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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825 1기(13.3~18.2)

2월의 추천 도서 (705) 비명을 찾아서 - 복거일


 

 

1. 책소개

 

복거일의 대체역사 장편소설. 소설은 일제 강점기에서 역사의 물꼬를 새로운 방향으로 틀어 흥미진진한 상상을 펼친다.

처음은 일본 추밀원 의장 이또 히로부미가 1909년 하얼빈에서 있었던 안중근 의사의 암살 기도에서 가벼운 부상만을 입었다면? 하는 가정으로 시작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가 여전히 일본의 식민 통치를 받고 있다는 가상의 역사가 생겨난다.

소설은 상, 하권의 두툼한 분량임에도 고급스럽고 재미있게 읽힌다. 소설 읽기를 재미있게 하는 풍자와 가벼운 냉소, 진지한 성찰의 편린들이 떠돈다.

 

출처 - 알라딘 제공

 

2. 저자소개

 

복거일

저자 - 복거일- 소설가 겸 사회비평가로 활동하면서 우리 시대 환부를 짚어내기에 탁월한 수완을 발휘해 온 작가 복거일은 『비명을 찾아서』으로 충격적인 문단데뷔를 하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신춘문예나 문예지의 추천을 거치지 않고 단행본을 출판하는 경우가 없었기에 여러 출판사를 전전하며 냉대를 당하기만 했다. 그의 작품을 발굴해낸 이는 문학평론가 고(故) 김현.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이 실패했다는 가정에서 출발, 1980년대 식민지 서울을 살아가는 반도인의 1년을 쫓은 작품인 『비명을 찾아서』는 `대체(代替) 역사 소설'이라는 새로운 소설 장르를 만들어낸 작품으로도 평가받고 있으며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원작이 되기도 했다. SF 장편소설 『목성잠언집』으로 현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하여 다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또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여 전통 경제이론에 정통하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사평론가중 한 사람으로 꼽히고도 있다.

 

출처 - 엘리트 2000 제공

 

3. 목차

 

차례차례 닫기
이 책을 내면서
고마움의 말
소설로 들어가기 전에
일러두기
일월
이월
삼월
사월
오월

 

출처 - 엘리트 2000 제공

 

4. 출판사 서평

 

우리는 신인 발굴에 노력해온 계간 『문학과지성』의 연장선 위에서, 복거일씨의 전작 장편소설 『비명을 찾아서: 경성, 쇼우와 62년』을 출판함으로써 새로운 소설가를 우리 문단에 자랑스럽게 내보낸다.

우리나라가 여전히 일본의 식민지 통치를 받고 있다는 가상(假想)의 역사(작가 자신은 이를 대체 역사alternative history라고 부르고 있다) 속에서 우리말과 역사가 송두리째 말살된 상황 속에서, 한 기업체의 과장이며 시인인 '반도인' 주인공이 자신의 민족과 뿌리를 어렵게 찾아내고 그 때문에 가해진, 그리고 가해질 핍박을 벗어나기 위해 상해 임시 정부를 찾아 망명을 떠난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는 이 소설의 의미는, 자아와 그것을 정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탐구하려는 정신적 모험의 고귀함과, 오늘의 우리 현실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풍자적 날카로움에서 우선 발견될 수 있다. 완벽한 소설적 형상력에, 원고지 3천 장의 긴 작품을 단숨에 읽게 하는 고급하면서도 긴장된 재미가 어울려 있는 이 장편소설에는 전반적으로 스위프트적인 기지와 조지 오웰적인 암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지만, 그러는 가운데 작가의 진지한 내성과 끝까지 역사에 대한 희망과 정직하게 살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 완강함이 커다란 미덕으로 우리를 감동케 한다. 의표를 찌른 기발한 착상에도 불구하고 매우 사실적이며, 섬세하고 아름답고 튼튼한 이 소설의 출현은 앞으로의 우리 장편 문학이 나아갈 길 한 가지를 암시해주고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이 소설이 80년대에 비교적 침체해 있었던 우리 소설 문학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중요한 성과의 하나로 꼽힐 것으로 확신한다.

작가 자신의 자기 소개에 따르면, 1946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한 저자 복거일(卜鉅一)씨는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뒤 은행과 제조 회사·무역 회사 등에 근무했고 기업체 근무중에 노동조합 운동에도 참여한 바 있으며 『현대문학』에 시를 1회 추천받은 바 있으나, 오랫동안 희망해온 문학에 전념키 위해 1983년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4년 동안 이 소설의 집필에만 몰두해왔다. 그는 예이츠의 시들에 대해 절망적인 사랑을 느끼고 있으며 공상과학소설에 심취해 이 방면에 많은 독서를 해왔다고 하는데 이 독창적인 소설 『비명을 찾아서』는 그 자신의 이러한 이력과 그의 문학적 취향이 탁월한 상상력 속에 부드럽게 용해되어 창의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신인 작가들의 투고작을 출판사의 편집위원이 열독하고 검토하여 책으로 발행하는 문화 선진국의 관행을 바람직하게 따르게 된 이 장편소설의 간행이 우리 문단과 출판 풍토에 중요한 전례가 되기를 바라면서, 이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평가와, 이 작가의 앞으로의 새로운 창작 활동에 대한 독자들의 격려를 이제 우리는 기대한다. 여기 뛰어난 재능이 나타났다!라고.

 

출처 - YES24 제공

 

5. 책 속으로

 

이 작품은 일본 추밀원 의장 이또우 히로부미(伊藤博文) 공작이 1909년 10월 26일 합이빈(哈爾濱)에서 있었던 안중근 의사의 암살 기도에서 부상만을 입었다는 가정 아래에서 씌어진 이른바 '대체 역사(代替歷史)alternative history'이다. 이또우 히로부미는 '메이지 유신(明治維新)'의 주역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그의 정치적 식견과 능력은 근대 일본 역사의 전개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그는 쪼우슈우번(長州藩) 출신의 무인이면서도, 야마가따 아리또모(山縣有朋) 공작을 중심으로 하는 쪼우슈우벌(長州閥)의 육군 강경파들과는 달리 매사에 있어서 온건하고 점진적인 접근을 주장한 정치가였다. '정한론(征韓論)'의 반대, '대일본 제국 헌법'의 제정, 입헌 제정당(入憲帝政黨)의 결성 등에서 그의 그러한 면모가 드러난다. 자연히 그는 일본 정계에 있어서 온건파의 구심점이었고, 그의 존재는 일본에 언제나 팽배했던 군국주의적 세력을 억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작품의 전제가 된 대체 역사에서는 그가 합이빈에서 저격당한 뒤에도 열여섯 해를 더 살았다. 그 사실은 자연히 다이쇼우(大正) 시대의 일본 정국과 동북아시아의 형세에 영향을 미쳤고, 이러한 형세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전세계 역사의 전개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

대체 역사는 과거에 있었던 어떤 중요한 사건의 결말이 현재의 역사와 다르게 났다는 가정을 하고 그뒤의 역사를 재구성하여 작품의 배경으로 삼는 기법으로, 주로 '과학소설science fiction'에서 쓰이고 있다. 미국의 남북 전쟁에서 남부가 이겼다는 사실이 역사에 미친 영향을 다룬 무어Ward Moore의 『희년을 선포하라Bring the Jubilee』(1953)가 고전으로 꼽힌다. 그 밖에 루즈벨트 F. D. Roosevelt가 암살되고 미국이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패배하여 독일과 일본에게 점령되었다는 가정 아래에서 1960년대의 미국 사회를 그린 딕Philip K. Dick의 『높은 성 속의 사람The Man in the High Castle』(1962), 엘리자베드 I세 Elizabeth I가 암살되고 서반아의 무적 함대 Armada가 영국을 정복하였다는 가정 아래에서 1960년대의 영국 사회를 그린 로버츠 Keith Roberts의 『파반춤 Pavane』(1966), 그리고 워싱턴 George Washington이 전사하고 미국 혁명이 일어나지 않은 세계를 그린 해리슨 Harry Harrison의 『대서양 횡단 터널, 만세! A Transatlantic Tunnel, Hurrah!』(1972)가 이름이 있다. --- 머리말 중에서

이 소설의 의미는, 자아와 그것을 정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탐구하려는 정신적 모험의 고귀함과, 오늘의 우리 현실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풍자적 날카로움에서 우선 발견될 수 있다. 완벽한 소설적 형상력에, 원고지 3천장의 긴 작품을 단숨에 읽게 하는 고급하면서도 긴장된 재미가 어울어져 있는 이 장편 소설에는 전반적으로 스위프트적인 기지와 조지 오웰적인 암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지만, 그러는 가운데 작가의 진지한 내성과 끝까지 역사에 대한 희망과 정직하게 살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 완강함이 커다란 미덕으로 우리를 감동케 한다. --- p.

'그렇다. 저렇게 건강한 사람들이 언제나 무지와 빈곤에서 허덕일 리는 없다. 차별 받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조선인이 차별을 받는 한 조선인 누구도 안전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잘못한 것은 '나는 조선인이지만, 내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조선인을 태어났다는 것을 해결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다른 조선인들을 외면하고서 살아온 것이다. 조선인의 문제는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은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에. 모두의 문제는 모두의 힘으로 함께 풀어야 하는 것이다.' --- p.

그는 마음속으로 그것에게 고갯짓을 한 다음,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동이 트고 있었지만, 별들은 아직 초롱초롱했다. 작은곰자리를 찾았다. 높다란 아파트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그의 길을 가리켜줄 북극성이 거기 걸려 있다는 생각은 그의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었다. 그는 가슴에 고인 슬픔을 깊은 곳으로 밀어넣었다. ‘길이 보이는 한, 나는 비참한 도망자가 아니다.’ 그는 자신에게 일렀다. ‘길이 보이는 한, 난 망명객이다. 내가 나일 수 있는 땅을 찾아가는 망명객이다.’ 배낭을 추스르고서, 그는 먼 대륙으로 가는 첫걸음을 떼어놓았다. --- p. 328, 하권

과거의 어느것도 자신이 그 한 부분을 이룰 체계가 형성되어 가는 동안에는 확정되지 않은 것이다. 다만 가능성의 영역에 머무를 따름이다. 바로 그것이 '과거를 규정하는 것은 미래다'라는 명제가 뜻하는 것이다. 역사는 씌어지는 것이 아니다. 역사는 고쳐 씌어지는 것이다. --- p.326

 

출처 -  YES24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