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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추천도서(22.3~23.2)/2023-02

2월의 추천도서 (3646) 번역가의 길

1. 책소개

 

번역가는 태어나는가, 아니면 만들어지는가?

 

서구문학은 흔히 번역이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서구 문학사의 첫 장은 번역에서 시작한다고 하여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번역이 중요한 것은 비단 서양문학뿐 아니라 한국문학을 비롯한 동양문학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동양에서나 서양에서나 번역은 한 문화권의 문학을 다른 문화권의 문학과 연결해 주는 교량 역할을 한다.
번역가란 육지와 육지 사이에 가로놓여 있는 강을 건너게 해 주는 뱃사공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나룻배를 젓는 뱃사공이 없다면 한 육지에 머물 수밖에 없듯이 번역자가 없다면 한 나라의 문학도 민족문학의 울타리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 영국의 번역 이론가 조지 스타이너는 “만약 번역이 없다면 우리는 침묵에 가까운 변방에 살고 있을 것이다”라고 밝힌 적이 있다. 우리가 이렇게 침묵 속에서 변방에 살지 않고 다른 나라들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며 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번역의 힘 때문이다.

 

출처:교보문고

 

2. 저자

 

저자 : 김욱동

 

포스트모더니즘을 비롯한 서구문학 이론을 국내에 소개하고 그 이론을 토대로 우리 문학 작품과 문화 현상을 새롭게 읽어 내어 주목을 받았다. 『번역과 한국의 근대』, 『은유와 환유』, 『문학 생태학을 위하여』, 『소설가 서재필』, 『「광장」을 읽는 일곱 가지 방법』,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눈솔 정인섭 평전』, 『세계문학이란 무엇인가』, 『이양하: 그의 삶과 문학』, 『비평의 변증법』, 『궁핍한 시대의 한국문학』 등의 저서가 있다. 역서로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아메리카의 비극』,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등이 있다. 현재 서강대학교 인문대학 명예교수로 있다.

 

출처:본문중에서

 

3. 목차

 

책머리에

1. 번역가의 길
‘번역자’와 ‘번역가’
원천어에 대한 문해력
원천 문화에 대한 문해력
목표어에 대한 문해력
속담과 전문 용어의 이해
인공지능 시대의 번역

2. 번역과 반역 사이
피츠제럴드 작품의 오역
포크너 작품의 오역
헤밍웨이 작품의 오역

3. 속담의 성차별과 젠더 번역
암탉의 은유적 의미
암탉에 관한 서양 속담
한국어의 여성 지칭어와 호칭어
서양어의 여성 애칭어
젠더와 번역

4. 성경 번역에 대하여
개신교의 문서 사역
새 술은 새 부대에
중국어와 일본어의 흔적들
떡인가, 식물인가, 무역인가
축역과 의역 사이
빵인가, 떡인가, 밥인가
성경의 ‘19금’ 번역
성경의 창조적 오역

5. 어떻게 번역할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의 독백
일제 강점기의 『햄릿』 번역
해방 후의 『햄릿』 번역
1960년대 이후의 『햄릿』 번역
『햄릿』과 일본

참고문헌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번역가는 남달리 탁월한 직관력과 언어 감각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생득적 재능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원천어(source language), 즉 번역할 대상 작품이 쓰인 언어를 학습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후천적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이다. 또한 목표어(target language), 즉 외국 작품을 번역할 언어를 좀 더 갈고 닦기 위해서도 후천적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다. 어머니의 무릎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한 모국어가 목표어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모국어도 끊임없이 갈고 닦지 않으면 누렇게 녹이 슬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시인처럼 번역가에게도 생득적 자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후천적 훈련과 교육이다. -19쪽

번역가는 무엇보다도 먼저 원천어, 즉 번역할 작품이 쓰인 언어에 대한 문해력(文解力)이 뛰어나야 한다. 여기서 ‘독해력(讀解力)’이라고 하지 않고 굳이 ‘문해력’이라고 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문해’를 흔히 ‘문맹’의 반대말로 받아들여 글을 읽을 줄 아는 능력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문맹을 뜻하는 영어 ‘illiteracy’의 반대말이 다름 아닌 ‘literacy’이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문해력을 “현대 사회에서 일상생활을 해 나가는 데 필요한 글을 읽고 이해하는 최소한의 능력”이라고 규정한다. 한글의 뛰어난 가독성 덕분에 현재 한국의 문맹률은 1퍼센트 이하로 거의 모든 국민이 글자를 읽고 쓸 수 있다시피 하다. 한국이 문화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문맹률이 크게 이바지하였다. -34쪽

번역가는 목표어의 ‘낱말 풀’을 넓게 확보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하늘을 높이 나는 갈매기가 멀리 볼 수 있듯이 어휘력이 높은 번역가가 좋은 번역을 할 수 있다. 여기서 ‘낱말 풀’이라는 말을 사용했지만, 어휘력은 단순히 낱말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 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물론 되도록 많은 낱말을 아는 것이 중요하지만 양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질이다. 번역가의 어휘 구사력을 도형에 빗대어 말한다면 넓고 깊어야 한다. 여기서 어휘의 넓이란 낱말의 양을 말하고, 어휘의 깊이란 낱말의 질과 수준을 말한다. 모국어의 낱말과 관련하여 번역가는 ① 되도록 낱말을 많이 알고 있어야 하고, ② 낱말의 지시어와 함축어를 정확히 이해해야 하며, ③ 이미 알고 있는 낱말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④ 동의어와 반대어와 유의어 등을 알고 있어야 하며, ⑤ 가능하면 낱말의 어원, 고어, 외래어 등도 함께 알고 있어야 하고,
⑥ 한자어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특히 항목 ⑥은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번역가에게 아주 중요하다. 2019년의 통계 기준에 따르면 16만 4,125개 한국어 중에서 순수한 토박이말은 7만 4,612개로 45.5퍼센트, 한자어는 8만 5,527개로 52.1퍼센트, 외래어는 3,986개로 2.4퍼센트를 차지한다. 한국어 전체 낱말 중에서 무려 52.1퍼센트, 표준어 중에서 57.9퍼센트가 한자어다. 또 다른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자어의 비중은 이보다 훨씬 커서 무려 70퍼센트에 이른다. 그것은 영어에서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에서 유래한 낱
말과 앵글로색슨 계통의 토착어의 비중과 비슷한 수치다. -60쪽

상상력의 힘으로 찬란한 우주를 창조하는 문학 작품의 번역에서는 의료나 법률 서비스는 말할 것도 없고 기술 번역과 비교하여 인공지능의 역할이 그렇게 크다고 할 수 없다. 비록 그 역할이 크다고 하여도 인간 두뇌의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창조적 기능은 비판적 기능과는 달라서 하루아침에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언급한 몇 가지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창의적 사고를 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번역가가 인공지능을 능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창의적 상상력이다. 그러므로 번역가는 이 덕목을 계발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러한 창의적 상상력을 계발하고 한껏 발휘할 번역가가 바로 ‘전문’ 번역가일 것이다. -80쪽

서구 번역사에서 최초의 번역 이론가라고 하면 흔히 16세기에 프랑스에서 활약한 인문학자 에티엔 돌레를 꼽는다. 흥미롭게도 그는 번역을 충실하게 하지 않았다고 하여 화형을 당한 ‘번역의 순교자’이기도 하다. 플라톤의 『대화편』을 프랑스어로 번역하면서 인간의 죽음 다음에 무엇이 존재하는지에 관한 대목에 이르러 돌레는 그만 원천 텍스트에 없는 “아무것도 없다(rien du tout)”라는 구절을 덧붙여 놓았다. 인간은 사망하고 나면 그뿐 그 뒤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부연 설명해 놓은 것이다. 그런데 1546년 소르본대학의 신학 교수들은 이 구절을 근거로 돌레가 기독교의 핵심 교리 중 하나인 영생을 믿지 않는 이단자이며 그의 번역은 곧 신성모독과 다름없다고 몰아세웠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이, 모든 것이 기독교로 통하던 16세기에 그는 이단의 혐의를 받기에 충분하였다. 결국 이단자로 몰려 돌레는 장작더미 위에서 불에 타 한 자락 연기로 사라지고 말았다. -82쪽

번역에서 가독성이 높다는 것이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늘 미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확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가독성은 이렇다 할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가독성을 높이려고 번역하기 어렵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생략해 버리고 번역하는 번역가들이 의외로 많다. 또한 쉽게 읽히기만 하면 ‘좋은’ 번역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생각 밖으로 많다. 거추장스럽다고 잔가지를 제거해 버리고 큰 줄기만 남겨놓으면 나무 모습은 훨씬 가지런하고 예쁘게 보인다. 그러나 그 잘라낸 잔가지 속에 작품 특유의 문체와 심오한 의미가 들어 있다면 어떻게 될까? 원문을 모르고 번역본만 읽는 독자들은 가독성에 속아 ‘좋은’ 번역이라고 평가하기 십상이다. -91쪽

마르틴 하이데거는 일찍이 “언어는 존재의 집이며 인간은 이 집 안에 거주한다”고 말하였다. 그의 말대로 인간이 언어의 집에 머무는 존재라면 아마 인간의 삶에서 언어만큼 중요한 것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인간은 언어로써 말하고 언어로써 생각하고 언어로써 판단하고 언어로써 결정한다. 인간의 의식과 관련한 행위는 하나같이 이렇게 언어를 떠나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에드워드 서피어나 벤저민 워프의 지적처럼 언어가 생각이나 사고를 결정하든, 이와는 반대로 H. 폴 그라이스의 주장대로 생각이나 사고가 언어를 결정하든, 아니면 도널드 데이비드슨의 이론처럼 언어와 생각이 상호작용을 하든 언어와 인간의 사고는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다. 그렇다면 하이데거의 말을 조금 바꾸어 언어는 ‘존재의 집’ 못지않게 ‘사고의 집’이라고 하여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134쪽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 젠더 문제는 남성/여성 차별의 범위를 뛰어넘어 이제 동성애 차별을 논의하는 단계까지 넓어졌다. 즉 ‘성차별이나 ‘젠더 차별’에서 ‘동성애 차별’로 발전하였다.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용어는 이제 일상어에서 자주 쓰일 뿐 아니라 법원 판결문에도 자주 등장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남성이 그동안 여성을 지배와 종속의 대상으로 삼았듯이 이성애자들은 동성애를 ‘타자’로 간주하여 무시하거나 금기시하였다. 앞으로 성차별은 동성애는 말할 것도 없고 양성애자와 트랜스젠더 문제까지 염두에 두어야 할지 모른다. 마찬가지로 페미니즘 번역도 여성 차별뿐만 아니라 동성애 차별도 중요한 의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170쪽

한국 개신교의 집은 넓게는 문서 사역, 좁게는 성경 번역의 토대 위에 굳건히 서 있다. 물론 이 집을 짓는 데는 서양 선교사들이 모퉁잇돌의 역할을 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여기서 문서 사역이란 성경을 번역하여 출판하는 것을 비롯하여 기독교 잡지나 신문 등의 정기 간행물 발행, 기독교 성격의 일반 잡지나 신문 발행, 교회 주보나 소식지 발행, 기독교 출판사의 기독교 단행본이나 기독교 성격의 일반 단행본 출판 등을 말한다. 지금 한국에서는 무려 200여 개의 기독교 출판사가 있고, 이곳에서 해마다 1,600여 종의 신간 서적을 출간하니 한국 개신교의 문서 사역이 과연 어떠한지 미루어보고도 남는다. 개신교의 이러한 활동은 활자 매체보다는 이미지나 아이콘에 무게를 두는 가톨릭교회와는 확실히 다르다. -176쪽

성경 번역을 비롯한 모든 번역은 새로운 시대마다 새롭게 다시 이루어져야 한다. 앞에서 이미 밝혔듯이 시간이 지나면서 언어의 의미가 조금씩 변하기 때문에 한 번 번역된 작품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언어뿐 아니라 시대에 따라 독자의 감수성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렇게 언어의 속성과 독자의 감수성에서 번역은 일정한 주기를 두고 새롭게 번역해야 한다. 이 점에서 번역을 한옥에 빗댈 수 있다. 아무리 튼튼하게 지은 집이라도 세월이 지나면 지붕에 얹은 기와에 물이 새고 서까래가 기우는 등 세월의 풍화작용을 비껴갈 수 없다. -186쪽

성경 번역은 그동안 서로 다른 신학이나 교리가 다투는 전쟁터와 다름없었다. 성경을 잘못 번역했다고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있고, 성경을 제대로 번역하여 무지와 몽매를 구원의 빛으로 밝힌 사람들도 있다. 또한 성경은 온갖 번역 방법이나 전략을 시도해 온 실험실과도 같았다. 인문학 분야 중에서도 비교적 뒤늦게 태어난 번역 연구나 번역학은 성경 번역에서 자양분을 얻으며 성장해 왔다. 그러나 한글성경은 여러 차례 개정과 개역을 거듭해 왔지만 오히려 ‘개악’이 된 곳이 더러 있다. 이러한 오역이나 졸역을 수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젊은 세대의 언어 감각에 맞도록 번역하는 데도 좀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42쪽

번역의 묘미 중 하나는 아무리 동일한 문장을 번역하여도 번역자마다 조금씩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더러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문장을 번역해 놓은 번역문이 동일한 경우는 별로 없고 번역자에 따라 조금씩 편차가 있다. 원문 텍스트와 번역 텍스트를 저울에 달면 으레 천칭이 어쩔 수 없이 어느 한 쪽으로 기울게 마련이다. 그것은 언어의 본질에서 원천어와 목표어 사이에는 등가 관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번역가의 철학과도 맞물려 있다. 이러한 편차는 의미나 내용에서도 일어나지만 그보다는 주로 낱말이나 어구, 구문 같은 형식에서 일어난다. 이를 달리 말하면 번역에서 내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문체라는 말이 된다. 번역가가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곳도 바로 이러한 문체에서다. 목표 텍스트의 의미나 내용이 원천 텍스트와 같다는 전제 아래 번역가의 독창성이 빛을 내뿜는 것은 다름 아닌 언어 구사에서라고 할 수 있다. -243쪽

1960년대에 들어오면서 『햄릿』 번역은 가히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시대를 맞이하였다. 이때부터 이 작품의 번역은 그야말로 우후죽순처럼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이 무렵 활약한 번역가로는 여석기(呂石基)를 빼놓을 수 없다. 1964년 정음사에서 출간한 『셰익스피어 전집』 4권은 한국 셰익스피어 번역사에서 한 장(章)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이 전집에 수록된 『햄릿』을 번역한 사람이 바로 여석기였다. 그는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을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로 번역했다가 뒷날 문예출판사에서 다시 개정판을 낼 때는 ‘죽느냐’와 ‘사느냐’의 위치를 살짝 바꾸어 놓았다.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구나.
어느 쪽이 더 사나이다울까?
가혹한 운명의 화살을 받아도 참고 견딜 것인가?
아니면 밀려드는 재앙을 힘으로 막아 싸워 없앨 것인가?
죽어버려, 잠든다. 그것뿐이겠지. -260쪽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번역하면서 한국 번역가들은 일본어 번역에서 직간접으로 크고 작은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현상은 일제 강점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만 해방 후에도 일본어 해독자들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여전히 계속되었다. 이 점에서 일본에서 『햄릿』이 그동안 어떻게 번역되어 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작품은 일찍이 메이지 시대부터 지금까지 무려 40편이 넘는 번역본이 나왔다. 그래서 햄릿이 ‘덴마크의 왕자’가 아니라 차라리 ‘일본의 왕자’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햄릿의 독백이 일본에서 처음 번역된 것은 메이지 7년(1874)이다. 물론 이 번역은 정식 번역이 아니라 당시 요코하마(橫浜)의 외인 거류지에 살던 외국인들이 발행한 풍자만화 잡지 《일본 펀치》에 실린 기사에 근거한다. 이 잡지의 편집자 찰스 워그먼은 “아리마스 아리마센 아레하나데스카(アリマス, アリマセン, アレハナデスカ)”라는 번역 문장을 삽화에 실었다. “있습니다, 있지 않습니다, 저것은 무엇입니까” 정도의 의미로 누가 보아도 일본인들의 엉터리 영어 말투를 조금 조롱하는 듯한 말투다. -274쪽

20세기에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비평가로 흔히 평가받는 해럴드 블룸은 시인의 영향에 관한 독창적 이론을 전개하여 관심을 끌었다. 후배 시인은 늘 독창적 상상력을 선취한 선배 시인에게서 받는 영향에 불안을 느끼는데 이러한 ‘영향의 불안’이 새로운 시를 창조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블룸은 문학 전통의 연속성보다는 불연속성, 즉 후배 시인들과 선배 시인들이 펼치는 갈등과 투쟁의 미학에 무게를 둔다. 적어도 이 점에서는 번역가도 시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후배 번역가들이 선배 번역가들에게 느끼는 ‘영향의 불안’을 ‘독창성 오류’라고 부른다. 번역가는 독창성을 지나치게 내세우려는 나머지 오류를 범하게 된다. 번역가에게 무엇보다도 소중한 미덕은 창작가의 독창성이 아니라 원작자의 의도를 충실히 살리려는 번역가의 성실성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77쪽

 

출처: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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