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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추천도서(22.3~23.2)/2022-12

12월의 추천도서 (3562) 서점의 시대

1. 책소개

 

계몽의 공간에서 취향의 공동체까지,
우리 서점이 지나온 시간을 마주하다

 

서점은 우리에게 어떤 곳이었을까? 언뜻 책을 파는 정적인 공간으로 인식되는 서점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빛깔을 가진 공간으로 존재해왔다. 기억을 더듬어보자. 어릴 적 색칠 공부 책이나 게임 북을 구경했고, 학창 시절엔 각종 참고서나 문제집을 사러 가던 공간. 이후엔 사람을 만나는 약속 장소이자 새로운 문화와 취향을 공유하는 곳이기도 했다. 이처럼 저마다의 이유로 삶의 경험이 기억으로 축적되어 있는 서점은 시대마다 다른 얼굴로 많은 이들에게 활짝 열린 곳이었다.

이 책은 그러한 서점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현재 각광받는 서점이나 외국의 유명 서점 이야기를 담은 책은 여럿이지만, 우리 서점의 문화사를 살피면서 그 궤적을 들여다본 책은 흔치 않다. 이 책이 만들어낸 새로운 길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진 자료도 가능한 한 충실하게 수록했다. 맨 위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근대 인쇄술이라는 새로운 기술 환경에 힘입어 이 땅에 태동한 서점은 문화산업의 선봉에 선 것은 물론, 출판업을 겸하며 출판산업의 단초를 열었다. 식민지, 해방공간, 군사독재 시대에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 함께 미래를 모색하는 아지트였다. 그 와중에 고서점, 전문서점, 대형서점, 온라인서점, 독립서점 등 다양한 형태의 서점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점들은 거리 풍경을 바꾸고 시대의 문화를 변모시켰다. 그 한가운데에 참신한 시도를 해나간 서점인들이 있었다. 우리 서점이 품어온 다채로우면서도 역동적인 켜와 결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보자.

 

출처:교보문고

 

2. 저자

 

저자  : 강성호

 

대학생 때 한국 근현대사를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후 종교사, 문화사, 지역사에 관한 논문과 책을 쓰고 있다. 무연고지인 전남 순천에서 아내와 함께 3년 동안 골목책방 그냥과 보통을 운영한 적이 있다. 언젠가는 전국 헌책방과 일본 진보초의 고서점 거리를 순례해보는 게 꿈이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포항-울산-서울-순천을 전전한 덕분인지 디아스포라, 실향, 트랜스 로컬리티에 눈길이 간다. 지은 책으로는 『혁명을 꿈꾼 독서가들』, 『한국 기독교 흑역사』, 『마을에 깃든 역사도시 순천』 등이 있다.

 

출처:본문중에서

 

3. 목차

 

머리말_우리에게 서점은 어떤 곳일까

1부 서점탄생(書店誕生):세상의 수많은 지식은 서점에서 유통되었다
종이에 가치를 부여하다
근대 서점의 초석, 출판서점
불온한 사상의 거처
옛것이 살아 숨 쉬는 곳, 고서점
개성과 매력이 가득한 전문서점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의 등장

2부 서점본색(書店本色): 한 시대 문화의 중심에는 서점이 있었다
서점 거리의 역사 풍경
서점이 꽃피운 살롱 문화
서점과 함께한 여성들
독립서점의 오래된 미래

참고문헌 │주석│사진 출처│찾아보기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근대 서점은 ‘종이’라는 물성에 새로운 지식과 대중성이라는 ‘가치’를 부여하면서 등장한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다양한 책을 보고, 만지고, 느끼고, 읽고 큰 부담 없이 구매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근대 서점은 지식의 유통에 매우 큰 변화를 불러온 셈이다. (31~32쪽)

대한제국 시기의 출판은 가히 출판운동이라 할 만큼 사회참여적인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 을사늑약 이후 출판된 서적의 분야를 살펴보면, 역사 전기물과 교과서, 사회과학서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선 중국사를 중시한 것에 대한 비판과 반성으로 조선사를 다룬 역사 전기물 출판이 잇따랐다. 또한 근대 국민국가를 수립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담은 교과서와 서구 지식을 전하는 사회과학서가 출간되었다. 이 시기에 나온 소설들이 풍자성이 강해 판매금지 처분을 받기도 한다. 일률적으로 평가할 순 없지만 1905~10년에 출판된 서적에 나라를 구하기 위한 시대적 고민이 강하게 투영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35쪽)

지식의 시대적 한계에 도전하면서 기존의 인식 틀을 깨트리려는 목소리는 시대와 나라를 막론하고 늘 존재해왔다. 권력자들은 불만과 저항의 목소리를 침묵시키기 위해, 때로는 사전에 차단하고자 ‘금서’라는 낙인을 만들었다. 책의 간행과 유통뿐만 아니라 소장마저 권력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서점은 큰 곤란을 겪었다. 금서는 책이니, 감시와 탄압의 초점이 서점에 모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측z면에서 본다면 서점은 새로운 생각과 관점을 이야기하는 목소리와 이들을 억압하는 기득권 사이에서 문화투쟁이 벌어지는 장이었다. 억 압의 시대에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은 이 투쟁에 함께하기 위해 서점으로 모여들었.다 (51쪽)

1980년대 대학 도서관은 폐가식으로 운영했기에 이용자가 직접 책을 골라 볼 수 없었을뿐더러 신간 구입이 늦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권력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때마침 1980년대는 독서 인구가 급격히 늘고 출판시장이 성장하는 시대였다. 이런 상황이 맞물리면서 수요가 늘어나자 공급이 필요해졌는데, 이때 등장한 것이 사회과학서점이다. 1980년대 대학문화에서 사회 과학서점은 도서관이자 공부방이었고, 누군가와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장소이자 교문이 봉쇄됐을 때 시간을 때우던 곳이었다. 학생들은 이곳에 모여 하나의 저항 공동체를 형성해 나갔다. 그야말로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사회과학서점을 들락날락한 시대였다. (69쪽)

식민지 조선에서 가장 유명한 고서점으로 알려진 한남서림의 최대 고민은 고서 수요가 감소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1930년대 초반에 환갑을 맞은 백두용은 은퇴를 고민하지만 일을 이어받을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만난 인물이 간송 전형필이다. 전형필은 한평생 조선의 문화재가 다른 나라로 유출되는 일을 막고자 사재를 털어 이를 수집한 인물이다. (80쪽)

한 분야의 책만 취급하는 전문서점은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에 이르러 부쩍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는 사회가 다변화된 데 발맞춰 세분화·전문화한 책들이 출간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 다. 전문서점은 분야별로 쏟아져 나오는 전문서적들을 독자와 연결해주는 창구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고, 서점의 개성화 내지는 차별화도 이루어졌다. (99쪽)

한국전쟁 이후 서점가는 ‘동질성의 단순 확대’가 이어졌다. 즉 규모의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한 채 비슷한 유형의 개성 없는 서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것이다. 규모가 작기에 진열 공간도 부족했고, 어느 때부턴가 신간이 제대로 비치되지 않는 악순환이 거듭되었다. 그런데 중앙도서전시관에서 쏟아져 나오는 신간을 완비하자 서점 공간의 확충이야말로 문화의 민주화를 실현하는 길이라는 담론이 일각에서 등장한다. 종로서적센터(이하 종로서적)의 개점은 중앙도서전시관의 선전과 함께 이러한 흐름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된다. (121쪽)

온라인서점은 정보통신 기술이 만들어낸 매우 이색적인 소비 공간이었다.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유통되는 다양한 책을 만나고 그에 대한 양질의 정보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온라인서점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공간의 제약이 사라지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이와 더불어 온라인서 점은 구입 이력을 바탕으로 각각의 소비자에게 개별적인 정보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를 통해 출판시장의 가능성이 확장된 점은 온라인서점이 미친 매우 긍정적인 영향일 것이다. (133~134쪽)

크고 작은 서점들이 하나둘 모여 거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대전의 원동, 광주의 계림동, 대구의 남산동, 전주의 풍남동 등에는 한때나마 수십 수백 개의 서점이 즐비한 책의 거리가 있었다. 때로는 너덧 개의 서점이 어우러져, 때로는 열 군데 서점이 모여서 서점 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빼곡하던 서점들이 하나씩 문을 닫아 왕년의 시끌벅적함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며 그 거리의 역사를 증언하는 서점도 있다. (139쪽)

책 자체가 좋아서 책의 자취를 따라가는 유락(愉樂)의 독서가, 서점과 서점 사이에서 책의 바다를 항해하는 여행가, 서점의 시층(時層)에서 비밀을 간직한 책을 발굴하는 책 수집가 등이 서점 거리를 활보한다. 일견 서점은 매우 적막한 정적의 공간으로 비춰지지만, 그 이면에는 이윤의 추구, 책읽기의 즐거움, 지식욕 등 다양한 욕망과 생각이 얽혀 있다. 이때 서점의 입지 조건은 도시의 공간 구조와 문화를 보여준다. 또한 서점이 몰려든 거리의 풍경은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166쪽)

5월 22일에 계엄군이 철수하자 ‘해방 광주’가 도래했다. 이날부터 광주는 일종의 자치 공동체를 형성하였다.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는 매일 시민 궐기대회가 열렸고, 녹두서점은 이를 준비하는 이들로 붐볐다. 구석에서 궐기문을 작성하는 사람들, 검은 리본을 만드는 사람들, 화형식에 필요한 허수아비를 제작하는 사람들, 《투사회보》를 가지고 나가는 사람들, 무언가를 읽고 있는 사람들 이 서점을 꽉 채웠다. 책방, 방 안, 뒷마당, 뒷방 등에서 각자 맡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녹두서점을 지키고 있었다. (188쪽)

건조하게 책을 진열한 서점에서 탈피해 책을 고르다가도 잠깐 커피를 마시며 쉴 수 있는 ‘서점 속 다방’의 필요성을 1970년대 후반에 제기한 글이 이채롭다. 이는 오늘날 북 카페라든가 음료를 판매하는 독립서점의 형태로 구현되었을 텐데, 수동적이고 정적 인 서점의 틀을 깨트려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일찍부터 있었다. (219쪽)

 

출처: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근대 전환기에 태동한 서점
지식산업의 선봉에서 출판산업의 단초를 열다

근대 인쇄술의 유입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책은 새로운 상품 아이템으로 부상한다. 이 시대에 책 장사는 선도적이면서 전망 밝은 문화산업이었는데, 각종 종이를 유통하던 지물포가 서점업을 겸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물포를 인수하며 출발한 고제홍서사, “신문화에 대한 이해와 계몽의 사명”을 품고 지물포 자리에서 서점을 시작한 주한영책사, 종이를 주로 취급한 객주의 직원이었던 지송욱이 사장의 지원으로 시작한 신구서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때의 서점은 지물포의 주력 상품인 종이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 출판을 병행했다. 필자는 이를 ‘출판서점’이라 명명하는데, 이때는 출판사가 곧 서점이고 서점이 바로 출판사였다.
이렇듯 종이가 유통되던 곳에서 출발한 서점은 시대의 변화를 빠르게 인지한 이들이 일군 새로운 지식산업이었다. 생각이 트여 있고 변화에 민감한 서점인들은 당대 계몽운동의 구심점을 자처했고,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광학서포, 회동서관, 주한영책사의 경우 국채보상운동을 위한 의연금을 걷는 장소로 선정된 것은 물론이고, 그 대표들은 국채보상기성회 발기인으로 운동에 더 깊이 발을 들였다.

억압의 시대에 맞선 서점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이들의 아지트 되다

시대를 앞서간 지식은 당대의 기득권인 권력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그러한 지식이 담긴 책들은 금서로 지정되어 권력의 탄압을 받았고, 탄압의 중심에는 서점이 있었다. 서점은 곧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자들과 이를 억압하는 권력 간에 문화투쟁이 벌어지는 장소였다.
일본의 한반도 침략이 시작되면서부터 서점은 발매금지와 압수 처분으로 줄곧 몸살을 앓았다. 사상통제가 강화된 1930년대 이후에는 출판물에 대한 탄압이 더욱 거세지는데, 이런 폭압의 시대에 맞서 좌익서점이 문을 연다. 당대 혁명가들이 모이는 민중서원, 혁명가가 직접 운영한 신생각서점이 대표적이다.
민주화운동의 역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1980년대에 전국 대학가를 비롯해 지역 곳곳에 등장한 사회과학서점들은 저항 공동체의 중심에 있었다. 수많은 대학생들은 이곳에 모여 함께 공부하며 어둠 너머의 미래를 꿈꿨다. 군사독재 정권은 여러 책들에 대해 원칙이 모호한 판매금지 처분을 내렸으며, 임의로 사회과학서점에 들이닥쳐 책을 압수하고 서점 주인을 연행했다. 이러한 역사를 품고 있기에 대학생들은 사회과학서점이 사라져갈 때 이곳을 살리기 위한 활동을 하기도 했다.

고서점을 비롯한 전문서점
역사를 지키고 서점 생태계를 다채롭게 만들다

우리 서점의 역사 속엔 고서점이라는 한 길을 뚝심 있게 걸어간 서점들도 있다. 판매 못지않게 수집이 중요한 이 분야의 서점인들은 옛 서적과 그림에 대한 식견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다. 이들은 고서 수요가 감소한 일제 식민지하에서도 우리 문화재가 다른 나라로 유출되는 일을 막기 위해 사재를 털기도 했다. 이런 열정이 빛을 본 하나의 사례로 한남서림이 『훈민정음』 해례본 원본을 구한 일을 들 수 있다. 조선의 말이나 문화가 사라질 위기 속에서 국어학 연구자로서 직접 민중서관을 차리고 희귀 자료를 모으며 국어사 연구에 매진한 방종현, 활자 연구에 필요한 문헌 자료를 수집한 화산서림의 이성의는 기억해둬야 할 서점인일 터. 지금도 인사동에서 영업 중인 통문관은 1934년 문을 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고서점으로, 한국학 연구자들에게 이 서점은 일종의 사랑방 역할을 해주었다.
전문서점 영역을 개척한 서점인도 꾸준히 나왔다. 일제 때 한의학 전문서점으로 조선시대 의서를 복간하는 데 힘썼던 행림서점이 그 효시이며,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독일어 책을 전문으로 취급해온 쏘피아서점을 비롯해 외국서적을 전문으로 취급한 서점들도 있었다. 엄혹한 시절을 지나며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에는 더 많은 전문서점이 등장한다. 산업화 시대엔 과학기술 전문서점이, 1990년대에는 어린이 전문서점이 각광받았다. 사진이나 음악을 취급하는 예술 전문서점도 출현하여 서점 생태계는 더욱 다채로워졌다.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
시대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다

해방 이후에는 출판사와 서점을 중개하는 도매상이 등장하여 출판유통 시스템이 정착되는 듯했다. 그러나 한국전쟁의 여파로 책 수요가 감소하고 출판사 대금 회수의 길도 막히면서 출판시장이 무너졌다. 이때 재고 도서를 처분하기 위해 덤핑 서적이 무분별하게 유통되면서 지역 서점들이 줄줄이 폐업했다. 그러나 심각한 서점 부재 현상 가운데 1963년 종로서적이 개점하여 독창적 서비스로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한 1972년에 한국출판금고(현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에서 국내 서적을 총망라한 중앙도서전시관을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이는 전국적인 서점 대형화의 물결로 이어졌고, 1981년엔 한국 최대 규모의 서점인 교보문고가 개점했다. 대형서점의 시대가 열리는 과정에서 대형서점과 소형서점의 갈등이 발생했으며, 지역의 도시마다 규모 있는 중형서점이 생기는 등 다방면에서 서점 지형의 변화가 찾아왔다.
인터넷 시대를 맞아 1990년대 후반에는 온라인서점이 등장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온라인서점이라는 플랫폼 사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대형서점들이 먼저 온라인서점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온라인으로만 책을 판매하는 서점들도 선을 보이면서 서점업계에는 또 한 번 새로운 물결이 일어난다. IMF 외환위기로 대형 출판사와 서점 도매상이 연달아 부도를 내며 출판시장의 유통구조가 마비되다시피 하던 이 시기, 온라인 서점의 이용률은 급격히 늘었다. 온라인서점의 초기 전략은 할인판매였는데, 이로 인해 도서정가제가 붕괴되고 다시 지역서점이 폐업 위기로 몰리는 등 다양한 부작용도 발생했다.

서점이 만들어낸 거리의 풍경
도시의 문화 정체성을 보여주다

초대형 체인 서점들이 익숙한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과거엔 ‘서점 거리’라는 것이 있었다.서점들이 성장하고 모여서 하나의 거리를 이루던 지역의 원조는 바로 종로다. 조선 시대부터 상거래의 중심지였던 종로에는 서울 광화문 사거리부터 동대문에 이르는 서점 거리가 있었는데, 이 거리는 1980년대까지 그 역사를 이어 나간다. 한편 식민지 시대에는 일본인들이 거주한 남촌 지역에 일본인이 운영하는 서점이 들어섰다. 주요 고객은 일본인이었지만, 새로운 사상과 지식을 탐구하는 조선 지식인들도 이곳에 자주 드나들었다. 이광수의 소설엔 니칸쇼보가, 김교신이 남긴 기록엔 마루젠이 등장한다. 여운형도 마루젠을 마치 도서관처럼 애용했다.
해방 이후의 대표적인 서점 거리는 명동의 달러골목과 청계천의 꼬방책방이다. 1960~70년대에 단속 대상이었던 일본 대중문화를 접할 수 있었던 달러골목, 신학기에 중고 교과서를 팔며 전성기를 누리다가 헌책방거리로 확장되어간 꼬방책방은 그 시대 독자들에게 필요한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공간이었다. 도시의 문화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주던 서점 거리는 차차 기술, 정치, 사회의 변화를 따라 사그라들었다.

서점의 살롱문화
토론과 감상, 운동이 공존하는 곳에 사람이 모이다

책과 더불어 사람이 만나는 공간으로서 돋보이는 서점들이 있다. 이념 대립이 난무하던 해방공간에서 몽마르트르처럼 자유를 추구했던 마리서사가 대표적이다. 모더니즘 시인 박인환이 운영한 이 서점은 선도적인 예술 저작이나 관련 외서를 보유한 공간으로, 걸출한 문인들이 사랑방처럼 드나들었다. 이 외에 서울 명동에서 40년간 명맥을 유지한 문예서림, 작가 계용묵과 인연이 깊었던 제주도의 서점 우생당도 예술가들과 함께 동고동락한 서점이다.
금서의 시대였던 유신 말기에 독특한 독서운동을 펼친 양서협동조합에서 운영한 서점들도 서점의 살롱문화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김남주가 독서 모임을 주도하기도 했던 광주의 헌책방 녹두서점은 5·18항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계엄군을 피해 온 시민들의 대피 장소이자 상황실 역할을 했던 곳으로 주목할 만하다.

다시 틀을 깬 새로운 서점들
독립서점에도 계보가 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책과 사람을 잇는 새로운 방법론을 찾는 서점들의 시도는 우리 서점의 풍경 속에 늘 존재해왔다. 오늘날 익숙한 북카페는 1970년대부터 필요성이 제기된 공간이다. 시낭송회의 전성기였던 1980년대 중반에는 실제로 카페에 방점을 둔 시집도서실이 혜화동 로터리에 문을 열었고, 이곳에서 시낭송회가 100회 이상 이어졌다. 이 서점은 또 다른 시 동호회 모임을 파생했고, 그 영향으로 새로운 시집 전문서점들도 문을 열었다.
1980년대부터 언론을 통해 소개된 외국의 이색 서점 이야기,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진 1989년 이후에 접하게 된 해외 서점 사례는 책 문화에 관심 많은 이들에게 자연히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1990년대 이후로 청년이 서점을 운영하는 사례가 드문드문 생겼는데, 회원제 대여를 실시했던 부천의 소사책방이나 국내 최초의 여행 전문서점 신발끈은 기존 서점과는 확연히 다른 서점이었다. 현재까지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여러 대표들은 해외 서점의 사례에 충격을 받고 서점을 개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요즘 서점의 트렌드로서 독립서점을 거론하지 않는 이는 드물 것이다. 기존 출판의 틀과 형식에서 벗어난 독창적인 기획과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진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서점, 그중에서도 특정 분야의 책만 전문 취급하는 서점, 직접 독립출판을 하거나 서점 운영자의 클래스로 꾸려지는 서점 등. 획일성을 벗어나 저마다 고유한 의미를 발산하는 독립서점들은 이제는 익숙한 풍경으로 여겨진다. 이런 독립서점은 그러나 뜬금없이 나타난 것이 아니다. 이들의 바탕을 이룬 참신하고 독특한 시도들은 그 훨씬 전부터 싹트고 있었다. 이 움직임들이 곧 2000년대 후반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난 독립서점의 계보가 아닐까.

 

출처: 나무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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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시대:지성과 문화가 피어난 곳 그 역사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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