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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 +미니수첩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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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소개

 

경영인 박용만이 직접 써 내려간
일의 기술, 관계의 태도, 삶의 이야기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박용만이 직접 쓴, 첫 책을 냈다. 그간 알려진 그의 모습은 경영인으로서의 성과에 집중되어왔다. 그는 소비재 중심의 두산을 인프라 지원사업 중심의 중공업그룹으로 변모시키는 과정에서 인수합병을 이끌었고, 지난 7년여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하며 샌드박스로 신기술 사업화 등을 성과로 남겼다. 하지만 ‘경영인’ 박용만 외에도 그에게는 사진작가, 아마추어 요리사, 미식가, 주말 봉사자 등 다채로운 얼굴이 있다. 또한 한때 저널리스트를 꿈꿨던 박용만 회장이 글쓰기를 즐겨하며, 파워 SNS 유저로서 격 없이 소통해온 것은 유명하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지면을 확장해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일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경영 기술과 삶의 태도를 꾹꾹 눌러 썼다.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는 기업인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개인사, 경영 일선에서 흘린 땀과 눈물, 그가 지켜온 가치와 꿈꿔온 미래에 대한 박용만의 기록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경영인 박용만의 일의 경험뿐 아니라 그 이면의 자연인 박용만의 다양한 활동과 시각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빛나는 것은 그의 태도다. 일이든 관계든 최선을 다하되 긍정을 잃지 않는 여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휴머니스트다운 면모는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독자들에게 괜찮은 어른을 만나는 드문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출처:교보문고

 

2. 저자

 

저자 : 박용만

서울 명륜동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보스턴대학교 경영학 석사를 거쳐 한국외환은행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두산에 입사해 식품, 출판, 광고, 건설, 중공업 등 여러 사업 부문을 거치고 두산그룹 회장을 지냈다. 현재는 두산 인프라코어 회장직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을 겸하고 있다.
호기심 넘치는 ‘얼리어답터’이자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대기업 CEO로 잘 알려져 있지만 쉬는 날엔 혼자 골목골목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실바노’라는 세례명을 가진 신실한 가톨릭 신자로 국제적인 구호 봉사단체 ‘몰타기사단’ 한국 지부를 이끌며, 매주 직접 소매를 걷어붙이고 아마추어 요리사로 봉사에 매진한다.

 

출처:교보문고

 

3. 목차

 

들어가며_이야기를 솔직하게 쏟아내는 작업

1
김치밥을 해놓고 식탁에 마주 앉았을 때
짬뽕 먹는 방법 알아요?
꼭 이기지 않아도 좋습니다
결과적으로 다행한 일이다
졸업하면 어떡할 거야?
사랑의 만두 다 드세요
한 소녀가 방문 앞에 서 있었다
추억이고 삶의 습관을 만들어준 시간이다
집에서도 그렇게 해봐
멀쩡하게 즐겁게 사느냐고 물어보면
한 번만 봤으면
아무 말 말고 찍어봐
내 몸의 비밀이 얼마나 더 있을지
연구해도 정답은 없는 것
주인이 좋아, 음식도
아까부터 자네 알아봤어
세월 가는 것도 썩 괜찮은 변화다
존경한다는 말도 사실이다
당신들의 꿈을 꿔라

2
눈물을 참지 못했다
희망의 누수를 막기 위해
한 가지 더 이야기할 것이 있습니다
웃음은 보일수록 소득이 증가한다
설명해줘서 고마워
자네가 무식하다고!
그 친구, 믿을 만한가
거짓말했다는 소리를 들을 순 없다
아침 식사 하셨습니까
나야말로 그러지 말라고 누누이 이야기했는데
오늘 한잔할까?
상대가 바보인가?
저 친구가 장난친 거예요

3
귀엽다는 것이죠
남사스럽게 그게 뭐냐
미안해, 해결해볼게
될성부른 회장 알아보겠나
우리가 레일을 놓을게요
내려놓은 카드는 다시 못 집어 올린다
톤과 매너는 부드럽게
잘 다듬어진 연장이다
몸은 힘들었지만 정신은 쉴 수 있었다
우리 집안 사업이라는 생각 말고
아저씨, 무거워요?
너무 떠들었나?
이제 ‘뉴데’라고 불러드릴게요
우리가 하면 다릅니다
잘 키우겠습니다
나 자신까지 설득할 수 없었다
감당할 수 있습니다
나 따라서 다시 합시다
일할 자격이 모자란 사람이었다

4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세 마디밖에
왜 낯이 익지?
그런 빵이 가능이나 할까
스페인어로 준비했습니다
너한테 인색해라
나보다 못한 것, 줘야 한다는 생각이 당치 않다
전 세계가 기원하고 있다
자신에게 정말 좋은 경험이라는 걸
의자값 하며 앉아라
내가 잘 몰라서 판단이 안 된다
내란 사람이 그런 걸 못 한다
얼마나 어리석은가 다시 생각하는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내비
기도가 양념으로 들어가니 맛있더라
나에 대한 용서는 권리입니다
다음에 오늘을 되돌아보는 날이 왔을 때
남쪽 사람이 탔지?
처절한데 참 따듯하네

나가며_자유롭지 않아도 자유롭다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그해는 두산이 시즌 4위로 간신히 턱걸이하듯 준플레이오프에 올라 연 16게임의 가을 야구를 치르며 악착같이 코리안시리즈 우승을 향해 올라가는 기적의 끈기를 보여주던 해였다.
“베어스를 보면서 내 삶을 생각합니다. 제대로 취직도 못 했고 무엇 하나 가진 것 없는 패배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이 베어스입니다. 나도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자신이 생깁니다.”
어느 젊은이가 보내준 이 메시지를 읽고 참으로 가슴이 뭉클했다. 그래서 당연히 응원도 가야겠지만 이 젊은이의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꼭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만류를 무릅쓰고 대구 구장으로 달려갔다._40쪽

부자지간도 회사 일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아비라고 폼 잡고 있어봐야 아들들이 바보도 아니고 내 좋은 점, 나쁜 점, 잘한 점, 실수한 점, 인간으로서의 모든 면을 다 보고 있는데 멋있는 척해야 통하지도 않는다. 그냥 내 사랑으로, 생각대로, 나 생긴 대로 터놓고 사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도 머릿속은 20세기인데 겉모습만 21세기로 만들려고 하면 ‘청바지 입은 꼰대라는 소리 듣는다._82쪽

“시간이 흘러가며 내 몸도 생각도 예전 같지 않음을 자주 느낀다. 젊음이 물러감을 느끼는 것은 아마 인간의 가장 큰 상실감 중의 하나이겠지 싶다. 동시에 평생 학습하고 경험해서 견고하게 다져놓은 내 판단의 잣대에 대한 집착도 사라져간다. ‘그럴 수 있지’ 혹은 ‘내가 다 옳을 수 있나?’ 하며 판단하기를 유보하곤 한다. 이렇게 젊음을 잃어버리고 변하는 과정에 오히려 편안하고 다가오는 변화가 마음에 들기까지 한다._122쪽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보며 내가 가장 큰 공부를 한 것이 바로 변화와 사람에 관한 것이었다.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면, 잃을 것이 없고 바꿀 것이 없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적응한다. 오랜 경험이 있고 하던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이 저항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그들을 치우고 새 사람으로 바꾸어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옳을 것 같지만 사실은 어리석은 방법이 되기 십상임을 배웠다. 내 입에 달지만 경험이 없는 변화 추구자는 도움이 되질 못하는 법이었다. 느리고 변화에 순응하지 않아서 답답하지만, 경험이 많고 유능한 사람은 어떻게 하든 새 방식을 받아들이면 훨씬 영향력이 컸다. 그래서 뭐든 변화가 일어날 때 늘 고심한다. ‘유능한 사람 돌려 세우기’가 ‘돌아선 사람 위주로 끌고 가기’보다 훨씬 중요함을._140쪽

구조조정, 위기 극복, 변화와 혁신, 모두 각각 다를 것 같지만 공통점이 있다. 모두가 고통스런 과정이라는 점이다. 가진 것을 파는 것도 고통이고 눈에 보이는 가능성을 오늘의 생존 때문에 포기하는 것도 고통이다. 동료를 떠나보내는 것은 말로 할 필요조차 없이 가장 큰 고통이다._147쪽

아는 것이 힘이라고 한다지만 인수합병의 장에서만큼 이 진리가 통하는 데가 없다. 상대의 입장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유리하다. 그리고 상대를 알면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언인지 정확히 알게 된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면 내가 파는 경우에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게 해주는 대신 다른 것을 후하게 받을 수도 있고 혹은 그들이 원하는 것에 상당한 가격을 붙일 수도 있다. 딜의 스트럭처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서 상대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합리적 가격에 가질 수 있고, 나는 나대로 내가 원하는 것에 더 가치를 붙일 수도 있다.(…) 이처럼 거래는 지식과 과학의 힘으로 결정된다._171~172쪽

 

그렇게 어린 사원들 건드리지 말라고 했건만 경영진이 일을 저질렀음을 알게 된 것도 SNS를 보고서였다. 난데없이 쏟아지는 비난의 홍수를 보고 사태 파악을 했을 때는 이미 저질러진 후였다. 바로 취소하라고 불같이 화를 내고 되돌리라고 했지만 소용도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된 과정을 알았든 몰랐든 회장인 내게 포괄적 책임이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내 뜻을 어기고 어린 사원에게 희망퇴직을 권한 경영진을 처벌한다고 상황이 달라질 일도 아니었다. 쏟아지는 비난 속에서 일을 저지른 사람들은 처벌보다 더 큰 교훈을 얻었을 것이고 어차피 나는 분노조차 표현할 수 없는 위치니 혼자 삭이고 삼켜야 했다. 결국 그렇게 사랑하고 아끼던 어린 사원들을 지키지 못한 죄로 힘들었던 그 시간은 정말 죽음과 같이 힘든 시간이 됐다._319쪽

공적인 이해의 관점에서는 설사 생산성과 효율이 조금 낮더라도 전체에 대한 공급이 우선해야 하는 일이 있다. CEO로서의 능력이 내게 체화된 생산성과 수익성의 추구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당연히 대한상의 회장이라는 공적인 영역에서는 전혀 다른 능력과 사고를 갖추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주저하는 일이 많았다. 내가 직관적으로 머리에 떠올린 판단에 자신이 없어서였다. 여러 해 동안 대한상의 회장을 하며 많이 훈련도 됐고, 공적인 영역의 일을 많이 접하다 보니 이제는 나 자신의 사고도 많이 바뀌긴 했다. 하지만 아직도 문득문득 습관적으로 생산성에의 집착을 느낄 때는 8년 가까이 해온 대한상의 일에서도 멈칫하게 된다_336~337쪽

“독일제 털로 (노숙자용) 점퍼를 만들었다고 하니 ‘나도 못 입는 독일제 오리털을 넣었어요?’ 하는 사람이 있다. 봉사 다니며 가장 분노가 솟을 때 중 하나가 ‘어머, 이건 우리도 자주 못 먹는 건데……’라거나 ‘거의 우리 집 수준이네’라는 말을 들을 때다. ‘내가 베푸는 것이니 나보다 못한 것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참으로 당치 않다.”_370~371쪽

 

출처: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또 하나 배웠다”
휴머니스트 회장이 말하는 ‘사람의 일’

35년여 간 식품, 출판, 광고, 건설, 중공업 등 두산그룹의 여러 사업 부문을 거쳐온 박용만 회장이 입사 초기에 맡았던 업무는 청량음료 영업이었다. 당시 그는 세무 자료 없이 장사를 하는 시장 관행을 근절해 합리적 영업 방식을 안착시키고자 했지만, 영업사원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았고 이 사건은 그에게 ‘큰 변화 앞에서 사람을 움직이게 할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남겼다. 이 같은 현장에서의 회고를 시작으로 IMF시기 구조조정이라는 극한의 파고를 넘은 일, 획기적 M&A를 통해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해간 일, 대한상공회의소 와 정부와의 협업 등 그가 펼쳐놓은 사업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한국 기업의 현대사라 할 만하다. 나아가 협상 상대의 블러핑 구분법, 컨설팅사 활용법 등 그가 전하는 인수합병의 스킬은 경험의 구체성을 바탕으로 영화 〈머니 볼〉과 드라마 〈스토브리그〉에 못지않은 생생함으로 다가온다.
범인(凡人)들은 예상조차 어려운 사업 경험을 보유한 박용만 회장이지만, 그가 오랜 경험에서 얻은 교훈은 결국 사람의 소중함이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어려운 순간 가장 의지한 것은 사람이었으며, 사람들과의 교유를 통해 성장해왔다는 것이다.

직원들 가운데 ‘젊은 친구’인 신입사원들을 향한 박 회장의 애정은 각별하기로 유명하다. 젊은이들의 생각에 미래가 있다고 보는 그는 두산그룹 면접 및 채용, 신입사원 연수, SNS 소통 등 신입사원들과의 일화를 기록했는데 그 마음 씀씀이가 드러난 대목은 그가 왜 직원들에게 ‘아버지’ ‘회장 아버지’로 불리는지 짐작게 한다. 물론 2015년 논란이 되었던 신입사원 희망퇴직 논란을 둘러싼 저간의 사정과 자신의 입장도 빠뜨리지 않았다.

“양지 아래 그늘이 있고 그늘 안에도 양지가 있었다”
몰타기사단 회장, 주말 요리 봉사자의 날마다 새로운 삶

박용만 회장은 지난 5년간 종로 노인 급식소에서 요리 봉사를 통해 2만 식 이상의 도시락을 전달해왔으며, 알로이시오 소년의 집 후원은 17년째 이어오고 있다. 바쁜 와중에도 그가 봉사를 놓지 않는 바탕에는 “너한테 인색하라”는 아버지의 말씀뿐 아니라 낮은 이들을 도우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에 대한 존중이 자리한다. 저자가 봉사의 태도로 강조하는 것은 재정적 지원이나 감독보다 ‘직접’의 태도인데, 이는 손수 도울 때만이 도움받는 이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그가 국제적 구호봉사 단체 ‘몰타기사단’ 한국 지부 회장이 되고 난 후, 몸으로 하는 활동이 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봉사자가 남에게 주는 것이 자신의 것보다 못한 물건이어야 한다는 우열의 생각이 당치 않다고 일침을 놓기도 한다.
봉사 외에도 그의 생활을 지탱하는 또 다른 활동은 사진 찍기나 미식, 요리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수십 년간 사진을 찍어온 아마추어 사진가 박용만은 쉬는 날이면 아름다움을 찾아 골목골목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그 과정에서 낯선 삶을 만나는 것을 공부라 여긴다. 또한 맛집을 찾아다니며 긴 웨이팅 끝에 착석해 메뉴를 고르는 시간을 행복한 순간으로 꼽으며, 가족을 위한 식사 준비를 보람으로 여긴다.
보통사람들의 기준에서 보면 분명 많은 것을 가진 그이지만, 어린 시절의 결핍을 고백하는 글이나, 나이 듦에 따른 몸의 변화를 써 나간 글은 보편적 공감을 부른다. 세월 가며 그가 이르게 된 시선을 통해 독자들은 삶에서 가치 있는 것은 “아내와 김치밥을 마주하고 앉았을 때”처럼 가장 가까운 데 있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된다.

출처: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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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남진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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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소개

 

문학동네시인선 140 남진우 시집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가 출간되었다. 2009년 《사랑의 어두운 저편》을 낸 이후 처음 선보이는 신작이니 햇수로 11년 만이다. 총 68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담긴 이번 시집은 첫 시부터 끝 시까지 산문시로만 채워져 있다.

 

출처:교보문고

 

2. 저자

저자 : 남진우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 『사랑의 어두운 저편』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 『타오르는 책』 『죽은 자를 위한 기도』 『깊은 곳에 그물을 드리우라』가 있다.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작가의 말

밤의 끝, 알 수 없는 곳에서
새들이 이야기를 물고 날아온다.

이른 새벽
문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 보면
아무도 없는 텅 빈 거리 저편
새들이 물고 온 소식이 허공에 빛나고 있다.

2020년 어느 아침
남진우

출처:교보문고

 

3. 목차

 

시인의 말

1부 아주 오래된 폐가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전투 / 창가에서 / 적막 / 고양이의 비밀 / 문 / 거리의 악사 / 책도둑 / 설인(雪人) / 악어 / 밤으로의 표류 / 산호초 / 화염국 / 광야를 달리는 사자처럼 / 검은 고양이 / 서역만리 / 서산에 해 지고 / 산그림자 / 약속의 땅

2부 거울 속에서 전쟁이 시작되었나보다
성문 앞 보리수 / 철제 계단이 있는 풍경 / 천사가 불칼을 들어 그 땅을 치니 / 겨울 묵시록 / 귀뚜라미 소년 / 겨울의 빛 / 한밤의 마술 / 모래의 시간 / 천 일 밤의 여행 / 우리가 사는 동안 / 봄빛 / 저녁식사 / 무명초 / 거울을 들여다보다 / 회오리바람 속에서 / 철거 / 가까이 그리고 멀리서

3부 깊은 밤 침입자가 창을 넘어 들어왔다
새를 부르다 / 기적 소리 / 봄밤의 독서 / 최후의 인간/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 불타는 책의 연대기 / 심야의 방문객 / 범행의 흔적 1 / 범행의 흔적 2 / 도서관에서 / 밀사 / 어두워지기 전에 / 코끼리를 꿈꾸다 / 심야의 지하철 / 책들은 그 섬에 가서 죽는다 / 도착 /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4부 자 이제 받아서 쓰기만 하면 되네
제국의 가을 / 사막의 돌 / 새벽 세시의 시인 / 축제의 시간 / 매복 / 그림자 연못 / 불타는 호랑이의 연대기 / 실종 / 풍경 / 자객 / 스노볼 / 포효 / 여우 이야기 / 잠들지 않는 아이를 위한 노래 / 빙하와 어둠의 기록 / 노인과 바다

해설| 펄프의 꿈, 도착(倒錯)의 전화(前化)
-이 ‘이야기’는 무엇인가?
| 조재룡(문학평론가)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문득, 흠칫, 몸을 떨며, 당신은, 보게 될 것이다.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던 백지에서 와글거리며 어떤 글자들이 떠올랐다가 다시 흰 물살에 휩쓸려 백지의 심연 속으로 순식간에 가라앉아버리는 것을. 미처 글자들을 따라잡지 못한 당신의 시선이 거듭 흰 물살에 휩쓸려 미끄러질 때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책은 펄럭이고, 펄럭이는 페이지를 붙잡고 앞으로 뒤로 아무리 뒤져보아도 빈 페이지는 찾을 수 없고, 다만 페이지에서 페이지로 이어져가는 글자들의 끝없이 긴 행렬이 대기하고 있을 뿐. 당신의 손 위에서 책은 페이지마다 그토록 많은 암초들을 숨겨놓고 은밀히 당신의 시선이 수면 위를 스쳐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산호초-어느 항해의 기록」 부분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그는 책상 앞에 앉아 주름진 손으로 백지에 뭔가를 끄적이고 있었다. 사막을 가로질러온 바람이 허공에 모래먼지를 뿌리고 지나갔다. 이내 그가 적은 말들이 바람에 불려 쓸려나갔다.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그는 붙박이장을 열고 두터운 옷들을 헤치고 들어가 구석에 웅크리고 앉았다. 멀리서 비상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졌고 비행기 편대가 날아와 공습을 시작했다. 개가 짖어댔고 고양이가 담벼락 너머로 사라졌고 전선 위의 새들이 깃을 치며 날아올랐고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그는 밤샘 작업을 마치고 잠을 자기 위해 힘겹게 침대를 향해 가다가 거실 벽에 걸린 전신거울에 비친 흐릿한 모습을 보았다. 중력 암흑물질 벌레구멍 같은 말들이 빠르게 그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어둑한 방 한가운데 먼 혹성에서 온 노인이 불길한 미소를 띤 채 아득히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풀어야 할 마지막 문제였다.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부분 

 

출처: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밤의 끝, 알 수 없는 곳에서
새들이 이야기를 물고 날아온다.”

문학동네시인선 140 남진우 시집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가 출간되었다. 2009년 『사랑의 어두운 저편』을 낸 이후 처음 선보이는 신작이니 햇수로 11년 만이다. 총 68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담긴 이번 시집은 첫 시부터 끝 시까지 산문시로만 채워져 있는데 그래서일까, 해설을 포함하여 168쪽이나 되는 두툼한 분량도 그렇거니와 ‘이야기’라는 서사의 체인이 시 한 편만이 아니라 시 편마다, 나아가 시집 전체를 팽팽히 감고 있구나, 알게 하는 연이은 숨의 고리들로 말미암아 시를 읽고 시를 이해하는 데 있어 일단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겠구나, 각오 뒤에 다짐 끝에 그 처음을 시작하게 한다.

“밤의 끝, 알 수 없는 곳에서 새들이 이야기를 물고 날아온다”라는 시인의 말로 포문을 여는 시집. 서너 번 앞서 읽은 입장에서 ‘밤’과 ‘끝’과 ‘알 수 없는 곳’과 ‘새들’과 ‘이야기’와 ‘물고’와 ‘날아온다’를 키워드로 페이지를 넘긴다면 보다 수월하게 읽힐 것도 같은 시집. 밤을 말할 수 있겠는가, 끝을 풀이할 수 있겠는가, 알 수 있는 곳이라면 우리가 끝끝내 살았겠는가, 우리에게 없는 갈퀴 있는 두 손을 가진 게 새들 아니겠는가, 시라면서 대놓고 이야기라니 리듬감 있는 정신이 아니겠는가, 씹거나 삼키거나 핥거나 뱉는 것이 아닌 물고 있을 적의 그 어중간함을 감히 삶과 죽음의 경계라 하면 과장이겠는가, 그럼에도 날아가서 영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날아와서 혹 보일 수도 있겠다, 하는 기대로 세상 이치 따질 기세 없이 무한한 상상력으로 제 안의 헛것이랄까 제 눈에는 온통 보이는 그것들을 일단은 꿰어보는 과정이 시가 아니겠는가.

남진우의 시 문장은 쓸 데 있기만 해서, 쓸데없음은 못 참아서, 지방보다는 근육인고로, 우회보다는 직진인고로, 그 읽기의 빠른 회오리에 휘감기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속도를 냈다가는 이야기의 맥을 놓쳐 그 품을 다시 파고들고자 애초의 처음으로 돌아오기가 십상인 까닭이다. 산문시의 형태를 띠다보니 겉으로는 느슨할 수 있겠으나 속으로는 촘촘히 당겨 짠 직물처럼 팽팽한 시집. 그 위로 비가 내린다 할 때 그 물기를 흡수하는 시가 아니라 그 물기 스스로 매달려 있게 하는 시집. 물기의 머금음이 아니라 물기의 매달림은 투명한 비침을 담보로 할 터, 이런 꾀가 없고 저런 수가 필요 없음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시집.

도통 감정적 넘침을 모르고 짐짓 거리두기의 표본만을 지켜온 남진우의 시는 어떤 경우에도 특유의 냉정하고 차분하며 날카로운 관찰자의 시선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을 제 문학의 본령으로 유지해왔다. 이번 시집 역시 그런 건강한 토양에서 출발은 하나, 갈고 난 밭고랑에 심은 작물의 종류가 전에 없이 다양해졌다는 점, 그 이야기의 초록들을 거두는 데 있어 끈기 있게 높이를 키우고 집요하게 몸피를 넓혔다는 점에서 앞선 시집들과 조금 변모된 양상을 보이는 것도 같다. 시로 마주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더한 격함을 보인다랄까, 그것을 이름하여 열정이라 할 때 이야기의 소실점 안으로 쏟아지고 모여드는 이 에너지를 바로 하여 간절함이라 말해보면 글쎄, 손사래의 시인이 저 앞에 서 있을까. 시라는 이만큼의 뜨거움, 그 여전한 반복. “글쎄, 저놈의 사냥이 언제나 끝날지……”(「창가에서」)

시집 전반을 뒤흔드는 주제는 여럿일 테고 그중 시라는 원형으로의 깊은 탐구를 건드려보자면 그 흔적은 이렇게도 발견되는 듯싶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아야”(「고양이의 비밀」) 하는 세계. “꽁꽁 묶은 보퉁이를 풀어헤치자 다른 보퉁이가 나오고 그 보퉁이를 풀자 또다른 보퉁이가 나오”(「문」)는 끝도 없는 세계. “둥근 달 아래 빙글빙글 도는 설인의 춤”(「설인(雪人)」을 마주할 수 있는 세계.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한 걸음 나에게 다가오는 계단”(「철제 계단이 있는 풍경」)을 만나야 하는 세계. “산맥을 넘고 바다를 건너 끝없이 어디론가 끝없이 날아가는 새”(「새를 부르다」)를 올려다보기만 하는 세계. “이 밤 나는 홀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지만 그가 영원히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최후의 인간」) 이미 알고도 행하게 하는 세계. “간신히 나는, 오늘 나는 죽을 것이다, 라고”(「도서관에서」) 일단은 자신 있게 쓰게 만드는 세계.

죽음이라는 본령은 또 어떻게 건드려졌나. “석 달 전 땅속에 묻힌 아내가 멀리서 대답하는 음성이 들려”(「적막」) 들어버리는 세계. “저멀리 눈부시게 빛나는 약속의 땅을 향해가고 또 가며 뗏목과 함께 우리는 가라앉는”(「약속의 땅」)다 해도 무서울 것이 없는 세계. “아니 그럼 너는 네가 아직 살아 있다고 믿는 게냐. 너 또한 기껏 바스락거리고 있을 뿐이지 않느냐”(「우리가 사는 동안」)라며 새삼 귀를 열게 하는 세계. “씹으면 씹을수록 밥은 모래가 되어”가고 “밥을 먹으며 서서히 모래 무덤이 되어”(「저녁식사」)감을 깨닫게 하는 세계. “나는 귀가 먹어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다. 너도 입다물고 흘러가는 구름이나 보아라”(「무명초」) 일갈해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세계. “바람은 안 자고 뭐하나?/그냥 헤매는 거지. 헤매다 걸리는 게 있으면 한번 흔들어보는 거지./한번 흔들리고 나면 아무 소용없어. 돌이킬 수 없이 변해버리는 거야.”(「회오리바람 속에서」) 바람을 보게 만드는 세계.

읽어나가면서 몸에 새겨지는 문장의 힘, 그 한두 줄의 마력만으로도 어쩌면 이 시집의 역할은 제 기능을 다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의 내용적 측면에서 정확한 뜻풀이가 가능한들 그것이 무슨 소용이겠냐며,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라며 “페이지에서 페이지로 이어져가는 글자들의 끝없이 긴 행렬”(「산호초」)에 곧바로 합류할 것이 책에 미친 남진우만의 일관된 태도임을 바로 알 수 있어서다. 전에 없이 시니컬한 유머러스함을 자주 선보이기도 한 그의 이번 시집을 때론 킥킥대며 읽다 때론 헉헉대며 읽다 그 읽기의 숨을 오래 참게 한 시가 한 편 있으니, 바로 이 「악어」다. “당신이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것은 우리 사이에 악어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악어들 사이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 유일한 문제는 조용히 살다 어느 날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느냐 아니면 악을 쓰며 뼈만 남을 때까지 뜯기면서 사느냐, 그 차이일 뿐이다.” 남진우의 이번 시집을 한마디로 어떻게 말할 수 있겠냐, 거듭 누군가 묻는다면 그래, 「악어」라는 시에서 이 부분을 이렇게 추렴해볼 수도 있겠다. “그놈들은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라고.

 

출처: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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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남진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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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소개

 

신은 없고 비이성적 믿음만 남은 세상을 위한 12가지 해독제
이 책은 ‘종교 바이러스’를 저지할 ‘이성’이란 백신이다!

 

신과 인간 사이 가장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선 세계적 석학, 다윈 이후 가장 위대한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그가 인류를 위협하는 비합리적 믿음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낱낱이 파헤친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왔다. 이 책의 매력은 어렸을 때부터 뇌리에 깊게 각인된 신과 성서에 대한 시각을 완전히 뒤흔든다는 점과, 생명의 복잡성 문제로 시작되며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무신론 변론이다. 무수히 많은 신 중 왜 당신이 믿는 신만이 옳은가? 성서 속 신은 선한 인물인가? 성서를 역사책이라고 할 수 있는가? 어떻게 신 없이 고도로 복잡하고 다채로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가? 신의 존재에 대한 의심이 시작됐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이제는 ‘만들어진 신’과 헤어져야 할 때이다.

 

출처:교보문고

 

2. 저자

저자 :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신과 인간 사이 가장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선 세계적 석학, 다윈 이후 가장 위대한 생물학자. 영국 〈프로스펙트〉가 전 세계 100여 개국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뽑은 세계 최고 지성 1위. 과학과 철학을 넘나드는 다수의 명저를 통해 종교의 비합리성과 그것이 사회에 끼치는 해악을 역설해왔다. 1941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태어나 영국 옥스퍼드대학교를 졸업했다. 옥스퍼드대학교 ‘과학의 대중적 이해를 위한 찰스 시모니 교수직’의 초대 교수를 지냈고, 현재는 옥스퍼드대학교 뉴칼리지의 펠로이자 왕립학회 회원으로 있다. 그동안 왕립문학원상(1987), 왕립학회 마이클 패러데이상(1990), 국제 코스모스상(1997), 키슬러상(2001), 셰익스피어상(2005), 루이스 토머스 과학저술상(2006), 갤럭시 브리티시 도서상 올해의 작가상(2007), 데슈너상(2007), 과학의 대중적 이해를 위한 니렌버그상(2009) 등 수많은 상과 명예학위를 받았다. 동물행동학에 정통할 뿐만 아니라 분자생물학, 집단유전학, 발생학 등 과학 전 분야를 두루 섭렵했다. 대표작인 《이기적 유전자》는 1976년 출간 이후 30년 넘게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한 세기의 문제작이며, 2006년 출간과 동시에 과학계와 종교계에 파란을 몰고 온 《만들어진 신》은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과학적 논증을 통해 증명하면서, 종교의 잘못된 논리가 세계사에 남긴 수많은 폐단을 지적한 명저로 평가받았다. 그 밖에 《신 없음의 과학》《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지상 최대의 쇼》《확장된 표현형》《에덴의 강》《무지개를 풀며》《조상 이야기》《악마의 사도》 등을 썼다.

출처:교보문고

 

3. 목차

 

1부 신이여, 안녕히

1. 너무나 많은 신
2. 그런데 그것이 사실일까?
3. 신화와 그 기원
4. 선한 책?
5. 선해지기 위해 신이 필요할까?
6. 우리는 무엇이 선인지 어떻게 판단할까?

2부 진화,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

7. 분명 설계자가 있을 거야
8. 있을 법하지 않은 것들로 가는 단계
9. 결정과 직소퍼즐
10. 상향식인가, 하향식인가?
11. 우리는 종교적 성향을 가지도록 진화했을까? 우리는 친절하도록 진화했을까?
12. 과학에서 용기를 얻자

역자 후기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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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우리는 《구약》이 실제로 쓰인 시점에 대한 단서를 문장의 시대착오에서 얻을 수 있다. 시대착오는 뭔가가 엉뚱한 시대에 튀어나오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고대 로마에 관한 시대극에 출연하는 배우가 손목시계를 풀어놓는 걸 깜박한 경우와 같다. 〈창세기〉에 그런 시대착오가 나온다. 〈창세기〉는 아브라함이 낙타를 소유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고고학 증거에 따르면 낙타는 아브라함이 죽었다고 추정되는 때로부터 수 세기가 지난 뒤에 가축화되었다. 바빌론 유수 시점에는 낙타가 이미 가축화되어 있었으니, 〈창세기〉가 실제로 쓰인 시점은 바로 이때다. _75쪽

만일 노아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각각의 동물 종류가 발견되는 장소는 물이 빠졌을 때 노아의 방주가 마침내 멈춰 선 장소(터키에 있는 아라라트산)에서부터 바깥으로 퍼져나가는 패턴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실제로 보는 모습은 각 대륙과 섬마다 그곳만의 독특한 동물이 살고 있는 것이다. 남아메리카에는 개미핥기와 나무늘보가 살고, 마다가스카르에는 여우원숭이가 산다. 어떻게 캥거루 한 쌍이 방주에서 나와 도중에 자손을 전혀 남기지 않은 채 오스트레일리아까지 껑충껑충 뛰어갔을까? (…) 실제로는 물론 모든 동물과 그 화석이 진화의 원리에 따라 있어야 할 곳에 정확히 있다. 이 사실은 찰스 다윈이 사용한 중요한 증거 조각들 중 하나였다. _77~78쪽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현대 신화의 예는 태평양에 있는 뉴기니를 비롯한 멜라네시아의 다양한 섬에서 유행하는 화물 숭배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많은 섬이 일본,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군대에 점령되었다. 전시에 배달되는 물품의 규모가 태평양의 섬 주민들을 현혹시켰다. 그들이 볼 때 어떤 외국인도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자동차나 냉장고를 만들거나, 그 밖에 유용한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 놀라운 물건들이 하늘에서 계속 도착했다. 그 물자들이 큰 화물 수송기에 실려 왔기 때문이다. 섬사람들은 그 모든 멋진 화물이 신들, 또는 조상들로부터 오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섬 주민들은 화물신을 기쁘게 하기 위해 그 의식을 모방하기로 했다. (…) 전쟁이 끝나 군사 기지가 철수되고 하늘에서 화물이 더 이상 도착하지 않자 섬 주민들은 ‘재림’을 기대했다. 그들은 화물신을 기쁘게 해서 잃어버린 풍요의 시대를 되찾기 위해 두 배의 노력을 기울였다. _81~82쪽

신이 아브라함과 욥을 시험하는 이야기에서 나는 《성경》 속의 신이 잔인할 뿐 아니라, 뭐랄까 불안정한 인물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치 소설에 나오는 질투심 많은 아내를 보는 것 같다. 남편이 바람을 피울까 봐 불안한 나머지 일부러 남편을 시험한다. 예컨대 남편이 바람을 피우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매력적인 친구에게 남편을 유혹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신이 모든 것을 안다면, 아브라함이 시험에 처할 때 어떻게 행동할지도 미리 알 수 있지 않았을까. _106쪽

질투에 눈이 먼 신은 그들을 중단시키기 위해 모세를 당장 내려보냈다. 모세는 금송아지를 가져다 불에 태운 다음 빻아서 가루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물에 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마시게 했다. 이스라엘의 씨족 중 하나인 레위족은 금송아지에 홀리지 않았다. 그래서 신은 (모세를 통해) 모든 레위 사람에게 칼을 들고 다른 부족을 닥치는 대로 죽이라고 명했다. 그날 칼에 맞아 죽은 자가 대략 3,000명에 이르렀다. 질투에 사로잡힌 신은 이것으로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역병을 보내 살아남은 사람들을 유린했다. 봉변당하기 싫으면 이런 신은 건드리지 않는 편이 좋다. 무엇보다 누가 됐든 다른 신은 쳐다보지도 마라! _107쪽

자기 당을 배신한 정치인을 ‘유다’라고 부른다. 옛날부터 유다의 이름은 배반 행위를 상징했다. 하지만 이것이 유다에게 공정할까? 신의 계획을 완성하려면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예수가 체포당해야 했다. 유다의 배반은 그 계획에 꼭 필요했다. 왜 그리스도인은 예로부터 유다의 이름을 증오해왔을까? 그는 단지 인류의 죄를 갚으려는 신의 계획에서 자신의 역할을 했을 뿐인데! _121쪽

우리는 패턴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때 패턴이 있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리고 패턴이 실제로 존재할 때 패턴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통계 전문가로 알려진 수학자들은 우리가 이런 패턴을 인식하려 할 때 실수하는 두 가지 방식을 구별한다. 그들은 이 둘을 거짓 긍정과 거짓 부정이라고 일컫는다. 거짓 긍정은 패턴이 없을 때 패턴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미신이 거짓 긍정 오류의 흔한 유형이다. 거짓 부정은 패턴이 실제로 있을 때 패턴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다. 모기에 물리는 것과 말라리아에 걸리는 것 사이에는 패턴이 실제로 있다. 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아서 1897년 로널드 로스가 그것을 발견할 때까지는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_294~295쪽

친절이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할 수 있는 또 다른 경로가 있다. 이 이론을 ‘호혜적 이타주의’라고 부른다. (…) 의식하지 않고도 보답하는 뇌를 만드는 유전자는 자연선택에 유리할 수 있다. 제럴드 윌킨슨이라는 과학자는 흡혈박쥐에 대한 멋진 연구를 했다. 박쥐들이 밤 사냥을 마치고 동굴로 돌아오면 누군가는 굶주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박쥐들은 배 속에 여분이 있을 것이다. 굶주린 박쥐는 포식한 박쥐에게 구걸하고, 그러면 포식한 박쥐가 자기 위에 있는 피의 일부를 토해내 굶주린 박쥐에게 준다. 다음 날은 역할이 바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론상 각각의 박쥐 개체가 포식한 날에 운수 나쁜 날 돌려받을 것을 기대하면서 베풀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_311~312쪽 

 

출처: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직시하라! 신 있는 세상의 혼란과 충돌을
상상하라! 신 없는 세상의 이성과 자유를

“이 책은 ‘종교 바이러스’를 저지할 ‘이성’이란 백신이다”

2001년 미국 9ㆍ11테러 발생 직후, 리처드 도킨스는 한 일간지 칼럼에 다음과 같이 썼다. “종교는 사람들을 언제든 살인 무기로 만들 수 있는 정신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도킨스가 글을 쓴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그러나 불행하게도 종교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종교로 인한 대립과 혼란은 극에 달했다.
신과 인간 사이 가장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선 세계적 석학, 다윈 이후 가장 위대한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그가 신은 없고 비이성적 믿음만 남은 세상을 위한 12가지 해독제를 가지고 돌아왔다. 바로 인류를 위협하는 비합리적 믿음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파헤친 《신, 만들어진 위험》이다. 그를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무신론자로 만들어준 《만들어진 신》(2006년) 이후 두 번째 종교에 관한 책이다. 원제는 ‘Outgrowing God’. ‘outgrow’는 성장하고 성숙해지면서 어떤 생각이나 습관을 버린다는 뜻이다. 그동안 유년기 세뇌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역설해왔던 그가 ‘믿음의 유전’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고, 우리 스스로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완성한 것이다.
이 책에서 도킨스는 1부와 2부로 나눠 신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1부에서는 ‘성서의 진실’을 해부한다. 왜 신을 믿느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성서 때문에’, ‘성서가 우리가 선하게 살도록 돕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도킨스는 그 이유가 왜 합당하지 않은지 성서의 모순, 부정확성, 표절, 부도덕한 가르침 등을 조목조목 밝혀나간다. 2부에서는 진화, 즉 생명의 복잡성 문제를 다룬다. 신이 만든 것만 같은 ‘있을 법하지 않은’ 복잡한 생명체들이 존재하는 이유, 작은 돌연변이 유전자가 살아남아 후대에 전달되는 자연선택 과정, 더 나아가 종교적 믿음과 친절 또한 진화의 산물임을 과학적으로 명쾌하게 증명한다.
리처드 도킨스가 이 책에서 보여준 무신론의 세계는 놀라운 지적 통찰로 가득하다. 그는 위트, 논리, 복잡한 개념을 섬뜩할 정도로 명료하게 표현하는 재능으로 신화를 현실과 완벽히 떼어놓았다. 그와 동시에 우화와 판타지를 뛰어넘어 우주의 아름다움을 자유롭게 보고 탐색하도록 이끈다. 자신이 정확히 무엇을 믿고 있는지 그 내용을 점검해보고 싶은 종교인에게, 실제로 무엇을 부정하고 있는지 따져보고 싶은 무신론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신의 존재에 대한 의심이 시작됐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이제는 ‘만들어진 신’과 헤어져야 할 때이다

그동안 종교가 불러온 정신 지배, 악영향, 혼란을 오랫동안 성토해왔던 도킨스는 이 책에서 좀 더 단도직입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신을 믿어야 하는가?”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고민이 채 끝나기도 전, 12개로 이어지는 장에서 끊임없이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진다.
무수히 많은 신 중 왜 당신이 믿는 신만이 옳은가? 성서들 사이의 모순된 내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기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왜 어떤 기적은 믿고 어떤 기적은 믿지 않는가? 성서에 등장하는 신은 정말 선한가? 성서에 좋은 말도 있다고 항변하는 사람들은, 무엇으로 좋은 구절과 나쁜 구절을 판단하는가? 그런 판단 기준이 있다면 성서가 왜 필요한가?
이 책의 매력은 어렸을 때부터 뇌리에 깊게 각인된 신과 성서에 대한 시각을 완전히 뒤흔든다는 점과, 생명의 복잡성 문제로 시작되며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무신론 변론이다. 선해지기 위해 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유전자 진화의 속성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성서는 도덕적 지혜가 담긴 책이라는 주장에는 그리스도인이 믿는 속죄 교리는 너무나도 뻔뻔해서 조롱당해 마땅하다고 반박한다. 또한 지적 설계자 없이는 다채로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주장에는 그보다 더 경이롭고 정교한 과학적 대안을 제시한다.
도킨스 주장의 핵심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모든 현상은 무조건적인 믿음이 아니라, 인간의 논리와 이성으로 충분히 납득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신을 믿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하겠지만, 책장을 덮을 때쯤이면 (무신론자가 되어 있지는 않더라도) 신은 어느새 잊고 과학의 마법에 빠질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 《성경》은 역사책인가, 아니면 한 편의 소설인가?

역사가 역사인 것은 고고학자들이 반박할 수 없는 유물을 발견했기 때문이고, 문서를 통해 그 사실이 수차례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경》은 어떨까? 대부분의 역사학자는 예수가 실존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 자체는 크게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이는 당시 흔한 이름이었고 떠돌아다니는 설교자 또한 흔했기 때문이다. 정말 문제는 성서가 누가 썼는지 명확하지 않고 날조, 표절, 번역오류, 증거 불충분, 시대착오로 넘쳐난다는 점. 한마디로 잘 짜인 한 편의 문학작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예수의 죽음과 복음서들이 쓰인 시점 사이에 긴 공백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그 복음서들이 과연 역사의 믿을 만한 길잡이인지를 의심할 한 가지 이유를 제공한다. 또 하나의 이유는 복음서들이 서로 모순된다는 것이다. 예수를 따라다닌 12명의 제자가 있었다는 데는 모든 복음서가 일치하지만, 그들이 누구였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다. (44쪽)
복음서를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데 따른 또 다른 문제는 《구약》의 예언을 실현하려는 집착이다. 특히 〈마태오의 복음서〉가 그렇다. 마태오가 단지 예언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사건을 지어내 자신의 복음서에 적어 넣는 일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 같지 않은가. 가장 눈에 띄는 예는 마리아가 예수를 낳았을 때 처녀였다는 전설을 지어낸 것이다. 이 전설은 자체 생명력을 가지고 불어났다. (45쪽)

특히 《구약》에 있는 역사처럼 보이는 이야기는 대부분 사건이 일어난 때로부터 수 세기 뒤인 기원전 600~500년에 쓰였다. 구전이라는 왜곡 필터를 통과하기 전, 이야기가 애초에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렇듯 저자는 성서가 어떻게 하나의 이야기에서 ‘귓속말 전달 효과’로 왜곡되어 세대에서 세대로 전달되는지, 자신의 믿음이나 희망에 맞추기 위해 어떻게 이야기를 개선하여 신화화가 되는지를 화물 숭배, 존 프룸 숭배 등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한다.

■ 성서 속 신은 선한 인물인가, 아니면 악한 인물인가?

도킨스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던 ‘성서는 선한 책’, ‘신은 자비로운 인물’의 틀을 완전히 깨부순다. 신은 인종청소, 심리조작, 살인, 아동학대를 방관하고 조장하는데, 이런 캐릭터는 어느 소설에서도 그 예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고 불쾌하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구약》에는 피비린내 나는 사건들로 가득하다. 신은 복수를 종용하고 자신이 선택한 백성에게 다른 부족을 도륙하라고 끊임없이 다그친다.

너희 하느님 야훼께 유산으로 받은 이 민족들의 성읍들에서는 숨 쉬는 것을 하나도 살려두지 마라. 그러니 헷족, 아모리족, 가나안족, 브리즈족, 히위족, 여부스족은 너희 하느님 야훼께서 명령하신 대로 전멸시켜야 한다. _〈신명기〉 20장 16절
가엾은 파라오. 신은 파라오가 이스라엘 백성을 풀어주지 않도록 “고집을 부리게 했다”. 물론 유월절 계략을 쓰기 위해서였다. 신은 파라오가 고집을 부리도록 만들겠다고 모세에게 미리 일러두기까지 했다. 그 결과 이집트에서 맏이로 태어난 죄 없는 아이들이 모두 죽었다. 그것도 신의 손에 의해 말이다. (74쪽)

또한 신은 잔인하고 질투심이 많으며, 앙심을 품는 데 선수였다. 다른 신들을 광적으로 증오했고, 자신을 싫어하면 그 죄를 삼대에까지 물었다. 심지어 자신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사탄과의 내기도 서슴지 않았다.

너희는 그 앞에 절하며 섬기지 못한다. 나 야훼 너희의 하느님은 질투하는 신이다. 나를 싫어하는 자에게는 아비의 죄를 그 후손 삼대에까지 갚는다. _〈십계명〉, 두 번째 계명 중에서
욥은 신을 사랑하는 선량하고 의로운 사람이었다. 이를 매우 흡족하게 여긴 신은 욥을 두고 사탄과 일종의 내기를 했다. 신은 사탄에게 욥은 자신의 모든 복을 잃어도 계속해서 착하게 살 것이며, 신을 사랑하고 섬길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리고 사탄에게 욥의 모든 것을 빼앗아 욥을 시험해봐도 좋다고 허락했다. 그래서 사탄은 정당하게 그 일에 착수했다. (100쪽)

■ 어떻게 신 없이 고도로 복잡하고 다채로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가?

다양한 생명체와 고도로 복잡한 신체 기관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나 정밀하고 완벽해서 이 모든 것을 생각해내고 실현한 설계자나 창조자가 존재할 것만 같다. 그러나 도킨스는 이러한 신비로운 생명체가 어떻게 ‘고차원적인 힘’ 없이도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의 과정을 통해 멋지게 보여준다.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이 지금과 같은 ‘불가능한 복잡성’을 가진 이유는 그 조상이 수많은 세대에 걸쳐 그런 방식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가령 치타가 이전 세대보다 조금 더 긴 발톱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가정해보자. 유전자가 부모 버전과 아주 조금 달라진 새로운 새끼 말이다. 이 작은 변화는 생존에 불리해질 수도, 유리해질 수도 있다. 더 긴 발톱은 치타가 땅을 더 안정감 있게 디딜 수 있도록 해줄지도 모르고, 이는 치타가 조금 더 빨리 달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래서 예전 같았으면 가까스로 도망쳤을 가젤을 잡는다. 아니면 가젤을 잡았을 때 긴 발톱으로 더 잘 움켜쥘 수 있기 때문에 가젤이 발버둥 치며 도망갈 확률이 줄어들 것이다. 이 경우 그런 돌연변이가 일어난 동물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높고, 따라서 그 돌연변이 유전자를 포함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할 가능성이 더 높다. 바로 자연선택이다. (228~229쪽)

진화의 힘은 정말 경이롭다. 더욱 놀라운 것은 종교적 믿음을 갖는 경향도, 도덕적으로 친절하게 행동하려는 경향도 종교 때문이 아닌 인간 뇌의 속성이라는 점이다. 즉, 섬세한 자연선택의 점진적인 축적의 결과라는 것이다. 도킨스는 이를 방증하기 위해 자기조립, 상향식 설계, 편향 심리 등 다양한 과학 원리를 총망라한다. 자연선택 진화의 다양한 모습은 이 책에 실린 화보를 통해 더욱 생생히 확인할 수 있다.

 

출처: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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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소개

 

인간 사회 속 끊임없는 비교와 선망과 상처 주기와 상처 받기
그리고 이 불가피한 불균등성들을 감싸 안으며
함께 사는 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사색의 이야기

소설가 이승우, 2021년 제 44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한 해 동안 발표된 중단편소설을 결산하는 ‘이상문학상’의 44번째 작품집이 출간됐다. 2021년 이상문학상 심사위원회(권영민ㆍ윤대녕ㆍ전경린ㆍ정과리ㆍ채호석)는 만장일치로 이승우의 〈마음의 부력〉을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작품집에는 대상 수상작 〈마음의 부력〉과 이승우의 자선 대표작 〈부재 증명〉 외에도 5편의 우수작이 수록돼 있다. 이들 모두가 각각 개성적인 목소리를 지니고 있고 그 구성이 단단하다는 특징을 보여 준다. 특히 일상적인 소재와 내용에도 불구하고 주제 의식을 깊이 있게 추구하는 힘이 돋보인다. 우수작은 다음과 같다.

ㆍ 박형서 〈97의 세계〉
ㆍ 윤성희 〈블랙홀〉
ㆍ 장은진 〈나의 루마니아어 수업〉
ㆍ 천운영 〈아버지가 되어주오〉
ㆍ 한지수 〈야夜심한 연극반〉

 

출처:교보문고

 

2. 저자

저자 : 이승우

ㆍ 대상 수상 작가 이승우
195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났다. 서울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을 중퇴했다. 1981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에리직톤의 초상〉이 당선돼 등단했다. 소설집 《구평목 씨의 바퀴벌레》 《일식에 대하여》 《미궁에 대한 추측》 《목련공원》 《사람들은 자기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 《심인 광고》 《신중한 사람》, 장편소설《생의이면》 《식물들의 사생활》 《그곳이 어디든》 《캉탕》 《독》, 산문집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을 살다》 《소설가의 귓속말》 등을 펴냈다.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서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받았다. 

 

출처:교보문고

 

3. 목차

 

제44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선정 이유

1부 _ 대상 수상작 그리고 작가 이승우
대상 수상작 | 이승우 ㆍ 마음의 부력
자선 대표작 | 부재 증명
문학적 자서전 | 데뷔작 쓸 무렵
수상 소감 | 또, 할 일이 주어졌습니다
작가론 | 소설이라는 부력 ㆍ 정용준
작품론 | 사랑에 대해 우리가 말하지 않는 것들 ㆍ 박혜진

2부 _ 우수작
박형서 97의 세계
윤성희 블랙홀
장은진 나의 루마니아어 수업
천운영 아버지가 되어주오
한지수 야夜심한 연극반

3부 _ 선정 경위와 심사평
심사 및 선정 경위
심사평
- 안서현 ㆍ 계속되는 소설의 질문들
- 장두영 ㆍ 삶의 비의를 향한 탐색
- 윤대녕 ㆍ 한恨을 녹이는 방식-두 마음이 하나 됨에
- 전경린 ㆍ 가족 사이에 생긴 부채감을 섬세한 결로 풀어낸 중후한 작품
- 정과리 ㆍ 한국 소설의 심줄 혹은 문장의 가치
- 채호석 ㆍ 해체된 세계 너머로의 한 걸음
- 권영민 ㆍ 주제의 관념성을 극복한 감동의 깊이

이상문학상의 취지와 선정 규정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마음의 부력〉은 남긴 말들을 무시할 수 없게 된 남은 사람들, 그 말들에 붙들려 상실감과 자책감에 시달리게 된 이들의 마음을 훑어 본 소설입니다. 남은 사람들이 남긴 사람에게 늘어놓는 뒤늦은 변명 같은 소설입니다. 그러나 남긴 사람을 향한 이 변명들이 실은 남은 사람들을 위한 것임을 어떻게 감출 수 있겠습니까? ‘기억하지 않으려는 안간힘으로’, 설득하려는 의지가 아니라 이해받으려는 간절함으로 쓴 글들이니 불순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슬픔은 탄식과 섞이고, 어떤 애도는 종종 자기방어술과 구분되지 않습니다. 이런 불순한 안간힘이 성공할 리 없습니다. 기억하지 않으려고 글을 쓰는데, 글을 쓰려면 기억을 해야 하는 마술에 걸린 것 같습니다. 그러니 글쓰기를 멈출 수 없습니다. (116쪽, 수상소감 중)

그의 소설에는 깊이가 있다. 아니, 깊이가 필요하다. 그가 다루는 소설은 수직적이다. 보편적으로 서사는 수평적으로 진행된다. 넓게 확장되며 앞을 향해 전개되거나 과거에 있던 일들이 현재로 소환되거나 겹쳐지는 식이다. 사건과 상황은 연결되고 이어지며 이야기는 흥미를 더해간다. 하지만 어떤 작가의 어떤 소설들은 넓이가 아닌 깊이를 택한다. 이야기가 나아가려는 방향으로 달려가지 않고 일부러 앞을 가로막아 지연시킨다. 고인 물이 같은 자리를 휘돌며 웅덩이를 만들고 깊어지듯 소설은 한 장면 한 사유를 깊게 파고든다. 표면과 피상의 차원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그다음 전개보다 그 사건이 발생하게 된 근원이나 이면에 숨겨진 본질과 원리에 집중한다. ‘왜 인물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가’, ‘왜 이 사건은 발생했는가’라는 질문 앞에 작가는 섬세하고 진지하다. (127쪽, 작가론 중에서)

〈마음의 부력〉은 편파적 사랑을 시전한 리브가를 위한 변론인 동시에 상실과 죄책감으로 귀결되고 마는 사랑의 마지막 표정을 관찰한다. 더 사랑한 마음과 덜 사랑한 마음이 일대일의 관계를 이루며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중립 상태가 될 때, 우리는 그것을 사랑의 부재라고 부를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랑은 차별이며 기울어진 곳에 사랑이 있다고 했으므로 서로 상쇄돼 남은 힘이 없는 상태를 사랑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물 위에 가만히 떠 있는 나무토막처럼 어머니의 마음은 ‘나’라는 중력의 힘과 형이라는 부력의 힘을 동일하게 받으며 가만히 떠 있다. 있으나 작용하지 않는 평형상태는 이 소설의 어둡고 모호한 분위기의 실체기도 하다.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지 않는 이 장면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랑 없는 순간이기도 할 것이다. (140쪽, 작품론 중에서)

이 작품의 제목에서 쓰고 있는 ‘부력’이란 물속에 가라앉은 물체를 수면 위로 띄우는 작용을 말한다. 어머니와 아들의 마음속 깊이 숨겨졌던 안타까움과 아픔이 되살아나면서 그 치유의 방식까지 암시해 주는 접근법이 인상적이다. 일상적 현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재지만 주제의 관념성을 감동의 깊이를 통해 극복하고 있는 이 작품의 소설적 성취를 높이 평가할 만하다. 최종 투표에서 이 작품이 심사위원 전원의 지지를 얻은 것도 이러한 소설적 특징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362쪽, 심사평 중에서)

 

출처: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대상 수상작
이승우, 〈마음의 부력〉 소개
〈마음의 부력〉은 소설적 구도와 성격의 창조라는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그 치밀한 내면 묘사와 섬세한 문체에서 단편소설 양식의 전형을 잘 보여 준다. 이 작품은 일상적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짤막한 가족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일인칭 화자로 등장하는 아들과 시골에서 혼자 지내는 어머니의 관계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지만, 소설 속의 이야기는 노모가 며느리에게 걸어온 한 통의 전화에서부터 시작된다. 아들 내외는 주말에 어머니가 살고 있는 고향 마을을 찾는다. 이 귀향을 통해 작중화자는 자신이 성장해 온 과거의 시간 속으로 회귀하면서 이미 세상을 떠난 형의 존재를 드러내고 어머니에게 일어나는 변화의 낌새를 알아차리게 된다. 어머니는 죽은 큰아들에게 한 번도 제대로 그가 하자는 일을 밀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그 안타까움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며느리에게 전화를 걸어 큰아들에게 줘야 할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야곱 형제의 이야기가 일종의 패러디 방식으로 녹아들어 있는 이 작품에서 어머니가 걸어온 전화는 어머니의 가슴속 깊이 묻어둔 한스러움인 동시에 치매의 단계에 접어들어 있는 어머니의 의식 상태를 암시한다. 소설의 결말에서는 다시 걸려온 어머니의 전화와 아들의 이야기가 더욱 깊은 감동을 일으킨다. 큰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심중의 말들을 털어내는 어머니의 말 속에 소설적 주제가 집약된다. 특히 큰아들인 것처럼 전화를 받는 작중화자의 모습에서도 짙은 감정의 파문을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의 제목에서 쓰고 있는 ‘부력’이란 물속에 가라앉은 물체를 수면 위로 띄우는 작용을 말한다. 어머니와 아들의 마음속 깊이 숨겨졌던 안타까움과 아픔이 되살아나면서 그 치유의 방식까지 암시해주는 접근법이 인상적이다.

우수작 (5편) 소개
1. 박형서, 〈97의 세계〉
〈97의 세계〉는 97초마다 반복되는 무한 루프에 갇힌 인물의 이야기다. 이야기는 딸을 향한 부성애에서 출발하지만 그 틀에 갇히지 않고, 오히려 딸을 살리기 위해선 온몸을 던져 부성애의 틀을 깨고 나가지 않을 수 없다는 깨달음으로 향하고 있어 인상적이다. 끝까지 다른 아이를 살리려 한 딸을 통해 그러한 전환을 만들어 낸다. 이 무한의 이야기 속에서 나오지 못하는 독자가 느끼는 것은 재난 사회를 살아가는, 아니 그 안에 갇혀 버린 어른들의 절망감이다. 하지만 그런 독자에게 작가는 가족애를 재발명해야 한다는 실마리와 함께, 아직은 뭐라도 해볼 수 있는 시간이라는 아슬아슬한 희망을 건넨다.

2. 윤성희, 〈블랙홀〉
가족의 이야기면서 마음에 구멍 하나씩을 지니고 사는 누구나의 이야기다. 쉽게 단락을 맺지 못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문장들로 채워진 윤성희의 〈블랙홀〉은 그것을 꼭 닮은, 서로 끊임없이 연결되며 자꾸 어디론가 흘러가는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가 다정한 마음으로 서로 연결된다고 말하는 일은 쉽다. 하지만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씩 가진 커다란 구멍, 그 시커먼 어둠을 통해서도 우린 서로 연결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황급히 떠올린 다정한 얼굴 뒤에 감춘 불우와 불의의 표정을 엿보는 ‘블랙홀의 순간들’에 관한 이야기를 이토록 능란하게 이어갈 수 있는 작가는 윤성희뿐이다.

3. 장은진, 〈나의 루마니아어 수업〉
장은진은 외로움, 추억, 사랑 같은 추상적 소재를 손에 잡힐 듯 생생히 펼쳐 보이는 마술을 부린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평소 너무나 평범해 눈에 잘 띄지 않았던 존재를 향해 말을 건네고 손을 잡아 주고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작고 연약하기만 하던 그 존재가 하나의 거대한 세계로 도약할 수 있었다. 여기에 현실적인 이유로 접어 둬야만 했던 문학을 향한 열정이 배경처럼 펼쳐져 있어 아련함은 증폭된다. 비록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가을을 닮은 그녀의 눈동자를 추억하고 겨울의 한파주의보를 견뎌 냈기에, 마침내 봄의 눈동자를 발견하게 되는 결말은 희망의 가능성을 노래한다.

4. 천운영, 〈아버지가 되어주오〉
천운영의 〈아버지가 되어주오〉에는 아버지를 부정하는 딸과, 아버지의 ‘아버지’로서 살아온 어머니라는 서로 다른 지향이 존재한다. 소설은 딸에 의해 부정된 어머니의 세계를 재구성해 내는데, 그것은 딸이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세계다. 어머니에게 ‘폭언과 폭력’을 일삼은 인물로만 여겨지는 아버지 때문에 딸은 어머니의 삶을 ‘희생과 고통’으로 점철됐다 여긴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부친으로부터 받았던 ‘내리사랑’을 실천했던 자신의 삶을 온전히 수용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 소설은 부정적이기만 했던 아버지를 견뎌 낸 어머니의 삶이 아니라 사랑을 받아 보지 못해 사랑을 할 수 없는 존재를 보듬을 수 있게 했던, 말하자면 ‘한 세상을 키우며’ 살아온 어머니의 이야기로 수렴된다. 이를테면 어머니는 딸에게 ‘내가 살아온 삶을 내가 해석할 권리’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5. 한지수, 〈야夜심한 연극반〉
한지수의 〈야夜심한 연극반〉은 자신을 버렸다고 믿었던 아버지를 찾아가는 인물이 그 여정을 통해 자신, 아버지, 그리고 세계를 재발견하게 되는 이야기다. 주인공이 자주 구사하는 영화 기법인 크로스디졸브는 이제 부재하는 것에 대한 방어가 아니라 누군가를 지켜 내기 위해 자신의 존재 전부를 건 모험을 기꺼이 감행한 사람에 대한 기억이 된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옮아가는’ 장면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우토로 마을’이다. 우토로 마을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소설적 기억으로 ‘옮아가는’ 것으로 그려낸 작가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작품이다.

◈ 〈마음의 부력〉에 대한 심사평

대상작 〈마음의 부력〉은 소설적 구도와 성격의 창조라는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그 치밀한 내면 묘사와 섬세한 문체에서 단편소설 양식의 전형을 잘 보여 준다. 이 작품은 일상적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를 다뤘지만, 주제의 관념성을 감동의 깊이를 통해 극복하고 있는 소설적 성취를 높이 평가할 만하다.
- 권영민ㆍ월간 《문학사상》 편집주간, 문학평론가

작가 특유의 관념적 서술로 구조화된 이 소설은, 마지막 대목에 이르러 ‘나’를 형으로 착각하는 어머니에게 내가 형인 ‘성준’이 되어 응답하는 장면이 곡진한 울림을 남긴다. 그러므로 ‘마음의 부력’이란 어머니가 큰아들에게 느끼는 ‘죄책감(회한)’이기도 하겠지만, 독자에게는 이 순간의 포화 상태를 뜻하는 게 아닐까.- 윤대녕ㆍ소설가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 온 종교적 세계관과 부조리 구조의 핵심을 응축해 지금, 여기,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에 편안하게 녹여 냈다. 담백한 서술 속에서 말과 내용은 한 몸인 듯 자연스러워 문장의 외피 없이 진솔한 내용만 다가오는 느낌이다. 슬프게도 인간의 사랑은 편애다. 애도를 통해 거듭 자신을 부정하는 탈각의 과정은, 어머니와의 통화에서 죽은 형의 음성이 되는 결말과 조응하며 두 사람의 마음을 짓누르던 바위를 가뿐히 들어 올린다.
- 전경린ㆍ소설가

〈마음의 부력〉의 최종적인 미덕은 독자에게 삶의 복잡성을 깨닫게 하는 동시에 옹골찬 사색 속으로 끌어당기는 유인력에 있다. 그 덕분에 독자는 평생을 고민하면서 살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그 고민으로 인해 독자의 정신은 거듭 드높아질 것이다. - 정과리ㆍ문학평론가

〈마음의 부력〉은 죄와 죄책감에 관한 이야기다. 살아 있다는 것은 죄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존재 자체의 죄. 그러나 죄 짓지 않은 사람은 없다거나 모두가 죄인이라거나 하는 말은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중요한 것은 어떤 죄인가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죄책감이기 때문이다. 죄책감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헤아림에서 온다. 〈마음의 부력〉은 그 헤아림의 갈피들을 세세하게 뒤적인다. 그래서 무엇이 가능한가는 다음의 이야기고, 우선 중요한 것은 나의 존재 가능성을 되돌아보는 일이다. 〈마음의 부력〉은 그 자리에 있다. - 채호석ㆍ문학평론가

 

출처:문학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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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사이보그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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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소개

 

인간과 과학, 기술, 자연, 환경 및 그 밖의 모든 물리적 문화적 구성 요소가
상호 작용하는 가운데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고 돌보며 함께 살아나가는 총체

장애라는 고유한 경험을 통해 펼치는 확장의 세계가 여기 있다!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가상현실 등 오늘날 ‘미래’라는 말을 채우고 있는 내용을 보면, 마치 그 미래는 인간의 몸과는 무관하게 전개될 것만 같다.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채로 움직이는 세상, 첨단 기술을 동원해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은 신체들이 이끌어가는 사회는 고통도 갈등도 불가능도 없는 편리하고 매끄러운 곳일까? 열다섯 살 전후로 신체의 손상을 보완하는 기계들(보청기와 휠체어)과 만나 ‘사이보그’로 살아온 김초엽과 김원영은 인간의 몸과 과학기술이 만나는 현장에 줄곧 관심을 가져왔다. 두 사람은 오늘의 과학과 기술이 다양한 신체와 감각을 지닌 개인들의 구체적인 경험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발전해가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각기 청각장애(김초엽)와 지체장애(김원영)를 지닌 채 살아온 시간과 장애권리운동의 자장 안에서 키워온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들은 장애라는 고유한 경험이 타자, 환경,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과학기술과 결합할 때 우리가 맞이할 수 있는 다른 내일을 제시한다. 장애인의 인지 세계와 감각, 동작을 중심으로 새롭게 설계한 세계를 상상하는 김초엽, 각기 다른 취약함과 의존성을 지닌 존재들이 더 긴밀하게 접속하여 서로를 돌볼 수 있는 미래의 기술을 기대하는 김원영. 두 사람은 각자의 오랜 문제의식을 멀리, 또 깊숙이 밀고 나아가 이 세계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든 위계와 정상성 규범 너머에서 서로를 재발견하고 환대할 미래를 그린다. 여기, 사이보그라는 상징을 통과해 더 인간적인 미래의 어느 날에 도달할 짜릿한 여행이 준비되어 있다.

 

 

출처:교보문고

 

2. 저자

 

저자 : 김초엽

2017년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원통 안의 소녀』 등을 출간했고, 2019년 오늘의 작가상, 2020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후천적 청각장애인이다.

 

저자 : 김원영

골형성부전증으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으며, 열다섯 살까지 병원과 집에서만 생활했다.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의 중학부와 일반 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일했으며, ‘장애문화예술연구소 짓’에서 연극배우로 활약하기도 했다. 현재 서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중이다. 한편에는 장애, 질병, 가난을 이유로 소외받는 동료들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좋은 직업, 학벌, 매력적인 외모로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동료들이 있다. 그 가운데서 진동하듯 살면서, 또 사회학과 법학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장애인 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고민을 여러 매체에 글로 썼다. 지은 책으로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인문의학』(공저)이 있다. 한겨레신문과 인터넷신문 ‘비마이너’에 칼럼을 쓰고 있다. 

출처:교보문고

 

3. 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며 _ 김원영

1부 우리는 사이보그인가

1장 사이보그가 되다 _ 김초엽
다이아몬드 행성의 사이보그 남자 | 낯설고도 익숙한 장애인 사이보그 | 향상하는 대신 전환하는 기술

2장 우주에서 휠체어의 지위 _ 김원영
반려종 휠체어 | 거울 앞에 선 장애인 사이보그 | 의족과 휠체어는 몸의 일부일까 | 휠체어가 되어서

3장 장애와 기술, 약속과 현실 사이 _ 김초엽
장애를 극복하는 따뜻한 기술? | “우리는 장애를 종식시킬 겁니다” | 기술은 장애의 종말을 가져올까

4장 청테이프형 사이보그 _ 김원영
화성에서 살아남은 휴먼 | 인간을 넘어선 인간 | 호킹만큼 인간적이지 않다면 | 인간이라는 정체성을 문제 삼는 존재 | 청테이프 같은 존재들

2부 돌봄과 수선의 상상력

5장 불화하는 사이보그 _ 김초엽
보이지 않는 장애 | 사이보그라는 낙인 | 사이보그는 로봇 외골격의 꿈을 꾸는가 | 사이보그 신체 유지하기 | 단일한 사이보그는 없다

6장 장애-사이보그 디자인 _ 김원영
뼈 공학의 한계 | 향유고래의 뼈와 안 보이는 보청기 | 패션과 디스크레션 | 테크놀로지, 장애, 페티시즘 | 불쾌함의 골짜기를 피해서 | 장애를 디자인하기

7장 세계를 재설계하는 사이보그 _ 김초엽
불구의 기술과학을 선언하다 | 지식 생산자로서의 장애인 | 보편적 설계, 장애 중심적 설계 | 빨대 퇴출은 비장애중심주의일까 | 유튜브와 해시태그, 장애권리운동의 새로운 물결 | 가상공간의 접근성 | 남아 있는 질문들

8장 슈퍼휴먼의 틈새들 _ 김원영
장애를 고치는 약 | 치료를 받아서 캡틴 아메리카 되기? | 매끄러움의 유혹 | 심리스한 디자인과 이음새 노동 | 매끄러운 세계에 균열을 내는 존재 | 덜컹거림을 감수하는 힘

3부 연립과 환대의 미래론

9장 장애의 미래를 상상하기 _ 김초엽
우리의 다른 인지 세계 | 당신의 우주선을 설계해보세요 | 화성의 인류학자들 | 사이보그 중립

10장 잇닿아 존재하는 사이보그 _ 김원영
두 발로 선다면 의존하지 않아도 될까 | 나를 돌보는 로봇, 내가 돌보는 로봇 | 타인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는 삶 | 연립의 존재론 - 함께 있음을 돕는 기술

대담 _ 김초엽, 김원영
파트너가 되다 | 생존 이상의 이야기 | 장애와 과학기술의 복잡한 관계를 바라보기 | 몸 혹은 존재를 드러낼 계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 장애 경험의 고유성 | 사이보그라는 상징에 관하여 | 인간과 기술문명의 불가분의 관계 | 우리의 삶이 교차한 순간

나오며 _ 김초엽
감사의 말
참고문헌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나와 기술의 관계는 긴밀하고 복잡하고 계속해서 변화하며 확장한다

먼 미래에 도래할 완벽한 보청기나 청력 치료제에 대한 약속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의사소통과 그런 소통 환경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내 삶을 실제로 개선했다. (…) 나는 보청기를 착용하고도 강연과 대담에 참석할 때면 문자통역을 이용하고, 음성-문자 변환 프로그램을 통해 오디오 콘텐츠의 내용을 유추한다. 현실에서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대화를 이메일과 카카오톡으로 이어간다. 나의 사회적 상호 작용은 IT 기술이 제공하는 문자적 소통에 크게 기댄다. 모든 온라인 텍스트를 내 삶에서 제거한다면 나는 사회와 단절될 것이다. 나와 기술의 관계는 매우 긴밀하고, 그 상호 작용은 계속해서 변화하며 확장한다. (…) 기술은 해방일까, 혹은 억압일까. 사이보그는 현실일까, 아니면 비유일까. 장애인을 위한 ‘따뜻한 기술’은 정말로 장애인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까. 기술의 발전 속에서 장애는 언젠가 사라지고 말 제거의 대상일까. 최후의 미래에도 여전히 누군가는 장애인으로 살아갈까. 장애인 사이보그의 삶은 현재에 관한 이야기이자 미래에 관한 이야기이다. - 35~39쪽

첨단 기술로 무장한 사이보그가 되면 나의 ‘없음’은 정말로 없어질까?
중학교 1학년이던 1997년부터 나는 계속 그것을 타고, 밀고, 들어 올리고, 점프하고, 눕고, 90도를 돌았다. (…) 나는 휠체어가 되었다en-wheeled. 휠체어를 탄 ‘모자란(결여된)’ 인간에서 휠체어와 통합된 어떤 존재로 나를 희미하게 인식했을 때 나는 비로소 정체성 물음 앞에 본격적으로 서게 되었다. (…) 과학이 장애에 관한 정체성 물음을 ‘장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네가 인간이며, 조만간 그 장애는 극복될 것이므로 너는 더 ‘온전한’ 인간 공동체에 포함될 수 있다고 전제하는 이상, 장애 그 자체의 의미를 규정하지identify 않는다는 점을 성찰해야 한다. 과학이 장애를 여전히 ‘없음의 상태(결여)’로만 바라본다면 휠체어는 기술적으로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여전히 보행 능력 ‘없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보조기기로만 간주될 것이다. 우리는 실제로 더 발전된 휠체어를 타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스로를 더 크게 결핍된 존재로 생각할지 모른다. - 57~61쪽

농인이 왜 음성 언어로 말해야 하는가
2020년 3월 26일, KT는 ‘제 이름은 김소희입니다 - 마음을 담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공개했다. KT가 기가지니 AI 음성 합성 기술을 적용하여 농인인 김씨에게 ‘목소리’를 선물하는 과정을 담은 것이다. (…) 정작 농인인 김씨나 나와 같은 청각장애인들은 기가지니가 만든 목소리를 명확하게 들을 수 없다. 그러니까 기가지니가 김씨에게 선물한 ‘목소리’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목소리가 아니라, 청인들이 청각장애인에게서 듣고 싶어 하는 목소리다. (…) 모든 농인이나 청각장애인이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고, 소리를 들은 사람들 역시 항상 소리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 소리를 들었을 때의 감정이 기쁨이 아닌 공포나 스트레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감동 영상’을 보는 비장애인들은 보청기를 착용한 청각장애인들의 반응에서 일관되게 ‘소리를 되찾은 기쁨’을 읽어내려고 한다. - 66~70쪽

 

장애인들의 몸은 설령 같은 유형의 장애라 해도 규격화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며, 사람마다 서로 다른 상황에 처한다. (…) 온정과 시혜로 뒤덮인 시선들은 장애인 사이보그의 현실에는 눈을 감고, 미래적인 이미지만을 기술낙관주의의 홍보 대사로 내세운다. 지금 이곳의 장애인들이 경험하는 고통과 장벽을 해결하는 일을 ‘언젠가’ 기술이 발전할 미래로 자꾸만 유예한다. 경사로와 엘리베이터, 수어통역을 실현하는 데 최첨단의 놀라운 기술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 87쪽

 

(휠체어를 타고 청각장애가 있는) Y는 오토박스를 장착하기 위해 2020년 늦여름 경기도의 한 자동차 공업사를 방문했다. (…) 장애를 가진 B는 자동차 정비사로서 전문성을 쌓으면서, 아마 그의 주변에 여럿 있을 휠체어 이용자들에게 필요한 오토박스에도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J의 아버지 A는 (청각장애가 있는) 자신의 딸이 (…) 보청기와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건축 전문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딸의 친구인 Y의 장애와 기술이 맺는 관계, Y의 직업적 성장에 관해서도 특별한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나는 Y를 잘 알기에 Y가 마스크를 쓴 사람과 대화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Y와 같은 휠체어를 이용하므로 (A는 잘 알지 못하는) 지체장애인용 차량의 특수성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 이렇게 Y와 나, J의 아버지 A, 정비사 B, J의 자동차, 오토박스라는 기계는 그 장소에서 만나 이런저런 방식으로 협력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Y에게 적절한 오토박스를 새로운 자동차에 설치했다. - 111~112쪽


첨단 테크놀로지는 왜 장애인의 몸을 욕망하는가
테크놀로지가 인간을 구원하리라고 맹목적으로 믿을 때조차도 장애인을 모델로 등장시키면 이 믿음은 안전하고 합리적인 생각, 즉 테크놀로지를 도구로서 바라보는 ‘건전’하고 상식적인 태도가 된다. 장애인을 상업적으로, 성적으로, 종교적으로 소비하고 싶을 때도 그 장애인이 멋지고 비싼 휠체어, 환상적인 디자인의 의족, 윈터 솔저 같은 보철 팔을 착용한 모습이라면 이는 장애인을 쿨하고, 미래 지향적이고, 매력적으로 그리는 안전하고 ‘건전한’ 묘사로 인정받기 쉽다. (…) 우리는 과학기술을 도구 이상으로 흠모하는 모종의 문화적 태도가 존재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테크노페티시즘). 한편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의 몸에 대해 혐오든 숭배든 성적 대상화든, ‘능력(기능)’이 아니라 그 디자인에 관한 어떤 종류의 감정이나 충동을 지니고 있다. 테크놀로지와 장애인의 몸이 하나의 이미지에서 만날 때면, 어떤 ‘불쾌함의 골짜기uncanny valley’로 빠질 위험이 거의 없이 테크놀로지와 장애 자체를 페티시적으로 바라보는 일이 한층 수월해진다. 나는 이런 이유에서 제임스 길링햄의 홍보용 사진부터 에이미 멀린스, 오스카피스토리우스, 그리고 장애인의 이미지를 포함한 ‘4차 산업혁명’의 희망찬 기사들이 상업적으로 더 쉽게 성공한다고 추론한다. - 170~172쪽

 

크립 테크노사이언스는 장애인들이 자신의 구체적인 장애 경험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상의 기술을 재구성하고, 세계를 개편하는지에 주목하고자 한다. 장애인은 단순히 세계의 수용자이거나 세계에 의해 형성되는 이들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세계를 재창조하는 사람들이다. (…) 장애인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주위 환경은 물론이고 지역 사회와 공동체를 ‘땜질’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장애학자들은 여기에 ‘장애인 세계 만들기’라는 명칭을 붙였다. 장애인들이 자신의 장애에 적응하며 환경을 독창적으로 수선해온 작업들 (…) 이러한 일상의 지식들이 제대로 포착된다면 장애인뿐만 아니라 취약함과 의존성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지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 188~189쪽

보편적 설계가 아닌 장애 중심적 설계
장애인을 위해 개발된 기술이 결국 보편적인 이용자들에게도 널리 쓰인다면 물론 좋은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편적 설계라는 개념의 함정도 지적된다. 햄라이는 보편적 설계를 넘어선 장애 중심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보편적 설계가 ‘보편’의 범주를 분명하게 하지 않는다면, 정작 보편에서 장애인들의 요구가 탈중심화될 여지가 생긴다. 인류 역사의 보편은 언제나 매우 특정한 신체, 백인-남성-시스젠더cisgender-이성애자-비장애인-중산층으로 대표되는 중립적 템플릿이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중립을 의심하자는 것, 가치 ‘중립적’인 디자인이 아니라 장애를 중심에 놓는 가치 ‘명시적’ 디자인을 하자는 것이 햄라이의 주장이다. 장애 중심적 디자인은 장애인의 몸이 환경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를 요구한다. 이러한 이해 없이 단지 모두를 위한 설계만을 원칙으로 두면,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끔 설치한 경사로가 유아차를 미는 사람과 캐리어를 끌고 가는 사람에게는 유용하지만, 정작 수동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너무 가파르고 좁게 설계되는 일이 생겨난다. - 203~204쪽

 

사이보그는 언제나 멸시와 우월 사이에 있는 위태롭고 불안정한 존재다. 그렇다면 트랜스휴먼의 최전선에 서 있는 아이콘이 아닌, 마주치는 사람마다 인상을 찌푸리는 소외된 기계 인간도 아닌, 단지 인간이 가진 하나의 중립적 특성으로서 ‘사이보그성’을 상상할 수 있을까. (…) 설령 그것이 아주 어려운 상상이라고 해도 나는 모든 사람이 ‘유능한’ 세계보다 취약한 사람들이 편안하게 제 자신으로 존재하는 미래가 더 해방적이라고 믿는다. (…) 다른 존재들이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우주선을 다시 설계해보자. 그러한 설계에는 수많은 도면이 필요할 것이다. (…) 우리가 그 무수한 도면을 함께 살피고 계속해서 수정해나간다면, 지금과는 다른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 281~282쪽

완벽한 테크놀로지를 갖춘다면 타인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괜찮을까?
우리가 잘 아는 편안한 공동체를 벗어나 바깥세상을 향할 때, 열려 있는 상호 작용의 장으로 나아갈 때, 그 위험과 불일치 속에서만이 가능한 우정, 환대, 사랑과 연대의 만남들이 있다. (…) 한 장애인거주시설에 당뇨병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커피 믹스를 매일 열 잔 넘게 마시는 이용자가 있었다. (…) 어느 날 사회복지사가 다른 장소에서 만난 자폐성 장애인이 손으로 종이를 툭툭 끊어내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보고는 커피 믹스를 매일 열 잔 이상 마시던 그 이용자를 떠올렸다. 혹시 그가 커피가 아니라 커피 믹스의 포장지 떼어내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실제로 그랬다!)? 현실의 돌봄 공동체는 우리가 상상한 미래의 돌봄 시스템에 비하면 비효율적이고 안정적이지도 않아 보이지만, 언제나 다른 존재들과 연결되어 있기에 돌봄을 둘러싼 물음의 형식을 해체할 수도 있다. 발달장애인에게 심한 당뇨가 있으니 강제로라도 커피 믹스를 자제시켜야 하는가라는 돌봄 윤리의 문제는, 자기결정권과 건강 보호라는 가치 충돌에 관한 물음으로 보였다. 그러다 손으로 종이를 끊어내는 자폐성 장애인이라는 ‘타자’와 연결되자, 돌봄의 대상과 목적이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옮겨갔다. - 299~304쪽 

 

나는 연립이라는 삶의 조건을 (…) 언제 등장할지 모르는 ‘타자’와도 잇닿는 삶이라고 말하고 싶다. 타자는 나를 돕는 활동지원사이고, 안내견이고, 휠체어이며, 보청기이고, 오토박스이고, 청테이프이고, 친구들이며, 관객이고, 독자들이다. (…) 종이를 뜯는 행동을 반복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거울 속에서 “너는 도대체 누구냐?”라고 묻는 기묘한 형상의 10대 소년일 수도 있으며, 혜성처럼 나타나 이제껏 본 적 없는 우주 영웅을 그려내는 SF 소설가일 수도 있다. 어쩌면 동물의 얼굴일지도 모른다. 도무지 생각지 못했던 어떤 세계와 정체성으로 우리를 이동시키는 이 ‘타자’들은 확고하다고 믿었던 지식과 기술, 사상, 정치적 신념과 지혜의 매끄러운 질서에 오류로서 등장한다. 돌봄의 공동체는 그런 오류를 배제하고, 몰아세우고, 깔끔히 치료하고 쓸어버리는 대신 오류가 열어둔 이음새 사이에서 새로운 탐사를 시작한다. 타자를 돕고, 타자로서 돕고, 타자를 돕는 일을 도우며, 미래-타자의 출현에 열린 지식과 기술은 어떤 얼굴일까. - 305~307쪽

 

출처: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인간의 몸은 과학기술과 어떻게 만나야 하는가
서로 다른 신체와 감각, 기술과 환경이 결합해
재설계한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인간은 자연의 이치를 탐구하고, 공동체의 생존과 유지, 향상에 필요한 것들을 마련하기 위해 과학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자연히 과학기술은 더 나은 내일, 위험이나 질병에 덜 노출되고 불편이나 불가능을 최소화한 미래를 목표로 삼는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그리는 미래 역시 물리적 거리나 환경의 제약 없이, 네트워크에 깊숙이 연결된 인간이 자신에게 맞춤형으로 설계된 세상을 매끄럽게 누비는 모습이다. 이 낙관적인 그림 속에서 인간은 기술문명의 혜택을 누리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거나, 타고난 취약함을 각종 기계나 장비, 의약으로 대체ㆍ보완하여 신체적, 정신적 한계를 뛰어넘은 존재들로 묘사된다. 각기 보청기, 휠체어라는 테크놀로지와 밀접하게 결합하여 살아온 김초엽과 김원영은 세계적인 테크 기업의 엘리트나 기술 관료, 미래학자들이 제시하는 이와 같은 ‘기술 유토피아’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특히 그 최전선에 기계와 결합한 장애인의 신체를 놓고 ‘포스트휴먼’이니 ‘트랜스휴먼’이니 하는 손쉬운 비유를 끌어오는 논의들의 공허함을 지적한다. 과학기술과 의학의 성과가 질병을 치료하고 손상된 신체의 기능을 개선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삶에서 기계와 결합하는 일은 결코 매끄러운 경험이 아니며, 어떤 기술은 장애인의 접근 자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장애의 종식을 약속하는 말들은 장애를 가진 몸들이 지금, 여기의 환경과 조건에서 더 잘 살아갈 다양한 가능성을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기계와의 긴밀한 상호 작용을 통해 자신에게 적합한 이동 방식과 소통 수단, 일상의 지혜를 익혀온 장애 당사자로서, 두 저자는 장애인의 신체와 감각이 기술과 결합하여 새롭게 구성한 정체성, 그 고유한 경험을 과감하게 과학기술과 미래 담론의 중심으로 가져온다. 이는 단지 기술낙관주의의 허구, 폐해를 지적하거나 그러한 논의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있음을 드러내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인간의 존재 조건이 점점 더 기술문명과 깊숙이 결합해가는 시대에 기계와의 연결과 불화,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구축된 환경에서 발생하는 일상의 덜컹거림, 이음새, 단차를 견디고 통합해온 장애인의 경험이 우리가 다른 미래를 상상하고 설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아가 단지 손상을 보완하는 도구로서만이 아니라, 장애인의 신체 일부를 구성하여 장애인을 ‘결여된’ 존재가 아니라 ‘확장된’ 존재, 세계 및 타자와 ‘연결된’ 존재로 정의하는 계기로서 기술을 바라본다면, 모든 인간이 본연의 취약함과 의존성을 안고도 동등하고 온전하게 살아가는 미래를 그려볼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하나로 움직일 때, 중증 뇌병변장애인이 휠체어와 결합하고 다시 그 휠체어를 밀어주는 활동지원사와 접속할 때,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많은 어긋남, 불화, 이음새의 단차를 넘어 결합해본 경험이야말로 우리가 미래에 ‘증강해야 할’ 역량이다. (…) 나는 장애나 질병 등 취약한 몸의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야말로 일부 테크 엘리트들이 꿈꾸는 자동화되고 매끄러운 사회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단차를 용기 있게 드러내고, 어긋난 이음새는 기꺼이 견디는 역량을 지닌 존재로서 말이다. - 250~251쪽

따라서 이 책에서 ‘사이보그’는 기계와 결합한 유기체라는 사전적 정의를 훌쩍 넘어선다. 김초엽과 김원영은 인간과 과학, 기술, 자연, 환경 및 그 밖의 모든 물리적ㆍ문화적 구성 요소가 상호 작용하는 가운데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고 돌보며 함께 살아나가는 총체를 ‘사이보그’라는 상징으로 표현한다. 이 책은 그 최전선에 있는 ‘장애인 사이보그’의 구체적 현실을 살피며 위계 없는 세계, 정상 혹은 표준의 장벽 너머를 상상해보는 지적 여정이 될 것이다.

고치고 메꾸고 덧대고 수선하여
세계를 재설계하는 사이보그의 상상력

자연과학을 전공하고 SF 소설가로 활동하는 여성인 김초엽은 그동안 자신을 구성하는 이런 요소들과 청각장애인이라는 정체성을 연결 짓지 못했다. SF를 통해 다른 인지 및 감각 세계를 가진 존재들을 묘사하고 그들이 중심이 된 시공간을 창조하는 일은 자신의 장애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쓰는 과정에서 파트너인 김원영을 비롯해 다양한 유형의 장애를 가진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불친절한 세계를 돌파해나가는 모습을 발견하면서, 또 공고한 위계와 정상성 규범을 뒤흔들며 세계의 구조 변경을 요청하는 용기를 마주하면서 비로소 자기 안의 여러 정체성을 연결, 통합할 수 있게 되었다. 한 사람의 정체성은 그의 신체가 세계와 만나는 방식과 분리될 수 없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김초엽은 자기 몸에 연결된 기계들을 재구성하거나 변형 혹은 수선하며 과학기술의 현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장애인들, 장애인의 필요와 접근성을 중심에 두고 도구와 환경을 설계하는 개발자들을 소개한다. 요리의 전 과정을 촉각이나 소리로 확인할 수 있도록 꾸며진 시각장애인을 위한 주방, 휠체어의 층간 이동을 위해 경사로를 중심에 두고 설계된 주택, 청각장애인을 위한 문자통역 서비스, 어떤 신체 조건을 가진 사람이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섬세한 접근성 설정을 갖춘 온라인 게임, 장애인의 일상을 공유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유튜버들에 이르기까지, 장애인들은 더 이상 온정과 시혜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지식 생산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김초엽은 최근 장애학 연구에서 제안된 ‘크립 테크노사이언스’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이어서 김초엽은 최근의 SF 작품들에서 장애인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 장애인을 둘러싼 세계를 설계하는 관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SF라는 장르가 각자의 주관적 세계가 불완전한 이해에도 불구하고 공존하는 미래, 타인의 삶을 애써 상상하며 도달할 수 있는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는 사고 실험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SF는 다른 존재들을 중심에 두고 세계를 처음부터 다시 쌓아올리는 이야기이며, 과거와 미래, 우주와 심해에 인간을 데려갈 방법을 고안하거나 비인간 존재들이 거주 가능한 환경을 설계하는 등 ‘접근성을 탐색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초엽이 도달하고자 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몸의 상태에 위계를 부여하는, 신체와 정신의 유능함만을 추구하는 능력차별주의가 사라진 세계를 상상하며 ‘사이보그 중립’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매끄러운 세계에 등장한 느리고 어긋나고 미끄러지는 몸들
이들이 벌린 틈새에서 써나가는 확장과 연립의 존재론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김초엽과 달리, 남들보다 확연히 짧은 다리에 긴 팔, 걸을 수 없는 몸을 가진 김원영은 어려서부터 자기 몸의 형태와 구조에 관심이 많았다. 표준적인 몸에 비해 어딘가 부족한 ‘없음’의 존재로 자신을 인식하던 그는 열다섯 살에 처음 만난 휠체어와 함께 거울 앞에 섰을 때 ‘인간+휠체어’의 결합된 모습으로 그곳에 ‘있는’ 자신을 새롭게 발견한다. ‘너는 도대체 누구냐?’라는 정체성 물음 앞에 선 것이다. 그는 이 질문을 장애를 제거하려는, 즉 나의 ‘없음’을 없애려는 과학기술의 시선 앞으로 가져간다. 휠체어가 내 결함을 보완하는 도구일 뿐이라면, 아무리 최첨단 휠체어가 개발된다 해도 나는 여전히 ‘결여된’ 인간이지 않을까? 그렇다고 휠체어를 내 몸의 일부로 여긴다면, 휠체어에서 내려온 나는 또 어떤 존재일까? 김원영은 자신의 이 오랜 문제의식을 각기 다른 신체 조건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기계, 기술과 한 자리에서 만나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일상의 구체적인 장면에서 해소한다.

 

테크놀로지와 결합한 장애인의 몸을 사이보그라는 상징을 통해 바라보는 것은 과학기술의 힘으로 장애를 극복한 ‘휴머니즘적 영웅’을 상찬하거나 기계와 인간,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횡단하는 ‘하이브리드적 존재’를 발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무 데나 놓여 있다가 사물들 사이를 수선하고 연결하는 청테이프처럼, 인간과 다른 인간, 과학과 기술, 문화와 환경의 긴밀한 네트워크 속에서 서로의 취약함을 채우며 연립하는 관계에 주목하기 위해서다. 김원영은 이렇게 눈에 띄지 않지만 깊숙이 연결되어 서로를 돌보는 존재들을 (김혜리 기자가 영화 〈마션〉에 관한 글에서 쓴 표현을 빌려) “청테이프처럼 영웅적”이라고 표현한다. 기계와 한 몸을 이룬 장애인의 신체를 새로운 정체성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 몸을 패션화하는 것도 가능할까? 기계를 장착한 신체는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우아한 곡선형의 탄소섬유 의족을 신은 채 매끈한 몸매를 드러낸 패럴림픽 육상 선수 에이미 멀린스처럼 휠체어와 함께 아름다울 방법을 찾아야 할지, 휠체어에서 내려온 ‘자연스러운’ 자신을 당당히 드러내야 할지 여전히 갈등하는 김원영은 의족이 없으면 ‘발가벗은 느낌’이 든다는 에이미 멀린스의 말을 인용하며 휠체어와 자신의 관계를 표현한다. 장애인의 몸에 장착된 인공 보철은 단지 도구나 디자인만으로 환원될 수 없는, 일종의 집과 같은 장소라고 말이다. 이처럼 김원영은 책 전반에 걸쳐 휠체어, 보청기, 흰 지팡이, 의족 등 인공 보철과 결합한 장애인을 설명할 새로운 존재론을 탐색해나간다. 그는 애플이나 테슬라 같은 첨단 테크 기업들이 더욱더 매끄러운 디자인,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설계를 추구하는 흐름 속에서 그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편을 호소하는 장애인의 역량에 주목한다. 다수가 편리하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나는 그것에 접근할 수 없다’고 말하는 장애인의 존재는 매끄러운 세계에 균열을 내고 이음새를 띄우며 다시 한 번 사유할 기회를 준다. 그 벌어진 틈새에서 우리는 다른 신체와 감각, 정신세계를 가진 타자와 연결되고, 서로의 취약한 부분을 돌보며 곁에 선다. 김원영은 바로 이 틈새에서 출현하는 미래의 기술을 기다린다.

김원영 × 김초엽, 파트너가 되다

김원영과 김초엽은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장애권리운동의 자장 안에서 성장했다. 다시 말해서 이들은 자신의 장애를 ‘결여’가 아닌 하나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이고, 신체의 손상을 장애로 만드는 사회의 구조에 저항하는 관점을 키워왔다. 이런 관점에서는 장애를 치료, 교정, 제거하려는 과학기술의 시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마련이지만, 이들은 또한 과학기술의 성과로 생명을 유지하고 신체의 기능을 개선해온 당사자로서 과학기술을 배제하기보다는 그 방향에 개입하기를 선택했다. 두 사람은 비슷한 방향을 향하지만, 각자의 성별 정체성과 장애 유형, 지적인 배경과 삶의 경로에서 비롯한 서로 다른 주제를 펼쳐 나간다. 지체장애인이자 법률가, 연극배우이며 재활학교와 장애권리운동 공동체를 경험한 김원영은 몸의 형태와 움직임에 대한 관심을 밀고 나아가 그 몸이 인공 보철과 만났을 때의 상태를 무어라 규정할지, 그 자체로도 아름다울 수 있는지, 표준 혹은 정상적인 신체들로 채워진 공간에 이런 존재들이 등장했을 때 어떤 예상 밖의 만남이 일어나는지를 서술한다. 반면 감각장애인이자 SF 소설가, 과학 전공자이자 여성인 김초엽은 다양한 신체와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과학기술과 창작의 영역 중심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도구와 환경과 세계를 창조해나가는 모습에 더 관심을 둔다. 이 책의 뒤에 실린 대담에서는 서로의 차이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두 사람의 대화가 펼쳐진다. 평소에는 보청기를 잘 착용하지 않는 김초엽은 휠체어를 신체의 일부로 느끼며 그 미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김원영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장애인 당사자들의 공동체에 오랜 시간 속해 있던 김원영은 그런 경험 없이도 장애학의 관점을 체화하여 세계를 바라보는 김초엽의 시각을 놀라워한다. 이들의 경험과 시각이 교차하는 순간에 발생하는 풍요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것 또한 이 책이 독자들에게 주는 큰 즐거움일 것이다.

 

출처: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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