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소개
1930년대 ‘세계여행’이 경성 엘리트들에게 미친 영향!
『경성 엘리트의 만국 유람기』는 1930년대 대중잡지 《삼천리》에 실린 조선 엘리트들의 세계여행 기행문을 엮은 책이다. 조선 엘리트들이 난생 처음 가본 나라에서 경험한 엽기적인 경험, 간디나 쿨리지 미국 대통령과 같은 유명 인사를 만난 여행담 등이 담겨있다. 과거 기행문들이 지금의 독자들에게 막힘없이 읽힐 수 있도록 현대 우리말로 옮겨 쉬운 이해를 도왔다. 간단한 해설과 함께 수록된 80여 개의 사진 자료는 독자들에게 세계여행의 흥미진진한 생동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
전통과 서양의 무용을 접목시켜 세계인에게 발표한 최승희, 미국과 영국의 유력 인사들을 만나 외교관의 역할을 수행한 허헌, 세계강단을 누빈 명연설가 박인덕 등. 식민지 조선을 대표하는 엘리트들은 세계여행을 개인의 정체성을 발견하거나 정치적 기획을 모색하는데 적극 활용했다. 이 책에 녹아있는 세계여행에 대한 그들의 열정과 고뇌를 따라가다 보면 조국의 정체성, 계층의 위계가 흔들리던 근대 상황을 새로운 시각에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통과 서양의 무용을 접목시켜 세계인에게 발표한 최승희, 미국과 영국의 유력 인사들을 만나 외교관의 역할을 수행한 허헌, 세계강단을 누빈 명연설가 박인덕 등. 식민지 조선을 대표하는 엘리트들은 세계여행을 개인의 정체성을 발견하거나 정치적 기획을 모색하는데 적극 활용했다. 이 책에 녹아있는 세계여행에 대한 그들의 열정과 고뇌를 따라가다 보면 조국의 정체성, 계층의 위계가 흔들리던 근대 상황을 새로운 시각에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출처 : 교보문고
2. 저자
저자 허헌은 1885년 태어나 보성전문학교와 메이지 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했다. 이인, 김병로와 함께 조선 3대 변호사로 활약했으며, 보성전문학교 교장와 동아일보 사장대행을 역임했다. 신간회 중앙집행위원장을 맡고 세계약소국대회에 참석하는 등 조선의 지도자급 인사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해방기에는 건국준비위원회에 참여했으며, 미군정이 남로당을 불법화 하자 북으로 넘어가 김일성대학 총장을 역임했다. 한국전쟁 당시 강물을 건너다 익사했다.
저자 최승희는 1911년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나 숙명여자 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현대무용가 이시이 바쿠에게 무용을 배웠다. 미국, 남미, 유럽 등 세계 각지로 150회가 넘는 순회공연을 다녔으며, 국제 무용 콩쿨의 심사를 맡기도 했다. 해방 뒤 문학평론가인 남편과 함께 월북했고, 평양에 최승희무용연구소를 세워 소장을 취임했다. 1969년 숙청당하면서 삶을 마감했다.
저자 나혜석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작가, 근대적 여성운동가. 1896년 수원에서 태어나 진명여학교와 도쿄 사립 여자미술학교를 졸업했다. 외교관이자 법률가인 김우영과 결혼하여 세계여행을 하고 각자 영국과 프랑스에서 유학했으나 귀국한 뒤 이혼했고, [이혼 고백서]를 발표하면서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1948년 서울 시립 자제원에서 무연고자 행려병자로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저자 박인덕은 독립운동가, 여성주의운동가, 교육운동가로 활발하게 활동한 신여성. 이화학당 출신으로 김활란, 유관순 등의 선배다.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재주를 갖춘 인물로 외국에서 초청을 받아 강연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3.1운동에 참여하는 등 독립운동을 했지만 일제시대 말기에는 친일 활동 논란이 있다. 인덕대학과 인덕공업고등학교를 설립하였다.
저자 손기정은 1912년 평안북도 의주에서 태어나 양정보통학교를 졸업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어렸을 때부터 낮에는 학교를 다니며 저녁에는 돈을 벌어야 했다. 베를린 올림픽에 마라톤 선수로 참가하여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해방 시기에는 몽양 여운형과 함께 활동하기도 했고, 해방 이후에는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육상연맹 부회장, 서울올림픽 조직위원을 역임하는 등 체육계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저자 최영숙은 1906년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나 이화학당을 졸업한 뒤 중국의 회문여학교를 거쳐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5개 국어에 능통했었고, 고고학자였던 스웨덴 황태자 구스타프 아돌프 밑에서 번역하는 일을 하며 학비를 벌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유럽 각국과 이집트, 인도 등을 거치며 세계여행을 했다. 귀국한 뒤 여자소비조합을 인수해 콩나물 장사를 하다가 건강 악화로 귀국 6개월 만에 28살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엮음 : 성현경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국가와 민족의 한계에 얽매이지 않는 연대의 사유-정치성, 서계성이란 테마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식민지 시기의 문학과 문화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특히 당시 잡지나 신문에 실린 세계여행 기행문을 바탕으로 조선인들이 세계와 자신을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찾아가는 데 관심이 많다. 논문으로 「1930년대 해외 기행문 연구: ≪삼천리≫ 소재 해외 기행문을 중심으로」(2009), 「1930년대 세계문학담론의 수행적 구조와 해외문학기행의 정치성」(2013) 등이 있다.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국가와 민족의 한계에 얽매이지 않는 연대의 사유-정치성, 서계성이란 테마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식민지 시기의 문학과 문화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특히 당시 잡지나 신문에 실린 세계여행 기행문을 바탕으로 조선인들이 세계와 자신을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찾아가는 데 관심이 많다. 논문으로 「1930년대 해외 기행문 연구: ≪삼천리≫ 소재 해외 기행문을 중심으로」(2009), 「1930년대 세계문학담론의 수행적 구조와 해외문학기행의 정치성」(2013) 등이 있다.
출처 : 교보문고
3. 목차
서문 | 여행의 시대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ㆍ4
1장 민족 변호사 허헌이 방문한 세계 정치 1번지
무섭게 밀려드는 태평양의 바다를 타고 황금의 나라 미국으로!
하와이에 잠깐 들러 형제들부터 만나다: 세계일주기행 제1신ㆍ19
꽃의 할리우드를 보고 다시 대서양을 건너 아일랜드로!: 세계일주기행 제2신ㆍ31
부활하는 아일랜드와 영국의 자태: 세계일주기행 제3신ㆍ46
(해제) 독립국을 향한 약소민족의 항해: 인권 변호사 허헌의 세계여행ㆍ63
2장 한류스타 최승희의 월드 투어
미국통신ㆍ71
뉴욕에서 고국의 자매에게: 미국에서 보낸 최승희의 편지ㆍ80
(해제) 현실 인식의 재편, 예술가의 혼ㆍ90
3장 여성해방론자 나혜석의 유럽 미술 기행
소비에트 러시아로 떠나는 구미 여행기, 그 첫 번째ㆍ99
베를린과 파리ㆍ112
베를린에서 런던까지ㆍ130
프랑스 가정은 얼마나 다를까ㆍ145
(해제) 조선에 여성 인권을 그리다ㆍ154
4장 조선 여자 박인덕, 세계의 강단에 우뚝 서다
6년 만의 나의 반도, 미국으로부터 돌아와서 여장을 풀면서 옛 형제에게ㆍ163
내가 본 독일 농촌ㆍ171
미국 자유종각 방문기ㆍ180
태평양을 다시 건너며, 세계기독교대회에 참석하고자ㆍ184
형제여, 잘 있거라ㆍ192
(해제) 조선의 이슈메이커, 세계를 누빈 명강연자ㆍ198
5장 청년 의학도 정석태, 역사의 현장을 찾아가다
이탈리아, 순교자 1백 주년 기념 대제례성관, 가톨릭교의 성대한 기념제 광경ㆍ207
시체의 베르뎅, 세계대전을 치른 옛 전장을 기행ㆍ214
파리에 있는 나폴레옹의 거처를 방문하다 ㆍ221
대해양의 비극, 인도양의 인도 청년 수장기ㆍ227
(해제) 고된 유학길에서 인생의 의미를 되짚어보다ㆍ233
6장 요절한 천재 최영숙이 사랑한 인도
간디와 나이두 회견기, 인도에 4개월 체류하면서ㆍ241
(해제) 서구 중심주의를 뚫고 나와 세계를 꿈꾸는 법ㆍ250
7장 조국을 잃은 마라토너 손기정의 금빛 유람
베를린 원정기ㆍ259
(해제) 비운의 여정, 세계를 달린 피식민자ㆍ276
8장 유학생 오영섭, 약소민족의 독립을 지켜보다
초대 대통령 취임식을 앞둔 필리핀ㆍ285
필리핀 대통령을 회견하고자, 새로운 수도에서 대통령 취임식 준비 장면ㆍ296
취임 연설하는 대통령의 인상ㆍ306
(해제) 필리핀에서 본 조선, 쓰이지 않은 말ㆍ316
9장 세계성의 세계, 조선 사람의 만국 유람기
프랑스 파리의 5월 1일 행진 | 이정섭ㆍ323
인도 특집, 상해의 인도인 시위운동 광경 | 김세용ㆍ330
인도 여행기 | 김추관ㆍ343
표박의 시민 ‘집시의 연애와 생활’ 그들과 함께 지낸 3일간의 이야기 | 백림학인ㆍ349
필리핀 시찰기 | 안창호ㆍ355
러시아의 볼가 강을 향해 | 김니콜라이ㆍ359
예술의 도성을 찾아, 폼페이의 폐허여! | 이순탁ㆍ365
내가 본 파리기념일 | 김련금ㆍ372
세계 각국의 괴이한 항구로 떠나는 엽기행, 남미 리우 항 | 홍운봉ㆍ377
세계 각국의 괴이한 항구로 떠나는 엽기행, 프랑스 마르세유 항 | 홍운봉ㆍ382
파리, 못 잊을 파리 | 조택원ㆍ388
빈과 부다페스트 | 계정식ㆍ392
(해제) 침묵의 흔적이 남긴 ‘네이션’의 안과 밖
출전 ㆍ044
미주 ㆍ434
1장 민족 변호사 허헌이 방문한 세계 정치 1번지
무섭게 밀려드는 태평양의 바다를 타고 황금의 나라 미국으로!
하와이에 잠깐 들러 형제들부터 만나다: 세계일주기행 제1신ㆍ19
꽃의 할리우드를 보고 다시 대서양을 건너 아일랜드로!: 세계일주기행 제2신ㆍ31
부활하는 아일랜드와 영국의 자태: 세계일주기행 제3신ㆍ46
(해제) 독립국을 향한 약소민족의 항해: 인권 변호사 허헌의 세계여행ㆍ63
2장 한류스타 최승희의 월드 투어
미국통신ㆍ71
뉴욕에서 고국의 자매에게: 미국에서 보낸 최승희의 편지ㆍ80
(해제) 현실 인식의 재편, 예술가의 혼ㆍ90
3장 여성해방론자 나혜석의 유럽 미술 기행
소비에트 러시아로 떠나는 구미 여행기, 그 첫 번째ㆍ99
베를린과 파리ㆍ112
베를린에서 런던까지ㆍ130
프랑스 가정은 얼마나 다를까ㆍ145
(해제) 조선에 여성 인권을 그리다ㆍ154
4장 조선 여자 박인덕, 세계의 강단에 우뚝 서다
6년 만의 나의 반도, 미국으로부터 돌아와서 여장을 풀면서 옛 형제에게ㆍ163
내가 본 독일 농촌ㆍ171
미국 자유종각 방문기ㆍ180
태평양을 다시 건너며, 세계기독교대회에 참석하고자ㆍ184
형제여, 잘 있거라ㆍ192
(해제) 조선의 이슈메이커, 세계를 누빈 명강연자ㆍ198
5장 청년 의학도 정석태, 역사의 현장을 찾아가다
이탈리아, 순교자 1백 주년 기념 대제례성관, 가톨릭교의 성대한 기념제 광경ㆍ207
시체의 베르뎅, 세계대전을 치른 옛 전장을 기행ㆍ214
파리에 있는 나폴레옹의 거처를 방문하다 ㆍ221
대해양의 비극, 인도양의 인도 청년 수장기ㆍ227
(해제) 고된 유학길에서 인생의 의미를 되짚어보다ㆍ233
6장 요절한 천재 최영숙이 사랑한 인도
간디와 나이두 회견기, 인도에 4개월 체류하면서ㆍ241
(해제) 서구 중심주의를 뚫고 나와 세계를 꿈꾸는 법ㆍ250
7장 조국을 잃은 마라토너 손기정의 금빛 유람
베를린 원정기ㆍ259
(해제) 비운의 여정, 세계를 달린 피식민자ㆍ276
8장 유학생 오영섭, 약소민족의 독립을 지켜보다
초대 대통령 취임식을 앞둔 필리핀ㆍ285
필리핀 대통령을 회견하고자, 새로운 수도에서 대통령 취임식 준비 장면ㆍ296
취임 연설하는 대통령의 인상ㆍ306
(해제) 필리핀에서 본 조선, 쓰이지 않은 말ㆍ316
9장 세계성의 세계, 조선 사람의 만국 유람기
프랑스 파리의 5월 1일 행진 | 이정섭ㆍ323
인도 특집, 상해의 인도인 시위운동 광경 | 김세용ㆍ330
인도 여행기 | 김추관ㆍ343
표박의 시민 ‘집시의 연애와 생활’ 그들과 함께 지낸 3일간의 이야기 | 백림학인ㆍ349
필리핀 시찰기 | 안창호ㆍ355
러시아의 볼가 강을 향해 | 김니콜라이ㆍ359
예술의 도성을 찾아, 폼페이의 폐허여! | 이순탁ㆍ365
내가 본 파리기념일 | 김련금ㆍ372
세계 각국의 괴이한 항구로 떠나는 엽기행, 남미 리우 항 | 홍운봉ㆍ377
세계 각국의 괴이한 항구로 떠나는 엽기행, 프랑스 마르세유 항 | 홍운봉ㆍ382
파리, 못 잊을 파리 | 조택원ㆍ388
빈과 부다페스트 | 계정식ㆍ392
(해제) 침묵의 흔적이 남긴 ‘네이션’의 안과 밖
출전 ㆍ044
미주 ㆍ434
출처 : 본문 중에서
4. 출판사 서평
세계여행 기행문으로 만나는
식민지 조선인의 꿈과 이상
민족 변호사 허헌,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세계적인 무용가 최승희와 서양화가 나혜석까지
세계여행은 경성 엘리트의 삶과 조선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었을까?
1927년 요코하마, 하와이,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시카고에 도착한 허헌은 시카고 비치호텔 투숙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란다. 하룻밤에 무려 1백 원! 조선에서야 3대 민족 변호사로 잘나가는 허헌이었고 미국 대통령까지 만나는 대표급 지도자였지만, 황금의 나라 미국의 자본주의는 식민지 조선의 엘리트에게는 가늠할 수 없는 신세계였다.
약관의 나이에 혈혈단신으로 머나먼 북국 스웨덴에 유학을 가 경제학사를 취득한 최영숙은 5개 국어에 능통한 수재였다. 유학을 마치고 조선으로 돌아오며 세계여행을 감행한 최영숙은 인도에서 간디와 나이두를 만나고 그 이야기를 기행문으로 남긴다. 인재가 부족한 조국을 위해 경제학을 공부했지만, 고행 끝에 돌아온 조국에는 그녀의 자리가 없었다. 결국 콩나물 장사를 하다가 건강 악화로 죽음을 맞이한 그녀의 나이, 고작 28살이었다.
1930년대, 세계를 여행한 조선의 엘리트들, 그들은 답답한 식민지 조선의 현실 앞에서 무릎 꿇기보다는 원대한 꿈과 이상을 꾸기 위해서 세계로, 세계로 향했다. 조선 3대 민족 인권 변호사 허헌, 세계가 사랑한 한류스타 무용가 최승희, 시대를 앞서간 비운의 서양화가 나혜석, 세계의 강단을 누빈 명연설가 박인덕, 가슴에 조국을 품은 마라토너 손기정, 그리고 조선의 미래를 걱정하는 정치인 안창호까지. 식민지 조선을 대표하는 식자이자 명사였던 이들은 과연 세계를 돌아보며 어떤 상념에 잠겼을까?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조국으로 돌아온 그들의 삶은 과연 여행 전과 어떻게 달라졌을까?
『경성 엘리트의 만국 유람기』는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의 두 번째 권으로, 식민지 시대 조선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대중잡지 ≪삼천리≫에 실린 세계여행 기행문을 엮은 책이다. 난생 처음 가본 여행지 뒷골목에서 엽기적인 경험도 하고, 인도의 간디나 쿨리지 미국 대통령 같은 명사들도 만나는 등 경성 엘리트들의 흥미진진하고 다채로운 여행담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엮은이 성현경은 당시의 기행문들을 오늘날 독자들이 읽기에 어색함이 없도록 현대 우리말로 옮겼으며, 이들의 삶의 궤적과 여행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흥미로운 해설을 덧붙였다. 또한 저자들의 여행 관련 도판 80여 개를 본문과 함께 배치해 독자들이 지은이들을 따라 함께 세계여행을 하는 생동감을 느끼게 했다.
세계를 만난 조선인들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없었다
1930년대는 세계여행의 시대였다. 물론 당시에 세계여행을 갈 수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파리까지 가는데 기차 3등석이 320원이었고, 요코하마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배의 3등석은 110원이었다. 신문기자 월급이 70원, 의사 월급이 100원이었으니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비싼 여비가 세계와 새로운 문물에 대한 욕구, 여행에 대한 욕망까지 막지는 못했다. 종교계의 도움을 받거나 외국에서 초청을 받기도 하고, 사재를 털어서 세계를 둘러보거나 공연이나 대회에 참가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외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식민지 조선인들은 그들의 여행을 관심을 갖고 지켜봤으며, 그들의 여행기를 함께 읽으며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했다. 여행을 통해 세계를 직간접으로 만나고 난 뒤 조선인들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세상과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는 없었다.
이처럼 세계여행은 식민지 조선인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새로운 주체로 만들었다. 식민지라는 현실에 저항하며, 문화와 예술에 대한 개인적인 욕망을 스스럼없이 드러냈던 경성의 엘리트들,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세계여행이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그들이 꿈꿨던 이상, 겪었던 고난이 고스란히 담긴 기행문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근대를 새롭게 파악할 수 있는 ‘다른 근대’의 입구를 만난다.
치열했던 세계여행, 조국과 개인에게 부과된 운명과 맞서다
이 책에 실린 기행문들은 당시 세계여행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것들이다. 당시 세계 여행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을 보이는데, 첫째로 그들은 여행을 통해 조선의 독립과 미래를 그려보았고, 한편으로는 문화와 예술에 집중한 개인적인 여행도 있었다.
당시 조선의 3대 변호사로 이름났던 허헌은 여행을 하는 동안 미국 대통령이나 영국 노동당 당수 같은 유력 인사들을 만나 조선의 사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아일랜드 의회와 법정을 시찰하는 등 거의 외교관이나 다름없는 행보를 보인다. 하지만 고급 호텔 가격에 기겁하기도 하고, 길을 안내해주겠다는 영국 신사를 강도로 오해하며 도망칠 궁리를 하는 모습을 보면, 대표급 지도자라는 그의 위치가 무색할 만큼 세계의 변방에서 온 여느 행랑자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무용수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조선의 전통과 서양 무용을 접목시킨 최승희의 기행문을 보면, 뿌리를 잃지 않으면서도 세계라는 보편성을 획득한 예술가의 모습에 코끝이 시큰거리지만, 친일과 배일의 위험한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는 그녀의 행보가 못내 안쓰럽기도 하다.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한 손기정이 묘사하는 독일 풍경을 읽다 보면, 마치 1936년 베를린 스타디움에서 “하일, 히틀러”를 외치는 독일 국민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같이 생생하고, 이정섭이 묘사한 파리 노동절 집회의 풍경이나 김세용이 참여한 상하이 인도인의 집회 광경을 보면 우리도 어느덧 식민지 조선인이 되어 우리 민족의 독립을 위해 우리가 저 약소민족들에서 배울 것은 없는지를 골똘히 생각해보게 된다.
여행의 목적이 개인적이었든 조선이라는 국가적 혹은 민족적 대의에 있었든, 여행은 치열했고 적극적이었다. 이들은 여행을 통해서 조선의 정치적 기획을 모색하기도 했고, 개인의 정체성을 발견하게도 했으며, 이혼과 불륜이라는 파국으로 삶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 책에 실린 기행문들에는 자신의 삶과 운명에 굴복하지 않았던 그들의 열정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제 오늘날 우리가, 기행문을 통해 그들의 여행에 동반할 차례다.
여행기의 온상, 1930년대 대중잡지 ≪삼천리≫란?
1930년대가 여행의 시대가 된 것에는 기행문의 역할이 컸다. 그리고 기행문이 대중문화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데는 대중잡지의 활약이 눈 부셨는데 ≪삼천리≫가 그 중심에 있었다. 1929년에 창간에 1942년까지 발간된 이 잡지는 식민지 시기 가장 오랫동안 발간된 잡지로 정치, 군사,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방면에 걸친 다양한 기사를 실었고, 각종 지식과 사상, 그리고 문화 동향을 소개하면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삼천리≫는 다양한 기사와 정보 오락거리로 조선 민중들의 숨구멍을 틔워주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었던 검열의 시대에 여행기를 통해서 에둘러 조선의 현재에 대한 진단과 미래에 대한 구상을 담아냈다.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 소개
근대를 향한 정신의 궤적을 따라가는 여행기를 엮다
바야흐로 여행의 시대가 열렸다. 근대의 포문이 열리자 지리의 경계가 흔들리고 이동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한반도로 제국 열강의 손길도 뻗어 들어왔다. 조국의 미래가 풍전등화인데 새로운 문물과 사상이 들어와 뒤섞이니 고뇌와 좌절 속에 새로운 길을 찾고자 하는 열망은 더욱 강해졌다. 그리하여 근대의 조선인들은 대해를 건너 대륙을 지나 있는 바깥세상으로 눈을 돌렸다. 남녀의 가치, 계층의 위계, 조국의 정체성, 타자와의 경계가 모두 흔들리던 대지진 속에서, 그야말로 새로운 이동의 역사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여행이라는 그 고난과 빛의 길을, 근심과 노고로 가득 찬 고통의 길을 고스란히 담은 여행기들을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로 엮었다. 여행기에는 경험적 진실과 이상에 관한 몽환이 담겨 있다. 그래서 여행기란 위기의 비평이자 경험 위의 설계도이다. 근심과 고통으로 가득 찬 동아시아 근대의 지적 변환들이 여행의 경험과 깨달음을 통해 시험되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진정한 여행이란 자신이 속한 사회 속에 창출하고자 하는 새롭거나 오래된 이념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런 까닭에 여행기란 한국과 동아시아 근대에 관한 하나의 징후이자 정신의 궤적이기도 하다. 보았던 것(지식), 보고 싶은 것(희망), 보아야 하는 것(당위)을 연결하는 이 행로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근대를 새롭게 파악할 수 있는 ‘다른 근대’로의 입구를 만난다. 야만인과 신, 좌절과 희망, 문화와 문명 사이에서 흔들리며, 자기를 재구성할 확신과 탈구축할 수 있는 이상을 발견하는 몸과 앎의 모험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근대사의 입구에서 만난 조선의 지식인을 재조명하다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는 근대의 입구에서 고뇌했던 동아시아 지식인들이 남긴 글을 현대 우리말로 옮겨 한 세기 전 근대인들과의 조우의 장(場)을 만들고자 한다. 이동을 통해 불균질한 시공간을 경험했던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들, 그들의 눈에 비친 서양과 타자, 이문화에 대한 경험을 기록한 기행문에는 서구와 비서구, 제국과 식민지, 오리엔탈리즘과 옥시덴탈리즘의 이항대립을 넘어서는 우리 지식인들의 성찰적 인식이 담겨 있다. 그들은 우리 근대정신의 원형이었으나 근래에는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인물들이다.
10년간의 미국 유학길 끝에서 1916년 한국인 최초로 영문 단행본을 미국에서 출간한 김동성은 ≪동아일보≫ 창간 기자, ≪조선일보≫ 발행인 겸 편집인을 역임한 우리나라 3대 기자였으며, 초대 공보처장을 지내며 대한민국 외교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다. 3권에서 만나게 될 조소앙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비서장을 지낸 독립운동가이자 삼균주의 사상가로서 임정의 헌법, 강령의 초안을 집필한 근대사상가이다. 2권 『경성 엘리트의 만국 유람기』에서 엮은, 조선 3대 민족 변호사 허헌, 조선의 로라 박인덕, 스웨덴에서 유학한 최초의 경제학사 최영숙 외 조선의 지식인들 또한 우리 근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름이 바랜 채 오늘을 맞이한 인물들이다. 잊혀진 혹은 가려진 근대의 지식인들을 불러내어 우리 책장에 다시 세우는 것은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가 가진 또 하나의 의미다.
현실문화 출판사와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황호덕 교수가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총서는 앞으로도 목록을 더해가며 동아시아 근대 지식인들의 고뇌와 빛의 여행길에 동반하고자 한다.
식민지 조선인의 꿈과 이상
민족 변호사 허헌,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세계적인 무용가 최승희와 서양화가 나혜석까지
세계여행은 경성 엘리트의 삶과 조선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었을까?
1927년 요코하마, 하와이,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시카고에 도착한 허헌은 시카고 비치호텔 투숙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란다. 하룻밤에 무려 1백 원! 조선에서야 3대 민족 변호사로 잘나가는 허헌이었고 미국 대통령까지 만나는 대표급 지도자였지만, 황금의 나라 미국의 자본주의는 식민지 조선의 엘리트에게는 가늠할 수 없는 신세계였다.
약관의 나이에 혈혈단신으로 머나먼 북국 스웨덴에 유학을 가 경제학사를 취득한 최영숙은 5개 국어에 능통한 수재였다. 유학을 마치고 조선으로 돌아오며 세계여행을 감행한 최영숙은 인도에서 간디와 나이두를 만나고 그 이야기를 기행문으로 남긴다. 인재가 부족한 조국을 위해 경제학을 공부했지만, 고행 끝에 돌아온 조국에는 그녀의 자리가 없었다. 결국 콩나물 장사를 하다가 건강 악화로 죽음을 맞이한 그녀의 나이, 고작 28살이었다.
1930년대, 세계를 여행한 조선의 엘리트들, 그들은 답답한 식민지 조선의 현실 앞에서 무릎 꿇기보다는 원대한 꿈과 이상을 꾸기 위해서 세계로, 세계로 향했다. 조선 3대 민족 인권 변호사 허헌, 세계가 사랑한 한류스타 무용가 최승희, 시대를 앞서간 비운의 서양화가 나혜석, 세계의 강단을 누빈 명연설가 박인덕, 가슴에 조국을 품은 마라토너 손기정, 그리고 조선의 미래를 걱정하는 정치인 안창호까지. 식민지 조선을 대표하는 식자이자 명사였던 이들은 과연 세계를 돌아보며 어떤 상념에 잠겼을까?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조국으로 돌아온 그들의 삶은 과연 여행 전과 어떻게 달라졌을까?
『경성 엘리트의 만국 유람기』는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의 두 번째 권으로, 식민지 시대 조선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대중잡지 ≪삼천리≫에 실린 세계여행 기행문을 엮은 책이다. 난생 처음 가본 여행지 뒷골목에서 엽기적인 경험도 하고, 인도의 간디나 쿨리지 미국 대통령 같은 명사들도 만나는 등 경성 엘리트들의 흥미진진하고 다채로운 여행담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엮은이 성현경은 당시의 기행문들을 오늘날 독자들이 읽기에 어색함이 없도록 현대 우리말로 옮겼으며, 이들의 삶의 궤적과 여행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흥미로운 해설을 덧붙였다. 또한 저자들의 여행 관련 도판 80여 개를 본문과 함께 배치해 독자들이 지은이들을 따라 함께 세계여행을 하는 생동감을 느끼게 했다.
세계를 만난 조선인들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없었다
1930년대는 세계여행의 시대였다. 물론 당시에 세계여행을 갈 수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파리까지 가는데 기차 3등석이 320원이었고, 요코하마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배의 3등석은 110원이었다. 신문기자 월급이 70원, 의사 월급이 100원이었으니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비싼 여비가 세계와 새로운 문물에 대한 욕구, 여행에 대한 욕망까지 막지는 못했다. 종교계의 도움을 받거나 외국에서 초청을 받기도 하고, 사재를 털어서 세계를 둘러보거나 공연이나 대회에 참가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외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식민지 조선인들은 그들의 여행을 관심을 갖고 지켜봤으며, 그들의 여행기를 함께 읽으며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했다. 여행을 통해 세계를 직간접으로 만나고 난 뒤 조선인들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세상과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는 없었다.
이처럼 세계여행은 식민지 조선인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새로운 주체로 만들었다. 식민지라는 현실에 저항하며, 문화와 예술에 대한 개인적인 욕망을 스스럼없이 드러냈던 경성의 엘리트들,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세계여행이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그들이 꿈꿨던 이상, 겪었던 고난이 고스란히 담긴 기행문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근대를 새롭게 파악할 수 있는 ‘다른 근대’의 입구를 만난다.
치열했던 세계여행, 조국과 개인에게 부과된 운명과 맞서다
이 책에 실린 기행문들은 당시 세계여행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것들이다. 당시 세계 여행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을 보이는데, 첫째로 그들은 여행을 통해 조선의 독립과 미래를 그려보았고, 한편으로는 문화와 예술에 집중한 개인적인 여행도 있었다.
당시 조선의 3대 변호사로 이름났던 허헌은 여행을 하는 동안 미국 대통령이나 영국 노동당 당수 같은 유력 인사들을 만나 조선의 사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아일랜드 의회와 법정을 시찰하는 등 거의 외교관이나 다름없는 행보를 보인다. 하지만 고급 호텔 가격에 기겁하기도 하고, 길을 안내해주겠다는 영국 신사를 강도로 오해하며 도망칠 궁리를 하는 모습을 보면, 대표급 지도자라는 그의 위치가 무색할 만큼 세계의 변방에서 온 여느 행랑자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무용수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조선의 전통과 서양 무용을 접목시킨 최승희의 기행문을 보면, 뿌리를 잃지 않으면서도 세계라는 보편성을 획득한 예술가의 모습에 코끝이 시큰거리지만, 친일과 배일의 위험한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는 그녀의 행보가 못내 안쓰럽기도 하다.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한 손기정이 묘사하는 독일 풍경을 읽다 보면, 마치 1936년 베를린 스타디움에서 “하일, 히틀러”를 외치는 독일 국민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같이 생생하고, 이정섭이 묘사한 파리 노동절 집회의 풍경이나 김세용이 참여한 상하이 인도인의 집회 광경을 보면 우리도 어느덧 식민지 조선인이 되어 우리 민족의 독립을 위해 우리가 저 약소민족들에서 배울 것은 없는지를 골똘히 생각해보게 된다.
여행의 목적이 개인적이었든 조선이라는 국가적 혹은 민족적 대의에 있었든, 여행은 치열했고 적극적이었다. 이들은 여행을 통해서 조선의 정치적 기획을 모색하기도 했고, 개인의 정체성을 발견하게도 했으며, 이혼과 불륜이라는 파국으로 삶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 책에 실린 기행문들에는 자신의 삶과 운명에 굴복하지 않았던 그들의 열정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제 오늘날 우리가, 기행문을 통해 그들의 여행에 동반할 차례다.
여행기의 온상, 1930년대 대중잡지 ≪삼천리≫란?
1930년대가 여행의 시대가 된 것에는 기행문의 역할이 컸다. 그리고 기행문이 대중문화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데는 대중잡지의 활약이 눈 부셨는데 ≪삼천리≫가 그 중심에 있었다. 1929년에 창간에 1942년까지 발간된 이 잡지는 식민지 시기 가장 오랫동안 발간된 잡지로 정치, 군사,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방면에 걸친 다양한 기사를 실었고, 각종 지식과 사상, 그리고 문화 동향을 소개하면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삼천리≫는 다양한 기사와 정보 오락거리로 조선 민중들의 숨구멍을 틔워주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었던 검열의 시대에 여행기를 통해서 에둘러 조선의 현재에 대한 진단과 미래에 대한 구상을 담아냈다.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 소개
근대를 향한 정신의 궤적을 따라가는 여행기를 엮다
바야흐로 여행의 시대가 열렸다. 근대의 포문이 열리자 지리의 경계가 흔들리고 이동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한반도로 제국 열강의 손길도 뻗어 들어왔다. 조국의 미래가 풍전등화인데 새로운 문물과 사상이 들어와 뒤섞이니 고뇌와 좌절 속에 새로운 길을 찾고자 하는 열망은 더욱 강해졌다. 그리하여 근대의 조선인들은 대해를 건너 대륙을 지나 있는 바깥세상으로 눈을 돌렸다. 남녀의 가치, 계층의 위계, 조국의 정체성, 타자와의 경계가 모두 흔들리던 대지진 속에서, 그야말로 새로운 이동의 역사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여행이라는 그 고난과 빛의 길을, 근심과 노고로 가득 찬 고통의 길을 고스란히 담은 여행기들을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로 엮었다. 여행기에는 경험적 진실과 이상에 관한 몽환이 담겨 있다. 그래서 여행기란 위기의 비평이자 경험 위의 설계도이다. 근심과 고통으로 가득 찬 동아시아 근대의 지적 변환들이 여행의 경험과 깨달음을 통해 시험되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진정한 여행이란 자신이 속한 사회 속에 창출하고자 하는 새롭거나 오래된 이념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런 까닭에 여행기란 한국과 동아시아 근대에 관한 하나의 징후이자 정신의 궤적이기도 하다. 보았던 것(지식), 보고 싶은 것(희망), 보아야 하는 것(당위)을 연결하는 이 행로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근대를 새롭게 파악할 수 있는 ‘다른 근대’로의 입구를 만난다. 야만인과 신, 좌절과 희망, 문화와 문명 사이에서 흔들리며, 자기를 재구성할 확신과 탈구축할 수 있는 이상을 발견하는 몸과 앎의 모험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근대사의 입구에서 만난 조선의 지식인을 재조명하다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는 근대의 입구에서 고뇌했던 동아시아 지식인들이 남긴 글을 현대 우리말로 옮겨 한 세기 전 근대인들과의 조우의 장(場)을 만들고자 한다. 이동을 통해 불균질한 시공간을 경험했던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들, 그들의 눈에 비친 서양과 타자, 이문화에 대한 경험을 기록한 기행문에는 서구와 비서구, 제국과 식민지, 오리엔탈리즘과 옥시덴탈리즘의 이항대립을 넘어서는 우리 지식인들의 성찰적 인식이 담겨 있다. 그들은 우리 근대정신의 원형이었으나 근래에는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인물들이다.
10년간의 미국 유학길 끝에서 1916년 한국인 최초로 영문 단행본을 미국에서 출간한 김동성은 ≪동아일보≫ 창간 기자, ≪조선일보≫ 발행인 겸 편집인을 역임한 우리나라 3대 기자였으며, 초대 공보처장을 지내며 대한민국 외교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다. 3권에서 만나게 될 조소앙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비서장을 지낸 독립운동가이자 삼균주의 사상가로서 임정의 헌법, 강령의 초안을 집필한 근대사상가이다. 2권 『경성 엘리트의 만국 유람기』에서 엮은, 조선 3대 민족 변호사 허헌, 조선의 로라 박인덕, 스웨덴에서 유학한 최초의 경제학사 최영숙 외 조선의 지식인들 또한 우리 근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름이 바랜 채 오늘을 맞이한 인물들이다. 잊혀진 혹은 가려진 근대의 지식인들을 불러내어 우리 책장에 다시 세우는 것은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가 가진 또 하나의 의미다.
현실문화 출판사와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황호덕 교수가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총서는 앞으로도 목록을 더해가며 동아시아 근대 지식인들의 고뇌와 빛의 여행길에 동반하고자 한다.
출처 : 현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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