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소개
『군중과 권력』은 엘리아스 카네티가 20년 이상의 오랜 침묵 속에서 '군중과 권력의 본질'에 대해 연구하여 1960년 발표한 책으로 출간과 동시에 '군중의 본질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함으로써 인간사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의 토대를 마련한 책'(아놀드 토인비), '마르크스와 프로이트를 재조명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해 주는 책'(아이리스 머독) 등의 격찬을 받았다. 그 이후 유럽 사상계의 고전으로 자리잡으며 카네티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 책이 그가 노벨상을 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로 그가 긴 시간 동안 치열하게 연구한 필생의 기록을 담고 있다. 스포츠 관중에서 정치집회까지, 부시먼 족에서 메카 순례까지, 원시부족의 신화에서부터 세계종교들의 경전, 동서고금 권력자들의 전기, 심지어 정신질환자의 병례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자료를 총동원해서 쓰여진 『군중과 권력』은 군중현상과 권력의 상관관계를 분석함으로써, '군중의 물리학', '권력의 정신분석학'을 완성하고 있다.
[예스24 제공]
2. 저자소개
엘리아스 카네티
905년 루스추크 (당시는 불가리아였으나, 현재는 러시아)에서 스페인계 유태인 상인 자크 카네티의 아들로 내어났다. 1911년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이주했고, 아버지가 별세한 후 그에게 ‘죽음’에 대한 집착이라는 지우지 못할 트라우마를 남겼다. 1912년부터는 가족들과 함께 오스트리아, 스위스, 독일 등 여러 나라를 전전한 카네티는 자연스럽게 고대 스페인어와 불가리아어, 영어, 독어, 프랑스어를 일찍부터 접할 수 있었다. 특히 네번째로 배운 독일어는 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김나지움은 독일에서 마쳤고, 대학은 빈에서 다녔다. 1929년에 화학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1938년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합병된 후 런던으로 망명했다.
히틀러의 유태인 박해를 피해 망명한 1938년부터 1994년 죽을 때까지 50여 년을 영국에서 살았지만 그는 평생 독일어로만 작품을 썼다. 망명작가이자 코스모폴리탄으로서 그의 유일한 모국은 독일어였던 셈이다. 그의 정신적 귀족주의, 엄밀한 도덕성의 요구 등은 영어문화권에 살며 오직 독일어만으로 글을 쓰는 유태인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에서 비롯했다. 빈 대학에서는 화학을 전공, 박사학위까지 받았으나 카네티의 주요 관심은 어디까지나 문학과 철학이었다. 나치통치가 끝나고 1960년부터 수많은 문학상을 받았는데, 1981년 스웨덴 한림원은 카네티에게 "폭넓은 시야, 풍부한 이상, 미학적 힘"을 기리며 노벨 문학상을 수여했다. 그는 장편소설 『현혹』(1935)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떨치게 되는데, 특히 "군중의 광기"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보인 작가로 알려졌다. 그는 영국과 스위스를 오가며 살다가, 1994년 취리히에서 숨을 거두었다. 저서로는 『결혼식』(1932) 『허영의 희극』(1950) 『죽음을 앞둔 사람들』(1964)과 같은 대중심리를 다룬 희곡들이 있고 사회학적인 글쓰기의 성과인 『군중과 권력』(1964)이 있다.
[예스24 제공]
3. 목차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 35년 걸어온 내 사상의 뒤안길
군중
접촉 공포의 전도 / 열린 군중과 닫힌 군중
방전(放電) / 파괴욕
분출/ 추적감정
세계종교들의 군중 길들이기 / 심리적 공황
고리로서의 군중 / 군중의 특징
율동 / 정체(停滯)
완만함, 혹은 목적지의 요원함 / 보이지 않은 군중
품고 다니는 감정에 따른 분류 / 추적 군중
도주 군중 / 금지 군중
역전 군중 / 축제 군중
이중 군중 : 남과 여, 산 자와 죽은 자 / 이중 군중 : 전쟁
군중결정체 / 군중 상징
무리
무리와 무리의 종류 / 사냥 무리
전투 무리 / 애도무리
증식 무리 / 성찬식
내향 무리와 평온 무리
무리의 확정성. 무리의 역사적 항상성
아란다족의 조상 전설에서 나오는 무리
아란다족의 각종 의식에 나타난 여러 가지 대형들
무리와 종교
무리의 변환 / 카사이 레레족의 숲과 사냥
지바로족의 전리품 / 푸에블로 인디언의 비의 춤
전쟁의 역학 : 첫번재 전사자. 승리
전쟁의 종교로서의 이슬람교
애도의 종교 / 시아파의 무하람 축제
가톨릭과 군중 / 예수살렘의 성화(聖火)
군중과 역사
여러 구민의 군중 상징 / 독일과 베르사유
인플레이션과 군중 / 의회 제도의 본질
분배와 증가. 사회주의와 생산 / 크소사족의 자멸
권력의 내장
붙잡기와 흡수 / 손
먹기의 심리학
살아남는 자
살아남는 자 / 살아남음과 불사신
열정으로서의 살아남는 것 / 살아남는 자로서의 권력자
플라비우스 요세푸스의 구원
살아남은 자에 대한 권력자의 혐오감. 통치자와 후계자
살아남음의 형태
원시 민족의 신앙에 나타난 살아남은 자
죽은 자들의 원한 / 전염병
묘지에 대한 느낌 / 불멸성
권력의 요소
폭력과 권력 / 권력과 속도
질문과 대답 / 비밀
판단과 악평 / 용서의 권력. 사면
명령
명령 : 도주와 가시 / 명령의 길들임
반동과 명령 불안 / 다수에 대한 명령
명령의 기대 / 아라파트에서 순례자들이 기대하는 명령
명령의 가시와 구율 / 명령. 말. 화살
종교적 거세 : 스콥치 종파 / 거절증과 정신분열증
역전 / 가시의 해소
명령과 사형집행. 만족한 사형집행인 / 명령과 책임
변신
부시먼족의 예감과 변신
도피 변신. 히스테리, 조병과 우울증
자기 증식과 자기 소비. 토템의 이중 형상
진전섬망증에서의 군중과 변신
모방과 위장 / 실상과 가면
변신 행위의 박탈 / 변신에 대한 금지
노예제도
권력의 양상
인간의 여러 가지 자세와 권력 / 지휘자
명성 / 시간의 질서
궁정 / 비잔틴 황제의 성장하는 옥좌
진행성마비 환자들의 위대함이라는 관념
지배와 편집증
아프리카의 왕들 / 델리의 술탄 : 무하마드 투글락
쉬레버의 병례. 제1부 / 쉬레버의 병례. 제2부
에필로그
원주(原註)
참고문헌
작가연보
옮긴이의 말
[예스24 제공]
4. 출판사 서평
문학, 종교, 인류학, 심리학, 생물학을 넘나들며 밝혀낸
‘군중’과 ‘권력’ 그리고 ‘인간’의 본질에 관한 성찰
198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20세기 최고의 르네상스적 지성 중 한 사람인 엘리아스 카네티Elias Canetti가 35년간의 치밀한 조사와 분석 끝에 발표한 불후의 고전 《군중과 권력》 개정판이 출간됐다. 1960년에 독일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국내에는 엘리아스 카네티가 198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직후 1982년 반성완의 번역으로 한길사에서 처음 출간되었고, 1992년 강두식, 박병덕 공역으로 학원사에서 출간되었다. 바다출판사는 저자 엘리아스 카네티 측과 정식으로 저작권 계약을 맺고 강두식, 박병덕 번역의 학원사판을 개정하여 2002년에 양장본 《군중과 권력》을 출간했다. 이후 2007년부터 절판되었다가 연이은 독자들의 개정판 출간 요청이 있었을 뿐 아니라 21세기의 한국에서 다시금 엘리아스 카네티의 주장에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개정판을 출간한다.
출간과 동시에 “군중의 본질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함으로써 인간사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의 토대를 마련한 책”(아놀드 토인비), “마르크스와 프로이트를 재조명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해주는 책”(아이리스 머독) 등의 격찬을 받은 《군중과 권력》은 단숨에 유럽 사상계의 고전으로 자리 잡으며, 카네티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렸다. 노벨상을 타는 데 이 작품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군중과 권력》은 제목처럼 이원적인 구조를 띠고 있다. 전반부가 군중의 다양한 형태를 분석하고 그 역학을 규명하는 부분이라면, 후반부는 그런 군중이 어떻게 권력에 길들여지고 복종하는가를 밝히는 부분이다. 카네티가 군중으로 간주하는 것에는 폭동이나 혁명의 순간에 드러나는 파괴적인 전형적 군중에서부터 극장이나 경기장의 정체된 군중, 종교적 군중으로 대표되는 느린 군중 등 다양하다. 심지어 죽은 자, 악마, 천사와 같은 보이지 않는 군중, 미래의 후손이나 정자로까지 끝없이 확대된다.
모든 위대한 고전들이 그렇듯이, 《군중과 권력》은 어떤 한 분야로 분류하기 어려운 책이다. 군중심리학 책으로도, 정치학 책으로도, 인류학 책으로도 읽힐 수 있다. 또는 훌륭한 문학서로 읽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살아남음과 죽음, 인간에 대한 그의 필생의 성찰이 녹아 있는 이 책은 그가 문학적 전범典範으로 여겼던 스탕달의 바람처럼, 100년 후에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질 것이다.
21세기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도 군중은 존재한다.
군중은 누구이며, 누가 군중이 되는가? 권력은 군중을 조직하는가, 군중의 적인가?
군중과 권력을 둘러싼 보편적 ‘인간 조건la condition humaine’을 파악하고자 했던 카네티의 문제의식과 그가 제시한 분석의 틀은 오늘날에도 귀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다. 특히 2002년의 월드컵부터 故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까지 군중의 결집 양태와 도구는 바뀌었지만, 그 기본을 이루는 무리짓기의 속성은 여전히 이 책의 틀 안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때로는 군중을 조직하고, 때로는 군중을 두려워하며, 때로는 군중을 제압하려는 “권력의 속성” 역시 엘리아스 카네티가 이 책을 기획했던 1920년대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군중과 권력》은 ‘인간 조건’에 대한 탐구로서 20세기 가장 독창적인 지적 결정체이다. 그리고 21세기 소셜 네트워크의 시대에도 이 책에 담긴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정보화로 인해 군중 현상의 양태만 바뀌었을 뿐, 무리짓기의 속성과 죽음을 통한 권력의 위협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인류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중이란 무엇인가, 권력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군중은 카네티 인생의 진정한 최대 관심사였다. 1910년 핼리 혜성 출현에 따른 종말론적 패닉 현상, 1911년 타이타닉 호 침몰 소식을 듣고 거리로 뛰쳐나와 비통해 하던 인파의 물결,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빈 시민들이 보여준 적개심과 광기, 전후 독일의 인플레이션에 따른 극심한 궁핍과 혼란, 그리고 히틀러, 나치즘, 유태인 학살……. 역사상 그가 살았던 20세기 전반만큼 군중 현상이 폭발했던 시기도 없었다. 군중이란 무엇인가, 군중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군중을 구성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 그를 사로잡았다. 1924년 스무 살의 카네티는 평생을 군중 연구에 바치기로 결심한다.
그는 군중에 관한 연구를 계속해 나가던 중, 연구의 한계를 깨닫게 된다. 즉 군중 연구가 권력에 대한 포괄적이고도 철저한 연구에 의해서 보충될 필요가 있음을 절감한 것이다. “군중과 권력은 서로 극히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서 둘 중 어느 한편이 결핍되면 나머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렇게 연구가 확대됨에 따라, 그에 소비되는 시간 역시 현저하게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나치즘의 발호는 그에게 군중과 권력에 대한 가장 무시무시한 예제를 제공해주었다. 그는 가까이에서 사태의 본질을 관찰하기 위해 나치스의 진군에도 불구하고 오스트리아에 가능한 한 오래 머물려 했다. 그러나 유태인에 대한 박해가 점점 거세지자 영국으로 망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후 그는 줄곧 ‘군중’과 ‘권력’에 매달렸다.
《군중과 권력》은 이처럼 카네티가 35년에 걸쳐 치열하게 연구한 필생의 기록이다. 스포츠 관중에서 정치집회까지, 부시먼족에서 메카 순례까지, 원숭이의 손가락 훈련에서 알코올중독자의 환각까지 카네티는 온갖 군중현상과 권력의 상관관계를 분석한다. 그는 원시부족의 신화에서부터 세계종교들의 원전, 동서고금 권력자들의 전기, 심지어 정신질환자의 병례에 이르기까지 문학, 종교, 인류학, 심리학, 생물학의 영역을 넘나들며 ‘군중의 물리학’ ‘권력의 정신분석학’을 완성했다.
고독한 ‘열정의 정신’이 쌓아 올린 불후의 명작
《군중과 권력》에 대한 평자들의 일치된 결론은 이것이 ‘파시즘에 대한 한 보고서’라는 것이다. 실제로 히틀러의 광기와 역사상 유례없는 유태인 학살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카네티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어떻게 예술과 철학과 자연을 사랑하는 독일인들이 그처럼 포악한 권력자의 명령에 복종해 그런 끔찍한 만행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하는 물음은 카네티뿐 아니라 20세기 지식인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이었다(이에 대한 카네티의 유명한 해석은 〈군중과 역사〉 장의 ‘독일과 베르사유’ ‘인플레이션과 군중’ 항에 있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은 카네티의 이론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한정하는 감이 없지 않다. 그는 나치스 이전에 20세기 전반기 유럽을 뒤흔든 여러 군중체험에서 연구의 모티브를 얻었으며, 연구를 진행해 나가면서 인류사 전체, 문명사 전체로 군중과 권력의 장을 확장시켰다. 따라서 그의 연구는 보편적인 인간 조건의 탐구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럴 때에만 그가 인간 역사에 대해 보이는 어느 정도 체념적이고 비관적인 인식이 올바로 이해될 수 있다.
글쓰기의 방식에 있어서, 카네티의 서술은 비체계적이다. 관조적이고 현상학적이다. 어떤 가정이나 전제도 없이 단순한 관찰이나 정의에서 불현듯 시작한다. 손동작이나 앉거나 서는 자세, 먹는 행위, 불, 바다, 숲 등등 우리가 늘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구체적인 사실에서 출발한다. 그의 문장은 하나하나가 단절된 직관의 섬이다. 그것들이 점차 누적되면서 어느 순간 커다랗고 낯선 통찰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어떠한 기성의 사상체계나 개념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독자적인 관찰과 직관만으로 그 누구도 이야기할 수 없었던 인간의 진실을 파헤치는 카네티의 통찰은 두렵기까지 하다.
[알라딘 제공]
5. 책 속으로
“군중은 생겨나는 순간부터 더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가세하길 바란다. 성장하려는 욕구, 이것이야말로 군중의 가장 중요한 특성이다. 군중은 손에 닿는 모든 자를 붙잡으려고 한다. 그래서 자연적 군중은 열린 군중이다. 이 군중의 확장에는 한계가 없다. 이것은 어느 방향, 어느 곳으로도 열려 있다는 뜻이다. 군중은 가능한 한 모든 자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바로 이 때문에 궁극에 가서는 산산 조각이 나지 않을 수 없다.” _ 〈군중〉 19쪽
“종교의 핵심은 언제나 똑같다. 그것은 애도이다. 사람들은 남을 박해하는 존재로서 살아왔고 계속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그들은 타인의 살[肉]을 추구한다. 그들은 더 약한 사람들을 괴롭힘으로써 먹고산다. 그러나 죄와 불안은 끊임없이 자라나고 부지불식간에 그들은 구원을 열망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을 위해 죽은 사람에게 자신들을 결부시키고, 그 사람을 애도하는 가운데 자기들이 박해를 받는 자라고 느낀다. 인간들이 무리들 안에서 살육을 그만 두지 않는 한, 애도의 종교는 인간의 영혼을 다스리기 위해서 불가결한 것이다.” _ 〈무리와 종교〉 194쪽
“지난 한 세기 동안 엄청난 위력을 떨친 무산 계급과 생산의 엄격하고 배타적인 결합이, 증식 무리의 핵심 개념이었던 그 옛날의 개념을 아주 순수한 형태로 부활시키고 있다는 점은 지적할 만하다. 무산 계급은 가장 빨리 증가하는 사람들이며, 그들이 증가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우선 그들은 다른 부류의 사람들보다 더 많은 자녀를 낳음으로써, 즉 생식을 통해 군중에 가까워진다. 둘째 그들의 수는 사람들이 시골로부터 생산 중심지로 유입됨으로써 증가된다. 그것은 바로 원시시대의 증식 무리의 특징을 이루는 이중적인 성장과 동일하다.” _ 〈군중과 역사〉 254쪽
“살아남는 순간은 권력의 순간이다. 죽음을 목격하며 느꼈던 공포감이 사라지고 서서히 만족감이 생겨나게 되는데, 그것은 죽은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한 투쟁에서 모든 인간은 타인의 적이며, 어떠한 비통함도 이 같은 본질적인 승리에 비한다면 하찮은 것에 불과하다. 이 순간에 그에게 부여된 권력은 자기 자신이 유일한 인간이라고 느끼는 유일성 의식에서 연유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간은 다른 누구보다 오래 살고 싶어 하고 또 오래 사는 방법을 알고 싶어 한다. 인간은 자신이 이 세상에 이미 존재하지 않을 때에도 자신의 이름만은 영원히 남기를 원한다.” _ 〈살아남는 자〉 301쪽
“고양이는 쥐를 가지고 놀 때, 쥐를 얼마쯤 도망치게 버려두기도 하고 쥐에게서 등을 돌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쥐가 고양이의 권력의 테두리 안에 있다는 것에는 다를 바가 없다. 쥐가 그 테두리를 뛰쳐나오면 고양이의 권력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잡힐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기 전에는 그 권력의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이다. 고양이가 지배하는 공간, 고양이가 쥐에게 허용하는 희망의 순간들, 그러나 잠시도 눈을 딴 데로 돌리지 않는 면밀한 감시와 해이해지지 않는 관심, 그리고 쥐를 죽이려는 생각. 이것을 모두 합친 것, 즉 공간, 희망, 빈틈없는 감시와 파괴적인 의도를 권력의 실체, 좀더 단순히 말해 권력 그 자체라고 부를 수 있다.” _〈권력의 요소〉 379쪽
[알라딘 제공]
'READ 1825 1기(13.3~18.2)' 카테고리의 다른 글
7월의 추천도서 (149) 권력을 경영하는 48법칙 (권력의 법칙) - 로버트그린, 주스트엘퍼스 (0) | 2013.07.27 |
---|---|
7월의 추천도서 (148) 권력에의 의지 - 프리드리히 니체 (0) | 2013.07.26 |
7월의 추천도서 (146) 굶주림 - 크누트 함순 (0) | 2013.07.24 |
7월의 추천도서 (145) 군주론(君主論) - 니콜로 마키아벨리 (0) | 2013.07.23 |
7월의 추천도서 (144) 국화와 칼 - 루스 베네딕트 (0) | 2013.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