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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825 1기(13.3~18.2)

10월의 추천 도서 (1681) 페어리 여왕 - 에드문드 스펜서



1. 작품 해설



1590년 스펜서는 월터 롤리 경(Sir Walter Raleigh)에게 이 작품의 의도와 계획을 설명한 편지와 함께 성결(holiness), 절제(temperance), 정결(chastity)의 덕을 나타내는 1권, 2권, 3권을 출판하였다. 이어 1596년에는 우정(friendship), 정의(justice), 예절(courtesy)의 덕을 다루는 4권, 5권, 6권이 두 번째로 출판되었다. 처음에 이 작품은 페어리 나라(Faery land)의 글로리아나(Gloriana) 여왕이 베푼 십이 일의 축제기간 동안 열두 명의 기사들이 개인적이고 사적인 열두 덕목(private virtue)들을 완수하는 모험담을 다룰 예정이었다.


그러나 1599년 스펜서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1609년 먼저 출판된 여섯 권과 함께 7권 절개(constancy)의 덕을 다루는「변화의 노래」(Two Mutabilities Cantos) 두 편을 끝으로 미완성된 채 남겨진다. 이 작품의 구성은 고전 서사시의 전형이라 높이 평가된 베르길리우스의『아이네이드』(Aeneid)가 열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듯 각 권이 열두 개의 노래로 이루어져 있다. 롤리 경에게 보낸 서론적 성격의 편지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 시는 이상적인 기사들의 인품을 나타내 보여주는 것이다. 각 권마다 완벽한 기사도 정신의 열두 가지 자질들 중 하나씩 다뤄지도록 구상되었다.


당시 스펜서는 호메로스(Homeros)와 베르길리우스(Virgil)와 같은 시인들이 2000년 전에 동료 인간들에게 도덕적 행위에 대한 여러 가지 모델들(models)을 이미지들을 통해 기억 속에 각인시킴으로써,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교육시키고자 했던 것과 같은 역할을 하길 원했다. 그래서 이 시는 스펜서의 도덕적 훈육의 염원을 담아 호메로스와 베르길리우스의 고전 서사시들과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었던 로맨스 서사시 루도비코 아리오스토(Ludovico Ariosto)의 『미친 올란도』(Orlando Furioso), 토르콰토 타쏘(Torquato Tasso)의 『해방된 예루살렘』(Gerusalemme Liberata)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2. 등장 인물



1권 「레드크로스 기사 또는 성결의 전설」


레드크로스(Redcross) : 1권의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 기사. 2권의 초반부까지 등장한다.


우나(Una) : 하나를 의미한다. 에덴 왕국의 딸로 용에 의해 에덴 왕국에 갇힌 자신의 부모를 구하고자 글로리아나 여왕에게 간청한다. 레드크로스 기사와 함께 모험의 길에 동행하여 레드크로스 기사를 돕는다.


에러(Error) : 숲에 들어간 레드크로스 기사가 처음 만난 괴물.


아키마고(Archimago) : 사악한 마법사로 우나와 닮은 가짜 우나를 만들어 레드크로스 기사가 우나에 대해 불신하게 만든다. 라틴어 archi와 magus의 복합어로 최고의 마술사 혹은 위대한 마법사라는 뜻이다.


두엣샤(Duessa) : 진리를 상징하는 우나와 반대되는 성격의 거짓을 의미하는 여자. 레드크로스 기사를 잘못된 길로 이끈다.


산스 포이(Sans Foy)와 산스 조이(Sans Joy) : 이교도 기사들. 레드크로스 기사와 싸워 패한다.


오르고 글리오(Orgoglio) : 형체 없이 공허한 바람으로 잔뜩 부풀려지고 사악한 죄악으로 가득 차 있는 거대한 괴물. 레드크로스 기사를 절망의 동굴에 빠지게 한다.


용(Dragon) : 레드크로스 기사가 궁극적으로 무찔러야 하는 최대의 악.



2권 「가이연 경 또는 절제의 전설」


가이연(Guyon) : 2권의 주인공 기사. 가이연이 모험의 길에서 만나는 절제에 반하는 여러 등장인물과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독자들은 절제의 덕의 완성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가이언의 어원은 레슬러(wrestler)이며, 실제로 레슬링은 2권의 주요한 모티브 중 하나이다.


파머(Palmer) : 가이연의 행동들에 계속 간섭하면서 옳은 것을 분별하도록 충고하는 노인이다. 파머가 절제의 덕을 행하는데 지침이 되는 실제적인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성지인 예루살렘의 순례를 마친 순례자를 지칭하는 말로서, 보통 이성을 대변하는 존재로 해석하는데 인간 이성에 대한 기독교적 보호와 안내를 나타낸다.


아마비아(Amavia) : 절제의 적 아크라씨아(Acrasia)의 감각적인 쾌락에 쉽게 넘어가 노예가 되어버린 남편 모르단트(Mordant)의 죽음 후, 어린 아들을 남겨두고 자살한 여인. ‘살기 위해 사랑하는’ 혹은 ‘사랑을 위해 사는’이라는 뜻이다.


아크라씨아(Acrsia) : 그리스어 arkratos에서 온 이름으로 무력함, 스스로 통제할 힘이 없음을 뜻한다. 2권의 주제인 절제와 정반대되는 특성이다.


모르단트(Mordant) : 라틴어 어원은 ‘죽음을 주다’라는 뜻이며, 그는 기사로서 적에게 죽음을 주는 자가 되고 아내까지 죽음에 이르게 하며, 자신의 후선에게는 정신적인 죽음을 준다. 또한 허약한 육신적 인간으로서 그는 스스로를 파괴하고 죽음에 이른다.


러디매인(Ruddymane) : 모르단트와 아마비아의 불쌍한 어린 아들.


브라가도키오(Bragadoccio) : 가이연이 한눈을 파는 사이에 말과 무기를 훔쳐 자신의 것 인척 허풍 떠는 사람.


트롬파트(Trompart) : 브라가도키오에 빌붙어 알랑거리며 그의 시종 역할을 한다.


벨피비(Belphoebe) : 브라가도키오와 트롬파트의 음흉한 욕정을 제압하는 인물. 아름다움의 화신이다.



3권 「브리토마트 또는 정결의 전설」


브리토마트(Britomart) : 3권에서는 특이하게 남장을 한 여자 기사가 주인공이다.


글로스(Glauce) : 브리토마트의 소녀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을 동정과 이해심으로 보살펴 주는 지혜로운 유모.


아트걸(Artegall) : 브리토마트가 자신의 아버지의 서재에 들어갔다가 마술 거울 속에서 보게 된 미래의 남편이다.


멀캐스타(Malcasta) : 브리토마트를 남성 기사로 생각하여 브리토마트를 덮치려 한 여성.


플로리멜(Florimell) : 마리넬(Marinell)에 의해 사랑을 거절당한다. 마리넬을 찾아 페어리 나라를 방황하며 남성의 욕정에 시달리면서 끝없는 도피행각을 벌이는 여성이다.


마리넬(Marinell) : 플로리멜의 사랑을 거절하여 플로리멜로 하여금 끊임없는 고통과 번민 속에서 방황하도록 만든 인물이다.


티미아스(Timias) : 플로리멜을 구하러가던 아서의 시종이다. 숲 속에서 무뢰한에게 상처를 입게 되자, 마침 사냥감을 찾아 나섰던 벨피비에게 구조되고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4권 「캠벨과 텔라먼드 또는 우정의 전설」


캠벨과 텔라먼드(Cambell and Triamond) : 각자가 연인이요, 오누이요, 친구가 되는 완전하게 균형을 이루지는 못하는 조화. 이전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4권의 중심이 되지 못함. 그러나 참된 질서와 우호관계를 보여준다.


아테(Ate) : 호머(Homer)의 『일리아드(IIiad)』에 등장하는 불화의 여신. 외견상으로는 두엣싸의 시녀로서 주변적인 역할을 맡았다.


사트래인(Satyrane) : 플로리멜이 남긴 정결을 상징하는 허리띠(Girdle)를 두고 싸움을 벌인다.


가짜 플로리멜(False Florimell) : 마치 돈처럼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으로 넘어가며 불화의 근원.


아모레트(Amoret) : 결혼할 여성의 아름다움과 성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사랑의 대상이다.


스쿠다무어(Scudamour) : 자신의 내적인 불화의 이미지


5권 「아트걸 또는 정의의 전설」


그란토르토(Grantorto) : 폭군이자 가톨릭을 상징한다.


폴렌트(Pollent) :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강한 힘이라는 뜻이다.


무네라(Munera) : 라틴어로 선물, 뇌물이라는 뜻으로 이중적인 성격을 띤다.


탈루스(Talus) : 철인으로 아트걸의 무자비한 정의의 실행력을 알레고리화한 인물이며 가차 없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철로 만든 도리깨를 들고 아트걸 곁에서 돕고 지켜주고 있다.


트롬파트(trompart) : 가짜 플로리멜을 데리고 있다. 브라가도키오의 시종이다.


아트걸(Artegall) : 세상의 정의를 구현하는 인물이며, 정의 실현에 있어서 무자비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 5권에서 아트걸은 여장부 라디군드와의 대결에서 정의실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감성적 동정으로 인해 그녀에게 패하는 수모를 겪게 되어 결국 갇힌 신세가 되어 버린다.


브리토마트 : 3권의 정결의 전설에서부터 등장한 남장 여자 기사로 미래의 남편 아트걸을 찾아 모험의 길을 걷고 있다. 5권에서 다시 등장하여 사고에 빠진 아트걸의 소식을 듣고 슬퍼하다 결국 직접 구출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들론(Dolon) : 겉보기에는 용감한 나이가 지극한 기사지만, 라디군드로부터 아트걸을 구하러 가는 브리토마트를 만나 덫에 걸리게 하는 사악한 기사이다.


라디군드(Radigund) : 여왕으로서의 잘못된 자질을 보여줘 브리토마트와 비교된다. 아트걸에게 자신의 미모를 이용해 헛된 동정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아트걸을 감옥에 가둬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만든다.


6권 「캘리도어 또는 예절의 전설」


캘리도어(Calidore) : 예절의 덕을 대변하는 기사. 작품의 중심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다.


욕쟁이 짐승(Blatant Beast) : 5권에서 시기(Envie)와 중상(detraction)이 몰고 다니는 사악한 짐승이다. 캘리도어 기사는 욕쟁이 짐승을 잡아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크루도어와 브리아나(Crudor and Briana) : 크리두어는 브리아나의 사랑을 경멸하여 받아들이지 않고, 기사의 수염과 숙녀의 머리타래로 겉옷을 만들어 줄 때까지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한다. 브리아나는 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지나가는 행인을 괴롭힌다.


캘러파인(Calepine) : 캘리도어 기사가 이야기의 중심에서 사라지고 캘러파인이 이야기를 잠시 이끌고 나간다. 욕쟁이 짐승에게 상처를 입는 세레나(Serena)의 애인.


세레나(Serena) : 라틴어로 평화롭고 조용하다는 의미에서 온 말인데, 보통 날씨를 가리킬 때 사용한다. 세레나는 온화한 날씨에 이끌려 돌아다니다가 욕쟁이 짐승에게 상처 입는다.


터파인(Turpine) : 곤경에 빠진 이웃을 도와주지 않고 오히려 달려들어 공격하는 인물이다. 예절의 덕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인물.


야만인(Salvage) : 터파인과는 대조적으로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생각하여 도울 줄 아는 인물이다.


은수자(Hermit) : 욕쟁이 짐승의 중상과 모략으로 인해 다친 세레나와 티마이스의 내적·외적 상처를 치유해준다.


페스토렐라(Pastorella) : 캘리도어 기사가 전원세계에서 만나 구애하게 되는 여성이다.



3. 줄거리


1권 「레드크로스 기사 또는 성결의 전설」


성결을 상징하는 레드크로스 기사는 우나 부모의 나라인 에덴을 황폐하게 한 사악한 괴물 용을 처단하고 성결의 덕의 완성에 도달하기 위하여 진리의 상징인 우나와 함께 모험의 길을 나선다. 이들은 갑작스런 폭풍우를 피하기 위해 숲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 곳에서 레드크로스 기사는 에러라는 괴물을 만나 이를 무찌른다. 이어 사악한 마법사 아키마고가 나타나 그의 암자에서 이들을 맞이한다. 아키마고는 이들의 상호 신뢰를 파괴하는 성적 환상을 만들어 레드크로스 기사가 우나를 불신하게 하고 대신에 거짓의 두엣샤의 말을 믿게 만든다. 레드크로스 기사는 산스 포이와 산스 조이라는 두 이교도 기사들과 싸워 이기게 된다.


그러나 이내 레드크로스 기사는 거대한 괴물 오르고 글리오에게 붙잡혀 지하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결국 레드크로스 기사는 난쟁이에게 이 소식을 전해들은 우나와 아서(Arthur) 왕자의 도움으로 오만의 죄에서 구출된다. 그러나 극심한 심적 외적 고통과 후회들로 인해 레드크로스 기사는 몸과 마음이 쇠하여 절망의 동굴(The Cave of Despair)에 빠져 자살의 유혹을 느낀다. 우나는 몸과 마음이 지친 레드크로스 기사를 성결의 집(The House of Holiness)으로 안내하여 그가 회복하고 재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침내 레드크로스 기사는 용과 3일의 전투 끝에 용을 죽이고 우나의 부모를 구한다. 레드크로스 기사와 우나는 약혼한다. 하지만 완전한 결합을 뜻하는 결혼은 아직 성사되지 않는다. 레드크로스 기사는 남은 글로리아나 여왕의 명을 받들어 완전한 성결의 덕의 완성을 위하여 순례의 길을 다시 떠난다.


2권 「가이연 경 또는 절제의 전설」


아키마고는 가이연에게 레드크로스 기사를 공격하라고 종용한다. 그 대신에 레드크로스 기사와 가이연은 친구가 된다. 가이연은 그를 돕는 파머와 동행하던 중 어린 아들을 남겨 두고 자살을 시도하려는 아마비아를 발견한다. 아마비아가 자살하려는 이유는 그녀의 남편인 모르단트가 절제의 적인 아크라씨아의 감각적인 쾌락에 쉽게 넘어가 노예가 되어 결국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마비아는 남편의 죽음이 가져다준 슬픔과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어린 아들을 남겨두고 자살한다.


그녀의 어린 아들 러디매인은 부모가 죽은 후 메디나(Medina)의 성에 남겨졌다. 이는 격렬한 열정에 사로잡힌 육적인 연약함이 빚어낸 비극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며, 지나친 열정과 감정의 중용을 이루지 못하고 슬픔을 견디어 낼 자제력과 인내심 그리고 신의 섭리에 대한 신앙이 부족함도 드러낸 것이다. 또 다른 에피소드로 무절제의 아이콘인 브라가도키오와 트롬파트 이야기가 있다.


가이연이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브라가도키오는 말과 무기를 훔쳐 기사인 척 하며 사기행각을 벌인다. 트롬파트는 브라가도키오의 시종 역할을 한다. 그리고 롤리 경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언급했던 엘리자베스 여왕의 사적인 덕의 알레고리(allegory)1)를 상징하는 벨피비가 2권에 등장한다. 벨피비는 완벽한 아름다움의 화신으로 특히 성적인 욕정을 제어하는 힘을 가진 순결하면서도 동적인 정결의 덕으로 3권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3권 「브리토마트 또는 정결의 전설」


3권의 정결의 덕은 스펜서의 프로테스탄트(protestant)적인 특성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덕이다. 중세 르네상스 시대 가톨릭 전통에서는 독신생활을 결혼보다 강조하고 우위에 두어, 정결의 덕은 독신생활에서의 동정의 삶을 종교적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덕이다. 하지만 스펜서의 작품 속 정결은 동정을 지키기 위한 덕이 아이다. 정결의 수호 기사 브리토마토가 자신의 미래의 남편인 아트걸을 찾아 모험을 하는 점에서도 드러나듯이, 결혼으로 이어지는 남녀 간의 사랑의 기초가 되는 충실한 사랑의 덕이다.


3권의 주인공은 남장을 한 여자 기사 브리토마트이다. 브리토마트는 정결의 수호기사이자 자신의 미래 남편인 아트걸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 3권의 서술방식은 1권과 2권에서 단일 중심인물에 초점을 맞춰 내용을 전개시켰던 것에서 벗어나 브리토마트의 모험이 전체 이야기의 중심이긴 하나 그 밖의 다른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리하여 3권은 그 인물들의 다양한 사랑과 모험의 이야기들로 다채롭게 또는 복잡다단하게 엮여져 있다.


예를 들자면, 너무도 아름다운 미모를 가져 모든 남자들의 정욕의 대상이 되어 쫓기고 쫓기는 플로리멜과 플로리멜의 사랑을 거절하여 플로리멜로 하여금 끊임없이 고통과 번민 속에서 방황하도록 만든 마리넬의 슬픈 사랑이야기가 있고 정숙한 처녀성을 상징하는 벨피비에게 사랑을 느낀 아서의 시종 티마아스의 이루어질 수 없는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그리고 우연히 아버지의 방에서 마술 거울을 통해 보게 된 자신의 미래의 남편 아트걸을 사랑하게 되어 직접 찾아 나선 브리토마트의 적극적인 사랑의 이야기 등이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들 중에서도 단연 가장 눈에 띄는 이야기는 3권의 중심인물인‘브리토마트의 아트걸을 향한 적극적인 사랑의 모험담’이다. 여기서 브리토마트는 영국’(Britain)과 ‘전쟁의’(martial)라는 의미가 결합된 이름을 가진 여성으로서 우연히 자신의 아버지의 서재에 들어갔다가 마술 거울 속에서 자신의 미래의 남편인 아트걸의 모습 을 보게 된다. 그 이후 브리토마트는 사춘기 소녀와 같은 사랑의 열병으로 가슴앓이를 하게 되고 결국 자신의 운명의 아트걸을 홀로 찾아 나선다.


4권 「캠벨과 텔라먼드 또는 우정의 전설」


3권이 완결이라기보다는 4권으로 연결되어 계속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아리오스토적인 로맨스 전통이 잘 나타난다. 3권에서는 성적인 사랑이 개인들에게 미치는 영향들이 다루어졌다면, 4권에서는 사랑에 의해 이룩된 다양한 종류의 유대관계, 사회를 성장시키는 유대관계가 다뤄진다. 그러나 4권의 제목처럼 캠벨과 텔라먼드의 우정이 4권의 중심이야기가 되지는 못한다.


4권에서는 3권에 등장한 여러 인물들의 개인적인 사랑이 형제, 자매, 동성, 이성 간의 사랑과 같은 인간 상호 간의 사회적인 사랑 그리고 자연적인 혹은 우주적인 사랑의 차원으로 확대 전개된다. 브리토마트, 아모레트, 플로리멜, 스쿠다 무어, 마리넬 캠벨, 트리아먼드 등이 맺는 인간관계는 궁정식 로맨스에 기초를 두면서도 페트라르카의 연애시에 등장하는 궁정식 사랑의 왜곡되고 비도덕적이고 상대방을 노예화하는 측면들을 배제한 참된 사랑과 우정에 기반을 둔 이상적인 관계로 그리스도교적인 결혼과 우정으로 승화되고 있다.


5권 「아트걸 또는 정의의 전설」


브리토마트의 미래의 동반자인 아트걸이 그란토르토라는 거물에게 붙잡혀 고생하는 이레나를 구출하러 가는 과정을 통해 아트걸이 이루어나가는 정치적 사회적 차원의 정의를 다룬다. 5권은 다른 책들에 비해 역사적 정치적인 알레고리를 주로 다루고 있으므로 이야기가 매우 단순한 편이다. 다양한 모험들이 거대한 민주주의를 전복시킨 후 아스트레아에 의해서 키워진 아트걸의 모험에 초점이 맞춰져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트걸은 라디군드에 의해 감옥에 갇힌다. 브리토마트는 이 소식을 듣고 라디군드를 죽이고 아트걸을 구하기 전에 이시스 사원을 방문한다. 아서와 아트걸은 두엣샤의 재판을 지켜본다. 5권의 나머지 이야기는 아트걸이 욕쟁이 짐승을 만날 때까지의 모험담을 다룬다.


6권 「캘리도어 또는 예절의 전설」


6권의 모험들은 캘리도어 기사를 중심으로 예의를 모르는 무례한 사람들에게 수모를 겪는 여러 희생자들의 에피소드들이 설명된다. 특이한 점은 캘리도어 기사가 자신의 임무이자 세레나를 잡아채 간 욕쟁이 짐승을 잡으러 뒤쫓다가 갑자기 이야기의 중심에서 노래 4에서부터는 완전히 사라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노래 9에서 캘리도어 기사가 다시 작품의 중심에 등장하는데, 캘리도어 기사가 마주 한 곳은 다름 아닌 양치기의 전원세계이다.


6권은 5권의 음울한 야만성과 대조적으로 세련된 예의범절과 문화의 세계를 보여준다. 캘리도어 기사는 전원세계에서 만난 페스토렐라에게 구애한다. 그리고 아시데일(Arcidale)산에 올라가 벌거벗은 세 명의 그레이스(Graces)들과 이름 모를 아가씨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아름다운 나체의 아가씨들이 함께 춤추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다. 이는 예절의 비전으로 캘리도어 기사가 다가가자 모두 사라져 버린다. 세 명의 아름답고 우아 한 그레이스들은 진정한 예절의 덕의 원천이며, 그들이 나체인 것은 참된 예절은 가식이나 허식 없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 진실함과 단순함을 의미한다.


그러던 중 파스토렐라가 산적들에게 붙잡힌다. 캘리도어 기사는 그녀를 구하고 마침내 다시 자신의 궁극적인 임무를 떠 올리며 욕쟁이 짐승을 쫓으며 잡게 된다. 그러나 욕쟁이 짐승은 무슨 연유에서 인지 쇠사슬을 부수고 세상 속을 다시 활개 치고 다닌다.


4. 책 속으로


한 숭고한 기사가 들판에서 말을 타고 달려가고 있었다,

막강한 무기와 은 방패로 무장을 하고서,

방패에는 오래 전에 깊이 패인 자국들이 있었는데,

피비린내 나는 많은 전쟁에 대한 잔인한 표식들이 남아 있다;

그러나 그때까지 그는 무기를 한 번도 쥐어본 적이 없었다:

그의 성난 말은 거품 어린 말 재갈을 내치며 갔다,

고삐에 이끌려 가는 것을 매우 모멸스러워하는 듯,

그는 아주 힘센 기사인 듯 보였고 멋진 자세로 말 위에 앉아 있었다,

마치 기사들의 마상 결투와 격렬한 접전을 맞이하는 사람처럼.


A Gentle Knight was pricking on the plaine,

Ycladd in mightie armes and siluer shielde,

Wherein old dints of deepe woundes did remaine,

The cruell markes of many' a bloody fielde;

Yet armes till that time did he neuer wield:

His angry steede did chide his foming bitt,

As much disdayning to the curbe to yield:

Full iolly knight he seemd, and faire did sitt,

As one for knightly giusts and fierce encounters fitt. (FQ 1.1.1)



이는 작품 속에 처음 정식으로 등장하는 1권 「성결의 전설」의 주인공 레드크로스 기사에 관한 묘사 부분이다. 스펜서는 레드크로스 기사가 적과 싸우기 위해 전쟁터로 말을 타고 달려 나가는 모습을 멋지게 그린다. 그러다 갑자기 5행에서 스펜서는 “Yet”(그러나) 라는 단어 뒤 따르는 ‘그때까지 그는 무기를 한 번도 쥐어본 적이 없었다’라는 설명으로 레드크로스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를 뒤엎어 버린다. “yet”, “but”과 같이 반어적인 단어들과 “seemd”과 같이 불확실성을 암시하는 단어들은 레드크로스 기사가 겉보기엔 전투에 익숙한 기사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듯 그의 윤리적 상태 또한 겉보기와는 달리 아직은 불안정한 상태임을 강하게 시사한다. 스펜서는 레드크로스 기사의 모습 속에서 역설을 강조하고 있다.

이 역설적인 부분은 1권 「성결의 전설」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는데 있어서 중요할 뿐만 아니라, 1권에서부터 6권 「예절의 전설」에 이르기까지 작품 전체를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스펜서는 작품의 초두에서부터 성결의 덕을 대변하는 레드크로스 기사를 불완전하게 묘사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성결의 덕이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하게 하고 깊이 생각하게 한다. 스펜서는 겉으로 완벽해 보이지만 실제 영적으로 도덕적으로 불완전한 레드크로스 기사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이 재현은 앞으로 독자들이 작품 속 선(또는 덕)을 대변하는 각 권의 기사들을 대할 때 겉으로 드러난 외적인 것만을 가지고 성급한 판단과 확신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며, 시를 통한 도덕적인 훈육의 효과를 의도한 것이다. 이는 다른 권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일어나며 또한 적용된다. 1권은 그 자체가 하나의 완결된 소서사시로서 시 전체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스펜서는 영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불완전한 각 권의 주인공 기사들이 모험의 길에서 마주하는 적들과의 싸움을 통해 보다 완전하게 덕을 완성하도록 이끌고 있다.




- 네이버 지식백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