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소개
몸을 이용한 운동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걷기'를 다각도에서 예찬한 산문집이다. '걷기의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이야기한 책이라면 그게 여행서든 인문서든, 소설이든 죄다 인용하고 끌어다 댄다. '걷기'를 통해 본 독서에세이라고나 할까?
작년에 출간된 <걷는 행복>이 연상됨은 물론. <걷는 행복>이 인종의 발전과정에 따라 걷기의 서사적 변화를 짚어보고, 걷기가 주는 혜택을 논한 책이라면 <걷기 예찬>은 책과 인물을 통해 본 걷기 예찬이다. 몸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저작이란 점에서는 똑같지만, 예찬의 방법이 다른 것이다.
소제목만 보아도 걷는 즐거움이 얼마나 다양한 지 알 수 있다. 지은이는 혼자서 걷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일러준다. 노래를 부르거나, 가만히 서서 쇼윈도를 바라보아도 '왜?'라고 묻는 사람도 없고, 사색에 빠지기에도 너무 좋다는 것.
이렇게 걷기를 즐긴 사람들 중에는 헨리 데이빗 소로, (젊은 시절의) 장 자크 루소, 빅토르 세갈렌, 피에르 쌍소, 랭보, 스티븐슨, 그리고 일본 하이쿠 시인 바쇼 등이 있다. 이들은 여행을 즐겼으며, 걷는 동안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사랑했다.
그러니까 이들은 (또 지은이는) 운동 차원에서의 '걷기'를 말한 게 아니다. 이들에게 '걷기'란, 자기 자신에게 충실할 수 있는 방편으로서의 걷기, 현대의 속도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걷기, 몸이 베푸는 혜택으로서의 걷기를 총칭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이 책은 읽는 행위에서조차 '혼자 걷는 것'과 같은 쾌감을 느끼게 한다. 문학과 산문, 인문학, 사람들의 숲으로 나 있는 소로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한 권의 책을 다 읽게 되니까.
출처 : 교보문고
2. 저자
다비드 르 브르통
다비드 르 브르통 (David Le Breton)
현재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의 사회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오래 전부터 '몸'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 <몸과 사회>, <몸과 현대성의 인류학>, <위험의 열정>, <살아있는 살>, <고통의 인류학>, <몸이여 안녕> 등의 책을 펴냈다.
김화영 (역자)
1942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불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 프랑스 프로방스 대학교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에는 <지중해, 내 푸른 영혼>, <문학 상상력의 연구 - 알베르 카뮈론>, <프레베르여 안녕>, <예술의 성>, <미당 서정주의 시에 대하여> 등이 있고 옮긴책으로는 <알베르 카뮈를 찾아>, <이방인>, <결혼, 여름>, <앙드레 말로>, <예술과 영혼> 등이 있다.
[역자의 말]
세계가 우리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 파악하기 어려워질 때 그 지주로서 남는 것은 몸이다. 몸은 알쏭달쏭하여 감이 잡히지 않는 삶 속에서 살을 다시 찾아가질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이다. 몸을 다듬는 것은 세계에 매달리는 하나의 방식으로 변했다. 몸은 무한히 재조정되는 어떤 아이덴티티의 부대사항으로 승격했다.
외관은 가장 밀도 짙은 깊이의 장소가 되었다. 폴 발레리가 말했듯이 '가장 깊은 것은 피부다' 그래서 <걷기예찬>은 삶의 예찬이요 생명의 예찬인 동시에 깊은 인식의 예찬이다. - 김화영 (옮긴이)
출처 : 교보문고
3. 목차
- 길떠나는 문턱에서 ... 7
- 걷는 맛 ... 19
.걷기 ... 21
.첫걸음 ... 28
.시간의 왕국 ... 32
.몸 ... 37
.짐 ... 46
.혼자서 아니면 여럿이? ... 49
.상처 ... 56
.침묵 ... 68
.노래 부르기 ... 79
.움직이지 않고 오래 걷기 ... 83
.세상을 향하여 마음을 열다 ... 88
.이름 ... 95
.세계라는 극장 ... 101
.물, 불, 공기, 땅, 그 원소들의 세계 ... 107
.동물들 ... 122
.사회를 비껴가는 길 ... 130
.산책 ... 136
.글로 쓰는 여행 ... 139
.걸을 수 있는 세계는 줄어들고 ... 143
- 지평을 걷는 사람들 ... 149
.카베사 데 바카 ... 151
.톰북투를 향해서 걸어가다 ... 155
.큰 호수들을 향한 걸음 ... 166
.스마라의 길 ... 177
- 도시에서 걷기 ... 185
.도시의 몸 ... 187
.걷기의 리듬 ... 204
.듣기 ... 209
.보기 ... 216
.느끼기 ... 220
.냄새 맡기 ... 223
- 걷기의 정신성 ... 225
.정신적 순회 ... 227
.신들과 함께 걷다 ... 240
.거듭나기로서의 걷기 ... 250
.여행의 끝 ... 258
- 옮긴이의 말 -
.걷는 즐거움에로의 초대 ... 262
출처 : 본문 중에서
4. 책 속으로
걷기는 집의 반대다. 걷기는 어떤 거처를 향유하는 것의 반대다. 우연히 내딛는 걸음걸음이 길 저 너머의 나그네로 변모 시키기 때문이다. ..
권태 역시 하나의 조용한 관능적 쾌감일 수 있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평소의 광란을 벗어난 잠정적 철수 상태일 수 있다. ..
발걸음의 문화는 덧없음의 고뇌를 진정시켜준다. 비행기를 타고 3천 킬로를 날아갈 때는 내 인생을 시간 단위로 계산하고 걸어서 30킬로를 갈 때는 시간을 일년 단위로 계산한다. ..
걸어서 여행하는 사람은 누구에게 무엇을 보고해야 할 의무 같은 것은 없는 자유인이다. 그야말로 기회와 가능성의 인간이요 흘러가는 시간의 예술. 길을 따라가며 수많은 발견을 축적하는 변화무쌍한 상황의 나그네다. ..
보행은 그 어떤 감각도 소홀히 하지 않는 모든 감각의 경험이다. 미각까지도 소홀히 하지 않는 전신감각의 경험이다. ..
출처 : 교보문고
5. 출판사 서평
■ 걷기의 즐거움, 몸의 자유로운 감각에로의 초대
《걷기예찬》은 제어장치 없이 돌아가고 있는 현대사회의 속도에 제동을 걸고, 몸의 의미를 본래대로 되돌려놓고 있는 책이다. 다른 '걷기'에 관한 책들과 구별되는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걷기를 '생명의 예찬인 동시에 깊은 인식의 예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초고속광통신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낸 현대사회 속에서 몸이란 그러한 장치들을 보조하는 수단, 혹은 군더더기로 전락하고 있다. 누군가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대낮의 도심 속을 느긋하게 걸어간다면 그는 할일 없는 사람, 팔자 좋은 사람이란 오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걷기'만큼 삶의 불안과 고민을 해소하고 정신적으로 평온함을 주는 대체물도 없다. 한걸음씩 내딛는 순간에 느껴지는 몸의 육체적인 감각을 통해서 정신은 더 넓은 세계로 걸어나간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로 시작되고 있는 서두는 걷기에 대한 저자의 철학을 잘 집약하고 있다. 이 책에서 걷는다는 것은 몸으로 걷는다는 것을 뜻하며, 몸은 정신과 합일된 몸을 지칭하고 있다. 때문에 문득문득 보여주고 있는 동양적인 존재론이 낯설지 않다. 영혼의 구원에 가까운 길 떠남을 저자는 다음처럼 적고 있다. '길은 구체적인 걷기 체험을 통해서, 때로는 그 혹독한 고통을 통해서, 근원적인 것의 중요함을 일깨움으로써, 인간으로 하여금 고통스런 개인적 역사와 인연을 끊어버리고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일상의 길에서 멀리 떨어진 내면의 지름길을 열도록 해준다.'
우리의 생활 터전이 도시화될수록 개인은, 몸은 소외된다. 지금 당장 문을 열고 거리로 나서보라. 끊임없이 밀리는 자동차와 사람들, 그리고 온갖 통제할 수 없는 소음들. 보통의 경우, 걷기란 일에 필요한 약속시간을 맞추기 위한 걷기, 즉 노동의 연장선일 따름이다. 게다가 걷다가 지쳐도 마땅히 앉을 곳이 없는 비인간적인 길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조용히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고 길을 나서는 행위는 '저항'내지는 '모험'에 가까운 것이 되었다. 즉, 걷기란 '미친 듯한 리듬을 타고 돌아가는' 현대성에 대한 도전이며, 개인적 존재의 확인인 동시에 '승리'의 보증이 된다.
저자는 '몸'과 '걷기'의 중요성과 행복을 강조하고 있지만, 걷기의 즐거움 못지않게 읽기의 즐거움에도 감각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깊은 인식이 배어있는 행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초대하고 있는 다양한 텍스트는 예사로운 에세이를 넘어서게 만든다. 우리는 이 책의 페이지들을 산책하면서 장 자크 루소, 피에르 상소, 랭보, 패트릭 리 퍼모, 스티븐슨, 그리고 일본 하이쿠의 대가 바쇼 등, 훌륭한 여행가들을 만나 한동안 길동무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현대문학
'2018년 추천 도서(18.3~19.2)' 카테고리의 다른 글
4월의 추천도서(1883) 검은 책 - 오르한 파묵 (0) | 2018.04.27 |
---|---|
4월의 추천도서(1882) 검사내전 - 김웅 (0) | 2018.04.26 |
4월의 추천도서(1880) 걷기, 철학자의 생각법 - 로제 폴 드루아 (0) | 2018.04.24 |
4월의 추천도서(1879) 건축왕, 경성을 만들다 - 김경민 (0) | 2018.04.23 |
4월의 추천도서(1878) 건강이 샘솟는 웃음 성공을 부르는 웃음 - 노만택 (0) | 2018.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