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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825 1기(13.3~18.2)

1월의 추천 도서(686) 불량직업 잔혹사 - 토니 로빈슨 외



1. 책 소개


문명을 만든 밑바닥 직업의 역사를 살펴보는 책. 저자는 영국의 고고학 TV 프로그램 '타임 팀'을 진행하면서 최악의 직업들을 직접 체험하고, 그 경험들을 바탕으로 이 책을 서술하였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역사적 사건에 따라 밑바닥 직업들을 직업별로 묶어 각각의 모습을 살펴본다. 

이 책은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문학작품을 비롯해 고대 벽화에서부터 조각상과 자화상, 혹은 직업 종사자들이 남긴 낙서까지 밑바닥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자취를 추적할 수 있는 문서들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또한 그 직업들의 면면을 살필 수 있는 200여 컷의 삽화들을 함께 실어 누구나 부담 없이 책장을 펼칠 수 있게 하였다.



2. 저자


토니 로빈슨 Tony Robinson 
『토니 로빈슨의 왕들과 여왕들Tony Robinson’s Kings and Queens』 『영국 영웅들을 찾아서In Search of British Heroes』 『고고학은 쓰레기다Archaeology is Rubbish』(공저)를 비롯하여 역사와 신화를 소재로 수많은 저서를 펴냈다. 그는 아동용 TV 시리즈도 몇 편 제작했는데, 특히 <메이드 메리언과 그녀의 유쾌한 남자들Maid Marion and Her Merry Men>은 영국의 오스카라 불리는 ‘영국 영화·TV예술 아카데미’ 어워드와 ‘왕립 TV 협회’ 어워드에서 그에게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수작이다. 시대극 시트콤 <블랙애더Blackadder>를 통해 유명세를 탄 그는 현재 ‘채널 4’의 고고학 시리즈물 <타임 팀Time Team>의 사회자로 활약 중이다. 

데이비드 윌콕 David Willcock 
자신의 소유인 독립 프로덕션사 스파이어 필름스에서 TV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다. 토니 로빈슨과 함께 로빈 후드나 부적격자가 왕위 계승 후보가 되는 도무지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를 다룬 <영국의 진짜 군주Britain’s Real Monarch>처럼 다양한 소재로 ‘채널 4’의 역사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3. 목차


들어가며 

1. 로만브리튼과 앵글로색슨 시대 
구토물 수거인| 금광 광부| 자유농민| 쟁기꾼| 수련 수도사| 필사본 채식사 
소철광 수집가| 숯장이| 화폐 주조소 직공| 바이킹선 운반인| 길레모알 수집가 

2. 중세시대 
갑옷담당종자| 이발외과의| 거머리잡이| 여자 마법사| 대석조공| 석회 제조인 
디딤바퀴 조작수| 아마침수사| 파이프 롤 필사원| 축융업자 

3.튜더왕조 
사형집행인| 스핏 보이| 변기담당관| 분뇨 수거인| 여자 생선장수| 소년 배우 
핀 제조공| 대청 염색공 

4. 스튜어트 왕조 
초석장이| 피타디어의 조수| 의자가마꾼| 물장수| 토드 이터| 서캐잡이| 검시원 
흑사병 매장인| 개와 고양이 도살자| 돔 화가| 바이올린 현 제조인 

5. 조지 왕조 
기마경관| 바스의 온천장 안내인| 미술가의 모델| 시체 도굴꾼| 인간 조각상 
카스트라토| 로블롤리 보이| 장루원| 소년 장약 운반수| 뮬정방기 청소부 

6. 빅토리아 왕조 
인부| 돌 채집인| 굴뚝 청소부| 쥐잡이꾼| 성냥 제조공| 인간 분쇄기| 뱃밥 제조공 
여송연꽁초 수거인| 차 행상인| 석탄재 수거인| 넝마주이| 뼈 수거인| 하수관 수색꾼 
진흙탕 수색꾼| 개똥 수거인| 무두장이 

참고문헌 
찾아보기 



4. 책 속으로


여러 증거로 볼 때 로마의 만찬 손님들은 속이 느글거려도 일부러 만찬장을 떠날 필요가 없었던 것이 분명하다. 손님들을 위해 적당한 곳에 특별히 배치해 놓은 대야에 게우거나, 그마저도 귀찮으면 그냥 바닥에 토해 버렸다. 이때 손님을 모시고 돌아다니거나 손님이 누워 있는 침대식 의자 밑을 기어 다니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구토물 수거인이었다. 
이것은 내가 그저 작가의 왕성한 상상력으로 그려낸 장면이 아니다. 세네카의 또 다른 글 『도덕에 관한 편지들Epistulae Morales』 에서는 식사 중에 침 뱉기와 게우기를 매력적이고 세련된 습관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연회장에서 우리가 누워 있으면 한 놈(노예)이 침을 닦아내고 밑에 있는 다른 놈이 주정뱅이의 찌꺼기를 수거한다.’ 
팔레르모 포도주와 스테이크, 생선을 발효하여 만든 로마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양념, 그리고 반쯤 소화된 겨울잠쥐가 뒤범벅되어 역한 냄새가 나는 구토물을 닦는 것은 정말 구역질 나는 일이었다. 
_ p.19~20



5. 출판사 서평


문명을 건설한 3D 직업의 감추어진 역사 

우리가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문명의 주역들은 하나같이 세상에 이름을 드날린 상류계층의 인물들이다. 왕과 여왕, 승리를 이끈 장군이나 기사들이 바로 그들이다. 교과서에 따르면 이들이 세계의 찬란한 문명을 창조하고 나라를 세우는가 하면, 학문을 발전시키고 예술작품도 만들었다고 한다. 이들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문명 창조와 전쟁의 이야기가 바로 역사라고 정의 내려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이런 거창하거나 빛나는 역사와는 거의 무관하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그저 생계를 위해 하루하루 노동에 시달리는 보통 사람들의 삶은 역사와는 무관하다는 말인가? 
우리가 역사를 이끌어왔다고 평가하는 위대한 인물들의 뒤에는 항상 그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어려 있다. 그리고 이런 기록되지 못한 사람들의 희생 위에서 역사의 바퀴는 굴러온 것임이 분명하다. 오히려 ‘위대한’이란 수식어와 함께 이름을 드날린 이들보다는 가장 낮은 곳에서 문명을 지탱했던 ‘최악의’ 직업 종사자들이야말로, 명시적으로 기록되지 못한 문명의 창조자들이자 역사의 주체라고 할 것이다. 
오로지 삶을 지탱하기 위해 순간순간 목숨을 걸어야 했던, 그야말로 인생 자체가 아이러니였던 이들의 희생과 눈물 위에 로마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문명이 건설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개한 섬나라 영국과 유럽대륙에 문명을 전파한 해적의 무리 바이킹, 높은 성당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벽화를 그린 돔 화가들, 수은과 납이 가득한 공장에서 한 조각의 빵을 위해 하루 열네 시간씩 성냥을 만들던 성냥 공장의 어린 소녀들이야말로 문명을 건설한 진정한 주역들이 아닐 수 없다. 
이 책 『불량직업 잔혹사』는 이러한 문명의 진정한 주역들에게 세상을 향한 발언권을 내주었다. 그들이 종사한 직업들이 누구를 위해, 어떤 문명을 일구기 위해 생겼는가, 에서부터 그들이 만들어낸 문명들이 현재까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새로운 문명이 도래하면 가장 먼저 버림받고 역사의 뒤안길로 묻히게 된 사연에 대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역사적 사건에 따라 직업별로 묶어보았다. 이들이 문명에 뿌리내린 역사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어나가면서 독자들은 지금껏 접해 보지 못한 새로운 역사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될 것이다. 

문명을 지탱한 밑바닥 직업의 잔혹한 인생 
여기서 다룬 직업들은 주로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직업들이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천시하고 비난하던 직업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최악의 직업들, 때로 처벌을 감수해야 했던 불량직업들이 없었다면, 당대의 찬란한 문명 또한 지탱될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오늘날 발굴되는 대부분의 유물들이 훌륭한 위인들이 남긴 보물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남긴 것이라는 점만 보아도 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고대의 귀중한 문서들을 기록한 것은 귀족이나 학자들이 아니라, 비바람 치는 초가 한 칸에서 언 손을 녹여가며 글을 쓰던 필사본 채식사들이었다. 중세의 전장에서 죽어간 이들은 기사나 군인들이 아니라 그들을 뒤따르던 종자와 하인들이었고, 오늘날의 철도와 도로를 건설한 건 국가나 부르주아들이 아니라 집시처럼 떠돌던 일단의 부랑자들이었다. 민중의 혁명을 완성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여왕의 목을 자르는 일은 술 취한 망나니가 담당했고, 아프거나 다친 사람들은 마법사와 이발사들이 치료했다. 찬탄이 절로 나오는 세기의 건축물 뒤에는 아찔한 높이의 건물 꼭대기에서 쉼 없이 발을 놀렸던 디딤바퀴 조작수의 살 떨리는 고통이 서려 있으며,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된 데에는 썩은 오줌에 과감히 발을 담군 축융업자의 노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아니었다면 고대든 중세든 현대든 문명은 절대로 유지될 수 없었고, 또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토니 로빈슨은 영국의 고고학 TV 프로그램 <타임 팀>을 진행하면서 이러한 최악의 직업들을 직접 체험하고 그 경험들을 녹여 이 책에 담았다. 숯장이와 축융업자의 지루하고도 숨이 턱하니 막히는 작업을 재현해 보고, 생선장수가 받았던 체벌인 스콜드를 체험해 보고자 입에 재갈을 물고, 자맥질 의자에 직접 앉았다. 이런 흥미로운 경험들과 함께 풀어낸 이야기들이 독자들에게 딱딱한 역사서가 아닌 재미있고 유쾌한 이야기책으로 다가설 것이다. 

문명에 의해 추방된 3류직업의 수난사 
맨 처음 문명을 건설하고, 문명의 번성기에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천한 일로 문명의 밑바닥을 지탱한 것은, 이름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가장 천하고 가난한 자들이었다. 이들의 피땀 위에 건설되고 유지된 문명은, 그러나 이들을 문명의 이름으로 단죄하고 추방시켰다. 마법사들은 화형에 처해졌고, 떠돌이와 부랑자들은 감금되었으며, 지치고 병든 사람들은 수용소에 갇혀 더욱 참혹한 삶을 연명해야 했다. 문명이 뒤집어쓴 위선의 가면 너머,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참혹하고 기이한 3류직업의 수난사를 함께 따라가 보면 거기엔 겸손과 절제를 올바로 배우지 못한 우리 문명의 또 다른 자화상이 놓여 있다. 
이렇게 ‘사악한’ 것으로 단정 지어져 역사에 기록되지 못하고 스러져간 그들의 직업들을 다시금 되살리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일 것이다. 『불량직업 잔혹사』는 이렇게 상상으로만 가늠할 수 있는 그들의 직업을 재현하기 위해 가능한 많은 문헌과 자료들을 동원했다.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문학작품을 비롯해 고대 벽화에서부터 조각상과 자화상, 심지어 최악의 직업 종사자들이 남긴 낙서까지 그들의 자취를 추적할 수 있는 문서들은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모두 다루었다. 또한 그들 직업의 면면을 살필 수 있는 2백여 컷의 삽화들을 페이지마다 담아 누구나 부담 없이 책장을 펼칠 수 있게 한 것도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미덕으로 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