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청전쟁日淸戰爭의 총소리는 평양 일경이 떠나가는 듯하더니 그 총소리가 그치매 사람의 자취는 끊어지고 산과 들에 비린 티끌뿐이라.
평양성 외 모란봉에 떨어지는 저녁볕은 뉘엿뉘엿 넘어가는데 저 햇빛을 붙들어 매고 싶은 마음에 붙들어 매지는 못하고 숨이 턱에 닿은 듯이 갈팡질팡하는 한 부인이 나이 삼십이 될락 말락 하고, 얼굴은 분을 따고 넣은 듯이 흰 얼굴이나 인정 없이 뜨겁게 내리쪼이는 가을볕에 얼굴이 익어서 선앵둣빛이 되고, 걸음걸이는 허둥지둥하는데 옷은 흘러내려서 젖가슴이 다 드러나고 치맛자락은 땅에 질질 끌려서 걸음을 걷는 대로 치마가 밟히니 그 부인은 아무리 급한 걸음걸이를 하더라도 멀리 가지도 못하고 허둥거리기만 한다.
남이 그 모양을 볼 지경이면 저렇게 어여쁜 젊은 여편네가 술 먹고 한길에 나와서 주정한다 할 터이나, 그 부인은 술 먹었다 하는 말은 고사하고 미쳤다 지랄한다 하더라도 그따위 소리는 귀에 들리지 아니할 만하더라.
무슨 소회가 그리 대단한지 그 부인더러 물을 지경이면 대답할 여가도 없이 옥련이를 부르면서 돌아다니더라.
“옥련아 옥련아, 옥련아 옥련아. 죽었느냐 살았느냐. 죽었거든 죽은 얼굴... --- 본문 중에서
출처 : 교보문고
‘최초의 신소설’로 배워야 했던 친일 소설 [혈의 누 : 피눈물]
1906년 7월부터 10월까지 만세보에 연재된 이인직의 소설 [혈의 누]는 우리 문학 사상 최초의 신소설로 알려져 있다. 청일전쟁을 배경으로 미아가 된 소녀 옥련의 행적을 통해 시대상을 묘사하고 있는데 신문물과 신교육, 자유연애, 자주독립 등의 주제의식을 다루고 있지만 조선의 낙후된 현실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고 일제의 대륙침략을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친일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한일병탄을 이끈 이완용의 밀사로 일제와 내통한 이인직
이인직은 대한제국 융희4년(1910년) 한일병탄(한일합병)조약을 날조한 총리대신 이완용의 밀명을 받아 일제와 내통하여 매국의 대가를 조율한 인물이다. 이완용은 매국의 대가로 일제로부터 15만 엔(30억 원)의 은사금과 귀족 작위를 받았고 이인직 역시 상당한 돈과 지위를 받았지만 1916년 병사하였고 부귀영화를 그리 오래 누리지는 못했다. 조선총독부는 그의 장례비로 거액을 지급했다 하니 조선인으로 태어나 일본인으로 죽은 인물이다. 과거 이인직과 그의 작품에 대해 문학사적인 측면만 강조하고 역사적 측면은 소홀하다는 것이 다소 의아하여 초판본 시리즈로 출간하게 되었다.
대한제국 융희2년 재판본을 저본으로 한 복원본
[혈의 누] 초판 발행은 대한제국 광무11년(1906년)으로 되어 있지만 현재 소재가 밝혀진 바 없으며 남아 있는 것은 융희2년(1908년) 광학서포에서 발행한 재판본 뿐이다.
본 도서는 재판본의 활자와 디자인을 재현하여 격동의 시대를 다시 느낄 수 있도록 하였고 표지 뒷면에 한일병탄조약서를 인쇄하여 책이 가진 의미를 되새길 수 있게 하였다.
출처 : 소와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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