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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추천 도서(20.3~21.2)

2월의 추천도서(2899) 나는 롱테일 검사입니다

1. 책소개

 

현직 형사부 검사가 겪은 사람과 사건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자주 왜곡되는 검사, 언론에서 좋든 나쁘든 대활약을 펼치는 것으로 보도되는 일부 검사. 많은 국민들은 이를 전체 검사의 모습으로 보아오고 있다. 필자는 이 책에서,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검사들의 솔직한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다. 요즘 많은 검사들이 뉴스를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인터넷 신문기사에서 빠지지 않는 검찰 뉴스. 기사를 보면 반박하고 싶은 것도 많다. 그러나 “미운 사람은 무슨 말을 해도 그 말이 틀리게 들린다”는 어느 교수님 말씀이 생각나 침묵한다.
영화, 드라마에서 검사는 대부분 부정적으로 묘사된다. 뇌물을 받아 사건을 왜곡하는 검사, 출세를 위해 권력에 아첨하는 검사, 부호들과 결탁하여 온갖 향락을 즐기는 검사. 도대체 영화, 드라마 속 검사는 언제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최근 국민들에게 검사는 부정의 아이콘으로, 그리고 검찰은 개혁의 대상으로 비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국가기관은 모두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고,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검사도 마찬가지다. 다만 검사에게 주어진 사명을 어떻게 변경할 것이냐는 “옛 것을 제대로 알고서 새로운 것을 안다”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정신에 따라야 한다고 본다.
검사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검사에 대해 막연히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다가 한참 후에 나의 설명을 듣고서야 “정말이냐? 그 말이 사실이냐?”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많다. 얇은 커튼 뒤에 있는 물건은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아 조금 과장하여 말하면 개미가 코끼리로 둔갑되기도 한다. 그처럼 주위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검사라는 직업, 드러나지 않은 검사의 업무와 일상 때문에 잘못된 일부 검사의 이미지가 마치 전체의 모습인양 비치고 있어 안타깝다.
나는 검사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틀리다고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검찰을 대표하는 대다수 검사들의 일과 생활이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이전에 검사를 주제로 하는 드라마에서 어린 아들이 친구들에게 검사인 아빠의 직업을 말하지 못하고 숨기는 장면을 보았다. 사실 국민들의 시선이 좋지 않아 검사라는 직업을 밝히기가 꺼려지기도 한다. 어려운 시험을 합격하고 검사가 되어 밤늦게까지 일하면서도 힘들어하지 않았던 것은 검사로서의 자긍심과 명예 때문이었다. 그런데 국민들의 계속되는 지탄에 지금껏 검사들을 버티게 해주었던 ‘자긍심’과 ‘명예’, 나아가 검사로서의 자존감마저 무너지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검사, 독립된 관청인 개개의 검사, 이렇듯 검사는 특별한 지위가 부여되어 있다. 왜일까? 이는 1950년대, 1990년대 역사적으로 큰 사건들을 경험하면서 국민들은 검사에게 지금의 권한을 하나씩 하나씩 부여하였다. 그러나 그 권한이 일부 남용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국민들은 다시 이를 회수하고 있다.
검사에게 어떤 사명을 부여할지는 전적으로 국민들의 권한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껏 자랑스럽게 생각해온 나의 직업, 지금껏 선망의 대상이었던 검사가 마치 죄인이 된 것처럼 평가받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나의 직업인 검사, 돌아가신 내 부모님께서 자랑스럽게 생각하셨던 검사. 그 검사의 마음을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

 

출처:교보문고

 

2. 저자

 

저자 :정경진

제4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31기
前 감사원 행정공무원
現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부장검사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 검사들의 피땀 어린 수많은 결정들이 언론의 초점을 받는 몇 개 안되는 정치적 사건에 대한 신뢰받지 못할 결정 때문에 한꺼번에 매도되고 검찰 전체가 정치의 예속자로 평가절하되고 있다.”
이는 25년 전 어느 검사 선배가 신문에 기고한 내용이다. 수십 년이 흘렀는데도 검사들이 느끼는 생각은 여전히 똑같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좋든 나쁘든 언론에 오르내리는 현란한 사건들과 저명한 검사만 국민들에게 인식되었을 뿐 묵묵히 일해온 대다수 형사부 검사들과 그들의 정성어린 사건은 알지 못한다. 하루 내내 집안일을 해도 도대체 집에서 뭐하냐고 아버지로부터 힐난 받던 우리의 어머니들과 같다고 할까.
언론이나 드라마, 영화에서 비춰지는 검사들의 모습. 모르는 분들은 그것이 전체 검사의 일과 삶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 여론이나 시대조류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맡은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며 밤새 일하는 검사들이 많다. 그런 검사들이 실제로 대부분이다. 단 한 명의 국민이라도 이 책을 읽고 대한민국 검사의 실상을 알아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족하다. 그것뿐이다.

 

출처:교보문고

 

3. 목차

 

프롤로그/ 4
나는 국민들과 함께 울고 웃는 형사부 검사/ 12

1.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담긴 사건 이야기
사기결혼에 고통 받는 중년의 여성들/ 21
가족결혼사기단에 인생을 편취 당한 슬픈 여인들/ 31
신데렐라 꿈속에서 사라진 그녀/ 51
이런 가해자를 어떻게 탓하랴/ 59
유학생의 마지막 전화/ 67
너무 슬픈 막장 드라마/ 72
위선의 끝판왕/ 78
비뚤어진 욕망을 가진 변태남/ 85
친구, 돈…… 뭣이 중헌디?/ 93
3년 동안 죽은 형부를 찾아 헤맨 아름다운 처제/ 101
사람은 절대 두 번 죽지 않는다/ 104
산후우울증에 걸린 산모의 눈물/ 111
하루만 더 버텼더라면/ 115
화려한 부침개 유세/ 120

2. 롱테일 검사의 에세이
초임검사 볼펜을 책상에 내던지다/ 129
셋이 짜고치는 고스톱이죠? 누가 모를 줄 알아요?/ 133
겉과 속이 다른 검사/ 137
긴장 속에 움직이는 검사 25시/ 142
마티즈, 그랜저, 페라리…… 가장 좋은 차는?/ 149
깔대기형, 스폰지형, 설사형…… 진정한 리더는?/ 154
생소하고 이해하지 못할 검찰 문화/ 159
평생을 함께 할 세 친구/ 169

3. 형사부 검사들의 신문고
끊임없이 밀려오는 기록 쓰나미/ 177
진정에 신음하는 형사부 검사/ 182
무분별한 고소고발로 오히려 피해 받는 국민/ 187
‘하지마라’와 ‘소통’의 딜레마/ 191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198
검사들에 대한 국민들의 오해/ 203
피라미드 검찰청과 평생 검사/ 208
새롭게 변화되는 형사 시스템/ 212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220
마지막 이야기/ 224

에필로그/ 228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 경제학 용어에 파레토의 법칙(Pareto’s principle)과 롱테일 법칙(Long tail principle)이 있다. 파레토의 법칙은 전체 100% 중 상위 20%가 주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이론으로, 통계적으로 상위 20%가 전체 생산의 80%를 이루어낸다는 설명이다. 반면, 롱테일의 법칙은 하위 80%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는 이론으로, 80%의 다수가 20%의 뛰어난 소수보다 더 많은 가치와 업적을 창출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적용되는 이론으로, 나름 우수한 자원이 모이는 검찰조직도 두 이론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다. 나는 롱테일 법칙의 대명사, 형사부 검사다. 지금부터 국민들과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눈 이야기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다.(13쪽)

- 요즘 언론을 통해 형사부, 공판부라는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으나, 지금껏 형사부 검사의 업무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러한 형사부 검사들의 사건과 삶의 이야기를 독자분들께 들려드리고 싶다.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검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형사부 검사들의 진솔한 이야기다. 이 책은 검찰의 모습을 학술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거악척결이나 사회부패나 부조리를 파헤치는 그런 내용은 더더욱 아니다. 그냥 형사부 검사가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다. (17쪽)

- 1950년대부터 독재정권을 등에 지고 정국을 휘어잡는 경찰국가가 이어지다가 1990년대 민주화 운동이 이어지며 점차 검찰이 경찰을 통제하기 시작한 후 어느 덧 30년이 흘렀다. 지금까지 검찰의 무분별한 권한남용에 대한 대가로 이제는 검찰개혁이라는 저항할 수 없는 역사적 흐름에 직면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거악척결에 반드시 필요한 기관이라는 명분으로, 수사권 조정은 시기상조론이라는 오래전 주장의 답습으로 검찰이 가지고 있는 권한을 계속 보유하려다가 결국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되었다. 가진 것을 한없이 움켜쥐고 놓지 않은 결과일 것이다. 지금도 경찰의 복종의무가 존재하던 시절, 사회적으로 큰 사건이 발생하면 검찰이 중심이 되어 모든 것을 컨트롤하던 시절의 향수에 검사들이 젖어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환골탈태해야 새롭게 태어나지 않을까? 산불로 모든 것이 소멸된 황폐한 산에서 파란 새싹이 돋아나듯이.(222쪽)

- 요즘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많이 잃고 있다. 검찰은 지금껏 개혁대상으로 분류되어 외부에서 검찰의 체질을 개선시키고 있는데 이 또한 보다 나은 검찰, 국민을 위한 검찰로 나아가기 위한 진통의 한 과정일 것이다. 그러나 외부에 의한 개혁도 중요하지만 검찰 스스로에 의한 개혁이 더 우선되어야 진정한 개혁의 마침표를 찍지 않을까? 이런 의미에서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묘지 영국성공회의의 한 사제가 남긴 비문에 적힌 글은 검사인 나에게 많은 여운을 남긴다. ‘내가 젊고 자유로워 상상력에 한계가 없을 때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좀 더 나이가 들고 지혜를 얻었을 때 나는 세상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내 시야를 약간 좁혀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변화시켜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 황혼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마지막 시도로 나와 가장 가까운 내 가족을 변화시키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그러나 아무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누운 자리에서 나는 문득 깨닫는다. 만일 내가 내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다면 그것을 보고 내 가족이 변화되었으리라는 것을 또한 그것에 용기를 얻어 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었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누가 아는가? 세상도 변화되었을지.’(224쪽) 

 

출처: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