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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추천 도서(637) 뱀선생 - 라이허

11월의 추천 도서(637) 뱀선생 - 라이허

 

 

 

 

1.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타이완 신문학의 아버지', '타이완의 루쉰'이라고 불리는 라이허의 소설을 국내 최초로 출간했다. 이 책에 실린 8편의 소설은 라이허의 단편소설 중에서 그의 문학적 특징과 시대적인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들로, 일제 식민지 통치의 죄악과 그에 따른 타이완 민중의 고통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타이완 사람의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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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2.저자소개

 

라이허

저자 : 라이허(賴和)
저자 라이허(賴和, 1894~1943)는 20세기 초 타이완에서 시대적 변화에 따른 새로운 문화와 사상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지식인 중 한 명이자 타이완에 대한 일본의 식민 지배 역사와 일생을 거의 함께했던 인물이다. 라이허는 청나라 광서(光緖) 20년 5월 28일 장화(彰化)에서 태어났으며, 1895년 청일전쟁에서 중국의 패배로 인해 태어나자마자 일본제국의 식민지 신민이 되었고, 일제 당국에 의해 두 차례 투옥되었다가 풀려난 후 타이완이 해방되기 직전인 1943년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그의 본명은 라이허(賴河)이고, 한의사 집안에서 자라면서 한문을 포함해서 전통교육을 받는 한편 신식 학교를 다닌 끝에 타이베이에 있던 타이완 총독부 의학교를 졸업했다. 그 후 약간의 수습 기간을 거쳐 1917년 고향 장화에서 병원을 개업했으며, 이듬해부터 1년여 동안 샤먼(厦門)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기도 했으나 곧 타이완으로 돌아와 평생 고향 사람들에게 헌신했다. 당시 장화 사람들은 그를 삼국지에 나오는 화타처럼 추앙했고, 그가 사망한 뒤에는 그의 묘에 난 풀을 뜯어 약으로 쓰면 효험이 있다고 해 그의 묘는 항상 반지르르했다고 한다. 그는 의사 일을 하면서 창작 활동을 겸했는데, 대개 낮에는 병원 일에 쫓겨 시간이 없었고 주로 밤에 잠을 설쳐 가며 작품을 썼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1925년부터 1935년 사이 약 10년간 소설과 시를 포함해 많은 작품들을 발표했다.

라이허는 1925년 8월 처음으로 산문 <무제(無題)>와 시 <깨달은 희생(覺悟的犧牲)>을 발표했다. 당시 라이허는 구시(舊詩)에서부터 신시(新詩), 산문, 소설 할 것 없이 모두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고, 그를 거치면서 타이완의 문학이 큰 변화를 보였기 때문에 그는 많은 작가들로부터 한결같은 존경을 받았다. 그의 작품 중 소설로는 <흥 겨루기(鬪鬧熱)>(1926), <저울(一杆稱子)>(1926), <마음 같지 않은 신년(不如意的過年)>(1928), <뱀 선생(蛇先生)>(1930), <모욕?!(辱?!)>(1931), <낭만외기(浪漫外紀)>(1931), <귀향(歸家)>(1932), <풍작(豊作)>(1932), <말썽(惹事)>(1932) 등 약 30편의 단편이 있으며, 주로 ≪타이완민보(臺灣民報)≫에 게재되었다.

라이허는 일본의 식민지 통치에서 자신이 직접 경험한 암울한 시대 상황을 작품을 통해 절실하게 증언했다. 그의 작품은 타이완의 현실 상황과 타이완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핍진하게 표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20세기 전반 타이완의 역사를 생동감 있게 기록해 놓고 있다. 그의 산문 역시 탁월한 풍자 기법을 사용해 식민 지배자의 추악한 면모와 잔인한 본성을 폭로, 비판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그의 초기 작품에는 강렬한 민족의식과 더불어 초지일관 약자의 편에 서서 강자를 비판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편 1921년 라이허는 타이완문학협회에 가입하면서 신문학의 편집과 출판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타이완에서 전개된 신구(新舊) 문학의 격렬한 논쟁 중에는 구문학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신문학을 제창했고, 또한 청년 작가들의 양성에도 특별한 관심을 쏟았다. 1945년 타이완이 해방되기 전까지 타이완 사람들은 일본 제국주의의 유린과 수탈을 겪어야만 했는데, 이러한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 라이허는 문학으로 반일 사상을 고취하면서 사실상 식민지 상황에서 타이완의 민족주의 문학을 이끌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그는 타이완 신문학에서 5?4신문학운동의 영향을 비교적 분명하게 받은 작가 중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그의 작품 속에 담겨 있는 민족주의, 저항 의식, 계몽 정신, 하층민에 대한 애정, 리얼리즘, 풍자 수법이라든가 그의 작품이 동시대와 다음 시대 많은 다른 작가들에게까지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 등 모든 면에서 볼 때, 그를 두고 ‘타이완 신문학의 아버지’, ‘타이완의 루쉰’이라고 칭하는 것은 전혀 과찬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나아가서 (적어도 타이완에서는) 루쉰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작가였다고 하겠다.

역자 : 김혜준
역자 김혜준은 고려대학교 중문과에서 중국 현대문학을 전공하고 ≪중국 현대문학의 ‘민족 형식 논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부산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그동안 홍콩 중문대학, 중국 사회과학원,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 등에서 연구생 또는 방문 학자 신분으로 연구를 했다.구체적 학문 분야로는 중국 현대문학사, 중국 신시기 산문, 중국 현대 페미니즘 문학, 홍콩 문학, 화인 화문 문학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단독 또는 공동으로 ≪중국 현대문학 발전사≫(1991), ≪중국 당대 문학사≫(1994), ≪중국 현대 산문사≫(1993), ≪중국 현대 산문론 1949∼1996≫(2000), ≪중국의 여성주의 문학비평≫(2005) 등 관련 이론서를 번역하기도 하고, ≪하늘가 바다 끝≫(2002), ≪쿤룬산에 달이 높거든≫(2002), ≪사람을 찾습니다≫(2006), ≪나의 도시≫(2011) 등 수필 작품과 소설 작품을 번역하기도 했다. 저서로 ≪중국 현대문학의 ‘민족 형식 논쟁’≫(2000)이 있고, 논문으로 <화인 화문 문학(華人華文文學) 연구를 위한 시론>(2011) 외 수십 편이 있다. 개인 홈페이지 ‘김혜준의 중국 현대문학(HTTP://HOME. PUSAN.AC.KR/∼DODAMI/)’을 운영하면서, <한글판 중국 현대문학 작품 목록>(2010), <한국의 중국 현대문학 학위 논문 및 이론서 목록>(2010) 등 중국 현대문학 관련 자료 발굴 및 소개에도 힘을 쏟아 왔다. 근래에는 부산대학교 현대중국문화연구실(HTTP://CCCS.PUSAN.AC.KR/)을 중심으로 청년 연구자들과 함께 공동 작업을 하는 데 노력하고 있으며, 이번 번역 역시 그 결과물 중의 하나다.

역자 : 이고은
역자 이고은은 부산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일본 화인 화문 문학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부산대학교 현대중국문화연구실에서 이번 번역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공동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논문으로는 <1980년대 이후 일본의 중국인 문학 연구>(석사학위 논문, 2008. 2), <일본 화문 문학의 여성적 글쓰기 연구(論日本華文文學的女性寫作)>(2008. 10), <경계에서 말하다: 양이(楊逸)의 <시간이 스며드는 아침>을 중심으로>(2010. 4) 등이 있고, 그 외 중국 영화 관련 리뷰인 <사랑…. 저 기억 너머>(2008. 8)가 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3.목차

 

흥 겨루기(鬪鬧熱)
저울(一桿稱仔)
마음 같지 않은 신년(不如意的過年)
뱀 선생(蛇先生)
낭만외기(浪漫外紀)
가여운 그녀, 죽다(可憐?死了)
귀향(歸家)
말썽(惹事)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출처 - 알라딘

 

4. 출판사 서평

 

‘타이완 신문학의 아버지’, ‘타이완의 루쉰’이라고 불리는 라이허의 소설을 국내 최초로 출간했다. 이 책에 실린 8편의 소설은 라이허의 단편소설 중에서 그의 문학적 특징과 시대적인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들로, 일제 식민지 통치의 죄악과 그에 따른 타이완 민중의 고통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타이완 사람의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출판사 책 소개
1895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시모노세키조약을 통해 타이완에 대한 식민 지배를 시작한다. 1945년에 이르러 50년간의 일본의 식민 지배가 끝난 뒤 1949년에는 국공내전에서 패배한 국민당이 타이완으로 철수하면서 타이완은 또 한 번의 역사적인 격변기를 겪는다. 일본은 식민 지배 시기에 토지개혁, 화폐와 도량형 개혁, 철도와 도로 건설, 인구조사 등 근대적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타이완을 ‘근대화’시키는 한편 그러한 것들을 바탕으로 타이완 사람들을 억압하고 착취했다. 일본 식민 당국이 황무지에 가까운 땅을 정비하고 교육과 의료 시설을 만들고 새로운 문화를 시행하면서, 타이완 사람들은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이전에 비해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게 된 것 같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속적인 착취와 동화정책으로 인해 고통을 겪어야 했다. 모든 학교에서 일본어 교육을 실시하고 국가기관에서는 중국어 사용을 금지시키는 등 일본에 의해 타이완은 철저히 일본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타이완의 신문학(현대문학)은 이러한 현실에 회의를 느끼는 지식인들이 늘어나면서 태동하고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5?4운동 이후 중국 대륙의 신문학의 상황과 흡사했다. 1921년 일본에서 유학하고 있던 타이완 학생들이 타이완문화협회를 설립하고 ≪타이완(臺灣)≫이라는 간행물을 출판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타이완 신문학이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이 잡지를 통해 타이완문화협회는 대륙에서 전개되는 백화운동을 소개하거나 일본 식민지에서 벗어나려면 자국어의 사용으로 정신적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민족주의를 고취하는 계몽운동을 전개해 나갔다. 5?4신문학운동의 영향을 받아 1920년대 초 타이완은 문언문(고문)을 반대하고 백화문(현대문)을 제창하면서 구문학을 반대하고 신문학을 제창하는 내용의 문학 개혁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타이완 신문학의 발전은 일제 식민 시기 타이완 사람들의 정치적 권리를 쟁취하는 운동과도 맥을 같이했고, 이에 따라 그 형식에서부터 내용에 이르기까지 시대적인 요구에 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타이완 신문학의 역사와 함께한 라이허는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 사상 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선도한 대표적인 타이완의 작가다.
라이허는 낮에는 의사로 밤에는 작가로, 뿐만 아니라 조국을 사랑하는 애국자이자 조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항일운동가로 활동했다. 1920년대 초반부터 창작 활동을 시작해 1925년 ≪타이완민보(臺灣民報)≫를 통해 그의 첫 작품인 <무제(無題)>를 발표했다. 이 작품은 산문과 시가 결합되어 있는 새로운 형식으로 사랑하는 여자가 시집을 가 버리면서 실연한 남자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고 진실되게 묘사했다. 이듬해 그는 타이완 최초의 현대 단편소설인 <흥 겨루기(鬪鬧熱)>를 시작으로 1925년부터 1935년 사이에 소설, 시, 산문 등을 다량 창작했는데, 타이완 신문학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그의 작품들에서는 기존의 중국 대륙 문학과 차별화되는 점들이 나타난다. 그것은 중국 표준어와 민난(?南) 방언 및 문언과 일본어가 혼재하는 다언어를 사용하는 문체적인 특성과 일본 식민지 통치에 놓인 타이완의 현실과 타이완 사람들의 어려움을 다룬다는 내용적인 특성이다. 라이허는 당시 타이완에서 신문학운동에 가담했고 일본의 식민지 통치를 직접 눈으로 목격하면서 창작 활동을 펼쳤다. 이 책에 실린 총 8편의 단편소설은 일제 식민지 통치의 죄악과 그에 따른 타이완 민중의 고통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타이완 사람의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26년에 발표한 <흥 겨루기>는 타이완 신문학 최초로 백화문으로 창작된 소설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또한 용등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 징 소리, 아이들을 나무라는 어른들, 행사가 시작되기 전의 마을 분위기 등 ‘흥 겨루기’를 준비하는 마을의 전통적 분위기를 타이완 민중들의 정서로 구성지게 묘사했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다. 그러나 작가는 그와 동시에 타이완 사람들이 겉치레와 체면을 너무 중시해 그것들의 경쟁에만 집중하는 것을 비난하는 한편, 일본의 식민 지배로 인한 타이완 지방자치 권력의 약화를 비판한다. 타이완의 전통문화 중 하나이자 마조 여신을 맞이하는 의식으로 거행하는 ‘흥 겨루기’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즐기는 축제이지만 작가는 옛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러한 전통적인 의식을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미신과 낡은 풍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을 묘사하며 문화적 혁신과 사회적 진보에 대한 바람을 표현했다. 라이허의 많은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흥 겨루기>는 식민지 체제의 억압과 착취당하는 사람들의 현실을 드러내며 민중의 저항적 의지와 굴복하지 않는 정신을 고취하고자 하는 주제를 담고 있다.
라이허는 일본의 식민지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소설 속에서 다양한 도구와 배경들을 활용했는데, 과학과 법률은 그러한 도구 중의 하나이다. <뱀 선생(蛇先生)>에서 뱀 선생의 전통적 방식의 의료 행위는 일본 식민 당국과 양의에 의해 법적인 규제를 당한다. 라이허는 새롭게 나타난 법이라는 제도를 이야기하면서 일본을 통해서 들어온 양의를 비판하고, 뱀 선생의 입을 통해 소설 속에서 법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며 약자보다 강자를 위해 존재하는 법에 대해 부정적인 관점을 보여 준다. 법은 소중한 것이며 인간은 법이 있기에 살아갈 수 있지만 또한 언제나 그 시대의 법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당시의 특수한 이해관계에 봉사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람들을 치료하는 뱀 선생의 선행은 그저 범죄일 뿐이고 특정인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도록 만들어 놓은 법 앞에서 다수의 사람들은 약자에 불과했다. 라이허는 과학과 법률 등 일본의 식민지 문화가 타이완의 전통, 민간 문화를 억압하는 현실을 풍자적인 기법을 사용해 묘사하는 동시에 뱀 선생의 치료법, 즉 구습만을 좇고 있는 사람들 또한 풍자하고 있다. <뱀 선생>에서는 <흥 겨루기>에 나타난 국민성 비판에 더해 식민지 체제 비판이라는 요소가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라이허의 소설 속에는 정식 교육을 받은 지식인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는 식민지 시기에 공학교에 다니면서 교육을 받고 일본어를 사용하는 지식인들을 통해 일본이 강조하는 국민성을 비판하고자 했다. <말썽(惹事)>과 <귀향(歸家)>의 주인공들은 당시 교육을 받은 지식인에 해당하는 인물들이다. <말썽>의 주인공은 도박이나 주색에도 취미가 없고 같은 부류의 친구도 없이 그저 무료하게 시간을 허비하는데,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에 간섭을 하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은 채 타이베이로 떠난다. 그는 억압에 분개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엔 안위를 추구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느끼며, 자기 자신도 큰소리는 치지만 실질적으로 무언가를 시도하지는 못한다. 그것을 시도하기에는 주위의 방해 요소가 너무 많은 탓도 있을 것이다. <귀향>의 주인공 역시 고향에 돌아온 뒤로 지루한 생활을 이어 가고 있었으며, 그러다가 과거를 돌이켜 보며 그 추억들을 더듬어 가던 중 길가의 상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상인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 봤자 어디 가서 일할 곳이 없기에 자기 자식들은 모두 일을 하고 학교엔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이야기를 들은 주인공은 의아해하면서 상인들을 설득하려고 한다. 그러나 당시 하루하루 벌어서 생활하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학교, 즉 교육이란 사치에 불과했다. 그들은 정작 일상에서는 별로 쓸 일도 없는 일본어 몇 마디 배우느라 학교 가는 것을 팔자 좋은 사람이나 할 일이라며 이해하지 못한다. <말썽>과 <귀향>의 두 주인공 모두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지식인으로 그들에게 고향은 무지하고 깨어 있지 않은 사람들로 가득한 공간일 뿐이다. 그 속에서 주인공은 방황하면서 발버둥치지만 단지 그뿐이지 어떤 해결책을 찾거나 제시해 주지는 못한다. 라이허는 이 작품들을 통해 타이완 사람들의 우매함이 아니라 이미 일본의 식민지 체제에 교화되어버린 지식인들을 비판하고자 한다. ‘국민성을 함양해야 한다’고 말하는 지식인들을 바라보며 일본의 식민지 국민으로 변해 버린 그들의 현실을 비통해하고 있는 것이다.
<말썽>은 반봉건 의식과 민족의식을 반영하고 있는 작품으로 명목상으로는 민생 치안을 내걸지만 실제로는 여러 가지 악랄한 방법으로 타이완 민중의 고혈을 빨아먹는 일본 경찰의 포악하고 잔인한 허위적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려 내고 있다. 작가는 여러 계층의 묘사를 통해 졸렬한 ‘순사 나리’들과 그들에 의해 구성되는 식민주의 통치에 대해 실감 나는 폭로와 신랄한 풍자를 가한다. 그뿐만 아니라 또 노골적인 비난을 가하면서 일본 식민 통치자에 대한 작가 자신의 적대감과 경멸감을 직접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농민의 민주주의 의식과 계급의식의 각성을 역설하면서 풍자적인 방식으로 소설을 이끌어 나간다. 일본 경찰의 너절하고 악질적인 단면을 진실하게 폭로한 소설로는 <말썽> 외에도 <낭만외기(浪漫外紀)>, <저울(一桿稱仔)>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낭만외기>는 소설이 시작되는 부분에서 경찰을 따돌리고 도주하는 건달들의 모습을 실감 나게 묘사하여 리얼리즘적 경향을 강하게 보여 주고 있다. ‘타이완인의 전형적인 성격’과 전혀 다르다고 표현하고 있는 소설 속 건달들은 은연중에 작가가 희망하는 진정한 타이완 사람을 대변하고 있다. 구속을 싫어하고 의리를 중시하며 믿음만 있으면 위험을 무릅쓰고 용감하게 도전하는 건달들을 묘사하면서 마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중국인들을 각성시키기 위해 진정한 지식인, 더 나아가 초인을 바라던 루쉰처럼 작가는 타이완 사람들의 국민성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저울>의 후기에서 라이허는 “이 비극을 본 지는 한참 되었다. 글을 쓰려고 할 때마다 돌이켜 보기만 하면 슬픔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서 펜을 들 수가 없었다. 근일에 아나톨 프랑스(Anatole France)의 <크랭크빌>을 읽고서 이런 일이 미개국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강권이 행사되고 있는 곳에서는 어디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장이 졸렬함을 무릅쓰고 문필가들의 비판을 받고자 발표하는 바이다.”라고 말한다. 아나톨 프랑스의 작품이 사회, 정치 문제에 관한 항의와 고발을 독특한 풍자와 희롱을 섞어가며 날카롭게 제기한다는 점,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제도와 개인 간의 문제를 압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라이허의 작품 경향과 거의 일치하는 것이었다. 또한 <마음 같지 않은 신년(不如意的過年)>에서 주인공이 아무 죄도 없는 한 아이에게 분풀이를 하는 장면은 아나톨 프랑스의 작품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일본 순사 나리가 주인공인 이 소설은 그의 시각에서 전개되는데, 새해를 맞이해 순사 나리가 타이완 사람들에게 품는 불만이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를 볼 수 있다. <저울>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식민 지배 현실에 대한 폭로일 뿐만 아니라 봉건 중국 사회에 대한 비판과 타이완 사람들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는 도박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저울>과 <마음 같지 않은 신년>은 굳이 국가 의식을 따지지 않아도 될 만큼,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대립뿐만 아니라 수탈적 경제구조에서 피지배자들 사이에 일어나는 복잡한 갈등 양상들을 묘사함으로써,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보편적인 문제 제기로 나아가는 경향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가여운 그녀, 죽다(可憐?死了)>는 앞선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일본 식민지 시대 타이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묘사할 뿐 아니라 이 책에 실린 8편의 소설 가운데 등장인물과 스토리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또한 주인공 ‘아진’을 통해 여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아진의 집은 너무 가난했기에 그녀의 부모는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남의 집에 민며느리로 보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래의 시아버지와 어린 남편이 죽자 시어머니는 가난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아진을 또 다른 남자에게 첩으로 보내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진에 대한 남자의 관심은 점점 줄어들고 아진은 자신이 혼자라는 생각에 점점 더 고립되어 간다. 그녀는 친부모와 시어머니가 차례로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 버린 사실을 비통해하면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임신한 뒤에는 장차 시어머니를 모시면서 아이와 함께 살아갈 결심을 한다. 그러나 결국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끝나는 이 소설은 외롭고 힘들게 살아온 한 여성의 생애를 통해 여성이 마치 거래 가능한 하나의 물건으로 치부되는 상황을 보여 주면서, 식민지 치하의 척박한 현실 속에서 평범한 타이완 사람들이 겪었던 비참함과 애통함을 더욱 각별한 정서로 표현하고 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