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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825 1기(13.3~18.2)

3월의 추천도서(372) 도적떼 - 쉴러


 

책소개

 

독일 고전주의 문학의 거장 프리드리히 폰 실러의 처녀작이자 18세기 후반 독일 문단을 휩쓴 문학 운동인 <질풍 노도>의 대표작인, 프리드리히 폰 실러의 『도적 떼』. 프리드리히 폰 실러는 평생 문학을 통해 <자유>의 이념을 추구한 <자유의 시인>, <자유의 선구자>로 불린다. 사회의 모든 억압과 질곡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인간, 자유의 이상을 구현하고 널리 알리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실러의 처녀작이라 할 수 있는 『도적 떼』는 당시 아주 파격적이고 급진적인 작품으로서, 이런 <자유>의 이념을 분명하고 단호하게 선포하였다. 1782년 1월 13일 만하임의 국립 극장에서 「도적 떼」가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 관객들은 그야말로 열광과 환호로 답하였다고 전해진다.

당시 절대주의 왕정 치하에서 시민사회와 프랑스 혁명으로 넘어가는 격변의 시대에 시민 계급은 기존 사회 체제의 멍에에 눌려 정치적으로 뜻을 이룰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는 지나치게 이성을 강조하고 감정을 무시하던 계몽주의 경향의 사회 풍조에 짓눌려 있었다. 괴테를 비롯한 시민 계급 출신의 젊은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독일 문단을 휩쓴 문학 운동 〈질풍노도Sturm und Drang〉는 당시의 사회에 대한 문학적인 항의와 반항의 표출이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실러의 「도적 떼」는 정치적 억압과 폭정에 대항하여 반란의 깃발을 높이 든 작품이다.

 

저자 소개

 

프리드리히 실러Friedrich von Schiller(1759~1805)


1759년 독일 마르바흐에서 태어났다. 라틴어 학교에 다니면서 희곡을 쓰기 시작했으며, 1773년 사관학교에 입학해 법학과 의학을 공부했다. 재학 시절부터 집필한 『도적 떼』를 1780년에 완성하여 만하임 국립 극장에서 초연함으로써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허가받지 않고 「도적 떼」 관람차 만하임으로 여행했다는 이유로 금고형과 저술 금지령을 선고받았다. 실러는 만하임, 프랑크푸르트암마인, 오게르스하임 등지로 도피했다가 1783년 만하임으로 돌아가 「간계와 사랑」을 탈고했다. 그때부터 1785년까지 만하임 극장의 전속 작가로 활동했다. 1788년에 예나 대학 역사학과의 무급 교수로 초빙되었다. 그는 1805년 결핵에 의한 급설 폐렴으로 사망할 때까지 풍자시 「크세니엔」등과 「빌헬름 텔」등의 작품을 남겼다.
「도적 떼」는 당시로서는 아주 파격적이고 급진적인 작품으로, 정치적 억압과 폭정에 대항하여 반란의 깃발을 높이 들면서 〈자유〉의 이념을 분명하고 단호하게 선포하였다. 18세기 후반 독일 문학은 시민의 성숙한 자의식을 표출하는 수단으로 크게 부각되던 상황이어서 「도적 떼」가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 관객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도적 떼」는 초연 이후 독일 각지에서 무대에 올랐으며, 1792년에는 파리에서 상연되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결국 이 성공에 힘입어, 실러는 프랑스 혁명 정부에 의해 프랑스 명예시민으로 추대된다.
대표 작품으로는 희곡「도적 떼」(1780), 「피에스코의 모반」(1782), 「간계와 사랑」(1783), 「돈 카를로스」(1787), 「발렌슈타인」(1796), 「마리아 슈투아르트」(1800), 「오를레앙의 처녀」(1801), 「메시나의 신부」(1803), 「빌헬름 텔」(1804) 외에도 「잠수부」, 「장갑」, 「이비쿠스의 두루미」등 주옥같은 담시와 시, 송가를 남겼다. 실러는 시인, 극작가, 철학자, 역사가로 이름을 날렸으며, 괴테와 더불어 독일 언어 예술의 황금시대라 일컬어지는 고전주의를 꽃피웠다. 현재까지도 독일의 가장 중요한 극작가로 평가받으며, 그의 희곡들은 독일 극장의 기본 레퍼토리를 이룬다.

 

목차

 

등장인물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옮긴이의 말

프리드리히 폰 실러 연보

 

 

출판사 서평

 

「도적 떼」는 당시 무명의 실러 작품을 출판하려는 출판사가 없었기 때문에, 1781년에 익명으로 자비 출판되었다. 그리고 일 년 후, 우여곡절 끝에 만하임에서 초연되어 센세이셔널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실러는 허가받지 않고서 만하임에 여행했다는 이유로, 당시 뷔르템베르크 공국의 영주 카를 오이겐 공작에게서 이 주일의 금고형과 저술 금지령을 선고받는다. 실러는 자유롭게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기를 바라며 국경을 넘어 만하임으로 도망친다. 이후 경제적인 곤란과 질병 등 많은 역경과 싸우며 파란만장한 삶을 헤쳐 나간다. 그러나 1784년 『라이니셰 탈리아』에 〈나는 그 어떤 제후도 섬기지 않는 세계시민으로서 글을 쓴다〉라고 밝혔듯이, 말년의 대표작 「발렌슈타인」에 이르기까지 자유를 향한 실러의 열정은 평생 한시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도적 떼」에서 실러는 특히 〈형제의 반목〉이라는 모티프를 이용하여 자유와 반항을 더욱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두 형제 카를과 프란츠는 카인과 아벨처럼 서로 판이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카를은 플루타르크 영웅전과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열광하고 열정과 의욕에 넘치는 활동가이면서, 자유와 정의를 꿈꾸는 이상주의자이다. 그는 봉건 제도의 폭정과 사회적인 불의에 맞써 싸우고 억압받는 자들을 도와주고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도적의 길을 선택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아서, 사회 정의를 실현한다는 명분하에 많은 선량한 양민들이 학살당한다. 과연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카를은 인류의 이 영원한 이율배반 앞에서 깊은 내적인 갈등에 휘말리며, 잔학한 만행과 무법으로는 세상을 결코 아름답게 만들 수 없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동생 프란츠는 냉정하게 계산하는 이기적인 합리주의자이고, 정열의 감성 세계를 부인하는 유물론자이며, 절대주의의 폭군을 대표하는 냉혹한 지배자이다. 실러는 자연의 혜택도 입지 못하고 아버지의 사랑도 받지 못한 프란츠의 독백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환경에 지배당하고 또 계산이나 합리적인 것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지 실감나게 펼쳐 보이면서 악인의 모습을 인간적으로 절실하게 그려 낸다.

카를과 프란츠는 당시의 세계 질서와 주어진 운명에 각자의 방식으로 반항한다. 카를은 사회적 불의와 정치적 억압에 맞서 투쟁하며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려 드는 반면, 프란츠는 책략과 술수의 악의적인 방법을 이용한다. 그러나 결국 두 사람 모두 실패한다. 여기에서 실러는 상황에 몰리고 양심에 부딪혀 어쩔 수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프란츠와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고서 스스로를 희생하기로 결심하는 카를을 대비시켜 진정으로 자유로운 불멸의 인간상을 보여 준다. 카를은 모든 불의와 핍박에 대항하여 자유를 추구하면서도,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의 운명을 끝까지 자유 의지로 결정하는 자유로운 인간이다. 실러는 카를을 가리켜, 무절제한 열정에 휩싸여 많은 만행을 저지르며 심연 깊숙이 추락하지만, 깊은 절망과 불행을 딛고 일어서서 다시 고매한 천성을 되찾는 〈방황하는 위대한 영혼〉이라고 말한다.
스무 살 혈기왕성한 젊은 실러의 자유를 향한 강렬한 열정과 힘찬 기개는 「도적 떼」의 형식과 언어에도 그대로 표출된다. 실러는 고전 드라마를 지배하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삼일치 원칙 같은 문학의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드라마의 형식을 전개한다. 또한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욕설과 거친 표현을 풍성하게 섞어 가며 박진감 넘치는 힘찬 언어로 독자들을 「도적 떼」의 세계 깊숙이 빨아들인다.

실러는 결코 길지 않은 이 한 편의 비극에 자유의 이념과 더불어, 질서를 추구하는 법과 개인의 갈등, 인도주의 정신, 정의와 불의, 간계와 오해, 사랑과 폭력, 형제 반목, 부자 갈등, 남녀의 지순한 사랑 등 인류의 영원한 과제이며 수수께끼인 주요한 테마들을 더없이 절절하고 생생하게 엮어 넣었다. 등장인물들의 분명한 성격과 정곡을 찌르는 대사,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심오한 인식, 작품을 꿰뚫고 흐르는 강렬한 언어의 힘은 이백 년 이상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공감을 자아내며 인도주의 정신과 자유의 이상을 일깨운다.

 

책 속으로

 

프란츠 (아버지의 목을 껴안는다) 형님이 수치스럽습니다! 정말 수치스럽습니다. 형님은 어릴 때부터 계집애들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고, 불량배들이나 비렁뱅이들과 어울려 산과 들을 쏘다니고, 악인이 감옥을 피하듯 교회만 보면 도망쳤지요. 그리고 우리들이 집에서 경건하게 기도를 하고 성스러운 설교 집을 읽으며 신앙심을 돈독히 하는 동안, 형님은 아버지를 졸라 얻은 돈을 아무 거지에게나 던져 주었습니다. 그때 이미 제가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리라고 예감하지 않았습니까? 또 형님이 잘못을 회개하는 토비아1의 이야기보다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알렉산더 마그누스2 같은 무지몽매한 이교도들의 모험담을 즐겨 읽을 때도, 저는 언젠가 이런 날이 오리라고 예감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저는 형님이 우리 모두를 불행과 치욕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아버님께 수없이 예언하였습니다! 제가 형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항상 자식으로서의 제 도리를 가로막았기 때문이었지요. 아, 차라리 형님이 모어라는 이름을 갖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제 마음이 형님을 위해서 이렇듯 따뜻하게 고동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형님을 향한 이 불경스러운 사랑을 떨쳐 버릴 수 없는 탓에, 저는 하느님의 심판을 한 번 더 받게 될 것입니다.
--- p.17

카를 (격렬한 몸짓으로 등장하여, 혼자 중얼거리며 방 안을 이리저리 오간다) 인간, 인간들! 교활하고 위선적인 악어 같은 종자들! 너희들의 눈은 물이고, 너희들의 심장은 쇳덩어리다! 입을 맞추면서도 가슴속에는 비수를 품고 있는 것들! 사자와 표범도 새끼를 먹여 기르고, 까마귀도 새끼들에게 썩은 고깃덩이를 날라다 주는데, 이럴 수가, 이럴 수가! 나는 철천지원수가 내 심장의 피로 건배를 해도 미소 지을 수 있을 정도로 악의를 참는 데는 이골이 났다. 하지만 핏줄의 사랑이 배신자가 되고, 어버이의 사랑이 복수의 여신으로 화한다면, 사나이 대장부의 침착한 마음에 불이 붙고, 유순한 양이 사나운 호랑이로 변하고, 온 몸의 힘줄이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서 터질 듯 부풀지 않겠는가.
--- p. 49

프란츠 형님이 라이프치히로 떠나기 전날 밤, 아주 조용하고 달 밝은 밤이었지요. 형님은 당신과 함께 앉아 그토록 자주 사랑의 꿈을 꾸었던 정자로 나를 데려갔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는데, 이윽고 형님이 내 손을 잡고서 눈물을 흘리며 나지막이 말했지요. 나는 아말리아를 두고 간다. 잘은 모르겠지만, 어쩐지 영원히 아말리아 곁을 떠날 것만 같은 예감이 드는구나. 그러니 동생아, 아말리아를 버리지 말아라. 아말리아의 카를, 카를이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에는 아말리아의 친구가 되어 주어라! (프란츠, 아말리아 앞에 무릎을 꿇고 아말리아의 손에 격렬하게 입 맞춘다) 형님은 다시는, 다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나는 형님의 말을 따르겠다고 굳게 약속했지요!
아말리아 (펄쩍 뛰어 뒤로 물러난다) 이 배신자!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겠어요! 바로 그 정자에서 카를은 만약 자신이 죽는다면 절대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말라고 나한테 간청했어요. 당신은 정말로 추악하고 혐오스러운 사람이에요.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요!
--- pp.60~61

도적 카를 (고개를 외면한 채 노인에게 손을 내민다)
모어 백작 이것이 내 아들 카를의 손이라면! …… 하지만 그 아이는 지금 어딘가 멀리 누추한 집에서 고단한 잠을 자고 있겠지. 이 아비의 비탄하는 소리를 두 번 다시 듣지 못하겠지. 아, 애통하구나! 낯선 이의 팔에 안겨 세상을 떠나야 하다니…… 내 눈을 감겨 줄 아들이, 아들이 이제는 아무도 없다니…….
도적 카를 (마음의 동요를 이기지 못한다) 이제는, 이제는 다른 수가 없어. (도적들을 향해) 너희들이 내 곁을 떠나다오! 이제라도 아버님에게 아들을 돌려 드릴 수 있지 않을까? …… 아니 이제는 돌려 드릴 수 없어. 아니! 그렇게 할 수 없어…….
(중략)
모어 백작 이보시오, 낯선 양반! 왜 나를 탑에서 꺼내 주셨소?
도적 카를 이제 어찌 한단 말인가? 아버님의 축복을 도둑처럼 낚아채어서, 그 거룩한 노획물을 가지고 슬쩍 도망을 칠 것인가…… 아버지의 축복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던가…….
모어 백작 내 아들 프란츠도 파멸하였소.
도적 카를 (노인 앞에 무릎을 꿇는다) 제가 탑의 빗장을 부수었습니다. 그러니 제게 축복을 내려 주십시오!
모어 백작 (괴로운 표정으로) 그대는 아비를 구하기 위해서 아들을 죽일 수밖에 없었소! 보시오, 하느님은 지칠 줄 모르고 자비를 베푸시는데, 우리 하찮은 미물들은 앙심을 품고서 잠자리에 든다오. (도적 카를의 머리 위에 한 손을 얹는다) 그대가 다른 이들을 측은히 여기는 만큼 행복하시오!
--- pp.229~230

도적 카를 이제 모든 것이 끝장이다! 나는 마음을 고쳐먹고 아버지에게 돌아가려 했지만, 하늘에 계신 분이 그러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냉정하게) 마음을 돌려먹으려고 하다니, 이런 어리석은 바보가 있단 말인가? 중죄인이 어떻게 돌아설 수 있겠는가. 중죄인은 결코 돌아설 수 없다는 사실을 벌써 오래 전에 알았어야 했다……. 조용히 하시오, 제발 조용하시오! 이래야 마땅하오. 하느님이 나를 찾으셨을 때는 내가 원하지 않았고, 내가 하느님을 찾을 때는 하느님이 원하시지 않는구려. 이보다 더 당연한 일이 어디 있겠소? 그렇게 눈을 굴리지 마오. 하느님한테는 내가 필요 없는 존재요. 하느님에게는 피조물이 넘치게 많지 않소? 하나 정도 없어도 아무렇지 않을 것인데, 그 하나가 바로 나요. 이보게들, 가세!
--- p.235 본문 중에서

 

출처 :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