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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추천 도서(21.3~22.2)/2021-11

11월의 추천도서 (3167) 작가의 편지

1. 책소개

 

“훌륭한 편지를 쓰려고 위대한 작가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작가는 편지도 잘 쓴다.”

 

소설에 얽힌 비화, 은밀한 사랑, 창작에의 열망, 안타까운 죽음 …
불후의 명작을 남긴 작가들의 생생한 손 글씨로
펜촉 뒤에 숨은 이야기를 찾아 떠나다

출처:교보문고

 

2. 저자

 

저자 : 마이클 버드 (Michael Bird)
작가이자 미술사학자. 저서로는 『예술가의 편지: 다빈치부터 호크니까지』(2019), 『스튜디오의 목소리: 20세기 영국의 미술과 삶』, 『세인트아이브스 예술가들: 시공간의 전기』 등이 있다. 영국 엑서터 대학교에서 왕립 문학 기금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저자 : 올랜도 버드 (Orlando Bird)
언론인.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독자란 부편집인이며 서평과 기행문을 기고하고 있다.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와 문예지 『리터러리 리뷰』에도 평론을 발표한다. 런던에 거주한다.

 

출처:교보문고

 

3. 목차

 

1부 무명 시절: “발동을 걸었어요”

W.H. 오든이 페이션스 매켈위에게 | 존 베리먼이 앨런 테이트와 이사벨라 가드너에게 | 엘리자베스 비숍이 루이즈 브래들리에게 | 샬럿 브론테가 브란웰 브론테에게 | 로버트 번스가 빌헬미나 알렉산더에게 | 실라 딜레이니가 조안 리틀우드에게 | 찰스 디킨스가 캐서린 호가스에게 | T.S. 엘리엇이 시드니 시프에게 | 케네스 그레이엄이 알래스테어 그레이엄에게 | 제라드 맨리 홉킨스가 에버라드 홉킨스에게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가 멜초르 페르난데스 알마그로에게 | 노먼 메일러가 아이작 메일러와 패니 메일러에게 | 실비아 플라스가 올윈 휴스에게

2부 친구에게: “제 머릿속은 자갈로 가득합니다”

제인 오스틴이 카산드라 오스틴에게 |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가 쥘리아 뤼크에게 | 에밀리 디킨슨이 새뮤얼 볼스에게 | F. 스콧 피츠제럴드가 제럴드 머피에게 |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조르주 상드에게 | 새뮤얼 존슨이 프랜시스 바버에게 | 제임스 조이스가 해리엇 쇼 위버에게 |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이 마누엘 마가야네스 모레에게 | 조르주 상드가 귀스타브 플로베르에게 | 거트루드 스타인이 호텐스 모지스와 디키 모지스에게 | 조너선 스위프트가 헨리에타 하워드에게 | 버지니아 울프가 프랜시스 콘퍼드에게 | 요사노 아키코가 쓰루미 유스케에게

3부 역사의 격랑: “네, 저는 급진적입니다”

베라 브리튼이 롤런드 레이턴에게 | 가브리엘레 단눈치오가 카밀로 마리아 코르시에게 | 제르맨 드 스탈이 루이 드 나르본에게 | 올라우다 에퀴아노가 어느 친구에게 | 조지 엘리엇이 에밀리아 프랜시스 패티슨에게 | 데시데리위스 에라스뮈스가 헨리 왕자에게 | 빅토르 위고가 알퐁스 드 라마르틴에게 | 조라 닐 허스턴이 마그리트 드 사블로니에르에게 | 벤 존슨이 로버트 세실에게 | 시그프리드 서순이 윌리엄 하모 소니크로프트에게 | 마리나 츠베타예바가 니콜라이 티호노프에게 | 마크 트웨인이 월트 휘트먼에게 | 커트 보니것이 가족에게

4부 사랑을 위하여: “잠에서 깨면 몸을 돌려 당신을 보려 하지요”

기욤 아폴리네르가 루이즈 드 콜리니 샤티용에게 | 엘리자베스 배럿이 로버트 브라우닝에게 | 로버트 브라우닝이 엘리자베스 배럿에게 | 존 던이 조지 모어에게 | E.M. 포스터가 리턴 스트레이치에게 | 메리 고드윈이 퍼시 비시 셸리에게 |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샤를로테 폰 슈타인에게 | 존 키츠가 패니 브론에게 | 필립 라킨이 모니카 존스에게 | 아이리스 머독이 레몽 크노에게 | 존 오즈본이 파멜라 레인에게 |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에게 | 퍼시 비시 셸리가 메리 고드윈에게

5부 고비가 올 때: “모든 일이 잘못되고 있어요”

샤를 보들레르가 나르시스 안셀에게 | 발터 벤야민이 게르숌 숄렘에게 | 프랜시스 버니가 에스더 버니에게 |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어느 귀족에게 | 대니얼 디포가 로버트 할리에게 | W.S. 그레이엄이 로저 힐튼에게 | 하인리히 하이네가 야코프 베네다이에게 | 프란츠 카프카가 헤르만 카프카에게 | D.H. 로런스가 해럴드 메이슨에게 | 마르셀 프루스트가 레날도 안에게 | 폴 베를렌이 귀스타브 칸에게 | 오스카 와일드가 앨프리드 더글러스에게

6부 문학 사업: “소설을 동봉합니다”


치누아 아체베가 존 A. 윌리엄스에게 | 오노레 드 발자크가 사뮈엘 앙리 베르투에게 | 앤절라 카터가 빌 버포드에게 | 조지프 콘래드가 노먼 더글러스에게 | 토머스 하디가 에드먼드 고스에게 | 헨리크 입센이 에드바르 그리그에게 | 잭 케루악이 말런 브랜도에게 | 허먼 멜빌이 너새니얼 호손에게 | 요네 노구치가 레오니 길모어에게 | 에드거 앨런 포가 존 오거스터스 시어에게 | 크리스티나 로세티가 알렉산더 맥밀런에게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가 에즈라 파운드에게

7부 경험의 목소리: “늙은 군마처럼”

사뮈엘 베케트가 해럴드 핀터에게 | 해리엇 비처 스토가 조지 엘리엇에게 | 안톤 체호프가 알렉산더 암피테아트로프에게 | 헤르만 헤세가 요제프 엥레르트에게 | 조지 버나드 쇼가 실비아 비치에게 | 수전 손택이 힐다 리치에게 | 앨프리드 테니슨이 윌리엄 콕스 베넷에게 | 레프 톨스토이가 옥타브 미르보에게 | 윌리엄 워즈워스가 존 윌슨에게 | 에밀 졸라가 레옹 도데에게

8부 작별: “이게 다예요”

조지 고든 바이런이 존 머레이에게 |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가 ‘여러분 모두’에게 | 캐서린 맨스필드가 존 미들턴 머리에게 | 아르튀르 랭보가 이자벨 랭보에게 | 당인이 서상덕에게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윌리엄 고드윈에게 | 슈테판 츠바이크가 ‘내 모든 친구’에게 | 패트릭 화이트가 조지 챈들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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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오랫동안 로스앤젤레스에 있으니 사고방식이 새로워지는 것 같네요. 할리우드는 아주 나른하고 미지근한 곳이에요. 프로방스의 격렬함이나 흥분은 없지만 나름의 즐거움이 있어요. 안정을 위해선 역시 금주해야 해요 […] 부패 아니면 무관심이 도처에 만연해요. 영웅 취급을 받는 사람은 위대한 부정부패자 아니면 극도의 무관심자예요. 무관심자란 타락한 작가를 두고 하는 말이에요 […]
새 소설을 쓰고 있어요. 아직 저에게 남아 있는 독자들이 이 소설을 읽으면 당황할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소설은 『개츠비』만큼 객관적이에요. 의도상으로는 그래요. 새로운 아마겟돈은 모든 것을 시큰둥하게 만들지 않고 외려 삶에 대한 욕망을 되살려요 […] - F. 스콧 피츠제럴드 _49쪽

저의 저명한 친구께,
급진적인 게 단지 이상일 뿐이라면, 네, 저는 급진적입니다. 모든 관점에서 늘 최선이 무엇인지 알고 이를 요구합니다. 속담에서는 최선을 바라다가 오히려 일을 그르친다고 나무라지만요. 빈곤을 용인하는 사회, 지옥을 용인하는 종교, 전쟁을 용인하는 인류는 제가 보기에 열등한 사회, 종교, 인류 같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바는 더 고결한 사회, 더 고결한 인류, 더 고결한 종교입니다. 국왕이 없는 사회, 국경이 없는 인류, 경전이 없는 종교입니다. […] 요점만 간추리겠습니다. 인간이 소망할 수 있는 한, 저는 인간의 역경을 근절하고 싶습니다. 노예제도를 규탄하고, 빈곤을 몰아내고, 몽매함을 교화하고, 질병을 치료하고, 암흑을 밝히고, 증오를 배척할 것입니다. 이것이 제 신념이며, 『레미제라블』을 쓴 이유입니다. - 빅토르 위고 _83쪽

사랑스러운 소녀에게,
토요일에 편지하라는 당신의 부탁을 지키지 못한 것을 크게 나무라지 않았으면 좋겠어. […] 나 자신을 당신에게 완전히 바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내 말을 믿어 줘. 당신을 알게 된 첫 주에 나는 당신의 노예라고 편지했지. 다음번에 당신을 보았을 때 당신이 나를 싫어하는 기색이 보이는 것 같아 그 편지를 불태웠지만 말이야. 내가 당신에게 느낀 감정을, 당신이 다른 남자를 처음 보았을 때 그대로 느낀다면 나는 파멸이야. 하지만 그러더라도 당신을 탓하지 않고 나 자신을 미워하겠어. […] - 존 키츠 _113쪽

이 편지는 프루스트가 오래전부터 즐겨 찾던 카부르의 해변 휴양지에서 가을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쓴 것이다. 프루스트는 징집될까 봐 아직도 전전긍긍하며, 한때 자신의 운전사, 비서, 연인이었던 알프레드 아고스티넬리가 5월 안티베에서 조종사 훈련을 받던 중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한 데 슬퍼한다. 프루스트는 강박적인 자기반성에 빠진 채 깊고 얕은 슬픔을 반복한다. 그리고 이 감정을 후일 여러 권으로 출간될 장편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A la recherche du temps perdu』(1913-27)의 주인공 샤를 스완을 통해 묘사할지도 모른다고 귀띔한다. 하지만 곧 한탄한다. ‘그럴 필요도 없지.’ 이미 오래전부터 허구 세계에서 한 번 살았던 인생을 다시 살고 있는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_145쪽 

 

출처: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1.
우리는 단 몇 초면 상대에게 메시지와 사진을 보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거의 모두가 이메일 주소를 가지고 있으며, 발신인의 편지가 전송 도중에 사라질 위험도 없다. 내용을 수정하고 싶으면 간편하게 ‘Delete’ 키를 눌러 백지로 돌아갈 수 있고, 틀린 맞춤법도 자동으로 고쳐준다. 우편 요금을 낼 필요도 없다. 심지어는 수신인이 메일을 읽었는지 여부도 알 수 있다. 이메일이라는 소통 수단은 실용성의 측면에서 다른 어떤 수단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깊은 진심을 전할 때 ‘손 편지’를 쓴다. 친한 친구의 생일 축하 편지, 잘못을 저질러 용서를 구하는 편지, 사랑하는 이에게 전하는 고백의 편지, 죽기 전에 남기는 마지막 편지까지…. 손 편지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 사람만의 필체를 통해 우리는 활자 너머의 감정까지 읽을 수 있다. 쓰다 지운 흔적과 요동치는 행간에 발신인의 진심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손 편지는 인간과 가장 오래 함께한 소통 수단이자, 기술의 발달에도 굳건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음의 창구다.

그렇다면 ‘작가’의 편지는 어떨까? 첫째, 작가의 편지는 곧 그의 작품과 연결된다. 작가들은 출판사나 동료 작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지금 집필하고 있는 작품의 진행 상황과 의도를 은근히 드러낸다. 여기서는 작가가 문학을 바라보는 시각을 엿볼 수 있다. 둘째, 작가의 편지는 그 자체만으로 훌륭한 문학이다. 편지 한 장에도 희로애락이 담겨 한 편의 이야기가 된다. 셋째, 작가의 편지는 그의 삶을 설명해준다. 작가의 삶을 객관적으로 정리한 전기와는 또 다르다. 작가의 인생에 관한 사실을 제공하는 전기는 다른 사람이 쓴 것이지만, 편지는 작가 자신이 쓴 것이다. 우리는 편지를 통해 작품의 탄생 과정을 작가 개인의 삶의 측면에서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넷째, 작가의 편지는 역사적 사건을 기록한 증언이다. 작가들은 예민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를 해부하고 그 내용을 편지에 남겼다. 여기서 우리는 그 사건이 작가의 삶에 미친 영향, 그리고 나아가 작품에 미친 영향을 알 수 있다.

“슬픔에 무뎌지는 건 다른 사람이 죽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 죽어버리기 때문이야.” _마르셀 프루스트

한 편의 문학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 작가의 편지,
예리하게 기록한 삶과 예술의 순간들

『작가의 편지』는 미술문화의 《편지》 시리즈로 먼저 출간된 『예술가의 편지』에 이어 두 번째 도서다. 작가 94명(소설가, 시인, 에세이스트, 극작가)의 편지 94통을 수록했으며, 편지의 목적에 따라 총 8개의 부로 나눴다. 한쪽에는 작가의 육필 편지 스캔본을, 다른 한쪽에는 활자화한 편지 내용과 이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실었다.

1부는 작가가 무명 시절에 보낸 편지를 담았다. 천재 시인이라 불리는 실비아 플라스는 “직장을 그만두자마자 긴 시 두 편을 『뉴요커』에 팔았어요.”라며 전업 작가로의 새 출발을 들뜬 마음으로 전한다. 샬럿 브론테는 아직 작가로 데뷔하기 전 브뤼셀에 머물며 동생 브란웰에게 편지를 보낸다. “무감각으로 피가 걸쭉해져서 끓어오르지 않”는 그곳 사람들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금지된 사랑에의 호기심이 은근히 드러나는 글이다. 풋풋하면서도 패기 있는 작가들의 청춘이 1부에 담겨 있다.

2부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수록했다. 그중 귀스타브 플로베르와 조르주 상드의 관계는 유쾌하고도 다정하다. 플로베르는 상드를 “스승님”이라 부르고, 상드는 플로베르를 “나이 많은 음유시인”이라고 부른다. 상드가 말하길 그들이 “같은 시간에 서로를 생각하는 이유는 반대되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 동화됨으로써 우리 자신을 완성”시킬 수 있다. 플로베르와 상드는 서로를 완성시켜 주는 친구였던 셈이다.
한편 『율리시스』의 저자 제임스 조이스는 유흥을 즐기는 데 후원금을 허비했다. 이 일로 후원자에게 책망을 받자 한 편의 드라마 같은 해명의 편지를 보낸다. 그저 미안하다고 말하는 대신 편지를 네 장이나 써서 후원자의 비난을 인정하는 동시에 부인하고(“저는 ‘폭음’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자신을 낮추면서도(“제 머릿속은 자갈로 가득합니다”), 이 사건에 대한 후원자의 해석에 의문을 제기한다(“이러한 유형의 걸작을 쓰려면 누구라도 정신적 균형을 잃을 것입니다”). 즐거움을 줬다가, 당황스럽게 했다가, 격분하게 하는 이 편지는 그 나름으로 예술 작품이다.

3부는 역사적 사건이 담긴 편지들이다. 나폴레옹 3세 치하 프랑스에서 도피하여 한동안 건지섬 세인트 피터 포트에 머무른 빅토르 위고는, 1862년에 출간한 소설 『레미제라블』의 평론계 반응이 냉담하자 기분이 상했다. 어린 시절 “찬란한 새벽빛”으로 여기며 귀감으로 삼았던 시인 라마르틴에게 편지를 보내 이 마음을 토로한다. “인간이 소망할 수 있는 한, 저는 인간의 역경을 근절하고 싶습니다. 노예제도를 규탄하고, 빈곤을 몰아내고, 몽매함을 교화하고, 질병을 치료하고, 암흑을 밝히고, 증오를 배척할 것입니다. 이것이 제 신념이며, 『레미제라블』을 쓴 이유입니다.” 이 편지에는 위고의 끓어오르는 열정과 이상이 그대로 녹아 있다.
『제5도살장』을 집필한 커트 보니것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독일군 포로로 붙잡혀 고초를 겪었다. 그가 가족에게 보낸 편지는 전쟁의 잔혹함을 두 눈으로 목격한 사람답지 않게 덤덤하다. “2월 14일에 미국 공군이, 뒤이어 영국 왕립 공군이 나타났어요. 이들의 합동 공습으로 24시간 만에 25만 명이 죽고,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인 드레스덴이 통째로 파괴됐어요. 저는 죽지 않았어요.” 이때 겪은 경험이 바로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반전 문학으로 손꼽히는 『제5도살장』의 토대가 된다.

4부는 사랑하는 이에게 보내는 편지를 모았다. 활활 불타는 사랑이 있는가하면 애틋하고 슬픈 사랑도 있다. 시인이자 미술비평가인 기욤 아폴리네르는 연인이 보낸 편지에 답을 하며 “당신이 보낸 도발적인 키스가 나를 극도로 흥분”시켰다고 고백한다.
한편 『프랑켄슈타인』을 집필한 메리 셸리는 채권자에 쫓기느라 옆에 없는 남편 퍼시 비시 셸리에게 “당신은 외롭고 불안한데 왜 나는 당신과 함께 머물고 기운을 북돋우고 내 가슴에 끌어안을 수 없는지” 안타까운 마음을 편지로 전한다. 이렇듯 피고 지는 사랑의 역사가 4부에 담겼다.

5부는 고비와 맞닥뜨린 작가들의 편지다. 유대계 독일 평론가인 발터 벤야민은 히틀러가 총리로 임명된 후 포퓰리즘 반유대주의가 공식적으로 속행되자 혼란에 빠졌다. 그는 한때 철학 토론 상대였던 친구에게 “기분이 상당히 우울해진 바람”에 뒤늦게 편지를 보낸다. 생계수단은 “송두리째 사라질 것” 같고 “다음 몇 달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시름에 빠져 있다”고 털어놓는다. 이런 위기의 상황에서도 벤야민은 편지에 두려움과 유머를 뒤섞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새로운 언어 이론에 관한 네 쪽짜리 글을 손으로 썼다고 전하니, 내게 경의를 표하는 걸 잊지 말게.”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한창 집필하고 있는 D. H. 로런스는, 16세기 프랑스 풍자 작가 프랑수아 라블레의 작품이 “음란하다”는 이유로 미국 세관에 압수당하자 걱정에 휩싸인다. 그의 신작에도 노골적인 성 묘사와 욕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가엾은 라블레,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짓을 당하다니요.” 그는 미국의 서적상에게 자신의 책이 압수당하거나 판금당하지 않도록 간절히 부탁한다. “이 망할 책을 상자에 담아 보낼 용기가 없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6부는 작가들의 문학 사업과 관련한 편지를 담았다. “일종의 글쓰기 기계”가 된 오노레 드 발자크는 고된 노동에 지칠 대로 지쳤다. “병 때문에 아무 일도 못한 탓에 돈이 궁해져 엄청난 양의 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덧붙여 “지금은 『붉은 여인숙』이라는 제목의 끔찍한 작품을 쓰느라 세 달 동안 노예 노릇”을 하는 중이라며 약간의 과장을 보탠다.
『어둠의 심연』을 집필한 조지프 콘래드는 친구의 원고가 출간될 수 있도록 출판업자들과 협상을 하고 있지만 잘 풀리지 않는다. 그는 “친구, 자네의 견해가 일반적으로 인기가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구. 지적이고 타협을 모르지. 이러면 일이 쉽지 않아. 대중은 지성을 원치 않거든. 지성은 대중을 불안하게 하고, 대중은 하인에게 바라듯 작가에게도 복종을 원하니까.”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전한다.
『테스』의 저자 토머스 하디는 자신에게 혹평을 날린 비평가를 수소문하고 있다. “이 작자가 누구인지 알았으면 좋겠어요. (…) 이자와 악수를 나누고 싶군요.” 위대한 작가라도 글쓰기가 항상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 창작의 기쁨과 슬픔이 담긴 편지들을 6부에서 만날 수 있다.

7부는 작가들이 거장의 반열에 올랐을 때 쓴 편지를 수록했다. 여기서는 작가의 굳은 신념과 문학관, 그리고 삶을 돌아보는 태도를 읽을 수 있다. 1923년 조국 독일에서 고조되던 민족주의 경향에 저항하여 가족과 함께 스위스로 이주한 헤르만 헤세는 “여행을 다닐 만한 여유”도, “국가와 민족에 품었던 예전의 호기심”도,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믿음”도 잃었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펴내고 얼마 안 있어 친구에게 보낸 편지는 초연하다. “세상이 곧 멸망하든 말든 상관없이 위대한 불멸의 업적 몇 가지를 인생에서 계속 즐기고 싶어요.”
1900년대 초반, 당시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극작가였던 조지 버나드 쇼는 신랄하고도 유쾌한 거절 편지를 썼다. 한 출판업자가 “역겨우면서도 진실한” 『율리시스』의 구매를 권하자 보낸 답장이었다. “구매를 권하는 것 같아 굳이 덧붙이자면, 나는 나이 많은 아일랜드 신사이며, 만일 당신이 아일랜드인, 더욱이 나이 많은 아일랜드인이 책을 사는 데 150프랑을 지출하기를 기대했다면, 우리 동포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입니다.”

마지막 8부는 작가들의 작별 인사다. 죽음을 앞둔 작가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생을 정리했다. 아르튀르 랭보는 오른쪽 무릎의 윤활막염으로 다리 절단술을 받았다. 절단한 다리에 염증이 생겨서 애써 주문 제작한 의족도 사용할 수 없다. “결혼도 안녕, 가족도 안녕, 미래도 안녕! 내 인생은 끝났어. 나는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 그루터기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하루 빨리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다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는 편지를 보낸 달에 귀가할 수 있었지만 다시 상태가 악화되면서 결국 3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여성의 권리 옹호』를 쓴 여권 운동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출산을 앞둔 순간에 남편에게 편지를 남겼다. “나는 틀림없이 오늘 그 동물을 보게 될 거야. (…) 신문을 좀 보내주겠어? 소설이 있었으면 좋겠어. 시간을 때울 수 있게 호기심을 자극하고 순전히 재미 위주인 책도 좋아. 그런 책 가지고 있어?” 울스턴크래프트는 딸(메리 셸리)을 낳고 열하루 뒤 패혈증으로 안타깝게 사망했다.

편지의 역사는 곧 문학의 역사다. 둘은 수천 년 동안 뒤얽혀 있었다. 소소한 일상과 당시의 시대상을 담은 편지는 살아남을 가치가 있다.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출처: 미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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