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소개
한국의 대학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으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한국 현대사 최초로 대학 형성되기 시작했던 식민지 시기부터 1990년대까지 대학권력-국가권력-시장권력이라는 키워드로 한국 대학의 역사를 보여주는 『대학과 권력』. 오늘날 대학 문제의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 대학 100년의 궤적을 돌아본 대학사이다. 현대사 가운데 대학사라는 분명한 주제의식을 염두에 두고 연구한 성과물이자, 앞으로 한국 대학이 나아가야 할 미래를 담고 있다. 현재 대학의 현실과 대학이 나아가야 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대학사 100년을 돌아보며 한국 대학의 문제점과 해결점을 살펴보고, 에필로그에는 김영삼 정부 이후 신자유주의, 그리고 자본과 결탁한 대학의 현 상황을 돌아보며 어떻게 하면 ‘위기의 대학’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그 대안을 모색한다.
출처 : 교보문고
2. 저자
저자 김정인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인문대학 국사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한국근대사를 전공했다. 천도교의 근대 민족운동을 주제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춘천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근현대 민주주의 역사와 현대 대학사를 주로 연구하고 있으며, 동아시아 역사 대화에 관심을 갖고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천도교 근대 민족운동 연구》, 《민주주의를 향한 역사》, 《역사 전쟁, 과거를 해석하는 싸움》, 《독립을 꿈꾸는 민주주의》 등이 있으며, 함께 쓴 책으로는 《미래를 여는 역사》,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근현대사 1》, 《개벽에 비친 식민지 조선의 얼굴》, 《국내 3·1운동Ⅰ―중부·북부》, 《한국 민주화운동의 성격과 논리》, 《지식의 현장 담론의 풍경》, 《반성된 미래》, 《반공의 시대》, 《우리 역사교육의 역사》, 《한국의 근현대, 개념으로 읽다》, 《한국근대사 2》, 《기억은 역사를 어떻게 재현하는가》, 《平和と共生をめざす東アジア共通敎材》 등이 있다. 엮은 책으로는 《우리 민족의 걸어온 길》이 있다.
출처 : 교보문고
3. 목차
프롤로그_대학사 연구의 출발점에서
1부 타율의 긴 그림자, 대학의 탄생
1장 식민권력이 만든 관학, 경성제국대학
대학 설립의 모색과 좌절 | 식민권력, 대학 설립에 나서다 | 조선제국대학에서 경성제국대학으로 | 제국대학과 식민지 대학 ‘사이’ | 전쟁의 도구가 된 대학 | 환영받지 못한 타자 | 경성제국대학 밖, 조선인을 위한 고등교육
2장 대학 재건과 개조의 권력, 미국
미군정, 미국식 대학 모델을 심다 | 사립대학 인가와 국립대학 설립 | 미국의 대학교육 원조 | ‘아메리칸 드림’의 실현, 미국 유학 | 미국화의 거점이 된 대학
2부 사학 주도 대학권력의 형성
1장 국가의 방관 속에 성장한 사립대학
고등교육 기회의 확대 | 전쟁 속 대학의 성장 | 대학을 세우자, 학생을 늘리자 | 정부 위의 사립대학 | 4·19 직후 학원 민주화운동
2장 사학 중심 대학권력의 탄생
대학교육을 재건한 사학 3인방 | 대학설립운동과 기업주의 | 대학교육의 이념, 반공 | 대학혁신론=사립대학 개혁론
3부 국가 주도 대학교육 시대의 개막
1장 근대화정책과 대학 근대화
근대화정책과 대학교육 | 대학 근대화의 방향 | 군사정부의 대학 정비 | 대학 운영 관리에 나선 국가 | 사립대학에 대한 통제와 지원 | 이공계 중심의 대학 근대화
2장 국가 주도형 대학 개혁, 실험대학
국립·지방·이공계 위주의 대학정원정책 | 국가가 주도하는 대학 개혁 | 타율적 개혁, 실험대학 | 실험대학이 남긴 것 | 서울대 종합화 10개년 계획과 실험대학 | 대학 자율화를 둘러싼 갈등
4부 시장권력에 포섭된 대학
1장 대학교육의 대중화와 대학 민주화
대학교육 대중화의 바람 | 대학원교육의 부침 | 대학 평가 시대의 도래 | 민주화의 길 | 대학 자율화의 바람 | 사학을 위한 정부
2장 대학교육 보편화와 시장주의적 대학 개혁
대학교육 보편화의 시대 | 5·31교육개혁과 대학 | 신자유주의 시대, 세계의 대학 개혁 | 평가에 따른 재정 선별 지원 | 시장권력의 진출, 시장 논리의 전면화 | 대학 위기 담론이 나아갈 길
에필로그_위기의 대학, 탈출구는 있는가
본문의 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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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본문 중에서
4. 출판사 서평
한국 현대사 최초의 대학사 연구서!
지성사·학술사의 출발점이자
대학의 미래를 읽기 위한 한국 대학의 역사
한국의 대학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으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 책은 한국 현대사 최초로 대학 형성되기 시작했던 식민지 시기부터 1990년대까지 대학권력-국가권력-시장권력이라는 키워드로 한국 대학의 역사를 보여준다. 현재 대학의 현실과 대학이 나아가야 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대학사 100년을 돌아보며 한국 대학의 문제점과 해결점을 살펴본다. 에필로그에는 김영삼 정부 이후 신자유주의, 그리고 자본과 결탁한 대학의 현 상황을 돌아보며 어떻게 하면 ‘위기의 대학’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그 대안을 모색한다.
1. 왜 대학사를 읽어야 하는가
-‘내일’의 대학을 위한 한국 대학의 역사
이 책은 오늘날 대학 문제의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 대학 100년의 궤적을 돌아본 최초의 ‘대학사’이다. 현대사 가운데 대학사라는 분명한 주제의식을 염두에 두고 연구한 성과00물이자, 앞으로 한국 대학이 나아가야 할 미래를 담고 있다. 저자에게 대학이란, 스무 살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대학 교수로 강단에 서 있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벗어난 적 없는 삶의 현장이자 학문의 터전이었다. 그 한가운데 서 있던 저자는 끊임없이 대학 문제에 관해 고민하다 대학의 역사를 통해 대학이 나아가야 할 미래를 바라보고자 이 책을 썼다. 지금까지 한국 대학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대학사를 정리한 역사서는 없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 대학의 역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로 ‘권력집단의 힘’을 꼽았다. 이를 포착하기 위해 대학권력-국가권력-시장권력이라는 권력의 3주체를 중심으로 한국 대학의 역사를 톺아본다. 한 사회의 구성원을 이해하려면 사회가 이룩한 교육체제나 그 안의 구성원들이 어떻게 양성되는지 교육방식이 매우 중요하다. 대학사를 분석한다는 것은 그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는 작업과도 같다. 각 장에는 역사적 사실과 함께 저자가 연구하며 직접 작성하거나 참고한 통계들을 표로 작성하여 근거로 제시했다.
이제 대학은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거쳐가야 할 필수 과정이 되었다. 대학교육이 모든 사람의 관심사가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대학이 양적 성장을 거듭하면서 엘리트 교육에서 대중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질적 변화를 일으킨 과거 궤적에 대한 분석은 여전히 부족하다. ‘미래는 언제나 과거의 상속자’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은 오늘의 대학 현실을 돌아보고 미래의 대학을 가늠할 수 있는 준거로서 대학사 연구가 절실한 때다.
-〈프롤로그〉 가운데
2. 한국의 캠퍼스에서 권력집단들은 어떻게 대학을 잠식했나?
-사학·국가·자본에 포섭된 대학의 ‘수난’사
저자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 10명 중 7명이 대학에 가는 현 시점에서 대학의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이유를 역설하며 그 대안을 한국 대학 100년의 역사에서 찾는다. 역사학의 흐름 속에서 ‘권력’이라는 커다란 축으로 대학사를 살핀다. 한국 대학의 역사를 살펴보려면 권력이라는 키워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에 이를 4시기로 나누어, 식민권력과 타자적 권력·사학권력·국가권력·시장권력이 작동했던 시기를 연대기 순으로 돌아본다. 한국의 대학사는 그야말로 ‘권력 집단의 힘’에 의한 수난의 역사였다. 식민지 시기에는 식민권력이라는 주체가, 해방 후에는 미군정이라는 타자적 권력이, 1970~1980년대에는 국가권력이 대학을 주도하며 고등교육이나 지성, 학술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아닌 권력 집단의 이익 수단으로서 대학이 권력에 좌지우지되었다. 1990년대 이후에는 신자유주의 아래 자본권력에 의해 또 다시 ‘대학의 자율성’은 무시된 채 ‘시장화’되었다.
대학사를 분석한다는 것은 각 대학의 역사를 단순히 양적으로 정리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국가와 사회의 주요한 집단이자 조직으로서 대학이 갖는 위상과 역할을 본격적으로 규명해내는 작업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해방 이후 대학을 만들고 운영하고 나아가 개혁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한 대학-국가-시장 등 권력 주체를 중심으로 대학사를 재구성하는 작업은,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안목으로 대학의 궤적을 살피는 데 유의미한 접근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프롤로그〉가운데
먼저 1부에서는 식민권력과 타자적 권력에 의해 대학이 형성되었던 역사를 들여다본다. 일본은 3·1운동 이후 무단정치에서 문화정치로 전환을 선언하며 ‘원활한 식민 통치’를 위해 일본 내 제국대학의 분과로 조선에도 제국대학을 설립했다. 1937년 중일전쟁 이후로는 대학을 전쟁 도구로 삼아 군수공업 개발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활용하기 시작했다. 미군정 시기에는 미국의 주도로 ‘국립서울대학교안’에 따라 고등교육을 재편하고, 정부가 몇 개 사립대학을 뽑아 미국의 원조를 받아 운영하며 대학을 미국화의 거점으로 활용했다.
일본에서 제국대학의 이념은 국가주의였다. ‘대학이란 국가를 위해 존재하며, 국가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어떤 것도 가르치고 연구한다’는 전제 아래 제국대학이 운영되었다. 경성제국대학 초대 총장인 핫토리 역시 국가주의를 강조했다. 1926년 경성제국대학 시업식에서 핫토리는 국제주의 사조가 유행하면서 국가주의가 천대받는 풍조를 비판했다. 그는 국제협동주의 역시 국가주의를 전제로 해야 온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제국대학에서 국가의 기초를 흔들고 존위를 위태롭게 하는 연구는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핫토리는 경성제국대학 역시 제국대학으로서 국가에 보탬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연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식민권력이 만든 관학, 경성제국대학〉가운데
미군정은 고등교육기관을 대학으로 일원화하고 미국 주립대학 방식을 따르는 국립 종합대학을 설치하면서 식민지 시기 일본식 대학을 해체해갔다.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개조와 재편 속에서 대학의 자율과 자치가 설 자리는 없었다. 해방이 되고 바로 다음 날 경성제국대학에 결성된 자치위원회의 입지는 미군정과 충돌하면서 계속 좁아졌다. 미군정 시기 대학의 개조와 재편은 한국인이 참여한 조선교육위원회와 조선교육심의회를 거쳐 이루어졌다고는 하나, 결국은 미군정이라는 권력이 지향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대학 재건과 개조의 권력, 미국〉가운데
2부에서는 대학에 사학권력이 형성된 배경을 살펴본다. 해방 후 대학교육의 재건을 이끈 김활란, 유진오, 백낙준 3인방은 미군정의 비호 아래 친일 논란이라는 장애물을 넘어 사학권력으로서 대학 내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굳혀나갔다. 이후 1950년대에는 교육열은 높았으나 교육 재정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 이승만 정부는 사학 재단이 부실하더라도 사립대학을 인정하는 방임적 태도를 취했다. 이는 정부 위에 사학권력이 대학을 지배하게 되는 양상을 낳았다.
이승만 정부는 ‘대학설치기준령’을 공포하면서 5년에 걸친 대학 정비 계획을 발표했다. 설치 기준에 못 미친 대학을 통폐합하거나 학과와 학생 정원을 감축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뜻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당장 정원 확보에 사활이 걸린 사립대학이 정부의 정원정책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사립대학은 자신들이 합의한 내용조차 지키지 않았다. 중앙대는 1955년에 문교부가 책정한 정원을 무시한 채 초과 모집을 했고, 분교를 없애라는 명령도 무시했다. 이화여대, 동국대 등도 초과 모집을 단행하며 문교부에 맞섰다.
-〈국가의 방관 속에 성장한 사립대학〉가운데
3부에서는 1960년대 사학이 주도하는 대학교육에 본격적으로 국가권력이 개입하기 시작한 상황을 그린다. 국가권력은 근대화에 필요한 고급 인력을 양성한다는 명분 아래 국공립은 물론 사립대학에까지 국가 재정을 투입했다. 1970년대를 거치며 국가권력은 대학의 자율과 자치를 고려하지 않고 개혁과 학원 안정화라는 명목으로 대학 운영 전반에 깊숙이 개입했다. 대학에서는 경제 발전에 필요한 인력을 키우기 위해 공업화와 수출 주도 전략에 필요한 이공계와 상경계 학과 위주의 ‘대학 근대화’가 이루어졌다. 사립대학에 기반을 둔 대학권력은 더 많은 재정을 확보해 급격한 근대화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국가의 교육 및 학문정책에 순응했으며, 대학은 국가의 근대화 전략에 따라 개성을 잃은 채 획일화했다.
1969년 서울대 졸업식에 참석한 박정희는 대학 졸업생의 사명은 ‘민족의 중흥이며, 조국의 경제 발전이며, 그 국력을 토대로 70년대에 제기될 통일 과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대에서 발간하는 《대학신문》은 졸업생들을 ‘조국 근대화의 새 기수들’이라고 불렀다. 1970년대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이제 대학은 ‘국가 발전의 중책을 맡은 사명감으로 조국에 공헌하는 기수를 양성하는 기관’이라는 위상을 갖게 되었다. 이렇듯 정부에 의해 타율적으로 추진되던 대학 근대화 과정에서 대학은 산업 인력 개발 양성소로서 정체성을 갖춰갔다.
-〈근대화 정책과 대학 근대화〉 가운데
4부에서는 1980년대 대학 자율화와 대중화 바람과 더불어 김영삼 정부의 5·31교육개혁안을 중심으로 대학을 살펴본다. 1987년 이후 민주화의 흐름 속에 대학교육에도 대중화와 자율화 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입시 부정을 비롯한 각종 사학 비리가 또 다시 떠올랐다. 김영삼 정부에서는 5·31교육개혁안을 발표하며 강도 높은 대학 개혁을 추진했으나 이후 시장권력, 즉 대기업들이 대학법인을 계열화해 경영하여 오히려 대학이 급속히 시장권력에 잠식당하는 계기가 되었다.
대학 사회에 불어온 개혁의 바람은 늘 대학 위기론과 함께 공생했다. 대학의 시장화가 가져온 폐해 중 대중적 관심을 얻은 것은 인문학의 위기였다. 자본주의의 기본 범주인 시장성과 효율성이 인간적인 삶을 지향하는 인문학을 위기에 빠뜨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역설적이지만 기업 연수와 입사시험에서 인문학을 중시할 만큼 사회적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그 역시 인문학이 시장주의 원리에 포섭되어 그저 하나의 상품으로 소비되고 있을 뿐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대학교육 보편화와 시장주의적 대학 개혁〉 가운데
대학-국가-시장을 기반으로 한 신자유주의적 대학정책으로 대학은 경제적 가치 창출의 전진기지가 되었다. 교수는 지식인이 아니라 이윤 창출을 위한 경제적 행위자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보편적 진리, 순수한 지식 탐구, 비판적 지성 등의 개념은 의미를 잃어갔고, 경제적 이윤을 증대시키는 응용 지식의 생산이 대학의 몫이 되었다. 즉 대학은 기업이 되었고, 교수는 기업에 취직한 직장인이 되었다. 산학협동에 유능한 교수, 외부로부터 연구 용역을 많이 받아오는 교수, 기업체나 정부기관 등에 활발히 자문하는 교수, 응용 학문 분야의 전문가 교수가 유능한 교수로 인정받는 세상이 되었다.
-〈대학교육 보편화와 시장주의적 대학 개혁〉 가운데
이렇게 권력에 포섭된 한국 대학 100년의 역사는 스스로 개성과 전통을 포기한 채 상품화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정부에서 ‘새로 고침’의 변화가 시작된 지금, 저자는 대학의 혁신적인 변화를 희망하며 대학의 공정성과 자율성 회복,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문제해결, 대학 특성화 구현 등 현재 대학이 맞닥뜨리고 있는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저자 서면 인터뷰]
1) 한국 근현대사 연구자 가운데 최초로 ‘대학사’를 펴내게 되셨어요. 교수님께서 언제부터 대학과 대학의 역사에 관심을 두게 되셨는지, 그리고 관심을 두시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대학원에 들어와서는 그동안 제대로 연구되지 않는 천도교의 민족운동에 관심을 두고 공부했고 이 주제로 석사와 박사 논문을 썼습니다. 2002년에 박사 학위를 받고나서는 어떤 주제로 근현대사 연구를 이어 갈까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민주주의사’와 ‘대학사’라는 두 분야를 선택했습니다.
먼저 1987년을 대학 3학년으로 보낸 민주화 세대로서 대학원 들어올 때부터 하고 싶었던 한국 근현대 민주주의 역사를 연구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이 흘러 2015년에는 《민주주의를 향한 역사》를, 2017년에는 《독립을 꿈꾸는 민주주의》라는 저작을 내놓았습니다. 1948년 이후 민주주의 역사를 다룬 《모두의 민주주의》 를 집필하면 민주주의 역사 3부작이 완성됩니다.
한편, 박사 학위를 받은 직후 학술단체협의회의 학술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대학 문제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정치와 사회 민주화에 관심을 갖고 있던 저에게 민주주의 시대에 역행하는 대학의 제도와 문화에 대한 정보는 충격이었습니다. 여기에는 무언가 깊은 역사적 뿌리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대학에 관련한 책을 모으며 대학사 연구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문화적 지체 현상이 또렷한 대학에 대한 관심에서 대학사 연구가 출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평소에 김정인 교수님의 저작들을 보면 ‘키워드’를 통해 역사의 흐름을 잡아주셨어요, 이번 책에서는 ‘권력’에 초점을 두고 풀어주셨는데요, 특별히 권력이라는 커다란 축으로 대학사를 관통해 바라보게 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 앞서 말씀드렸지만, 대학사 연구는 오늘날 대학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대학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를 가장 먼저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우선 다른 나라와 달리 사립대학이 대학교육을 주도한다는 사실과 사학비리가 반복된다는 점에서 사학을 주도로 하는 대학권력이 실재한다는 데 주목했고, 그것이 1950년대에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정부가 대학 평가를 통해 차등적으로 재정 지원하여 대학의 자율성이 위협받는 현실에 주목했고 국가권력이 대학교육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때가 박정희 정부 시절이라는 것을 찾아 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1990년대부터 대학 교육을 이끌어가는 시장권력은 바로 현실 권력 그 자체였습니다. 대학을 움직이는 힘이 대학의 구성원인 교수와 학생의 자치로부터 나오지 않고 재단, 정부, 시장이라는 권력에서 나온다는 점이 절망스러웠지만, 엄연한 현실이었기에 이를 중심으로 대학사를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3) 우리가 왜 대학사를 연구하고 읽어야 하는지, 독자들에게 한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얼마 전 강의시간에 현대사를 공부한 학생이 미국이 한국 현대사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걸 들었습니다. 1990년대에 태어난 자신은 한국이나 미국 모두 자신의 이익을 먼저 따지는 자주적인 나라라고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살면서 보고 듣고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역사인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과거로 돌아가도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던 한국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해방 이후 미국은 정치적·경제적으로만이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한국에 크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런데 미국 문화가 가장 빠르게 확산된 곳은 바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대학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식민권력이라는 타율적 권력이 경성제국대학을 세운 이래 100년 동안 대학은 대학 본연의 가치인 자치와 자율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타율성에 기반한 대학의 역사를 통해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 신화로만 기억되는 한국 현대사에 대해 냉정하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온 한국 현대사가 성취한 점은 물론 상실한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4) 프롤로그에도 간략하게 밝혀주셨지만, 교수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오늘날 대학 문제에 관해 해결점을 찾으려면 결국 한국 대학의 시작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건가요?
- 대학사 연구를 하면 할수록 오늘날 대학 문제의 뿌리가 깊다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의 자치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대학이 나서 기꺼이 국가에 종속되고 시장 원리에 스스로를 내맡기는 오늘날 대학의 자화상은 100년 동안 대학이 걸어온 역사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5) 대학사 연구가 한 국가의 지성사, 학술사 연구의 한 축일 수도 있는데 연구가 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 한국 근현대사 연구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본격화했습니다. 1990년대에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크게 주목받았는데, 이 프로그램의 제목대로 출발선상에 선 한국근현대사 연구는 정치사를 중심으로 사실을 재구성하고 진실을 밝히는 데 매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민족운동의 주역임에도 그동안 방치되었던 천도교에 제가 주목한 것도 그러한 흐름의 하나였습니다.
한국근현대사 연구자들이 지성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한국근현대사에 대한 기초적 연구 성과가 어느 정도 축적된 2000년대에 들어와서입니다. 대학사와 관련한 연구 성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과도하고 편중된 관심을 우려할 정도로 많은 연구자가 지성사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대학사 연구도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6) 문화사 영역에서 대학사 연구가 지닌 매력은 무엇인가요?
- 정치와 경제에서 빠른 속도로 변화해온 한국 사회를 눈으로 확인하는 일은 쉽습니다. 하지만 문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모든 사회와 사람들이 한꺼번에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각자 다른 속도로 변화하는 사회와 사람을 살피며 ‘성찰로서의 역사’를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이 문화사 연구의 매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학은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동시에 뒤처진 면모를 보이는 하나의 문화 주체로서 문화사 연구에 적절한 주제이자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7) 프롤로그에 한국 대학은 1945년 이후 본격적으로 고등교육이 발전한 다른 나라와는 구별되는 궤적을 보여준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제2차세계대전 이후 신생국가들이 국가주도하에 대학을 운영했고, 이러한 신생국가들에 비해 시기는 늦었지만 한국도 1960년대부터 국가주도로 대학 운영을 했음에도 왜 다른 나라와 다른 양상을 보이며 대학이 운영되게 되었는지, 그 이전에 이미 사학권력 주도하에 대학이 형성되었던 영향 탓인지 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습니다.
- 사학 중심의 대학 권력 형성은 한국 대학만의 독특한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해방 이후 재정이 부족한 정부는 폭발적인 교육열을 감당할 수 없자, 이를 사립대학 설립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학교교육에 대한 열망을 정부가 아닌 민간 차원에서 해결한 역사는 뿌리가 깊습니다. 개항 이후 제일 먼저 세워진 학교인 원산학사도 사립이었습니다. 계몽 운동기에는 곳곳에 사립학교가 세워졌고, 1920년대 이후에는 민립대학설립운동을 비롯한 학교설립운동이 활발히 일어났습니다. 사립/민립이 주도하는 교육운동이 해방 이후 사립학교 설립 붐으로 이어지면서 사학권력이 형성된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국가가 스스로 나서 대학을 설립하지 않고 대학 설립 기준을 제시하는 데 그치면서 사립대학의 수를 늘려 교육열을 흡수하는 문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8) 학생 운동이나 대학 문화 등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권력주체 중심으로 대학사를 쓰신 배경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고 싶습니다. 해외에도 이런 주제로 대학사에 관한 연구가 있는지, 한국이라 특별히 이 부분이 중요한 건지 궁금합니다.
- 오늘날 대학 문제의 뿌리를 찾고자 대학의 역사에 접근했기 때문에 권력에 주목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외국의 사례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지만, 오늘날 세계적인 기업이 시장권력으로서 직접 대학을 인수하여 운영하면서 대학권력화하는 현상이 다른 나라에 있다는 얘기를 아직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사학 주도의 대학권력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대학-국가-권력이라는 3주체를 중심으로 대학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 자체가 한국 대학사의 특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9) 대학 구조 조정이라는 것이 다른 나라에도 있는지요, 아니면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난 특이한 상황인지요?
- 1990년대 이후 본격화한 대학 구조 조정은 신자유주의의 확산과 함께 세계적인 현상이 되어갔습니다. 경쟁력 있는 대학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동아시아의 한중일 3국에서도 대학 구조 조정이 일어났고 현재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또한 한국과 일본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사회적 현상이 대학 구조 조정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정부가 나서 1990년대 이후 대학 수를 크게 늘립니다. 동시에 대학을 향해서는 대학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주문했습니다. 사립대학을 늘려놓고는 국가가 사사건건 간섭하면서 시장 논리에 따른 구조 조정을 압박하는 모습이 한국 대학 구조 조정의 모순적인 자화상입니다.
10) 대학 구조 조정이 취업률이나 전임교원확보율 등에 기준을 두고 있어 논란이 된 적도 있었는데요, 이에 관해서는 어떻게 풀어가는 것이 좋을지 대학 구조 조정이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행해져야 한다면, 구조조정의 기준을 어디에 두고 축소하는 것이 좋을지 자세하게 알고 싶습니다.
- 위기가 곧 기회이기도 합니다. 대학 구조 조정이 대학의 공공성과 자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구조 조정은 사학 중심의 대학 교육을 공영화하여 대학의 공공성을 높이고 대학 자치의 확대를 통해 대학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대학의 양극화를 극복하는 방향으로도 나아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대학 구조 조정의 기준이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에 별도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대학 간에 엄존하는 차이를 무시하고 동일한 잣대를, 그것도 수치화가 가능한 것만을 적용하여 그에 따라 대학 구조 조정을 실시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대학마다 특성화의 방식을 선택하도록 하고 그에 따라 스스로 정원을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정부가 구조 조정의 키를 일방적으로 쥐고 있지 말고 대학마다 특성에 따라 자유롭게 구조 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을 주어야 합니다.
출처 :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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