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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825 1기(13.3~18.2)

10월의 추천도서(221)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 헤르만 헤세

 


1. 책소개

 

지성과 감성, 종교와 예술로 대립되는 세계에 속한 두 인물,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나눈 사랑과 우정, 이상과 갈등, 방황과 동경 등 인간의 성장기 체험을 아름답고 순순하게 그려낸 소설로, 『데미안』과 더불어 헤세의 소설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작가 자신의 삶의 체험이 강하게 투영되어 있을 뿐 아니라 젊은 시절 그의 영혼을 뒤흔들던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헤세는 불완전한 인간이자 방황과 방랑, 예술에 대한 동경, 여성적인 것에 대한 그리움으로 끊임없이 낯선 세계에 부딪히는 청년 골드문트를 통해 자신의 성장기 체험을 한 인간의 운명에 대한 성찰로 승화시키고 있다.

* 이 책은 『지와 사랑』(헤르만 헤세 저)과 동일한 도서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지와 사랑』의 독일어 원제입니다.

 

 

2. 저자소개

 

헤르만 헤세

내면의 변화를 주제로 오랜 작품세계를 그려온 작가로 자기 탐구를 거쳐 삶의 근원적 힘을 깨닫게 되고 관조의 세계를 발견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을 순수하게 사랑하고 삶을 보다 깊이 이해해 나가는 모습들을 주로 그리고 있다. 1877년 남독일 뷔르템베르크의 칼프에서 출생하였다. 목사인 아버지와 신학계 집안의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1890년 라틴어 학교에 입학하고, 이듬해에 어려운 주(州) 시험을 돌파하여 마울브론의 신학교에 들어갔으나, 천성적인 자연아로 기숙학교의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였다.

1904년에 9세 연상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베르누이와 결혼하고, 스위스의 보덴 호반(湖畔)의 마을 가이엔호펜으로 이사를 간다. 여기서 그는 시를 쓰는데 전념했고, 1923년에는 스위스 국적을 취득하게 된다. 초기의 낭만적 분위기의 시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인도 여행을 통한 동양에 대한 관심,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전쟁의 야만성에 대한 경험, 그리고 전쟁 중 극단적 애국주의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문학계의 비난과 공격, 아내의 정신병과 자신의 병 등 힘들어져가는 가정 생활 등은 그를 변하게 만든다. 그는 정신분석학에서 출구를 찾으려하는데 융의 영향을 받아서 이후로는 '나'를 찾는 것을 삶의 목표로 내면의 길을 지향하며 현실과 대결하는 영혼의 모습을 그리는 작품을 발표하게 된다.

1895년 낭만주의 문학에 심취한 헤세는 첫시집 『낭만적인 노래 Romantische Lieder』(1899)와 산문집 『자정 이후의 한 시간 Eine Stunde hinter Mitternacht』(1899)을 출판하게 된다. 특히 첫 시집『낭만적인 노래』는 R.M. 릴케의 인정을 받으면서 문단도 그를 주목하게된다. 그의 이름을 유명하게 하고 그에게 확고한 문학적 지위를 얻게 해준 것은 최초의 장편소설 『페터카멘친트 Peter Camenzind』(1904)였다.

주요작품으로 현실의 무게는 수레바퀴 밑으로 그들을 밀어 넣지만 결코 짓눌려서도 지쳐서도 안 되는 소중한 청소년기에 청소년들이 겪는 불안한 열정과 미래, 방황과 좌절을 섬세하게 묘사한『수레바퀴 밑에서 Unterm Rad』(1906), 예술가의 내면세계를 그린 소설로 가수 무오토, 작곡가 쿤, 이들 사이에서 고민하는 게르트루트를 그린『게르트루트 Gertrud』(1910), 남성과 여성 속박과 자유 시민성과 예술성이 전편을 통해 끝없는 대립 상태로 이어지면서 결국은 주인공 베리구드가 나름대로의 자유를 얻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 『로스...(하략)

 

3. 책 속으로


"하느님에 대한 사랑이 선에 대한 사랑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아. 그게 그렇게 간단하다면 얼마나 좋겠니! 우리가 알고 있듯이 무엇이 선인지는 계율에 쓰여져 있지. 하지만 하느님은 계율 속에만 존재하시지 않아. 계율이란 하느님의 지극히 작은 일부일 뿐이야. 계율을 지키더라도 하느님에게서는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다는 말이야." 

"너한테는 차이라는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겠지만, 나에게는 차이만이 유일하게 중요한 것이야. 나는 본성상 학자이며 내 숙명은 학문을 연구하는 거야. 그리고 학문이라는 것은 네 말을 빌리자면 ’차이를 발견하려는 집념‘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야. 학문의 본질을 그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은 없을 거야. 우리 학문하는 사람한테는 다양성을 확인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어. 학문이란 말하자면 차이점을 찾아내는 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지.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어느 사람의 특징을 찾아낸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을 안다는 것, 그 사람을 인식하다는 것이야." 

"강렬하고도 섬세한 감각을 가진 사람들, 영감을 가진 사람들, 몽상가들, 시인들, 혹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우리 같은 정신적 인간보다는 대개 우월하기 마련이야. 너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모성의 풍요로움을 타고난 존재들이야. 그런 사람들의 삶은 충만해. 사랑의 힘과 체험의 능력을 부여받은 존재이기 때문이지. 우리 같은 정신적 인간들은 종종 너와 같은 사람들을 이끌고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충만한 삶을 전혀 모르고 메마른 삶을 살아가고 있어. 넘치는 삶, 과일의 단물처럼 풍성한 삶, 사랑의 정원, 예술의 아름다운 땅은 바로 너희들의 것이지. 너희들의 고향은 대지이며, 우리들의 고향은 관념이야. 너희들의 위험이 감각의 세계에 빠져 익사하는 것이라면, 우리들의 위험은 진공 상태의 대기에서 질식하는 거야. 너는 예술가고 나는 사상가야. 네가 어머니의 품에 잠들어 있다면, 나는 황야에서 깨어 있는 거야. 나에게는 태양이 비치지만, 너에게는 달과 별이 비치지" 

여자와 사랑, 그것은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와 사랑은 사실 말이라는 것이 필요치 않았다. 농부의 아내도 단 한마디로 그에게 밀회의 장소를 지정해 주었고, 그 외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으로 의사를 표현한 것일까? 그래, 눈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약간 쉰 목소리에 담긴 어떤 울림과 어떤 향기로. 남녀가 서로를 원할 때면, 살결에서 풍겨 오는 그 부드러운 향기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그것은 섬세한 비밀의 언어였다! 

어쩌면 모든 예술의 뿌리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모든 정신의 뿌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한다. 덧없이 사라지는 것 앞에서 몸부림치고, 꽃이 시들고 잎이 떨어지는 것을 슬픔으로 바라본다. 우리들 역시 덧없이 사라지고 금방 시들어 버릴 것임을 가슴속에서 확신하고 있다. 그런 우리가 예술가로서 어떤 형상을 창조하거나 사상가로서 어떤 법칙을 탐구하고 생각을 체계화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거대한 죽음의 무도로부터 구해 내려는 행위이다. 우리 자신보다 더 오래 영속될 무언가를 세우기 위해 그러한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는 사랑에 대해 그러하듯 사랑이 주는 우수와 무상함에도 몸을 완전히 내맡겼는데, 그러한 비애도 그에게는 사랑이요 쾌감이기 때문이었다. 사랑의 환희가 최고의 절정에 이른 순간에 맛보는 극치의 쾌감이 다음 순간 곧 사멸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아무리 내밀한 고독과 슬픔에 빠져 있던 인생도 다시금 밝고 새로운 어떤 것에 몰입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마련이었다. 죽음과 쾌락은 하나였다. 사랑 또는 욕망을 인생의 어머니랄 부를 수 있다면, 무덤과 사멸 또한 그렇게 부를 수 있었다. 

어느 경우든 방랑자는 언제나 무엇을 소유하고 안주한 사람들의 적대자이며 원수이다. 그들은 방랑자를 미워하고, 멸시하며,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모든 존재가 덧없다는 것을, 일체의 생명은 끊임없이 시들어 간다는 것을, 우리 주위를 얼음처럼 차디찬 죽음이 둘러싸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생명은 분열과 모순을 통해 풍요로워지고 꽃을 피우는 것이다. 도취의 상태를 모르는 이성과 냉철함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배후에 죽음이 없는 관능적 욕망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성 간의 영원한 대립이 없다면 사랑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