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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825 1기(13.3~18.2)

11월의 추천도서(268) 초록의 하인리히 - 고트프리트 켈러



책소개

 

자전적 교양소설로서 제목은 주인공의 옷 빛깔에서 따온 것이다. 초고에서는 주인공의 어머니가 임종을 기다리고 있고, 주인공 자신도 우수(憂愁) 끝에 죽는다. 그러나, 개작에서는 여기 소개한 바와 같이 하인리히가 고국에서 화가로서의 훌륭한 활동을 하며, 유디트 또한 미국에서 돌아와 그의 집에 함께 기거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좀 더 희망에 차 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하인리히는 스위스의 농촌에 가까운 어느 작은 도시에서 어머니의 손으로 자라났다. 그가 '푸른 옷의 하인리히' 라고 불리는 것은 항상 아버지가 입었던 푸른 양복을 고쳐서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 · 가정 · 이웃 · 놀이터 등에서 하인리히는 점차로 유년기의 지식과 신앙에 눈뜨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무능한 교사에 대한 데모 행진에 가담하여 오해를 산 끝에 그는 퇴학 처분을 받았다. 할 수 없이 하인리히는 조상 대대로 고향 땅에 살고 있는 작은아버지댁에 몸을 의탁하게 되었다.

 

풍부한 자연의 부(富)와 따뜻한 인정이 넘치는 농촌 환경은 하인리히에게 비로소 천직을 자각하게 해주었다. 스케치북을 가지고 풍경과 숲의 나무들을 사생하고 다니는 동안 풍경 화가가 되려고 결심한 그는 곧 마을로 돌아가 어머니께 자기의 결심을 이야기했다. 얼마 안가 천박한 인쇄화 제조를 부업으로 삼고 있는 화숙(畫塾)에 입문한 그는 그곳에서 오히려 해로운 직공적 기술을 습득한 것뿐이었다. 그래서 다시 작은아버지가 계시는 마을로 돌아와 비로소 얼마나 자연 그 자체를 묘사하기가 힘드는 일인가를 깨닫는 것이었다.


시내와 마을을 여러 번 왕래하는 동안 하인리히는 마을에 있는 두 여성에게 점점 마음이 이끌렸다. 하나는 고요한 호반에서 은둔 생활을 하고 있는 철학자의 딸이며 안나였다. 신앙심이 두터운 그녀의 모습은 하인리히에게 일종의 경건한 동경심을 가지게 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유디트라고 불리는 남편을 잃은 젊은 부인이었는데, 무르익은 아름다운 육체와 자연 그대로의 소박한 성품을 지니고 있어 그녀가 뻗치는 애무의 손길 또한 그는 거절할 수 없었다.

 

어느 해 이웃 마을끼리 합동으로 감사제의 야외극 <빌 헬름 텔>을 상연하게 되었다. 여기에 역할을 맡아서 출연하게 된 하인리히는 화려한 그 하루 동안에 마을 사람들과 자리를 같이하며 비로소 넓은 세상의 물정을 알게 되었다. 이윽고 감사제가 끝나고 안나와 단둘이서 산길을 걸어오던 하인리히는 처음으로 그녀와 뜨거운 키스를 나누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그것은 서로 외면하고 싶은 쑥스러운 뒷맛을 남겼다. 그날 밤 늦게 하인리히는 자칫하면 유디트의 유혹에 넘어갈 뻔하다가 겨우 벗어나 푹풍우 속을 헤맸다. 그후 안나는 가엽게도 병을 앓고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유디트도 얼마 안 가 아메리카로 가는 이민단을 따라 마을에서 떠나가고 말았다.

 

한편 풍경화에서 인체화로 전환하려고 마음먹고 해부학 연구를 해보려고 한 하인리히는 고향에 계신 어머니에게 자주 무리하게 돈을 요구하면서 끼니도 제대로 잊지 못하는 어려운 생활을 계속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린 그림도 전부 팔아 버리고 깃발공장 화공으로까지 전락하여 비로소 그는 자기의 재능에 대한 절망과 향수에 사로잡혀 돈 한푼 없이 도보 여행으로 어머니 곁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 도중 위기에서 구원받은 어느 백작의 성에서 그는 우연히도 자기 작품을 수집하고 있던 사람이 백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의 권유로 자기 재능에 대한 마지막 시도로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그는 백작의 딸 도로테아에 대한 괴로운 연정 때문에 그곳을 도망치듯 떠나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때는 백작의 호의와 의외의 유산을 상속받은 것으로 해서 그의 수중에는 많은 재산이 있었다.

 

자신의 불효를 사죄하려고 했던 하인리히는 그러나 고향 땅을 밟자 어머니는 이미 임종을 맞이하고 있었다. 고독하게 홀로 남겨진 하인리히는 지난날 백작의 말에서 암시를 받았다. 즉 전체를 위하여 봉사하는 정치활동은 예술활동과 마찬가지로 높은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면사무소에 근무하고 군수로 까지 승진되었다. 평화롭고 의의 있는 생활을 하고 있는 그의 곁에는 그의 앞날을 걱정해서 아메리카에서 돌아온 유디트가 따뜻한 우애를 바치며 그의 생활을 위로하는 것이었다.

 

 

저자소개

 

켈러(1819 ~ 1890)

스위스의 시인, 소설가. 취리히 출신. 헤르베크 등 정치시인에게서 자극을 받아 낭만적 경향의 〈시집〉(1846)을 발표. 1848년에 낭만주의에서 리얼리즘으로 전향. 여기에 그의 만년의 시구 "오오, 눈이여, 어서 오라, 눈썹이 받아들일 때까지, 세계의 넘치는 금빛 속에서"로 요약되는 〈신시집〉(1851)을 냈으며, 1846년부터 쓰기 시작한 자전적 장편 <녹색의 하인리히>(1851-1855)를 완성하여 독일 교양소설 전통의 최후를 장식했다. 이후는 단편으로 전향하여 〈젤트빌라의 사람들〉(제1부 1865, 제2부 1874)을 집필했다. 동시에〈일곱 가지 전설〉(1872)에서는 산문의 극치를 보였다. 최후의 작품은 당시 스위스의 세태를 묘사한 장편 〈마르틴 잘란더〉(188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