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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추천도서(23.3~24.2)/2023-3

3월의 추천도서 (3664) 사랑은 무한대이외다

1.저자

 

저자 : 김명순 (金明淳)


1896년 1월 20일 평안남도 평양에서 태어났다. 1917년 단편소설 「의심의 소녀」가 『청춘』의 현상 공모에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 한국 최초의 여성 근대 소설가로 불린다. 등단 이후 김명순, 김탄실, 망양초, 망양생, 별그림 같은 필명으로 시, 소설, 산문, 평론, 희곡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발표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을 국내에 최초로 소개하고 보들레르의 시를 번역하는 등 외국어에 능통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피아노를 잘 치고 독일어로 곡을 만들 만큼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다고 한다. 여성 작가 최초로 창작집 『생명의 과실』(1925) 『애인의 선물』(1929 추정)을 펴냈으며, 신문기자, 영화배우로도 활동했다. 조선과 일본을 오가며 공부와 집필에 힘썼으나 모욕적인 소문의 희생자가 되어 결국 글쓰기를 중단했다. 생의 마지막에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1951년 도쿄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랑은 무한대이외다』는 1918~1936년 사이 발표한 그의 에세이를 모은 것이다.

 

엮음 : 박소란 (朴笑蘭)


서울에서 태어나 2009년 『문학수첩』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심장에 가까운 말』『한 사람의 닫힌 문』『있다』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내일의한국작가상, 노작문학상, 딩아돌하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작가의 말

엮은이의 말(부분) 김명순,이라는 이름에 처음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더 한참 전의 일입니다. 여러 해 전 우연한 계기로 근대 여성 시인들의 대표작들을 한데 모아 읽은 적이 있었는데, 많은 시편들 가운데 유독 그의 시를 반복해서 읽게 되었어요. 너무 깊었다고 할까, 짙었다고 할까. “나는 세상에 다신 안 오리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작별합시다”(「유언」) 같은 선득한 목소리 앞에서는 누구라도 일렁이는 마음을 누를 도리가 없는 것이겠지요. 언젠가 제대로 읽어야지, 공부해봐야지, 막연한 결심을 구실로 가까스로 책을 덮었던 기억이 납니다. (…) 그러면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습니다. 함께도 읽고, 혼자서도 읽는 동안 제 뇌리는 온통 김명순이었어요. 그즈음 문학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저는 습관처럼 김명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를 아느냐고. 읽어본 적이 있느냐고.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김명순? 그게 누구지?” 하는 것이지요. 그 난감한 표정을 대하자면 괜히 서운해지는 것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알긴 알지. 근데 지금 와서 웬 김명순?”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 이 또한 서운해지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좋은 글은 언제 어디서나 읽혀야 마땅한 것일 텐데요. 그렇지만 에세이를 정리하기로 하면서 저 또한 속으로 되풀이해 물었던 게 사실입니다. 왜 김명순인가? 그러나 이는 ‘지금 왜 김명순인가?’ 하는 질문보다 ‘나는 왜 김명순인가?’ 하는 질문에 가까운 것이었어요. 전자는 그의 작품을 얼마간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누구라도 쉽게 해소할 수 있는 의문이라 확신했으니까요. ‘지금 왜’는 곧 ‘지금도 반드시’로 바뀔 것을 의심치 않았습니다.

출처:본문중에서

 

2. 목차

 

1부 왜 살아가려느냐
초몽(初夢)
봄 네거리에 서서
사랑[愛]?
네 자신의 위에
동인기(同人記)

2부 힘 있는 대로 싸워왔노라
부친보다 모친을 존숭(尊崇)하고 여자에게 정치 사회 문제를 맡기겠다
이상적 연애
염문(艶文)을 탐독하는 신여성의 위기
여인 단발에 대하여
대중없는 이야기

3부 언니여 슬프지 않습니까
겨울날의 잡감
×× 언니에게
계통 없는 소식의 일절
거울 앞 독백[鏡面獨語]
잘 가거라

4부 이 정경을 오래오래 잃지 않으리라
향수
시필(試筆)
귀향
생활의 기억

발문
사랑하는 호을로 - 박소란

 

출처:본문중에서

 

3. 책속으로

 

우주는 적멸하고 인류는 사멸합니다. 그러나 이 멸망해가는 우주와 인류 간에도 영구불멸의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곧 신념이요 지성(至誠)이요 진리요 사랑이외다. 그러므로 모든 것이 멸망해서 자취를 찾을 수 없으나 그대로 인간에게 남아 있는 것은 사랑입니다. 우주 건설의 전초가 사랑이요 지지가 사랑이요 인생의 토대가 사랑이외다.(23~24면)

사람 사람마다 잠시 사랑이라는 것을 맛보고는 그것이 전체의 사랑인 줄로 오해합니다. 그래서 혹은 실패니 실연이니 합니다. 참으로 우스운 것입니다. 사랑은 무한대이외다. 사랑은 무한대이외다. 아름다운 K양이여, 아무쪼록 이 혼돈한 사회에서 아름다운 구원의 여성이 되기를 바랍니다. 비록 남녀의 갈피는 있으나 이 긴 편지를 사랑으로 받으세요.(27면)

‘단발’은 여자에 있어서도 남자에 있는 것과 같이 서슴지 않고 실행하여도 무방할 것입니다. 또 단발을 한다고 여자의 미를 손실하는 것도 모름지기 없을 터인즉 사람의 형체에 따라서는 한 개인을 미화하는 화장(化粧)도 되겠습니다. 그러므로 단발을 하였다고 그 경우와 필요를 사회에서 특별히 논의해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겠습니다.(53면)

당신들은 나를 비웃기 전에 내 운명을 비웃어야 옳을 것이다. 나는 이 지경에 겨우 이르렀어도 힘 있는 대로 싸워왔노라.
아아 벗들이여, 더러운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그 동안에도 합해질 여러 냇길과 강과 바다와 가늘게 굵게, 짧게 길게, 머물렀다 급했다, 천천했다, 모든 일이 당연한 듯이 서로서로 합해도 지고 갈리워도 졌으리라. 그동안에는 너희들 중 한 여인의 말과 같이 깨끗하던 것이 더러워지고 더럽던 것이 깨끗해도 져서 내[川]가 되고 바다가 되고 또 짜지기도 했을 것이다.(65면)

하나 언니여 슬프지 않습니까. 사랑은 지극히 드물게 있습니다. 사람의 인격 완성과 같이 드물게 있습니다. 아득거리고 변하고 속이는 것이 사랑이 아님은 당연합니다.
참사랑을 얻으면 노래하지요. 그때까지 밀어입니다.(88면)

역시 나는 내 이상을 실현하자고 끊임없이 붓을 잡을 것이다. 아아 참 인생의 아득함이야 악마로다” 하며 그는 창백한 손가락으로 물끄러미 유리창에 쓰기를
“너희들 아무리 곤란하더라도 희망하여라! 보앙카레”
하고 굵고 튼튼히 하였다.
겨울날 맑은 빛이 빛나듯이 그의 눈에는 청신(淸新)한 빛이 빛났다.(120면)

이제 막 우리의 숙제는 시작되었고 앞으로 긴 시간 계속될 것입니다.(172면)

반복해 읽을수록 깊이를 더해가는 단어와 문장. 그것을 되뇌며 보낸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었습니다. 이 낯선 단어가 품은 뜻은 무엇일까, 이 문장 속에 깃든 것은 어떤 마음일까. 김명순, 그를 헤아리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다 좋았습니다. “차디찬 겨울의 따뜻한 꿈이로구나”(「시필」) 합니다.(174면)

 

출처:본문중에서

 

4. 출판사서평

 

시대를 앞서가 멀리에서 홀로 빛나던 작가 ‘김명순’
백 년 만에 되새기는 그의 깊고 짙은 목소리

“우주가 무한대한 것과 같이
인생, 즉 사랑도 무한대이외다”

 

김명순. 그는 백 년 전 나혜석, 김일엽 등과 더불어 활동한 선구적인 작가이지만 여전히 그의 이름은 우리에게 생소하다. 1896년 평양에서 태어난 김명순은 1917년 잡지 『청춘』에 단편소설 「의심의 소녀」가 당선되면서 등단 제도를 통해 문단에 데뷔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근대 소설가이며, 여성 최초로 작품집을 낸 시인,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을 번역해 국내에 최초로 소개한 번역가, 평론가, 극작가, 기자, 배우 등 다방면으로 활동한 다재다능한 작가이다. 하지만 그의 출신이나 안타까운 개인사를 두고 희롱하는 당대의 일부 작가들로 인해 글쓰기를 중단하고 1951년 일본에서 사망할 때까지, 그리고 그 후에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비운의 작가이기도 하다.
김명순은 『생명의 과실』(1925), 『애인의 선물』(1929 추정) 등 시, 소설, 희곡 등을 한데 묶은 작품집을 두 권이나 펴냈을 만큼 그 누구보다도 글쓰기에 열정적이었고, 시대를 앞서간 글을 써낸 놀라운 작가였다. 『사랑은 무한대이외다』는 김명순이 1918년부터 1936년까지 발표한 에세이를 묶은 모음집으로, 문단의 미더운 시인 박소란이 읽기 어려운 백 년 전의 근대 한글을 현대어로 옮기고 정리했다. 이 작업을 통해 시대를 너무 앞서간 탓에 저 멀리에서 홀로 빛나던 ‘김명순’이라는 소중한 이름을, 그가 못다 이룬 문학의 꿈을 오늘날 되살리고자 한다.

출처: 사랑은 무한대이외다출판사 핀드

 

 

 

                      서울대 총장 유홍림 총장, 교육부총장, 연구부총장, 권영민 교수, 중앙도서관장, 출품작가 가족,

                   신입생 대표와  독서국민운동본부 이금남 회장 등 내외빈 서울대 신입생 비상전 행사개막 기념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