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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추천 도서(18.3~19.2)

6월의 추천도서(1920) 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 - 에르빈 파노프스키


1. 책 소개


[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은 20세기 최고의 미술사학자 에르빈 파노프스키(Erwin Panofsky)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고딕건축양식이 스콜라철학의 영향을 받았다’라는 상식적인 명제를 각종 사료를 분석해 최초로 증명해낸 기념비적 작품이다. 이 과정에서 ‘심적 습성’(mental habit), 즉 습성 개념을 정초하는 데 이 개념은 현대의 역사학과 사회학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이런 이유로 미술사학자가 아니라 역사학자와 사회학자에게 더 유명한 책이 되었다 


스콜라철학과 고딕건축의 

‘상식적’ 관계를 증명하다 


사실 [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은 원래 대중 강연용 원고였다. 비전문가 청중을 대상으로 1948년 12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성 빈센트 칼리지에서 한 강연 원고를 거의 수정하지 않고 1951년 그대로 출간한 것이다. 흥미로운 일은 출간 이후에 일어났다. 대중은 물론이고 전문 연구자들, 특히 미술사학을 전공하지 않은 학자들이 열띤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파노프스키가 그 당시에 이미 매우 세계적인 미술사학자로 명성을 굳히고 있었지만 이런 반응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왜일까? 


우선 내용이 충실했기 때문이다. 분량이 매우 적은 책인데도 70여 장에 이르는 시각자료를 포함해 수많은 구체적 자료와 미시적 분석을 담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파노프스키는 스콜라철학과 고딕건축을 초기·중기·후기로 나눈 후 그 둘의 시대별 구분이 일치함을 보인다. 이어서 각 시대의 스콜라철학이 강조하는 사상적 지점이 어떻게 고딕건축에 적용되는지를 설명한다. 가령 전성기 스콜라철학은 아리스토텔레스적 영혼론―신체와 영혼의 합성물인 생물체를 실체로 인정한다―을 강조하는데 같은 시기 전성기 고딕건축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듯한 동식물과 인물 조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식이다. 이처럼 비교·분석 작업이 워낙 성실하고 섬세해 ‘스콜라철학이 고딕건축에 영향을 미쳤다’라는 상식적인 명제가 파노프스키에 와서야 비로소 완성됐다고 느껴질 정도다.


출처 : 교보문


2. 저자


독일 하노버 출생. 뮌헨대학 ·베를린대학 ·프라이부르크대학 등에서 미술사를 배웠다. 1921년 함부르크대학 강사, 1926년부터 동 대학 교수로 재임 중 1933년 나치스의 유대인 공직 추방 때 미국으로 이주, 1935∼1962년 프린스턴대학 고등연구소의 교수로 있었다. 처음에는 양식(樣式) 연구에서 출발하였으나, 후에는 도상학(圖像學)에 대하여 도상해석학(圖像解釋學)을 제창하고 그 방법론을 확립하였으며, 고대에서 근세에 걸치는 다양한 저작과 논문을 남겼다. 주요저서로 《조형미술에 있어서의 양식의 문제 Das Problem des Stils in der bildenden Kunst》(1915) 《아이커놀러지의 연구 Studies in Iconology》(1939) 《시각예술의 의미 Meaning in the Visual Arts》(1957) 등이 있다.


출처 : 교보문


3. 목차


철학의 첨탑, 첨탑의 철학|김율 

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 
 
 
 
 
 
도판 

에필로그: 파노프스키가 예술작품에서 보는 것은 무엇인가 

더 읽어볼 책들 
파노프스키 연보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출처 : 본문 중에서


4. 출판사 서평


[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은 20세기 최고의 미술사학자 에르빈 파노프스키(Erwin Panofsky)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고딕건축양식이 스콜라철학의 영향을 받았다’라는 상식적인 명제를 각종 사료를 분석해 최초로 증명해낸 기념비적 작품이다. 이 과정에서 ‘심적 습성’(mental habit), 즉 습성 개념을 정초하는 데 이 개념은 현대의 역사학과 사회학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이런 이유로 미술사학자가 아니라 역사학자와 사회학자에게 더 유명한 책이 되었다.


통섭의 대가 파노프스키

미술사학의 영역을 넓히다


독일 하노버에서 태어난 파노프스키는 알브레히트 뒤러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미켈란젤로에 대한 논문으로 교수자격을 취득하고 나치의 집권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전형적인’ 20세기 초반의 미술사학자다.


하지만 파노프스키의 학문적 삶은 전혀 전형적이지 않았다. 그는 미학은 물론이고 철학과 건축학, 역사학과 사회학에도 조예가 깊은 학자였다. 요즘 말로 ‘통섭형 인재’였다. 파노프스키는 어떤 연구를 하더라도 기존의 학문적 프레임을 넘어서서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도상해석학’(iconology)이다. 


도상해석학은 기존의 ‘도상학’(iconography)에서 더 나아가 인간의 총체적·정신사적 맥락에서 도상의 심층적이고 복합적인 의미를 밝혀낸다. 가령 기독교 도상학이 ‘장미’를 ‘성모마리아의 순결’로 해석한다면 파노프스키의 도상해석학은 그 장미를 그린 ‘화가’의 삶과 ‘역사’적 배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새롭게 해석한다.


이렇게 파노프스키는 미술사학의 학문적 지평을 문화학과 철학으로 확장했다. 이 책 [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도 도상해석학의 연장선에 자리한다. 미술에서 건축으로 타깃을 바꿨을 뿐 파노프스키의 놀라운 해석은 중세의 고딕건축물에도 새 생명을 부여한다.


스콜라철학과 고딕건축의

‘상식적’ 관계를 증명하다


사실 [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은 원래 대중 강연용 원고였다. 비전문가 청중을 대상으로 1948년 12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성 빈센트 칼리지에서 한 강연 원고를 거의 수정하지 않고 1951년 그대로 출간한 것이다. 흥미로운 일은 출간 이후에 일어났다. 대중은 물론이고 전문 연구자들, 특히 미술사학을 전공하지 않은 학자들이 열띤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파노프스키가 그 당시에 이미 매우 세계적인 미술사학자로 명성을 굳히고 있었지만 이런 반응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왜일까?


우선 내용이 충실했기 때문이다. 분량이 매우 적은 책인데도 70여 장에 이르는 시각자료를 포함해 수많은 구체적 자료와 미시적 분석을 담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파노프스키는 스콜라철학과 고딕건축을 초기·중기·후기로 나눈 후 그 둘의 시대별 구분이 일치함을 보인다. 이어서 각 시대의 스콜라철학이 강조하는 사상적 지점이 어떻게 고딕건축에 적용되는지를 설명한다. 가령 전성기 스콜라철학은 아리스토텔레스적 영혼론―신체와 영혼의 합성물인 생물체를 실체로 인정한다―을 강조하는데 같은 시기 전성기 고딕건축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듯한 동식물과 인물 조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식이다. 이처럼 비교·분석 작업이 워낙 성실하고 섬세해 ‘스콜라철학이 고딕건축에 영향을 미쳤다’라는 상식적인 명제가 파노프스키에 와서야 비로소 완성됐다고 느껴질 정도다.


심적 습성의 발견

역사학자와 사회학자가 열광하다


무엇보다 파노프스키는 단순한 ‘증명’을 넘어서 ‘논리적 설명’을 시도한다. 스콜라철학이 특정 양식을 넘어 시대 자체에 스며드는 ‘방식’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려 한 것이다. 이때 활용한 개념이 바로 심적 습성이다. 많은 학자, 특히 역사학자와 사회학자가 열광한 부분도 이 지점이다.


파노프스키는 아리스토텔레스와 토마스 아퀴나스를 원용하여 심적 습성을 “인간의 행위에 규제적 영향을 발휘하는, 그리하여 특수한 행위 방식으로 표출되는 심리적 성향”이라고 정의한다. 간단히 말해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반복적 활동으로 습득하게 된 지배적이고 집단적인 심리 상태라 할 수 있다.


“이 놀랄 만큼 동시적인 발전 과정이 ‘집중된’ 시기에 우리는 고딕예술과 스콜라철학 사이에서 단순한 ‘평행현상’보다 더 구체적인 연결 그리고 화가나 조각가나 건축가에게 학식 있는 조언자가 주는 개별적인 (그리고 매우 중요한) ‘영향들’보다 더 전면적인 연결을 목격할 수 있다. …… 이런 관계는, 더 나은 용어를 찾을 수 없는 궁여지책의 표현이긴 하지만, 일종의 심적 습성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어떤 것이 퍼져나감으로써 생겨난다.” _ 86쪽


이 심적 습성의 발견이야말로 [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이 달성한 가장 큰 학문적 성취다. 이는 스콜라철학과 고딕건축의 관계를 밝히는 일을 넘어서 중세라는 시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파악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방점은 ‘시대’에 있다. 파노프스키의 작업이 시대를 구분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세기 중반 등장한 심성사는 일종의 심적 습성이라 할 수 있는 ‘망탈리테’(mentalite)의 변천을 따라 시대를 구분한다.


[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은 사회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아비투스’(습성) 개념의 등장이 바로 그것이다.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가 [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을 프랑스어로 번역하고 해제를 달다가 아비투스 개념을 정립했다는 건 이미 유명한 일화다. 


심적 습성에 구속된 개인?

다시 개인의 가능성을 말하다


파노프스키가 제안한 심적 습성은―그의 의도와 무관하게―구조주의의 맥락에서 종종 해석된다. 한마디로 무의식의 영역으로까지 스며드는 심적 습성의 특징상 사회 구성원은 그 사회의 심적 습성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파노프스키의 [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은 위대한 시대 앞에 선 무력한 개인을 그리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옮긴이 김율은 파노프스키가 결국 말하고자 한 건 ‘개인의 존재’라고 강조한다. 지혜와 용기를 겸비한, 심적 습성의 참된 발생 원인으로서의 개인 말이다.


“그 개인은 어떤 사람인가? 그는 사회적 습성이 아직 존재하지 않을 때,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의 힘과 결단으로 (엄격한 의미의 사회적 습성에 따른 행위는 아닐지언정 어쨌든 결과적으로 같은 부류로 묶일 수 있는) 개별적 행위를 선취하는 사람이다.” _ 67쪽


이처럼 ‘탁월성’을 지닌 개인이 신화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체계적 사변의 습성이 아직 존재하지 않던 시대에 [자연구분론]이라는 체계적 저술을 시도했던 요한네스 스코투스 에리우게나(Johannes Scotus Eriugena)나, 이성적 신학의 습성이 아직 존재하지 않던 시대에 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애쓴 안셀무스(Anselmus Cantuariensis)가 ‘탁월성’을 지닌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이들은 “하나의 심적 습성에서 자유로운 행위를 감행함으로써 자신 안에 새로운 심적 습성을 ‘미리 만들어내는’ 개인”이다. 즉, 파노프스키에게 개인은 구조에 앞선다.


“이들은 필시 개인의 수준에서, 사유 행위의 헌신을 통해 새로운 습성을 이미 스스로 형성한 사람들일 것이다. …… 그들의 개별적 행위는 사회적 습성을 형성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_ 67쪽


결국 파노프스키가 주목한 것은 우리 개인의 가능성이다. 나에게 작용하는 심적 습성대로 세계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나의 이해를 규정지으려 하는 바로 그 심적 습성 자체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 말이다. 이런 점에서 [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이 진정으로 보여주려는 것은 위대한 시대와 그 시대를 만든 위대한 개인들의 위대한 서사다.


출처 : 한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