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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추천 도서(20.3~21.2)

9월의 추천도서(2750) 법의 힘

1. 책소개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법의힘'을 완연한 글과 이와 관련된 두편의 글이 실려있다. 한 편은 데리다가 '법의 힘' 2부에서 다루고 있는 벌터 벤야민의 '폭력 비판을 위하여'이고, 다른 한 편은 데리다가 1976년에 버지니아 대학에서 강연했던 내용들을 기록한 '독립 선언들'이라는 글이다. 데리다의 '법의 힘'은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데리다의 책 가운데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책으로 '마르크스의 유령들'이나'우정의 정치들'같은 저작들과 내용상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긴 하지만 그 나름의 독자적인 가치와 중요성이 있다.

출처: 교보문고

2. 저자

연세대 철학과와 동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철학과 대학원에서 스피노자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고, 『황해문화』 편집위원으로 있다. 저서로는 『애도의 애도를 위하여』,『을의 민주주의』,『알튀세르 효과』(편저), 『스피노자의 귀환』(공편), 『포퓰리즘과 민주주의』(편저) 등이 있으며, 자크 데리다의 『법의 힘』, 『마르크스의 유령들』, 에티엔 발리바르의 『스피노자와 정치』, 『우리, 유럽의 시민들?』, 『폭력과 시민다움』, 피에르 마슈레의 『헤겔 또는 스피노자』, 자크 랑시에르의 『불화: 정치와 철학』, 알튀세르의 『알튀세르의 정치철학 강의』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스피노자 철학을 비롯한 서양 근대철학을 연구하고 있고, 현대 프랑스철학과 정치철학, 한국 민주주의론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출처: 교보문고

3. 목차

서문
법에서 정의로
벤야민의 이름
후기
부록
폭력의 비판을 위하여 / 발터 벤야민
독립 선언들 / 자크 데리다

출처:본문중에서

4. 출판사서평

프랑스의 저명한 철학자이자 현대 해체철학의 근간을 마련한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의 '법의 힘Force de loi'이 문학과지성사에서 발간되었다. 이 책에서는 데리다가 쓴 '법의 힘'을 완역하였고, 그 글과 관련된, 그 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두 편의 글을 함께 묶었다. 한 편은 '법의 힘' 2부에서 다루고 있는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폭력의 비판을 위하여Zur Kritik der Gewalt'이고, 다른 한 편은 데리다가 1976년에 버지니아 대학에서 강연했던 '독립 선언들Declarations d'independance'이라는 글이다.
데리다의 『법의 힘』은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윤리적 문제에 대한 데리다의 철학적 입장이 이 책에서 명증적으로 정립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데리다의 책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책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 특히 이번 번역본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옮긴이가 심혈을 기울여 본문에 덧붙인 옮긴이 주와 책의 뒤쪽에 붙은 「용어 해설」이다. 오랫동안 데리다 철학을 연구한 옮긴이 진태원은 잘못된 번역본으로 인해 그간 우리나라에서 곡해되었던 데리다의 용어와 철학적 개념들을 꼼꼼하게 짚어가면서 정리한다. 이는 원어민들에게도 난해하기로 소문난 데리다 철학을 우리 독자들이 좀더 쉽고 명료하게 접근하고 이해하는 데 지침이 될 것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던 프랑스 철학을 비롯한 서양 철학의 번역 소개 작업들이 이제 단순 번역에 그치지 않고, 깊이 읽기의 차원으로 성숙해가는 국면을 가장 진지하고 모범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작년 말 모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으나 오역 시비에 연루된 적 있는 데리다의 책을 떠올려볼 때, 이와 같은 정밀하고 충실한 번역의 중요성과 그 가치는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당시에 이 책의 옮긴이 진태원은 그 책의 졸속 번역과 오류에 대해 과감히 문제 제기를 한 바 있다. 하며 적어도 데리다 철학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에 대해서만큼은 누구 못지않은 책임감을 갖고 임했다.

◆ 데리다의 『법의 힘』은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철학, 인문과학 등에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데리다의 다른 주저들에 못지않게 중요한 저작으로 꼽힌다. 이 책이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는 첫번째 이유는 적절한 시의성이다. 두번째는 이 책에 이르러 정치적·윤리적 문제에 관한 데리다의 연구에 발판을 마련했으며, 더 나아가 데리다의 문제 설정의 한 전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첫번째 이유를 살펴보자. 데리다가 책머리에 밝히고 있듯이 이 책에 실린 두 편의 강연이 발표된 시기는 1989~90년이었고, 이 시기는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사회주의 국가들이 연쇄적으로 몰락하던 시기, 곧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대립으로 규정되는 20세기가 종언을 고하고, 정치적 근대성이 해체되는 시기였다. 따라서 이때는 법과 정치에 관한 기존의 사고들의 한계를 검토하고 새로운 문제 설정의 모색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였다. 또 그 시기에 영미권 등에서 하이데거의 나치즘 연루에 대한 일대 논쟁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데리다는 1960년대부터 하이데거에 관한 주목할 만한 연구들을 발표하면서 하이데거의 철학적 중요성을 다른 구조주의 철학자들에 비해 좀더 강조해왔기 때문에, 자연히 하이데거의 프랑스인 후계자라는 혐의를 받으면서 이 논쟁에 연루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데리다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정치적 관점을 제시해야 할 입장이었다.
이런 정세에서 발표된 이 책은 곧바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그때까지 데리다에게 가해졌던 니힐리즘이라든가 공적인 책임 의식 없는 사적 유희라는 식의 비판들을 일소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이다.
두번째 이유로 꼽은 데리다 문제 설정의 한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과 관련해서는 이 책의 주제를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이 책은 혁명과 개혁, 정초와 보존, 법과 폭력 같은 고전적인 정치철학의 이율배반을 해체하고 전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둘째, 이 책의 또 다른 핵심 주제는 정치와 시간성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데리다는 근대 정치사상의 이율배반에 대한 해체 작업을 시간성의 문제와 결부시키고 있는 것이다. 셋째, 이 책은 또한 독특한 타자에 기초한 정의론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는 고전적인 이율배반에 대해 데리다가 제시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러한 데리다의 입장은 이후 여러 저서들을 통해 좀더 구체화되고 확장되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역사적 공산주의의 몰락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전개라는 정세를 조망하고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정치철학 중 하나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이 책은 발터 벤야민에 대한 연구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사실 데리다가 이 책의 2부인 「벤야민의 이름」을 발표하기 전까지 벤야민은 주로 문예 이론이나 매체 이론 등을 중심으로 논의되어왔을 뿐이었는데, 데리다에 이르러 초기 벤야민의 정치신학적 관점을 20세기 독일 사상의 흐름 속에서 고찰하는 작업들이 매우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벤야민의 잊혀진 글 한 편을 발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초기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벤야민의 사상을 관통하고 있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를 부각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데리다 자신의 사상적 전개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20세기 세계사의 주요 사건들―사회주의 혁명, 1차 세계 대전, 유대인 대학살, 역사적 공산주의의 몰락 등―을 배경으로 전개된 유럽 사상의 흐름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개조하려는 강력한 시도라는 점에서도 충분한 의의가 있는 책이다.

◆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진태원은 데리다의 원문에 최대한 충실한 번역이 되고자 했으며, 데리다 철학의 주요한 용어와 개념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여준다.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된 데리다의 저작 중에서 보기 드물게 신뢰할 만한 책이 되리라 기대한다.


예를 들자면, 이 책에서는 데리다의 주요한 개념인 ‘differance’의 번역어로 ‘차이’라는 용어를 쓴다. 이는 첫째, 이 역어는 differance라는 개념의 기록학적 측면을 표현하면서도 ‘차연,’ 혹은 ‘차이’나 ‘차이’라는 역어와 달리 differance가 지닌 두 가지 의미의 결합 역시 어느 정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이 역어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단어 또는 합성어라는 점에서도 differance와 가장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셋째, 낯설게 하기의 효과라는 측면에서도 ‘차이’라는 역어는 다른 역어들보다 더 differance에 충실한 역어로 볼 수 있다. 물론 ‘차이’라는 역어 역시 differance가 함축하는 모든 측면들을 다 담아내지는 못하며, 독자들에게 상당한 불편을 준다는 난점을 지니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결함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제시된 역어들 중 differance에 가장 충실한 역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줄곧 ‘차이’라는 번역어를 사용했다.
이렇게 이 책에서 옮긴이 진태원이 공들여 선별, 채용한 용어와 개념들은 책 뒷부분의 「용어 해설」에 실려 있다. 이 책의 「용어 해설」만으로도 데리다 철학을 정확하게 꿰뚫어볼 수 있는 눈이 되기에 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독해에 도움이 되고, 깊이 읽기에 지침이 될 만한 꼼꼼한 옮긴이 주는 전공자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까지도 데리다 철학을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해줄 것이다.

출처:문학과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