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소개
들뢰즈 사유의 흐름을 조망한 독창적인 입문서!
우노 구이니치가 그린 철학의 초상화~
『리좀총서』제6권《들뢰즈 유동의 철학 | 한 철학자의 지적 초상화》. 들뢰즈 이후의 철학적 성과를 집성하고 있는 <리좀 총서>의 여섯 번째 책. 이 책은 들뢰즈의 초기 철학사 연구부터 후기 자본주의 비판과 이미지론에 이르기까지, 그의 전작에 걸쳐 있는 철학적 사유의 흐름을 그린 독창적인 입문서이다.
이 책은 다른 들뢰즈 연구서와 달리 그의 사유의 궤적을 경쾌한 리듬으로 따라가면서 그 핵심을 드러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때문에 그의 철학과 사유방식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을 준다. 일본 들뢰즈 연구의 선구자 우노 구이니치가 들뢰즈에 대한 철학 초상화를 그려냈다.
저자는 들뢰즈에게서 직접 배운 연구자로서 자신이 느꼈던 그의 인상을 기록한다. 그리고 그의 삶과 죽음에 얽힌 이야기를 그의 철학과 병치하여 서술함으로써 들뢰즈 사상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철학적 개념에 대한 세밀한 논리보다는 들뢰즈 철학 개념이 갖는 특이성을 문학적 예시와 표현으로 드러냄으로써 들뢰즈의 사유에 접근하는 새로운 길을 연다.
출처 : 교보문고
2. 저자
우노 구니이치(宇野邦一)
1948년 시마네 현 마쓰에 시 출생. 도쿄대학 불문학과를 졸업한 후, 파리 제8대학에서 들뢰즈의 지도를 받아 아르토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79년 『문학의 종말에 관하여』로 군조(群像) 신인문학상 평론부문에 당선되었며, 현재 릿쿄대학 현대심리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아르토, 사고의 신체』, 『시와 권력 사이』, 『반(反)역사론』, 『단순한 삶의 철학』, 『영상신체론』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푸코』, 『주름』, 『안티오이디푸스』, 『천의 고원』 등이 있다.
출처 : 교보문고
3. 목차
프롤로그_ 이인(異人)으로서의 들뢰즈
1장_ 철학의 시작 : 『차이와 반복』 이전
1. 운동과 시간의 철학―베르그송을 손에서 놓지 않고, 동시에 그 너머로
사고 속에 운동과 시간을 주입하다│차이란 무엇인가│차이를 무한히 수용하는 일원론│차이와 구조주의│유물론적인 사상가 베르그송│생명은 그 자체 차이화의 과정이다│생명이란 열린 전체이다│메모―공간의 철학자, 시간의 철학자
2. 경험론은 들뢰즈에게 무엇을 주었는가―흄, 스피노자와의 대화
경험론의 수용│‘~와’의 불가사의한 기능│허구로서의 이성과 주체│탄력적인 윤리학│사고의 외부, 이성의 외부로│스피노자의 초상│정신도 신체도 유동한다│기관 없는 신체│얼음으로 만들어진 신│촉발하고 촉발되는 미립자의 소용돌이│메모―촉발을 원리로 하는 프래그머티즘
3. 힘과 기호―니체, 프루스트로부터의 영향
들뢰즈의 시적·미학적 요소│니체와의 예외적인 공진│본인과 닮지 않은 초상화│들뢰즈의 등 뒤를 덮치다│들뢰즈는 니체에게서 무엇을 발견한 것인가│사고와 이성·의식의 대립│영원회귀의 에티카│징후학 혹은 프루스트│기호해독이라는 예술│프루스트: 사고의 교향악│메모―들뢰즈의 사랑의 도식
2장_ 세기는 들뢰즈의 것으로 : 『차이와 반복』의 탄생
1. 차이 그리고 반복
주체와 객체에서 해방된 이론│철학사와 결별하는 괴물적인 사고│차이의 눈부신 확대│엄밀하게 동일한 반복은 없다│세계는 하나인 동시에 무한한 차이이다│반복이란 무엇인가│습관 : 제1의 반복│기억 : 제2의 반복│제3의 반복│미래에 얽힌 차이의 반복│시간 : 제3의 반복│비물체적인 것의 전투
2. 이념 그리고 강도
이념 : 개체 이전의 차이│강도 : 질·양 이전의 차이 자체│질은 근원적 차이가 아니다│메모―철학에서의 본격적 카오스 이론
3장_ 욕망의 철학 : 『안티오이디푸스』의 세계
1. 가타리는 누구인가
환자는 왜 병원 외부에서 병들었는가│병원·의학·사회를 정신분석하다│주체의 벽을 무너뜨리다│가타리라는 또 하나의 철학
2. 아르토와 기관 없는 신체
분열증이란 무엇인가│표층에서 심층으로
3. 욕망하는 기계
자본주의를 만들어낸 무의식│욕망은 비주체적·비인칭적이다│욕망의 혁명성│왜 대중은 파시즘을 원했는가│욕망을 기계로서, 다형성 속에서 파악하다│원시 토지기계 : 세계사의 제1단계│분열증자의 기묘한 논리│전제 군주기계 : 세계사의 제2단계│국가라고 하는 종생(終生)의 테마
4. 욕망과 자본주의
문명 자본기계: 세계사의 제3단계│기관 없는 신체로서의 자본주의│새로운 『자본』│도발적이고 실험적인 책
4장_ 미립자의 철학 : 『천의 고원』을 독해하다
1. 질문의 전환―『안티오이디푸스』에서 『천의 고원』으로
강의의 카오스│자본주의의 양의성: 분열증과 공리계│욕망을 구성하는 미립자의 진동을 그리다│리좀이란 무엇인가│현실이야말로 언제나 양의적이다
2. 열다섯 고원
메이저인 장과 마이너인 장│도덕의 지질학: 핵심어로서의 ‘이중분절’│언어를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벡터│주체화하는 기호체제│얼굴이라는 기묘한 장치│왜 신체를 미립자의 집합과 그 강도로서 파악하는 것인가│국가는 별안간 출현하는 무엇이다│정확하기 위해서 필요한 비정확한 표현│메모―카프카에 대한 분열분석
5장_ 영화로서의 세계 : 이미지의 기호론
개념 그 자체가 이미지이다│왜 영화인가?│영화는 모든 종류의 불가사의한 기호를 증식시키고 있다│영화와 베르그송│영화가 개척하는 새로운 비중추성│자유간접화법이라는 영화의 또 다른 본질│언어행위와 민중│열린 전체와 외부로서의 전체│영화처럼 되어 버린 세계
6장_ 철학의 완성
들뢰즈 철학의 총결산│철학을 정의하다│철학의 본질을 결정한 고대 그리스│철학을 탄생시킨 그리스의 외국인들│개념이란 무엇인가│엄밀하게 탈선을 하다│개념이 생식하는 ‘내재면’│개념적 인물의 창조│푸코라는 친구│각 역사는 독특한 주체화의 양식을 가진다│철학의 주름│서로 침투하고 반전하고 연속하는 두 항
에필로그_ 기쁨의 철학
후기
참고문헌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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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본문 중에서
4. 책 속으로
“1976년부터 83년까지 나는 파리 제8대학(벵센 대학)의 학생으로서 들뢰즈의 강의에 다녔으며, 그의 지도를 받아 앙토냉 아르토(Antonin Artaud)에 관한 논문을 쓰는 일을 중심 과제로 하고 있었다. 외국어로 엄밀한 학술논문을 쓴다는 과제는 나에게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르토와 들뢰즈를 동시에 읽어 나가는 중에 나의 나태도 시니시즘도 어느샌가 상당히 정리되어 있었다. 이 두 사람 각자에 진동하고 또 두 사람이 내 머리를 울리게 한 기묘한 듀엣에 자극이 되어, 그다지 학술적이지 않은 한 논문을 그럭저럭 다 썼다.
나는 들뢰즈의 전기작가가 되고자 생각하지는 않으며, 이 책도 그의 인생의 전기라기보다는 어디까지나 사유의 전기가 될 것이다. 들뢰즈가 프루스트에 관해 이렇게 썼던 것을 좀처럼 잊을 수 없다. ‘그것은 정말로 인생이 작품에도 논리에도 그 무엇에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경우이다. 왜냐하면 작품 또는 이론은 비밀의 생에 연결되어 있고, 그 굴레는 모든 전기와의 굴레보다도 훨씬 깊기 때문이다.’”(19~20쪽)
옮긴이 후기 중에서:
“이 책은 ‘들뢰즈 횡단’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의 생애와 저작을 따라가면서 세밀하고 전문적인 논의보다는 그 핵심을 드러내는 데에 주력하고 있는 책이다. 전반적으로 읽는 맛이 있는 책이어서 들뢰즈 사유의 전체 모습을 일견해 보고 싶은 분들께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289쪽)
출처 : 본문 중에서
5. 출판사 서평
들뢰즈 사유의 흐름을 조망한 독창적인 입문서!
― 일본 들뢰즈 연구의 선구자 우노 구니이치가 그린 철학의 초상화
이 책은 들뢰즈의 초기 철학사적 연구부터 후기 자본주의 비판과 이미지론에 이르기까지, 그의 전작에 걸쳐 있는 철학적 사유의 흐름을 그린 독창적인 입문서이다. 다른 들뢰즈 연구서와 달리 그의 사유의 궤적을 경쾌한 리듬으로 따라가면서 그 핵심을 드러내는 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철학과 사유방식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그리고 지은이 우노 구니이치(宇野邦一)는 들뢰즈에게 직접 배운 연구자로서 자신이 느꼈던 그의 인상을 기록하는 한편 그의 삶과 죽음에 얽힌 이야기를 그의 철학과 병치하여 서술함으로써 들뢰즈에 대해 피부에 닿는 듯한 느낌을 전해 준다. 아르토(Antonin Artaud)를 연구한 학자답게 그는 철학적 개념에 대한 세밀한 논리보다는 그 개념이 갖는 특이성을 문학적 예시와 표현으로 드러냄으로써 들뢰즈의 사유에 접근하는 새로운 길을 예시한다.
이렇게 들뢰즈의 철학 전체를 간명하게 독해하면서도 본질적인 면을 밝혀 주는 이 책은 일본의 들뢰즈 연구 상황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도 특색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들뢰즈(뿐만 아니라 가타리)에 관한 폭넓은 연구가 각종 일차문헌에 대한 번역과 함께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천황제를 비롯한 일본 내 문제와 연결시키면서 논쟁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음도 알 수 있는 것이다. 들뢰즈 이후의 철학 흐름을 계승하고 있는 ‘리좀 총서’ 중에서 이와 같이 독특한 지위를 점하고 있는 이 책은 일본 들뢰즈 연구의 현주소와 그 깊이를 알고자 하는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들뢰즈 철학의 전체상을 그리고자 하는 입문자들에게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들뢰즈 사상의 근원을 탐색하다>
이 책은 들뢰즈가 초기에 수행한 철학자들의 모노그래피를 그의 사상의 근원적 모티프에 연결시키고 있다. 즉 들뢰즈가 주목한 철학자들인 흄, 스피노자, 칸트, 니체, 베르그송 등에 대한 초기의 연구가 단순히 철학자 연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주저인 『차이와 반복』, 『안티오이디푸스』, 『천의 고원』 등의 사유에 핵심적인 기초가 되고 있고, 계속해서 그의 사유를 추동하고 있음을 논증하고 있다. 예컨대 베르그송의 철학을 독해할 때 들뢰즈는 시간으로서의 차이, 즉 ‘차이 그 자체’(본성상의 차이)와 기억과 지속으로 설명되는 ‘반복’을 읽어 냄으로써 이후에 펼친 『차이와 반복』 속에서 기본적인 바탕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잘 주목받지 못하는 흄에 대해서도 강조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흄은 들뢰즈에게 ‘관계’와 ‘정념’을 주목한 철학자로 두드러진다. 이성과 주체에 대해 극단까지 사유하여 그 절대성을 거부하고 경험의 과정으로 해체해 버리는 흄의 사유방식을 계승해 이성 외부를 사유할 수 있는 모티프로 활용한 것이다. 여기서 관계란 하나의 사실을 가지고 미래의 일을 예측하는 것(“오늘 태양이 떴으니 내일도 뜰 것이다”)과 같은 정신활동이며, 이는 자기본위적인 정념을 통해 바깥을 향해 열고 확장해 간다고 한다. 들뢰즈는 주체의 이성이 아닌 관계와 정념을 중시하는 것으로 흄을 독해함으로써 외부를 사고할 수 있는 철학적 바탕을 마련한 것이다.
이외에도 이 책은 ‘끊임없이 유동하고 촉발하(되)는 신체에 대한 사유’(스피노자), ‘힘의 다양한 질과 양에 의해 구성되는 세계에 관한 비전’(니체) 등을 발견한 들뢰즈의 철학사적 작업이 그의 사유 전체를 울리고 있었음을 밝힌다. 한마디로 그의 철학사적 작업은 나중에 씌어지는 대작들의 실험적 사유가 이미 눈부시게 전주되고 있는 한 편의 교향곡이었던 것이다.
<『차이와 반복』의 틀을 간명하게 제시하다>
이 책은 차이와 반복, 이념과 강도라는 주제로 『차이와 반복』의 특징을 서술하고 있다. 철학사뿐만 아니라 물리학과 생물학, 논리학, 정신분석학, 미학 등 각종 분과학문에 대한 깊은 천착이 필요하면서도 철학사의 미로를 헤치고 들어가 그 전통과 단절하는 괴물적인 텍스트라고 규정하면서 그 논리의 독특성을 간단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들뢰즈는 “반복이란 차이를 반복하는 것이고, 차이란 반복되는 차이”라고 하면서 차이의 무한한 생성을 통해 세계가 규정됨을 철학적으로 입증한다. 차이의 생성을 강조하는 그의 이런 입장은 동일성을 통해 사물을 제한하고 구별하는 우리의 표상 관념을 거부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일성과 표상의 관념이 없다면 세계의 법칙은 확립될 수 없고 오로지 무한한 차이의 분열증적 흐름과 사물의 끊임없는 생성만이 남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차이의 생성을 통해서라야만 어떠한 창조가 가능하고 생의 지속과 진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이렇게 이 책은 들뢰즈의 철학이 철학사에서 독특한 카오스 이론을 시도한 것으로 요약하고 있다. 서양 철학의 전통적인 주제였던 동일성, 주체, 표상, 이성, 이원론, 초월성 등을 근저에서부터 비판하고, 은폐되어 있던 차이에 관한 근원적 사유를 철학적으로 펼침으로써 현대의 사상적 요청에 응답하는 것이다. 주체를 기초로 하는 우리 근대인은 세계의 차이들을 언어에 의해 규정된 습관에 따라 식별하고자 하지만, 들뢰즈는 그러한 차이의 깊은 곳까지 거슬러 올라가 주체와 객체에서 해방된 이론을 제시하였다고 이 책은 간명하게 정리하고 있다.
<자본주의와 국가장치를 비판하다>
이 책은 『안티오이디푸스』와 『천의 고원』을 욕망과 미립자의 철학으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본주의와 국가 시스템이 들뢰즈·가타리에게 매우 본질적인 문제였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 두 책을 들뢰즈가 가타리를 만난 이후 자신의 철학을 사회적인 문맥으로 확장시키는 과정으로 파악함과 동시에, 지금의 현실을 움직이게 하는 법칙과 시스템에 관해 근본적인 비판을 시도한 것으로 그린 것이다.
『안티오이디푸스』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이 자본주의를 만나면서 어떻게 제한되고 왜곡되는지 밝히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는 자본·화폐·상품·노동 등의 관계에 따라 자연스럽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바깥의 정치적·문화적인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굴절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인간의 무의식적 욕망이 요동치면서 관계를 맺고 있다. 여기서 화폐는 사회의 구성요소 근저에 있는 욕망을 양으로서 환원시키고 재화를 교환하게 만드는 기적적인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자기자신의 다양한 필요와 욕망을 채우기 위해 화폐를 수단으로 사용하지만, 거꾸로 더 많은 화폐를 얻기 위해 욕망의 실현을 지연시키고 노동을 한다. 물론 노동을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다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노동은 인간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거나 다른 필요를 위한 수단이지 욕망의 대상 그 자체는 아니다. 이렇듯 자본주의는 욕망에 의해 작동되고 인간의 욕망을 다양하게 자극하고 있지만, 실은 인간의 욕망을 왜곡하고 그 실현을 연기하는 폭력적인 시스템이다.
이 책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근본적인 경향을 인간의 자연스런 욕망을 왜곡시키는 ‘분열증’으로 표현하고, 이에 대비하여 국가장치를 비판적으로 살펴 또다른 도착적인 형태로서 ‘편집증’이라고 부른다. 국가는 여러 하부집합을 통합하는 초월적인 상급의 통일체로서 법률과 관료제 등의 형식을 통해 신민들을 제어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마땅히 지켜야 할 인간의 도덕과도 같이 모든 흐름을 장악하고 조직하는 장치인 것이다.
그리고 들뢰즈·가타리는 국가의 출현에 관하여 시간의 진전에 따른 인과율의 관점을 버리고 “국가는 언제라도 도처에서 신출귀몰하게 출현한다”고 주장한다. 즉 일정 수준의 생산력과 경제적 축적이 이뤄진 사회가 국가로 발전한다는 관점을 취하지 않고, 오히려 국가가 전제되었을 때 경제적 축적이 비약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자본주의와 국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의 무한한 자기증식을 국가가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이 책은 『안티오이디푸스』와 『천의 고원』의 다양한 주제와 개념들을 펼쳐 보는 과정에서 들뢰즈·가타리가 겨냥하고 있는 현실의 비판적 문맥을 독해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들뢰즈의 ‘철학론’을 밝히다>
들뢰즈 철학의 매력 중 하나는 과학과 문학·예술, 정치와 관련된 색다른 사유를 펼치면서, 자신의 철학을 가로지르는 중요한 논거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철학의 경계에 서서 관습적인 형식과 구성을 넘어서는 사유를 전개할 때조차 그는 철학 자체에 관한 문제의식을 버리지 않았다. 예컨대 『시네마』(1, 2권)라는 영화론을 쓸 때에도 이미지론과 시간론을 바탕으로 수많은 영화들을 독해해 자신만의 독특한 내재성의 철학을 보여 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들뢰즈의 대답에 주목한다. 그 대답이 들뢰즈 철학을 한마디로 요약하고 완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들뢰즈는 “철학은 개념을 다루는 것입니다. 개념을 만들고 창조하는 것입니다”(218쪽)라고 말하여 철학이 개념의 창조와 관련되어 있음을 밝힌다. 이런 개념은 다른 여러 개념들과 관계되어 있고, 복수의 개념들끼리는 서로 겹치는 부분, 식별 불가능한 경계, 한 요소에서 다른 요소로 이행·생성하는 중간이 있다. 그러나 개념은 종(種)과 유(類)로 환원할 수 있는 것도, 사물에 대한 표상도 아니며, 진리를 구성하는 명제도 아니다. 오히려 종과 유 이전에 현전하는 것이며, 특이성을 밝히는 중심으로서 성립하는 것이다. 들뢰즈 철학론의 독특한 점은 이렇듯 개념이 철저하게 내재적인 차원에서 창조되는 것으로 정의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성과 절대자 등 근대적인 초월성을 거부하고 전(前)-철학적인 개념의 카오스를 펼쳐 보임으로써 자신이 세운 개념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 놓았다는 점이다.
이 책 『유동의 철학』은 이렇게 들뢰즈 사유의 전반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개념을 일관하면서 그의 사유의 초상화를 그린 책이다. 들뢰즈에게는 과거의 사상에 깊이 있게 탐색하는 고전적인 자세와 이를 다시 미래를 향해 발산하는 사유의 벡터가 항상 공존하고 있었으며, 그의 철학은 하나의 단일한 체계로 정리되는 철학이 아니라 끊임없이 유동하며 생성하는 모습으로 드러나 있었다. 이 책은 이러한 들뢰즈 철학의 표정과 색채, 음조, 경향을 다양한 측면에서 비추어 냄으로써 그의 철학을 이해하는 새로운 길을 제시해 준다.
출처 : 그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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