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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추천도서(23.3~24.2)/2023-3

3월의 추천도서 (3667)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

1.  저자

 

저자 : 김유석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1960년대 미국 서남부 치카노 운동의 성격’을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네이버에 ‘뜻밖의 세계사’라는 이름으로 역사 칼럼을 연재했고, 현재는 영국에 머물며 일상 속 역사적 소재를 찾아 헤매고 있다. 누구나 쉽게 읽으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역사 이야기를 쓰는 게 목표다. 저서로는 《국기에 그려진 세계사》(2017), 《Q&A 세계사: 서양사편》(2010)이 있다.

 

출처:본문중에서

 

2. 목차

 

•프롤로그: 소더비 런던의 세크메트 앞에서
•경매 회사 소더비의 뿌리, 책과 고문서

PART I. 희소성이라는 보물
황제 나폴레옹의 마지막 흔적이 담긴 책을 찾아서
―1823년 소더비 런던, 세인트헬레나섬에서 온 나폴레옹의 서재

‘문화 전쟁’을 야기한, 단테가 쓰고 보티첼리가 그린 《신곡》
―1882년 소더비 런던, 해밀턴 궁전 컬렉션
★ BOX | 단테와 보티첼리의 평행 이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928년 소더비 런던, 《땅속 나라의 앨리스》

PART II. 신에게 바치다
프랑스 왕국의 첫 여왕이 될 뻔한 여인의 책, 《잔 드 나바르의 기도서》
―1919년 소더비 런던, 헨리 예이츠 톰슨 컬렉션

신의 소명으로 완성한 미국 최초의 인쇄물, 《베이 시편집》
―2013년 소더비 뉴욕, 《베이 시편집》

‘마지막 연금술사’ 아이작 뉴턴의 노트
―2020년 소더비 런던, 뉴턴의 불에 그을린 노트

구텐베르크의 사업가적 집념이 담긴 《성경》과 〈면죄부〉
―2015년 소더비 뉴욕, 구텐베르크 《성경》

PART III. 세상을 바꾸다
영국 왕실의 흑역사가 미국의 보물이 된 사연, 〈마그나카르타〉
―2007년 소더비 뉴욕, 〈마그나카르타〉
★ BOX |〈귀족들의 문서〉가 〈마그나카르타〉가 되기까지

미국 〈헌법〉이 묻습니다, “헌법은 누구의 것인가요?”
2021년 소더비 뉴욕, 미국 〈헌법〉 사본

〈노예 해방 선언문〉에 가려진 링컨의 비밀 프로젝트
―2016년 소더비 뉴욕, 〈노예 해방 선언문〉 인쇄본

마오쩌둥이 애틀리에게 보낸 편지의 수수께끼
―2015년 소더비 런던, 마오쩌둥의 비밀 편지

•참고 문헌

 

출처:본문중에서

 

3. 책속으로

 

 

유명 미술품을 경매하는, 상류층과 부자들을 위한 장소라고 생각했던 소더비는 사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었다. 돈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 소더비 안의 갤러리를 활보하며 사진을 찍고 경매가 열리는 곳을 참관해도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이곳은 상류층이 인류의 보물을 두고 비밀 경매를 하는 곳이 아니라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자신만의 가치 척도에 따라 물건들을 거래하는 장터였다._〈프롤로그_소더비 런던의 세크메트 앞에서〉

 

유명 미술품을 경매하는, 상류층과 부자들을 위한 장소라고 생각했던 소더비는 사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었다. 돈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 소더비 안의 갤러리를 활보하며 사진을 찍고 경매가 열리는 곳을 참관해도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이곳은 상류층이 인류의 보물을 두고 비밀 경매를 하는 곳이 아니라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자신만의 가치 척도에 따라 물건들을 거래하는 장터였다._〈프롤로그_소더비 런던의 세크메트 앞에서〉

 

당대에는 구하기 어렵지 않았을 이 책이 비싸게 팔린 이유는 이 책에 나폴레옹의 친필 기록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은 책을 읽고 난 감상이나 비평 등을 책에 휘갈겨 적곤 했는데, 볼네 백작의 책에는 아예 1권 299쪽을 거의 페이지 전체에 걸쳐 자필로 수정해 버렸다. 이집트 원정을 직접 가 본 나폴레옹은 볼네 백작의 책에 오류가 많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나폴레옹의 메모가 엄청난 부가 가치의 비결이었던 셈이다. 우리가 헌책방에 책을 팔 때 줄이라도 하나 그어져 있으면, 그렇지 않아도 헐값인 중고 책 가격이 더 떨어지는데 말이다._〈황제 나폴레옹의 마지막 흔적이 담긴 책을 찾아서〉

 

이 책은 단테가 직접 내놓은 초판본이 아니었다. 《신곡》은 베스트셀러였기 때문에 초판본이 아니라면 희소성이 크지 않았다. 게다가 서재에서 발견한 《신곡》은 많은 페이지가 소실된 불완전한 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신곡》이 주목받은 이유는 이 판본에 피렌체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5~1510)가 직접 그린 삽화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_〈‘문화 전쟁’을 야기한, 단테가 쓰고 보티첼리가 그린 《신곡》〉

 

 

영국의 유명한 언론 재벌인 헨리 예이츠 톰슨(Henry Yates Thompson,1838~1928)은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고상한 취미가 있었다. 중세의 필사본 수집이었다. 그의 수집 방식은 독특하다고 해야 할까, 탐미적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합리적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특이했다. 그는 자신의 서재에 최고의 필사본을 딱 100권만 꽂아 놓는 게 목표였다. 보다 나은 필사본이 등장하면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필사본을 팔고 새 책을 들여온다. 예이츠 톰슨은 평생에 걸쳐 서재를 업데이트하며 그렇지 않아도 고상한 취미를 더 고상하게 즐겼다.

_〈프랑스 왕국의 첫 여왕이 될 뻔한 여인의 책, 《잔 드 나바르의 기도서》〉

 

 

2013년 11월 뉴욕의 소더비 경매장에는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인 《베이 시편집》이 올라왔다. 〈시편〉의 모음집은 한 자 한 자 정성 들여 옮겨 적은 필사본이 아니라 인쇄기로 찍어 낸 책인데도 불구하고 무려 1,416만 5,000달러, 한화로는 약 150억 원이라는 상상을 초월한 금액에 낙찰되었다. 그 누구도 이 책이 과대평가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에 최초로 인쇄기를 가져오려고 한 글로버 목사의 소명, 그의 유지를 이은 엘리자베스 글로버 부인의 의지, 〈시편〉을 새로 번역한 초기 식민지 사람들의 종교적 열망. 이 모든 것들이 모여 만들어진 미국 최초의 인쇄물이 이 책이다. 그리고 최초의 인쇄기는 미국 최고의 대학교로 손꼽히는 하버드 대학교로 들어가 출판부의 초석이 됐다.
_〈신의 소명으로 완성한 미국 최초의 인쇄물, 《베이 시편집》〉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은 루터 자신도 상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루터는 〈95개조 반박문〉을 라틴어로 작성했다. 하지만 그가 성당 입구에 써 놓은 〈95개조 반박문〉은 어느새 독일어로 번역되더니 2주 만에 국경을 넘어 스위스까지 퍼져 나갔다. 결과는 우리가 역사 교과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그 내용이다. 루터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유럽 세계에 일파만파 퍼져, 종교 개혁으로 이어졌다. 교회를 향했던 루터의 작은 공이 교회의 천장을 뚫고 하늘까지 닿은 것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덕택이었다._〈구텐베르크의 사업가적 집념이 담긴 《성경》과 〈면죄부〉〉

 

 

출처:본문중에서

 

4. 출판사서평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은 세계 최고의 경매 회사로 손꼽히는 소더비(Sotheby’s)에서 거래된 책과 고문서에 얽힌 이야기를 추적한다. 소더비는 크리스티와 함께 세계 경매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소더비는 미술품, 크리스티는 보석류가 유명하다. 특히 소더비는 경매 역사에 남을 마케팅을 통해 최고의 미술품 경매 회사로 거듭났다. 지금 우리가 고가의 미술품 경매에 대해 떠올리는 이미지는 모두 소더비가 만들어 낸 것이다.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은 명사들이 이브닝 파티를 즐기며 경매에 참여하는 모습들이다.


하지만 소더비의 근본이자 진가는 책과 고문서 경매에 있다. 1744년에 설립된 소더비는 원래 책 경매에서 시작한 회사다. 그래서 책과 고문서에 관한 이름난 경매들은 대부분 소더비의 몫이었다. 서구에서 고서적이나 문서 경매의 대명사는 소더비였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소더비의 역사를 장식한 책과 고문서 경매들 중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굴해 내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은 소더비의 역사와 지금의 이미지가 만들어진 과정을 소개하는 글로 시작해, 크게 세 파트로 소더비의 역사를 장식한 경매들을 소개한다.


첫 번째 파트는 희소성이 만들어지는 서사에 관한 내용이다. 황제 나폴레옹의 메모를 찾아 경매에 뛰어든 영국인의 이야기, 보티첼리가 《신곡》에 그린 그림을 두고 영국과 독일이 벌인 자존심 싸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유일무이한 원본에 숨겨진 비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희소성이 부여되는 서사와 가치가 책정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두 번째 파트는 유럽에서 기독교 문화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책과 문서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희대의 간통 사건에서 시작된 막장 드라마가 프랑스의 여왕이 될 뻔했던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 주는 《잔 드 나바르의 기도서》, 신의 소명을 받아 미국으로 인쇄기를 들고 건너가 최초의 책을 찍어 낸 일화를 다룬 《베이 시편집》, 과학자 뉴턴이 아닌 연금술사이자 신학자의 면모를 밝혀낸 뉴턴의 불에 탄 노트, 구텐베르크가 찍어 낸 〈면죄부〉가 종교 개혁까지 이어졌음을 추적하는 구텐베르크 편은 종교와 신앙이 역사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 준다.


세 번째 파트는 세상을 바꾼 문서들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문서들이 실제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준다. 영국의 보물이어야 할 〈마그나카르타〉를 영국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미국, 2021년 소더비 경매에서 4,317만 3,000달러(약 500억 원)의 경매가를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문서가 된 미국의 〈헌법〉 사본, 〈노예 해방 선언문〉에 대한 링컨의 진의는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에 마오쩌둥이 영국 노동당 당수에게 보낸 편지의 수수께끼를 끈질기게 추척해 풀어내는 부분은 이 책의 하이라이트다.


소더비가 주목한 11개의 경매는 인류가 만들어 낸 기록 문화가 어떻게 세상과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놀라운 가치가 어찌 부여되는지 보여 준다. 책과 역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소더비를 통해 텍스트와 텍스트의 역사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출처: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출판사 틈새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