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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추천도서(25.3~)/2025-12

12월의 추천도서 (4657) 좋은 담장 좋은 이웃

 

 

 

1. 책소개

 

“대한민국은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까?”
 

이 책의 저자 송민순은 대한민국 제34대 외교부장관, 대통령실 통일외교안보실장, 그리고 18대 국회의원 등으로 일하며, 한·미 동맹을 발전시키고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한민국 외교와 안보 정책 결정 과정의 한가운데 있었다. 동서 간 데탕트와 동유럽의 체제 전환, 그리고 탈냉전기 외교의 현장을 생생하게 지켜보고 대한민국의 길을 열어 왔다. 그런 저자가 《빙하는 움직인다》 이후 10여 년의 고민과 토론을 거쳐, 12개의 핵심적인 질문에 답하면서 던진 핵심 키워드가 전략적 ‘자율’과 남북 간 ‘공존’이다.
먼저, 트럼프 2기까지 등장하여 세계질서가 전환되고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등장한 현실에서 ‘대한민국 안보에 구명조끼라도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우리가 언제까지, 마치 ‘설탕 발린 화약통sugar-coated tinderbox’을 입에 물고 어디까지 깨물어야 화약이 터질지를 시험하듯 현실에 안주하고 있을 수 있는지 심각하게 경고한다.


‘자립형 동맹으로 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서는 미국에 대한 의존형 동맹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한국의 핵 능력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물으면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사실상 허상인 상황이라면, 우리도 국제 비확산 규범 내에서 잠재적 핵 능력을 확보하여 남북 간 핵 균형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반도에서 미국의 핵우산과 북한의 핵만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핵우산과 함께 한국도 한반도에서 핵 균형을 이루는 한 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혼돈의 국제 질서와 흔들리는 한·미 동맹의 현실에서 우리가 안보의 구명조끼를 갖추게 된다고 보면서, 당연히 전시작전통제권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국가 안보의 자율성을 가질 수 있는 길이 여기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남북이 좋은 담장, 좋은 이웃으로 살면 어떤가?’의 질문에서는 현행 헌법상 남·북이 외국은 아니지만, 국가 간의 통상적 관계가 적용되는 정상적 이웃으로 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과 북의 ‘안정과 공존’을 통해 북한의 핵 위협뿐 아니라, 부침을 거듭하는 남·북 관계가 우리에게 지우는 무거운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의 길을 포기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당장 실현 가능성도 없는 통일이라는 허상에 발목이 잡혀서도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권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던진다. ‘70년 이상 지속된 실존적 안보 위기 속에서, 한국 정치의 양대 진영은 안보의 위기와 해소를 정치 도구화하는 데 익숙해진 것을 적시한다. ‘보수는 위기의 등장을, 진보는 위기의 해소를 부각시킴으로써 득표에 활용’하는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헤쳐 나가기 어려운 바다를 만난
‘대한민국호號’의 미래 전략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결국 한반도 안팎의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차가운 평화’를 거쳐 ‘따뜻한 평화’로 가는 공존 양식을 설정하고, 우리가 바라는 자아상에 도달하기 위한 경로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의 미래를 위한 ‘공감의 창’을 조금이라도 넓힐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 책에 담았다고 한다.
저자는, 지난 반세기에 걸쳐 국가의 안위와 발전의 초석이 되어 온 한·미 동맹을 발전시키고, 남·북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필요한 국제적 환경을 만드는 데 그 열정을 다했다. 그리고 공직을 떠나서는 대학에서 현장의 경험을 학문적으로 조명하는 작업에 천착해왔다.


저자가 걸어온 길에서 가장 긍지를 가지는 발자취는 지금의 한·미 동맹을 이루는 주요 기둥들을 튼튼히 하고,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한반도 평화의 틀을 모색한 일들이다. 저자는 한·미 관계에서 불평등의 상징으로 간주되었던 주둔군 지위 협정SOFA의 개정, 방위비 분담의 제도적 틀을 마련한 특별 조치 협정SMA의 체결, 군사력의 핵심 요소인 미사일의 사거리 확장을 위한 ‘한·미 미사일 양해각서’ 체결 같은 작업들을 해왔다. 그리고 1990년대 말 한·미·일이 공동으로 대북 정책을 수립하기 시작한 ‘페리 프로세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미·중의 ‘제네바 4자 회담’, 그리고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베이징 6자 회담의 9·19 공동성명’ 채택을 포함하여 일련의 다자적 평화 구축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립하는 데 주력했다.
이런 일련의 경로를 밟으면서 저자는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등장하는 것을 막아서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문을 열어 둘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2017년 말 북한이 핵 국가로 등장했다. 그리고 사용 가능한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 북한은 그 이전의 북한과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었다.


이러한 한반도의 변화는 물론 작금의 세계적 소용돌이를 감안할 때, 저자는 앞으로 상당 기간에 걸쳐 협상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는 도달할 가능성이 없는 허상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더 나아가 ‘핵을 버리지 못하는 북한이 핵을 버릴 것’이라는 전제로 대북정책을 전개하는 것은 당연히 비현실적인 접근이라고 강조한다.
한국은 나라의 안위를 절대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 미국의 대외 정책이 건국 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내부의 분열 상태에 빠지면서 요동치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2기)의 등장이 이런 혼돈을 더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험난한 세계 속에서 한국의 외교 안보 정책까지 무게중심과 지속성을 잃어가면 나라의 앞길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성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가장 큰 걱정이다.


“세계인들이 한국인들을 바라보면서 하는 말은 ‘스스로에 대해 두 가지를 잘 모른다. 얼마나 잘사는지와 얼마나 위험한 곳에 살고 있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잘살고 있는지’는 어느 정도 인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에 대한 인식은 더 희박해지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 바깥의 관찰자들이 한국인에 대해 흔히 하는 이 말을 전하면서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가 10년여 세월에 걸쳐 완성한 이 책을 통해 던지는 제안은 보수적이지도 않고 진보적이지도 않다. 다만 저자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지금은 물론 상당히 먼 미래에까지 우리에게 주어질 여건을 생각할 때 최선의 길이라고 믿는 자신의 주장을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 있을 뿐이다. 저자의 바람대로, 이제 토론을 거쳐 여론을 만들고, 그 바탕에서 미래로 향하는 국론을 만들 때가 되었다. “이 책이 ‘평화·번영·통일’이라는 국가적 염원을 향해 가는 토론의 작은 화두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말이 꼭 실현되기를 기원한다.


이 책은 4개의 부, 12개의 장, 그리고 읽을거리가 풍부한 29개의 ‘Tip’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외교·안보·통일 분야에 얼마나 파고들었는지는 이 책의 말미에 수록된 방대한 주석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저자의 박식함에, 그 저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저자의 주장이 담긴 12개의 장을 따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미래를 내다보는 ‘나’만의 안목이 생기게 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의 안보와 통일에 대한 12가지의 ‘질문과 대답’을 통해, 지금 전개되고 있는 혼돈의 세계를 오히려 대한민국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발판으로 만드는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현장의 경험에 입각한 인식을 비판적 이성으로 충분히 검증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 나의 ‘대답’은 여러 ‘해답’ 중의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제기된 ‘질문’에 대해서는 반드시 국론을 담은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이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던지는 12개의 질문은 무엇일까? 책의 장 제목이기도 한 12개의 질문만 보아도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한눈에 알 수 있다. 그 12개의 질문을 소개하면서 이 책 《좋은 담장 좋은 이웃》의 안내를 마친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12개의 질문

첫 번째_국가 안보와 통일 정책, 이대로 가도 되는가?
두 번째_미국은 어디까지 한국을 보호해줄 것인가?
세 번째_한국의 안보에 최후의 안전장치는 있는가?
네 번째_자립형 동맹으로 갈 수 있는가?
다섯 번째_한반도 비핵화는 실제 가능한가?
여섯 번째_한국의 핵 능력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일곱 번째_통일은 가까운 장래에 가능한가?
여덟 번째_북한은 붕괴할 것인가?
아홉 번째_평화와 통일의 정책은 왜 성공하지 못했는가?
열 번째_‘좋은 담장과 좋은 이웃’으로 살면 어떤가?
열한 번째_남·북 공존의 장애는 극복할 수 있는가?
열두 번째_‘정상적 이웃’, 주변국 관계는 어떻게 되는가?

 

출처:본문중에서

 

 

 

 

 

2. 저자

 

저자: 송민순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마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했다. 1975년 외무고시를 거쳐 외교부에 들어가 33년간 주로 국가 안보와 통일 외교 업무를 맡았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베이징 6자 회담의 수석대표로서 2005년 9·19 공동성명을 도출하는 데 역할을 했고, 1999년 제네바 남·북·미·중 4자 평화회담 차석대표를 맡았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 방위비 분담 협정 체결, 한·미 미사일 합의 개정을 통해 한·미 동맹을 미래형으로 발전시키고자 했다.
1979년 동서 분단의 현장이었던 서베를린 부영사로 시작해 인도, 미국, 싱가포르 대사관을 거쳐 강대국 정치 수난의 역사를 지닌 폴란드 주재 대사를 지냈다. 외교부 안보과장, 북미국장, 기획관리실장, 차관보로 일했다. 김영삼 대통령의 국제 안보 비서관, 김대중 대통령의 외교 비서관, 노무현 대통령의 통일 외교 안보 정책실장을 거쳐 제34대 외교통상부장관을 역임했다. 그리고 제18대 국회의원(비례대표)과 제5대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을 지냈다.
저서로 비핵화와 통일 외교의 현장을 회고한 《빙하는 움직인다》가 있다.

 

출처:본문중에서

 

 

 

 

 

3. 목차

 

책머리에_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4
프롤로그_혼돈의 세계질서와 대한민국의 새로운 지평……12
혼돈의 시대와 한국……12 | 달라진 미국의 등장……14
야심 찬 중화민족주의의 대두……16 | 일본의 역할 확대……18
러·북 동맹의 부상……20 | 핵 국가 북한의 등장과 적대적 두 국가 선언……21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한국……22 | 한국은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가?……24

1부_안보의 구명조끼
1 국가 안보와 통일 정책, 이대로 가도 되는가?……31
새로운 바다, 새로운 항로……31 | 3중의 속박……36
세 개의 길……39 | 차가운 평화/소극적 평화……42
2 미국은 어디까지 한국을 보호해줄 것인가?……49
America First와 핵우산……49 | 한·미 동맹과 확장 억제……59
계획과 실행의 간격……61 | 한·미 동맹의 양날……66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68
대만해협 충돌과 한반도……77 |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80
3 한국의 안보에 최후의 안전장치는 있는가?……83
핵우산과 최후의 안전장치……83 | 핵우산의 회색 영역……86 | 핵의 사용 방식……88
핵과 3축 체계……90 | 핵 협의 그룹, 핵 기획 그룹……92
전술핵 배치와 핵 공유……96 | 사드의 교훈……101

2부_자립형 동맹
4 자립형 동맹으로 갈 수 있는가?……111
4개의 중첩 경로……111 | 작전 통제 체계……114 | 타국의 사례와 역사의 교훈……118
이기적 유전자……122 | 무기와 사기……126
5 한반도 비핵화는 실제 가능한가?……129
북한 핵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대립……129 | 비핵화의 정의와 핵 포기의 조건……137
북한이 추구하는 핵의 효용……146 | 제재의 신화……149
6 한국의 핵 능력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158
핵보유국 분류와 한국의 위치……158 | 무기화되지 않은 핵무기 체계……161
미국의 반대 명분과 이중 기준……163 | 한국과 일본의 차별……174
핵무기의 효용과 교훈……176 | 잠재적 핵 능력 확보……190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연료 재처리……194
한·미 원자력 협력 협정의 운용과 개정……198 | 덜 위험하고 덜 무거운 선택……207

3부_멀어진 한반도 평화와 통일
7 통일은 가까운 장래에 가능한가?……213
수단 없는 목표……213 | 통일에 필요한 4대 역량……219
국내 통합과 남·북 화해……220 | 주변국 설득……222
한국전쟁 휴전과 힘의 균형……225 | 한반도와 중국……229
동아시아ㅡ미·중 대립……232 | 미·중의 한반도 통일 협력은 환상……238
기존 정책이 국가이익에 미치는 영향……239 | 살계경후殺鷄儆?의 대상……243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주장……246
8 북한은 붕괴할 것인가?……253
신념의 비약……253 | 북한의 붕괴를 거부하는 중국……264
정권 교체와 체제 전환……267
9 평화와 통일의 정책은 왜 성공하지 못했는가?……272
따뜻한 평화/적극적 평화 구축의 기회……272
1차 기회의 상실ㅡ남·북·미·중 교차 수교의 불발……274
2차 기회의 상실ㅡ제네바 북·미 회담과 6자 회담……280
북한의 핵실험ㅡ비핵화 협상의 침몰……284 | 핵보유국 등장ㅡ핵·경제 병진 정책……289
판문점, 싱가포르, 하노이 드라마……291

4부_좋은 담장, 좋은 이웃
10 ‘좋은 담장과 좋은 이웃’으로 살면 어떤가?……303
좋은 담장, 좋은 이웃……303 | ‘차가운 평화/소극적 평화’ㅡ봉쇄와 관여의 역사……304
정상적 이웃 관계ㅡ국력 증강의 길……307 | 한국이 주도하는 게임……317
비판과 반론……319
11 남·북 공존의 장애는 극복할 수 있는가?……335
상호 위협 인식과 북한 핵……335 | 한·미 동맹과 북·중 동맹의 대칭……338
비非공세적 국방 정책……342 | 기존 장치와 제도의 운용……345
경계선/휴전선의 관리……351 | 가치 체계의 차이……353
경제 수준의 격차……354 | 대북 제재와 해제……356
12 ‘정상적 이웃’, 주변국 관계는 어떻게 되는가?……359
미국의 시각과 한·미 관계……359 | 중국의 시각과 한·중 관계……375
일본의 시각과 한·일 관계……394 | 러시아의 시각과 한·러 관계……402

에필로그_설탕 발린 화약통……406
감사의 말……411
주석……412
찾아보기……438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ㆍ 한국은 지난 75년에 걸쳐 국가 목표로 지향해온 ‘평화·번영·통일’이라는 물잔의 반을 채우는 데 성공했다. 이제 물잔의 나머지 반을 채우기 위해서는 익숙하지 않은 바다를 헤쳐 나가는 데 성공해야 한다. p.13
ㆍ 이처럼 한국에게 익숙하고 편리했던 ‘구세계’는 가고, 그 자리에 각자도생의 험난한 ‘신세계’가 덮쳐 오고 있다. 법과 권위보다는 거센 힘이 지배하는 홉스적 세계질서Hobbesian world order에 가까워지는 중이다. p.22
ㆍ 미국이 한국과 함께 북한의 핵을 억제하고 방어하기 위한 미사일 방어체계를 만들고, 선제공격과 대량 보복 능력을 구축하는 것은 사실상 ‘핵보유국 북한’의 존재를 직시하는 조치들이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선언적 언어’와는 다른 ‘실천적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다. p.36
ㆍ 한국은 미·소의 냉전 종식 선언 이후, ‘휴전의 정착’과 ‘냉전의 종식’이라는 2단계, 그리고 ‘차가운 평화/소극적 평화’ 구축이라는 3단계를 단번에 넘어서는 희망을 품어 왔다. ‘따뜻한 평화/적극적 평화’라는 4단계로 바로 가는 정책을 추구한 것이다. p.43
ㆍ 한반도를 둘러싸고 노골적인 강대국 정치가 전개되는 어느 시점에 가서 워싱턴에 “한국은 미국보다는 중국에 더 중요한 나라다. 미국이 방어해야 할지 안 할지는 사정을 좀 보아야겠다”라고 말하는 대통령이 등장할 가능성은 없을 것인가? p.58
ㆍ 확장 억제 전략이란, ‘미국이나 미국의 동맹국이 적의 재래 무기 또는 핵무기에 의한 공격을 받았을 때, 미국이 핵무기와 재래 무기를 포함한 압도적 군사력으로 적을 격퇴하는 태세를 유지하고, 이를 통해 적의 침략 의지를 사전에 억제한다’는 개념이다. p.60
ㆍ 강대국이 작은 나라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장기전’에 빠져들어 ‘패전’을 피하는 데 급급하는 경우가 많다. 베트남전쟁은 물론 소련과 미국의 아프간전쟁, 그리고 근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p.79
ㆍ 한국의 ‘3축 체계’와 같지는 않지만, 시사점을 던지는 사례가 있다. 인도가 파키스탄을 염두에 두고 채택한 ‘콜드스타트Cold Start’ 작전 계획이다. 재래식 전력을 이용한 선제공격과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을 통해 상대의 위협을 사전에 제거하거나 사후에 응징한다는 것이다. p.91


ㆍ 남·북이 ‘차가운 평화’ 또는 ‘소극적 평화’를 거쳐 ‘따뜻한 평화’ 또는 ‘적극적 평화’로 가기 위해서는 한국이 한·미 동맹 체제 내에서 자립적 태세와 위상을 갖추어야 한다. 기존 안보 정책의 근간은 유지하면서도 발전적 변화를 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p.112
ㆍ 북한의 핵 개발은 미국과 중국의 대립 속에서 자라는 독버섯과 같다. 중국·러시아·북한·이란으로 이어지는 소위 ‘권위주의 연결망’의 강화는 독버섯이 자라는 데 필요한 온도와 습도를 포함한 조건들을 호전시킬 가능성이 크다. p.135
ㆍ 이때부터 흔히 ‘게으른 자의 외교 수단’으로 불리는 제재를 더 자주 더 쉽게 동원하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2025년 등장한 트럼프 행정부(2기)는 관세를 제재와 협상의 수단으로 남용함으로써 국제 질서 유지를 위한 미국의 능력과 위상을 하락시키고 있다. p.151
ㆍ 한국의 핵연료 주기 획득 문제에 대해 미국은 지난 50년에 걸쳐 ‘회유와 위협’을 동원하면서 모순된 자세를 취해왔다. 때로는 한국에 기술을 지원할 수 있다고 언질하는가 하면, 때로는 ‘민간 원자력 협력’을 거부할 수 있다거나 ‘안보 지원’이 어렵다는 등의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p.174


ㆍ 한국은 마주 보는 절벽의 한쪽에는 북한의 핵 위협이, 다른 한쪽에는 미국의 핵우산이 버티고 있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외나무다리 위에 서 있는 형국이다. 국제정치의 어떤 환경에서도 그 유형을 찾기 어려운 한국의 안보 현실이다. p.183
ㆍ “가장 비싼 외교가 가장 싼 전쟁보다 싸다”는 경구가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비싸기만 하고 진정한 평화에는 가깝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지금보다 비싸지 않으면서 진정한 평화로 가는 길을 택해야 한다. p.209
ㆍ 그래서 미·중은 ‘냉전Cold War’이라기보다 ‘차가운 평화Cold Peace’로 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체제가 다름을 강조하지만, 상대의 기본적인 정통성은 받아들이면서 경쟁하는 상태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p.232
ㆍ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트럼프 행정부(2기)가 유럽을 다루는 모습은 19세기의 ‘세력권sphere of influence’ 정치로 회귀하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 유럽 문제는 유럽이 감당하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유럽도 최소한 트럼프의 집권 기간에는, 미국과 거리를 두면서 헤징 노선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p.244
ㆍ 다만 북한의 경우, 러시아나 중국과는 비교할 수 없이 국력이 작다. 또한 영국이나 프랑스와는 달리 이미 실패가 입증된 폐쇄적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운용한다. 그래서 북한판 ‘핵·경제 병진’ 자체는 김정은이 주장하는 것처럼 성공하기 어렵다. 그러나 중국이나 러시아의 지원을 받으며 생존을 이어 가는 데는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이다. p.264


ㆍ “좋은 담장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Good fences make good neighbors”는 말처럼 남·북 사이에는 온전한 경계가 필요하다. 경계를 분명히 하는 담장을 사이에 두고 정상적 이웃으로 사는 것이다. 이웃 사이의 담장을 제대로 관리함으로써 당장의 안정을 유지하고, 단계적으로 평화 상태를 조성하면서, 종국적으로 통일로 갈 길을 보존하자는 것이다. p.303
ㆍ 결국 기존의 통일 정책으로는 실제 통일에는 접근하지도 못하면서 치르지 않아도 될 부담만 짊어지게 하고, 앞으로 펼쳐질 세계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외교 역량을 축소시키게 된다. 이런 비자율적 위상 때문에 한국은 국제 안보 질서의 형성에 있어 ‘조명받지 못하는 국가unsung power’로 불리기도 한다. p.313ㆍ 한국이 강대국 정치의 그늘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려면 일차적으로 남·북 군사력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이 잠재적 핵 능력을 구축하면서, 미국과의 동맹을 의존형에서 자립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p.340
ㆍ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핵과 인권 문제 등 수교의 장애 요인을 제거하거나 극복할 수 있다면, 한국으로서는 이를 적극 환영할 일이다. 한반도의 ‘적극적 평화’ 상태를 조성하는 길과 보완적으로 병행하기 때문이다. p.351
ㆍ 가상적 상황이지만 만약 한국이 통일을 주도하면, 중국은, 3100km에 달하는 국경을 접하면서 우월한 경제 수준과 개방성을 갖춘 한국이 중국 주민의 의식에 민감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우려할 것이다. p.378
ㆍ 중국은 한국을 최대한 미국으로부터 이완시켜 종국적으로 중립화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집요한 핵무장 정책이 한국을 미국에 더 밀착하게 만듦으로써 중국이 전략적 이익을 획득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북한의 핵 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점에서 보면, 중국은 한국의 ‘정상적 이웃’ 정책이 미칠 영향을 신중한 시각에서 볼 가능성이 있다. p.385
ㆍ 한국 바깥의 관찰자들이 한국인에 대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스스로에 대해 두 가지를 잘 모른다. 얼마나 잘사는지와 얼마나 위험한 곳에 살고 있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잘살고 있는지’는 어느 정도 인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에 대한 인식은 더 희박해지고 있다. p.407

 

출처: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