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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825 1기(13.3~18.2)

8월의 추천 도서(1634)타르튀프, 고객-몰리에르


책소개

『타르튀프』는 열린책들이 2009년부터 펴내기 시작한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의 207번째 책이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젊고 새로운 감각으로 다시 태어난 고전 시리즈의 새 이름으로, 상세한 해설과 작가 연보로 독자들의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 한편 가볍고 실용적인 사이즈에 시선을 사로잡는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현대적 감각을 살렸다. 앞으로도 열린책들은 세계 문학사의 걸작들을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를 통해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종교라는 거룩한 가면을 쓴 협잡꾼(「타르튀프」), 모든 도덕을 거부한 채 사랑의 자유를 찾아 방랑하는 리베르탱(「동 쥐앙」), 타락한 세상을 못 견뎌 하면서도 타락한 연인에게만큼은 맹목적인 헛똑똑이(「인간 혐오자」). 위선과 오만과 광기에 사로잡힌, 그러나 미워할 수만은 없는 몰리에르의 인물들. 조롱과 풍자로 인간 고통의 본질을 끌어안고 웃음의 세계로 훌쩍 뛰어올라 세상이라는 거대한 연극을 속속들이 해부한다.

저자 소개

저 : 몰리에르

본명 : 장 바티스트 포클랭 (Jean-Baptiste Poquelin)본명은 장 바티스트 포클랭 Jean-Baptiste Poquelin. 1622년 1월 15일 파리에서 양탄자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예수회 학교를 다니며 여러 고전 라틴 희극을 접하고, 외조부의 영향으로 희극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런 경험들이 작품을 구상하는 데 많은 영감을 주었다. 졸업 후 잠시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일뤼스트르 테아트르 Illustre Th??tre' 극단을 창설해 배우 겸 극단 대표로 활약한다. 하지만 당시 막강한 힘을 발휘하던 경쟁 극단에 밀려 어려움을 겪다가 빚더미에 오르고, 지방으로 떠나게되었다. 몰리에르의 유랑극단은 13년간 프랑스 전국을 돌며 관객을 만나다가, 마침내 1658년 파리에 입성해 국왕 루이 14세 앞에서 공연하게 되었고, 큰 성공을 거둔다. 국왕은 몰리에르 아이들의 대부가 되어줄 정도로 그를 아꼈고, 연극 무대와 연금도 하사했다. 파리 시민의 호응도 대단해 많은 작품이 성공을 거두었지만 적도 많았다. 특히 몰리에르의 작품에서 호된 비판의 대상이던 부르주아, 귀족, 성직자들의 견제도 심했다. 배우로도 유감없이 열연을 펼치던 그는 1673년 공연 도중 무대에서 생을 마쳤다.
대표 작품으로는 『여자들의 학교』 『강제 결혼』 『타르튀프』 『동 주앙』 『인간 혐오자』 『어쩔 수 없이 의사가 된 남자』 『수전노』『부르주아 신사』 『상상 속의 환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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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신은영

역자 신은영은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 취득 후 프랑스 파리 4대학(소르본 대학)에서 라신 비극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라신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공저), 『프랑스, 하나 그리고 여럿』(공저), 『스무 살, 인문학을 만나다』(공저)가 있고, 옮긴 책으로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 중 제2권 『쾌락의 활용』(공역), 몰리에르의 『수전노』 등이 있다.

목차

타르튀프 혹은 위선자 
동 쥐앙 혹은 석상의 잔치 
인간 혐오자 

역자 해설: 몰리에르의 작품 세계 
몰리에르 연보

책속으로

도린: 제일 웃기게 하고 다니는 자들이 
험담에는 항상 앞장선다니까요. 
남녀 사이에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눈치가 보이면 
여지없이 잽싸게 그 기미를 포착해서 
사람들이 믿었으면 싶은 대로 얘기를 꾸며 가지고는 
신 나게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지요. 
남들의 행동에 멋대로 색을 입혀 가지고는 
그걸 핑계 삼아 자기들의 행실을 정당화하려는 거예요. 
그렇게 남들도 자기들과 비슷할 거라는 기대를 품고서 
자기들의 사랑 놀음에는 아무 잘못이 없다 하거나, 
자기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다른 데로 좀 돌려놓을까 싶어서 그러는 거죠. --- p.26

타르튀프: 제 사랑을 가로막는 것이 하느님뿐이라면 
그런 장애물을 치우는 것쯤이야 제겐 일도 아닙니다. 
그것 때문이 마음 쓰실 필요는 없어요. 
(……) 
부인, 저는 양심의 가책을 없애는 기술을 알고 있답니다. 
사실 하느님이 어떤 종류의 쾌락을 금하고 계시기는 하죠. 
(간악한 자로 돌변하여 말을 잇는다) 
하지만 하느님과도 타협하는 수가 있어요. 
필요에 따라 
양심의 끈을 느슨하게 하고 
악행을 의도의 순수성으로 
수정하는 기술이 있답니다. 
(……) 
어쨌든 양심의 가책을 없애는 건 쉬운 일입니다. 
여기선 비밀이 완전히 보장되어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떠들어 댈 때만 죄가 되는 것이지요. 
세상에서 떠들어 대야 죄가 되는 것이지 
조용히 저지르는 건 죄가 아니에요. --- pp.131-132

동 쥐앙: 뭐라고? 그러면 처음 만난 여자와 쭉 같이 살면서 그 여자를 위해 세상을 저버리고 그 누구에게도 눈길을 돌려서는 안 된다는 말이냐? 지조를 지킨다는 허명에 우쭐해서는 영원히 한 여인에 대한 사랑에 파묻힌 채 젊어서부터 우리의 눈길을 잡아끄는 그 아름다운 여인들을 아예 외면하라니, 그 무슨 시시한 짓거리람! 지조야 바보 같은 놈들한테나 좋은 거지. 아름다운 여인이라면 누구든 우리를 매료시킬 자격이 있어. 다른 여인들이 우리 마음을 얻자고 드는데 처음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그네들의 정당한 요구를 가로막는 특권을 지닐 수야 없지. (……) 사랑의 즐거움이란 상대를 바꾸는 데 있다는 거지. 온갖 찬사를 늘어놓아 아리따운 젊은 여인의 마음을 넘어오게 만들고, 매일 조금씩 관계가 진척되는 것을 확인하고, 항복하기를 꺼려하는 순진하고 순결한 영혼을 열정과 눈물과 한숨으로 공략하고, 여인의 소소한 저항을 철저히 짓밟고 그네들이 명예롭게 지키려는 양심의 가책을 무너뜨려 슬그머니 우리가 원하는 데까지 끌고 가는 것, 거기서 맛보는 즐거움은 그 무엇에도 비길 수가 없어. --- pp.176-177

동 쥐앙: 요즘 세상에 그러는 건 전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야. 위선은 유행하는 악덕이라고. 어떤 악덕이라 해도 유행하기만 하면 미덕으로 간주되지. 선한 사람인 척 연기하는 것은 오늘날 가능한 최고의 배역이야. 위선의 서원을 하면 엄청난 득을 보게 되거든. 그런 재주를 지닌 사람은 아무리 위선을 저질러도 항상 존중받지. 그 위선이 드러난다 해도 감히 비난 한마디 못 하는 거야. 인간의 다른 악덕은 비난받기 마련이고 누구나 마음대로 소리 높여 공격할 수 있어. 하지만 위선은 특별 대우를 받는 악덕이야. 그것 자체로 세상 사람들의 입을 막아 버리고 아무 걱정 없이 절대적인 면책권을 누리게 되거든. (……) 그들의 간계를 알아차리고 정체를 알아본다 해도 아무 소용 없어.그렇다 해도 그자들은 이미 세상 사람들의 신망을 얻고 있으니까. 고개를 몇 번 떨구고 고통스러운 한숨을 내쉬며 두어 번 눈을 굴리면 그들이 무슨 짓을 하건 세상에선 다 정당화된다니까. 나는 이렇게 편리한 피난처에 몸을 숨겨 일신상의 안전을 도모하려는 거야. --- pp.242-243


- YES24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