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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825 1기(13.3~18.2)

10월의 추천 도서 (1680) 팡세 - 블레이즈 파스칼



1. 책소개


파스칼의 명저 팡세. 현대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사상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서적 중 하나로 인정받는 책으로 보들레르, 니체, 졸라에게 영감을 주고 실존주의자들의 선구가 되었다. 번역을 한 불문학자 이환 교수는 최근까지의 문헌학적 연구 결과에 바탕을 두고 편찬한 책인 라퓌마 L. Lafuma 판을 원본으로 삼아 파스칼의 진정한 의도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였다.



2. 저자


저자 파스칼 블레이즈는 1623년 6월 19일, 프랑스의 오베르뉴 주 끌레르몽 출생. 어릴 때부터 수학과 물리학에 관심을 보여, 1635년에는 12살이라는 나이로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라는 '유클리드의 정리'를 증명했다. 아울러 16살 때인 1639년에는 '원추곡선론'을 집필하여 수학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19살에는 계산기를 발명하는 등 천재성을 발휘했으며, 1648년에 원추곡선론을 완성하고, 진공 실험을 실시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1656년에 예수회의 타락을 비판하는 공개 질문서를 내기도 했다. 1659년부터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한 그는 이듬해까지 끌레르몽의 교외에서 요양했다. 하지만 1662년 병세가 악화되어 이 해 8월 3일 유언장을 작성한 뒤 그 달 19일 새벽, 3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 때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신은 영원히 저를 버리지 마실지어다"였다. 그리스도교 변증론을 위한 단편적 비망록을 쓰기도 했는데, 그가 죽은 뒤 친지들이 이 원고를 정리하여 '팡세'를 펴냈다.



3. 목차


옮긴이 서문 
A. 머리말 
B. 서론 
제1편 순서 
제2편 헛됨 
제3편 비참 
제4편 권태와 인간의 본질적 특싱 
제5편 현사의 이유 
제6편 위대 
재7편 상반된 것들 
제8편 위락 
제9편 철학자들 
제10편 최고선 
제11편 포르투아얄에서 
제12편 서두 
제13편 이성의 복종과 이용 
제14편 신을 증명하는 이 방법의 우월성 
제15편 인간의 인식에서 신으로의 이행 
제15편의 2 인간성의 타락 
제16편 다른 종교들의 허위성 
제17편 사랑할 만한 종교 
제18편 종교의 기반과 반론에 대한 반박 
제19편 표징적 율법 
제20편 랍비의 교리 
제21편 영속성 
제22편 모세의 증거 
제23편 예수 그리스도의 증거 
제24편 예언 
제25편 특별한 표정들 
제26편 기독교 도덕 
제27편 결론 

제2부 

제1편 개인적 수기 
제2편 『진공론』을 위한 수기 
제3편 『은총론』을 위한 수기 
제4편 『프로뱅시알』을 위한 수기 
제5편 「페리에 양의 기적에 관하여」를 위한 수기 
제6편 『기하학 또는 논리학 개론』의 서문을 위한 수기 
제7편 『귀족의 신분에 관한 세 담론』을 위한 수기 
제8편 잡록 

작품 해설: 이환 - 인간 실존의 위대한 증언 
파스칼 연보



4. 책속으로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한 줄기 갈대일 뿐이다. 그러나 그는 생각하는 갈대다. 그를 박살내기 위해 전 우주가 무장할 필요가 없다. 한번 뿜은 증기, 한 방울의 물이면 그를 죽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우주가 그를 박살낸다 해도 인간은 그를 죽이는 것보다 더 고귀할 것이다. 인간은 자기가 죽는다는 것을, 그리고 우주가 자기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주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의 모든 존엄성은 사유(思惟)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스스로를 높여야 하는 것은 여기서부터이지, 우리가 채울 수 없는 공간과 시간에서가 아니다. 그러니 올바르게 사유하도록 힘쓰자. 이것이 곧 도덕의 원리이다. - '단장 391'에서 


우리는 인간의 정신을 매우 위대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으로 인해 우리가 멸시당하거나 정신이 존중받지 못하면 참지 못한다. 인간의 모든 행복은 이 존중에 있다. - 117


그러므로 우리는 유한한 것의 존재와 본질을 안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유한하고 넓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한한 것의 존재를 알지만 그 본질은 모른다, 우리처럼 넓이는 있어도 우리처럼 한계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신의 존재도 본질도 모른다, 신은 넓이도 한계도 없기 때문이다. - 180


인간이 무엇인지를 탐구하지 않고 사는 것이 초자연적 맹목이라면 신을 믿으면서 악하게 사는 것은 가공할 맹목이다. - 358


악인들이 존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죽여야 하는가. 이것은 한쪽 대신 양쪽을 악인으로 만든다. - 359



5. 출판사 서평


파스칼의『팡세』가 원로 불문학자 이환 선생님(서울대 불문학과 명예교수)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이환 선생님은 해방 후 한국에서 불문학 연구 제1세대이자 파스칼 연구의 권위자이다. 이환 선생님은 1964년에 이미『팡세』(제일문화사)를 번역한 바 있고, 여러 권의 파스칼 사상과『팡세』에 관한 저서와 역서를 펴내었다. 이번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된『팡세』는 필생의 작업을 완료한 것으로, 한국에서의 불문학 연구사에 있어서 소중한 작업이 될 것이다. 


파스칼이 죽은 지 3세기 반이 지났다. 그동안 그의『팡세』만큼 널리 읽힌 고전도 드물다. 그러나 파스칼만큼 오해와 곡해를 받아온 사상가도 드물 것이다. 그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텍스트의 숙명적인 불완전성에 있다. 그는 자신이 오래전에 구상했던 <기독교 호교론>을 완성하지 못한 채 900여 개의 단편들만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파스칼이 죽은 후 처음으로『팡세』가 출판되었을 때(1670년)부터 그것은 갖가지 요인들로 인해 본래의 텍스트와는 거리가 먼, 극히 불완전하고 왜곡된 것일 수밖에 없었으며 이 형태는 근 2세기에 걸쳐 큰 변화 없이 유지되어 왔다. 뿐만 아니라 그가 속해 있었던 장세니즘에 대한 박해와 뒤이은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의 냉대 속에서 파스칼은 흔히 비판과 야유의 대상으로 환기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19세기 중엽에 이르러 그에 대한 관심이 차츰 일기 시작하였고, 이 관심은『팡세』의 텍스트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로 이어졌다. 20세기에 들어와 몇몇 괄목할 만한 연구들이 파스칼의 텍스트 및 사상에 대한 이해를 전적으로 새롭게 하기에 이르렀다. 오늘날 우리는 적어도 파스칼이 죽을 때 남겨놓은 상태 그대로의 텍스트를 대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속에서 파스칼의 참모습을 찾아볼 가능성을 갖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번역한『팡세』 원본은 라퓌마L. Lafuma 판으로서 그것은 최근까지의 문헌학적 연구 결과에 바탕을 두고 새로이 편찬된 것이기에 우리는 그 안에서 파스칼의 진정한 의도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파스칼이 묘사한 인간의 모습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신 없는 인간의 비참>으로 요약된다. 이 비참은 그에 있어 매우 독창적이고도 명확한 형태로 나타난다. 즉 인간의 무력, 다시 말하면 희구와 현실 사이의 모순에서 유래하는 무력이 바로 그것이다. 희구하는 진리에 대하여 오류, 행복에 대하여 비참, 정의에 대하여 변덕, 무한에 대하여 유한에 부딪칠 뿐인 인간은 영원히 분열된 극적 존재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극의 묘사는 그 자체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비극을 넘어서려는 의지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다. ---이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