 사립탐정 필립 말로는 백만장자 스턴우드 장군으로부터 사건 해결을 의뢰받는다. 장군에게는 도박꾼에다가 알콜 중독자인 맏딸 비비안과 색정광에다가 마약 중독자인 작은 딸 카멘이 있는데, 그녀들이 말썽인 것이다. 미국 상류층 사회에 만연한 부패와 퇴폐를 날카롭게 파헤친 작품으로, 험프리 보가트와 로버트 미첨 주연으로 두 차례 영화화되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2.저자소개

 

레이먼드 챈들러

지은이 레이먼드 챈들러(1988~1959)
미국의 대표적인 추리작가로 하드보일드 문체의 대가. 1988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 많은 시간을 영국에서 보냈다. 1910년대에는 런던의 몇몇 신문사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시와 수필을 썼다. 이 당시에 쓴 시와 수필에서는 기사 영웅담과 이상 사회에 대한 동경이 드러나 있어 필립 말로가 가진 감수성과 강한 정의감이 여기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직업을 거친 끝에 석유 회사에 부사장까지 올랐으나 음주와 장기결근으로 쫓겨난 그는 1930년대부터 펄프 매거진에 범죄 단편들을 기고하기 시작하여 젊은 시절 고전 영문학에 열정을 바치던 시절과는 다른 새로운 문학인생을 시작한다.
1939년 발표한 첫 장편 <빅 슬립>이 큰 성공을 거둔 뒤, 1940년 <안녕 내 사랑>, 1942년 <하이 윈도우>, 1943년 <호수의 여인>, 그 후 6년 뒤에 <리틀 시스터>를 발표하였다. 이 작품에는 헐리우드에서 느낀 환멸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1954년 후기의 걸작 <기나긴 이별>을 출판한 그는 18세 연상의 사랑하는 아내 시시가 세상을 떠난 뒤 실의에 빠져 알코올에 중독되어 지내다가 1959년 세상을 떠났다.
그가 창조한 필립 말로는 후대 하드보일드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옮긴이 박현주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마쳤다. 현재 일리노이 대학에서 언어학 박사 과정에 있다. 옮긴 책으로는 <셜록 홈스 걸작선>, <세상의 생일-21세기 SF 도서관>이 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3.출판사서평

 

하드보일드 탐정의 전형, 필립 말로

흔히 ‘사립탐정’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사냥 모자를 쓰고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문 셜록 홈스. 다른 하나는 중절모를 깊이 눌러 쓰고 트렌치코트의 깃을 높이 세운 채 한 손에 권총을 든 남자. 이것이 바로 미국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느와르의 이미지이자 하드보일드 탐정의 이미지이며 바로 필립 말로의 이미지이다. 추리문학의 대표적인 두 하위 장르가 본격 추리소설과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이라고 한다면, 하드보일드 장르를 대표하는 탐정상으로 우뚝 서 있는 것이 필립 말로인 것이다.

챈들러의 필립 말로 시리즈의 첫 작품인 『빅 슬립』에서 말로에 대해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즉 필립 말로는 캘리포니아 산타로사 출신으로 33세 미혼이며 지방 검사 와일드 밑에서 수사관 생활을 하다가 말을 안 들어서 해고당했다는 것. 183센티미터가 넘는 키에 85킬로그램 이상 되는 당당한 체격의 소유자라는 것. 호바트 암스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으며, 일당 25불과 제반 경비를 받는 조건으로 탐정 일을 한다는 것. 귀에 거슬리는 비아냥거리는 농담을 즐겨하는 그의 모습도 작품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겪기도 하지만, 그의 매력만은 저항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이후 거의 모든 미국 사립 탐정들은 ‘유사-말로’의 모습을 하게 되었다.(이를 두고 Chandleresq'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또한 챈들러의 필립 말로 시리즈는 대부분 영화화되기도 하였다. 간결하면서도 명료한 필치, 대단히 매력적인 주인공, 화려하면서도 서정적인 주인공 등이 영화의 조건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말로의 매력이 강한 만큼 주연 배우도 로버트 미첨, 제임스 가너, 제임스 칸 등 당대의 스타들인데, 특히 유명한 것은 <빅 슬립>에서 말로를 연기했던 험프리 보가트이다. <빅 슬립>의 각본을 노벨상 수상작가인 윌리엄 포크너가 썼고 영화 자체도 영화사에 길이 남는 명작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20세기 LA의 고독한 기사, 필립 말로

필립 말로가 자신의 모습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는 모습을 보자.

나도 마음에는 안 듭니다. 그렇지만 내가 할 일이 뭐겠습니까? 나는 사건을 맡고 있어요. 난 먹고 살기 위해서 팔아야 하는 건 팝니다. 하느님이 내게 주신 약간의 용기와 지성, 그리고 의뢰인을 보호하기 위해서 기꺼이 괴로움을 감수하는 열정이죠. (『빅 슬립』중에서)

필립 말로는 사립 탐정으로서 말 그대로 자신에게 의뢰비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지만, 자기 나름대로의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낭만주의자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챈들러는 자신의 에세이 「간단한 살인 기술 A Simple Art of Murder」에서 대실 해미트의 등장 이후 얌전을 빼던 추리소설, 특히 탐욕과 복수 같은 개인의 심리적 동기로 인한 범죄는 급격히 단절되고 이제는 무엇보다 부유층들이 저지르는 사회 부패가 그 잔혹성과 더불어 플롯의 중심이 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으로 부르주아적 가치 내에서 변화가 발생했고, 조직적인 갱이 등장했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었다.

필립 말로는 현존 사회 질서에 대해 어떠한 환상도 갖고 있지 않은, 냉소적이고 비정한 인물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그는 감상주의자이며, 곤경에 빠진 여인이나 강자에 시달리는 약자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인물이다. 챈들러는 위의 에세이에서 이와 같은 냉소주의와 낭만주의의 결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하고 있다.

여기 이 비열한 거리를 지나가야만 하는 한 남자가 있다. 그 자신은 비열하지도 않으며 세속에 물들지도 않았으며 두려워하지도 않는 사람. 이런 종류의 소설에 나오는 탐정은 바로 이와 같은 사람이어야 한다. 그는 영웅이며, 전지전능하다. 그는 완벽한 동시에 범상해야 하고, 비범하기조차 해야 한다. 보다 잘 알려진 말로 하자면, 그는 생각하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본능적이며 필연적이게 존경받을 만한 인물이어야 한다.

 

출처 - 예스24

 

4.책속으로

 

"시가 한대 피울 텐가?"
그는 하나를 내게 던져주었다.
나는 시가를 잡았다. 브로디는 시가상자에서 총을 꺼내서 내 코를 겨누었다. 나는 총을 보았다. 검은색 38구경이었다. 나는 그 순간 그것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깔끔한 솜씨지? 잠깐 일어서주실까. 이 미터 정도만 앞으로 와. 그러면서 두 손을 들어."
그의 목소리는 영화 속 갱이 공들여 내는 무심한 목소리였다. 영화가 그들을 몽땅 저렇게 만들어놓았다.
"쯧,쯧."
나는 전혀 꼼짝도 않고 말했다.
"이 동네는 총은 그렇게 많은데 똑똑한 머리를 가진 놈은 그렇게 없다니까. 몇 시간 전에도 손에 총만 들고 있으면 세상을 다 손에 거머쥘 수 있다고 생각한 친구가 당신 말고도 한 명 더 있었다네. 총을 내려놓고 바보같은 짓 그만두지. 조." --- pp 124

여자와 나는 서로를 마주보며 서 있었다. 그녀는 얼굴에 귀여운 작은 미소를 짓고 있으려고 했지만, 얼굴이 너무 지쳐서 그럴 힘조차 없어 보였다. 여자의 얼굴은 계속 멍해졌다. 미소는 파도에 쓸려가는 모래처럼 스러졌고, 어리벙벙한 듯 어리석어 보이는 멍한 눈 아래 창백한 피부는 까칠까칠했다. 백태가 낀 혀는 입꼬리를 계속 핥았다. 예쁘고 버릇이 없으며 별로 똑똑하지도 못한 아가씨였다. 아주, 아주 잘못된 길로 빠져버렸지만 아무도 보살펴주지 않았던 소녀. 부자들이란 지옥에나 떨어지라지. 부자들에게 구역질이 났다. --- pp 101

그녀는 사진을 꺼내어 문 바로 안쪽에서 선 채 들여다보았다.
"작고 예쁜 몸을 가졌죠. 그렇지 않나요?"
"흐음."
그녀는 내 쪽으로 약간 몸을 기울였다.
"내 몸도 봤어야 하는데."
그녀는 진지하게 말했다.
"일을 준비해줄 수 있겠소?"
그녀는 갑자가 날카롭게 웃더니 문 쪽으로 반쯤 향하다가 머리를 돌리고 냉담하게 말했다.
"당신은 이제까지 내가 본 중에 가장 냉혈한이에요, 말로 씨. 아니면 필이라고 불러도 되겠어요?"
"물론이요."
"나를 비비안이라고 불러도 돼요."
"고맙소, 리건 부인."
"지옥에나 가요, 말로 씨."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 pp 96

나는 깊고 푹신한 소파의 가장자리에 앉아 리건 부인을 보았다. 그녀는 바라볼 만한 가치가 있는 여자였다. 사람의 마음을 산란하게 하는 타입이었다. 슬리퍼를 벗은 채로 현대식 긴 의자 위에 몸을 쭉 뻗고 있어 얇디얇은 실크 스타킹을 신은 다리가 보였다. 그것들을 보여주기 위해 그 자리에 놓인 것 같았다. 두 다리는 무릎까지 드러나 있었지만 한쪽 다리는 더 깊숙한 곳까지도 보였다. 무릎은 움푹 패어 있고 뼈가 튀어나오거나 너무 뾰죽하지도 않았다. 종아리가 아름답고, 발목이 길고 날씬하여 교향시의 멜로디 라인이라고 해도 좋을 선을 보여주고 있었다. (...) 입도 멋지고 턱도 멋지다. 입술은 샐쭉하게 움푹 패였는데 아랫입술이 도톰했다. --- pp 28

 

출처 - 예스24

 

5.추천평

 

레이먼드 챈들러는 나의 영웅이었다. - 무라카미 하루키

냄새까지 느껴질 듯 생생하게 묘사된 캘리포니아. 필립 말로는 그 비열한 거리를 헤치며 나아간다. 가끔씩 무심한 말을 내뱉으며 낡아빠진 기사도를 꿈꾸는 그에게서 세상의 탐정 반이 태어났다. 레이먼드 챈들러와 그의 페르소나 필립 말로. 그들에 이르러서야 추리소설은 이성의 한 조각에서 사회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이 책은 그들이 함께한 첫 작품이다. - decca(howmyster.com 운영자)

하드보일드의 음유시인 챈들러는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적인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닌 작가이다. 추리문학의 대가 가운데는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깨고 일반 문학에서도 인정을 받는 이들이 몇 있는데 챈들러는 그 가운데에서도 우뚝 서 있다. - 장경현(싸이월드 '화요추리클럽' 운영자)

레이먼드 챈들러는 미국을 이야기하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내었다. 그 이후로 미국을 예정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 - 폴 오스터

그 누구도 챈들러처럼 글을 쓸 수는 없다. 설령 포크너라 할지라도... - 보스턴 북리뷰

출처 - 예스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