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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추천도서(22.3~23.2)/2023-01

1월의 추천도서 (3607) 이를테면 모르는 사람

1. 책소개

 

정형의 한계를 뛰어넘는 언어의 연금술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김보람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이를테면 모르는 사람』이 시인동네 시인선 191로 출간되었다. 김보람의 시조는 뜻밖으로 읽는 재미가 있다. 정형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틀에 갇혀 있지 않으며 도발적이다. 자유로운 상상력이 정형을 뛰어넘는다. 정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김보람이 보여주는 언어의 연금술에 주목해 보자. 현대 시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출처:교보문고

 

2. 저자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모든 날의 이튿날』 『괜히 그린 얼굴』, 연구서 『현대시조와 리듬』이 있다.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21세기시조〉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출처:본문중에서

 

3. 목차

 

제1부

밤의 서점ㆍ13/덧붙임ㆍ14/깊이와 기울기ㆍ16/밤과 반의 페이지ㆍ17/13월의 비ㆍ18/0ㆍ20/00ㆍ21/신발의 이름은 둘ㆍ22/비너스는 우리를 눈뜨게 하고ㆍ24/달빛이라는 의자ㆍ25/슈필라움ㆍ26/얼음 강을 건너는 심경ㆍ28/이별 혹은 잠시ㆍ30/물의 부록ㆍ31/입체적이면 연속적인ㆍ32/이를테면 모르는 사람ㆍ34/유리천장ㆍ36

제2부

태어나는 계절ㆍ39/이후ㆍ40/오늘은ㆍ42/아마도 홀로ㆍ43/오늘의 운세ㆍ44/No-bodyㆍ46/까미ㆍ47/1년 1분 전ㆍ48/확률은 잠 못 이루고ㆍ50/밤의 뒤편ㆍ51/애증의 되풀이ㆍ52/매달림의 진화ㆍ54/우두커니 나의 뮤트ㆍ55/함께 걷는 방식ㆍ56/자주 참는 마음ㆍ58/겨울은 웃었고 우리는 멈췄다ㆍ59/나는 나의 에코르셰ㆍ60

제3부

타인의 방ㆍ63/섬으로부터ㆍ64/당신은 뭍을 나는 바다를 바라본다ㆍ65/산책 수업ㆍ66/화살나무의 이력ㆍ68/감추는 사람과 감은 눈ㆍ69/호수의 ( )은/는 2인용이다ㆍ70/모를 때를 사랑하면ㆍ72/힘과 벽ㆍ73/악의 숲ㆍ74/안전한 고독인 줄 모르고ㆍ76/새해ㆍ77/빗자루와 돗자리ㆍ78/숙제가 많은 개의 밖이다ㆍ80/빈방 있어요ㆍ81/배웅 일지ㆍ82/타워ㆍ84

제4부

시점ㆍ87/일인극에 지치면 이곳으로 와ㆍ88/합정ㆍ89/우울의 복습ㆍ90/우물-집ㆍ91/잘 도착했어요ㆍ92/벚꽃의 신비가 한낮을 끌어당긴다ㆍ93/오늘도 길을 잃었나 봐요ㆍ94/애플데이ㆍ96/동기화ㆍ97/끝줄로부터 무한하게ㆍ98/이불의 생령ㆍ100/바다가 되려는 비ㆍ101/보고 싶다는 말ㆍ102/너에게 나라서ㆍ103/온실에서 자라나는 건강하고 안전한 말ㆍ104

해설 강웅식(문학평론가)ㆍ105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나는 오래된 책처럼 앉아 있습니다

당신은 요즘 무얼 읽고 지내시는지

통로를 활짝 열고서
지워버린 사람이 있고

안녕 안녕?
우리는 계속 말이 없었다

한 페이지의 밤을 다 빠져나간 모래벽

이 책을 기억하시는지
자정이 되면
뒤로 걷는
- 「밤의 서점」 전문

영영 너머 영영이 있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을 때 한 가지기후만 응시하고 싶었다

한 줌 눈
백지 한가운데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법

영영 영영 영영영영 영영영 영영 영

추락하는 영원
깨어나는 영원

천국은 내가 쓰려고 한
시의 마지막
단어
- 「00」 전문

하루 지나 반백년
오늘 가장
먼 사람

머나먼 행성처럼
돌아오기 벅찬,

출입구
가득한 미래
출발은 쓸쓸한 거야

부풀린
낙하산처럼
공중을 떠도는

쓸모없는 시도들과
짓궂은 양 떼와

소소한
자정의 안부
되물을 수 없다
- 「이를테면 모르는 사람」 전문

이것은 어쩌면 신으로부터의 답신일지도

그러니 짐승이여!
발 뺄 수 없는 마음이여!

한여름
흩날리는 눈처럼
나 아닌
나 되어

*
사랑이 끝난 뒤에도,
애도가 끝난 뒤에도,

내가 모르는 뭔가가 계속되었다

미래를
끌어다 쓰는
밤처럼
잠처럼
- 「이후」 전문


당신을 알았다고 착각하는 잠시 동안
내가 나를 영영 모를 것 같은 기분과
의문과 과거시제가
조금 더 외로워졌다

목적지를 정해서 도착할 수 없는 곳
검은 곳 어두운 곳 구별되지 않는, 악월
가파른 직전의 이해가
오해를 불러온다

담을 벽이라고 발음하는 식물처럼
가시권 밖에서의 징그럽고 다정한 포옹
뿔 달린 머리를 상상하며
울다가 웃었다
- 「타인의 방」 전문

나의 출발은 도착의 잠복기예요

밀어낸 힘과 힘이 만들어낸 붙임성

시어가 뒤집힐 자유
시가 될
자유
- 「시점」 전문

■ 시인의 산문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야?

네가 말을 했는데 내가 알아듣지 못했다.

그리하여
더 나아갈 수 없었다.

 

출처: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무엇보다 먼저 아래의 작품을 보자.

숨을 참으면
당신의 무의식

도처에서 보고야 마는 사람이 된다

바닥의 기분은 멀어서
절망이 없는 곳

층층 사이를 옮겨 다니는 날개와 균형

지우면서 세우고 잊으면서 들키는

저,
먼,
뒤,
실패한 우상의 꼿꼿한 상징물
- 「타워」 전문

너무 자세하게 그리고 너무 많이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의 규칙에 제약을 받기라도 하는 것처럼, 위의 시에서 어떤 화자는 말을 아낀다. 위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어떤 화자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하고 있다는 인상보다는, 차라리 우리는 그 누군가가 몇 개의 문장들의 파편적 조각들을 이렇게 저렇게 엮어서 배치하고 있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받게 된다. 게다가 “저,/먼,/뒤,/”라는 구절에서 보는 것과 같은 대단히 짧은 호흡의 극단적인 행갈이와 불과 열 개의 행으로 이루어진 짧은 길이의 작품에 도입한 다섯 개의 행간 띄움은 우리가 이 시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시도해야 하는 어떤 맥락의 구성 작업을 부단히 지연시키고 심지어 방해한다. 그 의미를 쉽사리 노출하지 않는 시어와 구절들의 불투명성과 형태적 측면의 돌출은 독자들로 하여금 이 시를 어떤 이야기나 관념의 형성을 목표로 하지 않고 오로지 형식 그 자체로 살아남아 자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형태주의의 시와 연관시키도록 유혹한다. 이쯤에서 이번에는 위의 시를 아래와 같이 변형시켜 보자.

숨을 참으면 당신의 무의식
도처에서 보고야 마는 사람이 된다
바닥의 기분은 멀어서 절망이 없는 곳

층층 사이를 옮겨 다니는 날개와 균형
지우면서 세우고 잊으면서 들키는
저, 먼, 뒤, 실패한 우상의 꼿꼿한 상징물

위와 같이 변형된 모습은, 부분적으로 다소 어색한 부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그럼에도 두 개의 평시조를 이어 놓은 연시조처럼 보이기에 충분하다. 원래의 작품과 그것을 변형시켜 놓은 것은 따지고 보면 동일한 것이지만, 그 둘 사이에는 그것들을 동일한 것으로 보기 어렵게 만드는 일종의 심연이 가로 놓여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전자를 후자로 변형시켰지만 김보람 시의 형성은 후자의 형태에서 전자의 형태로 전환되는 과정을 따르는 것 같다(그녀는 시조시인이 아니겠는가!). 얼른 보아서는 결코 시조처럼 보이지 않는, 김보람 시인의 작품들의 배후에는 항상 이른바 ‘3장 6구, 45자 내외’라는 시조 양식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각 장의 전구와 후구를 나누어 행갈이를 하고 그것들을 다시 한 행 띄우는 등 원래 시조의 형태를 다양한 방법으로 변형시키면서도, 그녀는 여섯 구 각각을 구성하는 글자 수(3ㆍ4), 특히 종장 첫 구의 글자 수(3ㆍ5)의 고정 규칙을 충실하게 따르고자 한다. 그렇게 평시조의 기본 규칙을 준수하면서도 그녀가 최종적으로 완성해 놓은 작품들의 형태는 다채로운 변형의 과정을 거친 것인데, 문제는 그런 변형의 정도이다. 평시조 세 개를 다양하게 변형시켜 이어놓은 형태를 보여주는 아래의 평시조의 경우,

최초의 장면으로 직전의 감정으로 비너스, 둥근 빛 속에 은거하는 몸의…… 아늑한 동굴입니다, 어두워서 깊은 것
- 「비너스는 우리를 눈뜨게 하고」 부분

에서 보는 것처럼, 세 개의 장을 한 행으로 이어 붙여 놓거나, 역시 세 개의 평시조를 변형시켜 이어 놓은 다음의 경우,

수상해
수상해
문틈에서
문틈으로
출몰하는
출현하는
엔진이
불길이
연기가
잿더미가 된
일부가
전부가
- 「악의 숲」 부분

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여섯 개의 구들 그 각각을 반으로 나누어 다시 그것들을 모두 행갈이 하여 배치해 놓음으로써, 그녀는 전통적인 시조의 정형화된 형태에서 되도록 멀리 벗어나고자 한다. 그런데 그녀는 그런 변형의 과정에서 애초에 시조의 규칙을 따른 정형의 형태를 구축해 놓고 그것에다 도식적인 변형을 가하는 것 같지는 않다. 세 개의 장을 한 행으로 이어 붙여 놓거나 열두 행으로 나눠 놓거나 하는 적극적이고 과격한 변형의 경우이든, 또는 ‘3장 6구’로 이루어진 시조의 전형적인 형태에서 각 장을 각각 한 행씩 띄워 놓는 소극적이고 온건한 변형의 경우이든, 각각의 시편은 애초에 그것을 촉발시킨 어떤 시적 직관이나 시적 인식에서 비롯된 것 같은 그 나름의 고유한 형태를 취한다. 요컨대 김보람의 시는, 정형시인 시조의 기본적인 형태를 그것의 심층구조로서 간직하고 있지만, “자유시의 진실한 이상(理想)은 형(型)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의 시에 한 개의 형을 발명하는 것”이라는 자유시의 이념을 따르는 듯하다.
- 강웅식(문학평론가)

 

출처: 시인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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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모르는 사람:김보람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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