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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추천도서(22.3~23.2)/2023-02

2월의 추천도서 (3629) 꽃이 오고 사람이 온다

1. 책소개

 

“시를 사랑하는 독자에게 바치는 시힘 동인의 헌정시집!”
“나희덕, 문태준, 안도현, 이병률 시인의 신작시와 산문!”

 

 

2. 저자

 

 

저자 : 나희덕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 『야생사과』 『사라진 손바닥』 『파일명 서정시』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가능주의자』 등이 있음.

 

 

저자 : 문태준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그늘의 발달』 『먼 곳』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아침은 생각한다』 등이 있음. 노작문학상, 애지문학상, 서정시학작품상, 소월시문학상, 목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 수상.

 

출처:본문중에서

 

3. 출판사서평

 

“시의 힘으로 시대와 시간을 넘어”


‘시힘’ 동인의 신작시집이 나왔다. ‘시힘’ 동인은 1984년 고운기 시인의 제안으로 갓 등단한 20대의 젊은 시인들로 결성되었다. 1985년 첫 동인지 『그렇게 아프고 아름답다』를 출간한 이후 『아름다운 불륜』까지 열권의 동인지를 펴냈다.
초창기에는 고운기, 고형렬, 김경미, 김백겸, 나희덕, 박철, 안도현, 양애경, 정일근, 최영철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시힘’은 그동안 김성규, 김수영, 문태준, 박형준, 이대흠, 이병률, 이윤학, 휘민 등 새로운 시인을 동인으로 영입했다. 그렇게 30년 넘게 이어져 오면서 ‘시힘’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 동인이 되었고, ‘시힘’의 시인들은 중견 시인으로 성장했다.
이번에 경북 예천에서 새롭게 출범한 ‘몰개’ 출판사가 첫 책으로 펴낸 『꽃이 오고 사람이 온다』는 ‘시힘’ 창단 40주년을 앞두고 열여섯 동인들의 신작시와 산문을 묶은 열한 번째 동인지이다.
1985년에 발간된 ‘시힘’의 첫 동인지 『그렇게 아프고 아름답다』의 서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등장한다.

첫째, “우리는 건강한 삶에 기반을 두겠으며, 시의 서정성이 바탕색에 짙게 깔리도록 노력할 것이다.”
둘째, “우리들의 시가 각각의 목소리를 지니고 있으면서 결코 어긋나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는 점을 자각하고 충분히 존중해줄 것이다.”
셋째, “무엇보다 나 아닌 남에 대한 진정한 이해 속에서 분열과 대립을 극복하는 문학이 얻어질 것이라 믿는다.”

‘시힘’ 동인지의 창간호 서문은 결코 전투적이거나 비장하지 않지만 힘이 있다. ‘삶에 기반을 둔 서정성’, ‘각각의 목소리의 가치와 조화, 그리고 상호 존중’, ‘남에 대한 진정한 이해 속에서 분열과 대립을 극복하는 문학의 지향’ 등은 199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다양성 속에서 그 진가를 발휘해왔다. ‘시의 힘’이 시대와 시간을 넘어선 것이다.

“한 시대를 관통해온 시힘의 자리”


한국 근대문학 초창기의 동인지 시대부터 동인지는 동인 간의 상호인정과 다른 문학적 집단과의 인정 투쟁을 태생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동인지 창간 서문은 인정 투쟁을 위한 비장한 각오와 함께 기성 문단의 나태함과 척박한 문학 환경을 무릅쓰고 문학에 헌신하겠다는 순교의식이 과장된 형태로 선언되었다.
이런 선언주의는 동인지 활동을 단명 시키는 주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선언은 종종 ‘다름’에 대한 관용을 차단하는 아집으로 바뀌거나 변화하는 시대 환경에 대한 적응과 변화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동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신진으로서의 패기가 진정될 즈음, 스스로 동인의 시대적 사명과 역할이 그 의미를 다 마쳤다는 또 다른 선언과 함께 활동을 종료하거나 저절로 해체된다. 동인을 결속시켰던 문학적 신념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결속력을 잃게 되면, 동인은 더 이상 지속적인 활동을 할 이유와 의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37년째 동인 활동을 유지하면서 동인 시집을 발간하고 있는 ‘시힘’은 동인 이상의 어떤 특별함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예외성은, 대부분의 문학 동인이 표방했던 공통된 문학적 이념이나 강한 결속을 ‘시힘’은 애초에 지니고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1980년대에 결성된 동인이 ‘시대’, ‘이념’, ‘강한 결속’이 없이 37년 간 유지되었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더구나 ‘시힘’ 동인 대부분이 한 시대를 관통하며 문학적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자신의 시적 위치를 확실히 다져온 시인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깨지지 않고 버티면서 지켜나가기”

흰 모란꽃 위에 바위를 얹었지요

그 바위가 삭아 주저앉기를 기다리면서요

모란꽃 흰 접시는 천년이 지나도록 깨지지 않았어요

한 번도 눈 내리는 마을을 보지 못했다는 모란꽃

꽃대를 잘라 창틀을 짜고 꽃잎으로 통유리를 달았지요

눈발이 창턱에 눈썹을 걸어두고 가더니

흰 모란꽃이 피었어요

흰 모란꽃에 눈 맞추다가 눈이 멀어버린 나비처럼
-안도현, 「모란꽃」 전문

「모란꽃」에는 안도현 시인의 시적 자의식과 시 이력에 대한 상징적인 압축이 포함되어 있다. “모란꽃 위에 바위를 얹는 일”, 이런 표현은 그 자체로 시창작의 알레고리로 읽힌다. ‘시대의 고통’, ‘건강한 삶의 추구’, ‘민중’ 등 시가 짊어져야 할 것들은 태산 같은 바위이다. 그리고 그 태산의 무게가 결국은 모란꽃 위에서 삵아 주저앉고 만다.
어쩌면 시가 할 일은 그 바위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그 무게를 견디고 그것이 삵아 주저앉기를 기다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시의 힘이란, 물리적인 것이 아니다. 모란꽃의 흰 접시가 깨지지 않고 천년을 버티듯이, 시나 예술의 힘은 깨지지 않고 버티며 스스로를 지키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아름다운 것들의 일은 불가능한 것이 가능해지는 상상 속에서 미의 세계를 스스로 구축하는 일이다. “눈발과 흰 모란꽃과 나비”가 서로를 호명하고 눈 맞추고 조응하듯이, 조용히 ‘눈이 멀어 버리는’ 일이다.
시인으로 늙어 가는 일과 조용히 눈 멀어 버리는 일은 모두 무엇엔가 깊이 매혹되어 버린 자들의 숙명 같은 것은 아닐까. 모란꽃 접시가 천년을 버텼다면, 그 긴 시간은 어쩌면 길고 긴 망각의 시간, 세상의 풍파 속에서 조용히 침잠하면서 눈 멀고 귀 머는, 그렇게 자신을 세상에 던지면서 삭히는 시간이다.

“잔잔한 슬픔과 연륜이 깃든 시세계”


이번 시집에 실린 동인들의 작품에서 굳이 연륜을 읽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세월이 아니라 바위가 삭아 주저앉듯이 스스로를 비우고 지우는 시간들이 만든 나이테 같은 것이다.

바위같이 살라지만
조상들 저 안에 다 있지
흙이야 잠시 머무는 간이역쯤

강가를 밟으며 조약돌 하나 주워
생각느니 이 돌도 예서 서너 세월만 가면
부서지고 닳아지고 잊어버리면서
무정한 바다에 닿겠구나
모래가 되어 야무진 대로 조금은 더 반짝이다가
결국은 짠물에 절여지겠지
그러다 떠올라 구름 속에 세탁도 좀 하고
영혼은 푸르게 비가 되어 돌아오겠네
몸은 강가를 다시 오가겠네

바위처럼 살라지만
거기서 나와 잠깐 거닐다 가는
잰걸음 길 아닌가
-박철, 「조약돌」 전문

박철 시인의 「조약돌」에도 이런 특징은 잘 드러난다. 다만 박철 시인의 ‘세월’은 기다림이나 견딤보다는 어차피 거기서 거기인 인생의 허탈과 무상을 매순간 되새기는 잔잔한 슬픔을 주로 보여준다. 동인들마다 각자의 개성이 고유하듯이, 세월의 풍파를 건너고 연륜을 만드는 방법도 조금씩 다른 것이다. “부서지고 닳아지고 잊어버리면서” 결국 “무정한 바다”에 닿는 것. 그것이 인생이라면, 어차피 흐르고 지나가는 시간들은 모두 잠시이고 잠깐의 연속일 뿐인 것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꾸는 사람”


‘시힘’이라는 동인의 이름은, 한 때는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지향점이 뚜렷하지 않은 허약한 것이었지만 결국 37년의 시간을 버텨 왔다. 이 37년의 시간은 그들의 문학적 연대기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그들은 대략 37년 동안 꾸준히 시를 써 온 것이다. 그래서 이번 동인 시집은 ‘시힘’ 동인의 문학적 이력에 대한 스스로의 ‘헌사(獻辭)’로도 읽힌다. 또 세기말과 세기 초, 냉전시대를 지나 세계화 시대의 비인간적 일상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한 때 ‘시힘’의 독자였고 시의 독자였던 사람들에게 바치는 ‘헌정시집’이기도 하다.
애초에 ‘시의 힘’이 ‘삶, 인간, 상호 존중’이라는 가치에 대한 신념에 있었던 것처럼, ‘시힘’의 원천은, 아직도 여전히 건강한 삶을 갈망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다.

 

출처: 「꽃이 오고 사람이 온다」출판사  모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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