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소개
2025년 제26회 이효석문학상이
선정한 여섯 명의 작가!
세공된 별처럼 빛나는, 세계를 이해하는 은유의 완성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5』 출간!
대상 수상작에 이희주 「사과와 링고」 선정
또한 우수작품상 수상작에 김경욱 「너는 별을 보자며」, 김남숙 「삽」, 김혜진 「빈티지 엽서」, 이미상 「옮겨붙은 소망」, 함윤이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를 선정하여, 삶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는 동시에 언어의 세련과 은유적 장치를 통해 일상을 다시금 반짝이게 하는 소설을 수상작품집에 담았다.
출처:본문중에서
2. 저자
저자: 이희주
2016년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연작소설 『사랑의 세계』, 장편소설 『환상통』 『성소년』 『나의 천사』 등이 있다. 제16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저자: 김경욱
1993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소설집 『장국영이 죽었다고?』 『위험한 독서』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 『소년은 늙지 않는다』 『내 여자친구의 아버지들』 『누군가 나에대해 말할 때』, 장편소설 『천년의 왕국』 『동화처럼』 『야구란 무엇인가』 『개와 늑대의 시간』 『거울 보는 남자』 『나라가 당신 것이니』 등이 있다.
저자: 김남숙
2015년 문학동네신인상을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소설집 『아이젠』 『파주』, 산문집 『가만한 지옥에서 산다는 것』 등이 있다. 제15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저자: 김혜진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소설집 『어비』 『너라는 생활』 『축복을 비는 마음』, 장편소설 『중앙역』 『딸에 대하여』 『9번의 일』 『불과 나의 자서전』 『경청』, 짧은 소설 『완벽한 케이크의 맛』 등이 있다. 제36회 신동엽문학상, 제28회 대산문학상, 제12회 젊은작가상, 제17회 김유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저자: 이미상
2018년 웹진 《비유》를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소설집 『이중 작가 초롱』이 있다. 제10회 젊은작가상, 제14회 젊은작가상 대상, 제12회 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자: 함윤이
202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제14회 젊은작가상, 제14회 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자: 손보미
2009년 『21세기문학』 신인상과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소설집 『그들에게 린디합을』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사랑의 꿈』, 장편소설 『디어 랄프 로렌』 『작은 동네』 『사라진 숲의 아이들』, 경장편소설 『세이프 시티』, 중편소설 『우연의 신』, 짧은 소설집 『맨해튼의 반딧불이』, 산문집 『아무튼, 미드』가 있다. 제46회 한국일보문학상, 제21회 김준성문학상, 제25회 대산문학상, 제45회 이상문학상, 제4회·제5회·제6회 젊은작가상과 제3회 젊은작가상 대상, 제25회 이효석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출처:본문중에서
3. 목차
대상 수상작
사과와 링고 | 이희주
수상작가 자선작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
수상소감 출발에 앞서
작품론 ‘미래의 소유’를 빼앗기:이희주론 | 최가은
인터뷰 사랑과 고립 너머, ‘우리’라는 착시 | 김유태
우수작품상 수상작
너는 별을 보자며 | 김경욱
삽 | 김남숙
빈티지 엽서 | 김혜진
옮겨붙은 소망 | 이미상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 | 함윤이
기수상작가 자선작
자연의 이치 | 손보미
심사평 삶은 자주 날것으로, 때로는 세공된 별처럼
이효석 작가 연보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알면서 속고, 또 속는 그 여자가 불쌍했다. 연민한 죄로 차용이 불행처럼 연쇄됐다. (……) 미안해. 엄마는 몇 번 울기도 했다. 우리 큰딸 너무 불쌍해. 그러면서도 사야를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당연하지. 인간에겐 오염되지도 섞이지도 않는 몇 가지 마음이 있다. 사야를 사랑함과 사라를 사랑함은 판막 너머 다른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이므로 사라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_이희주 「사과와 링고」, 17쪽
나이 들며 팔로워가 좀 떨어졌어도 사야는 고양이상 미녀다. 자기 자신을 ‘양냥이’라고 불러도 우습지 않았다. (……)
사라는 충고를 던지고 싶었다. 제발 사야, 주인을 만나. 너 예쁘게 꾸며주고 밥 주는 사람 만나. 너 모욕 주려는 거 아냐. 언니도 페미니즘이 뭔지 알아. 그냥 그게 네 팔자라니까? _이희주 「사과와 링고」, 20~21쪽
“이거 유리 아니야?”
6년 만에 입 밖으로 낸 이름이었다. 그러나 다시 보니 전혀 닮지 않은 남자였다. 심장이 쿵쾅댔다. 왜 그 이름이 먼저 떠오른 걸까. 정지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기억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그 안을 정원처럼 헤매던 중 짧게 감탄사가 나왔다. 아, 만난 적 있는 얼굴이다. 6년 전, 유리의 흔적을 쫓다가 만나서 유리의 이름이 떠오른 거다. _이희주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 60쪽
유리가 우리의 신이 되어주었기 때문에 그 세계에선 우리가 유리의 신이 되어준 거라고. 유리를 이름 모를 죄의식에서 해방하기 위해 손에 피를 묻힌 거였다고. 그렇게 세계의 폭력을 나눠 진 공범자가 된 거라고. 우리는 유리를 위해 뭐든 할 수 있었다고. _이희주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 91쪽
나무, 눈, 마음, 사람, 코끼리.
내게 상상한다는 나무한다, 눈한다, 마음한다, 사람한다, 코끼리한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무의 눈으로 사람의 마음을 코끼리하면 눈앞이 문득 환해진다. 검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빛이 있으면 끝없는 암흑 너머 어딘가 별이 존재하듯이. _김경욱 「너는 별을 보자며」, 152쪽
10배율 속 은하 씨는 은하 씨 같지 않았다. 눈 감고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그리려면 선 하나도 그을 수 없는 얼굴. (……) 몇십 미터 너머가 아닌 몇십 년 너머의 은하 씨를 보는 것 같았다. 우리가 빛을 보는 순간 그 빛의 시작점에서 홀로 식어버린 별처럼.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오직 빛의 과거, 과거의 빛뿐이라 해도. _김경욱 「너는 별을 보자며」, 163~164쪽
재구는 약점에 대해서 생각할 때마다 그 모든 것이 약점처럼 느껴졌다. 모든 것이 하나의 덩어리 같았다. 거대하게 뭉뚱그려진 하나의 덩어리. _김남숙 「삽」, 182쪽
우산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우산 대신에 커다란 삽이 하나 세워져 있었다. 재구는 그 삽을 잠깐 바라보았다. 뭔가를 파거나 손질하기보다는 둔기로 쓰일 것 같은 그 삽을. 삽날이 투박하고 머리통이 단단한 탄소강으로 만들어진, 동봉되었던 설명서에 쓰인 내용을 참고하자면 반복적인 사용에도 거뜬하다는, 그 퍼런 삽을. _김남숙 「삽」, 210쪽
그녀는 오래되어 제대로 기억나지도 않는 옛 여행지들을 떠올렸다. 어쩌면 자신도 그 낯선 곳들에 자신의 일부를 남기고 오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그렇다 해도 이젠 모두 사라져버렸을 것 같았다. 그건 그녀가 시간을 감각하는 방식이었다. 그녀에게 시간은 모든 걸 흔적도 없이 지우는 무언가에 가까웠다. 그 순간, 그녀는 무심코 거울을 보았고 약간 놀랐다. 그동안 자신에게서 사라져버린 것들이 한꺼번에 자각되는 기분이었고, 자신의 얼굴이 이상할 정도로 낯설었다. _김혜진 「빈티지 엽서」, 230쪽
그 무렵, 주변 사람들이 그녀에게서 전에 없던 미약한 활기를 느낀 건 그 때문이었다. 긴 세월의 흔적이 남은 이국의 엽서, 누군가의 성격과 습관이 스며든 필체, 지금은 세상을 떠났을 게 틀림없는 수신자와 발신자, 그들 사이에 오고 간 애틋하고 다정한 언어, 그리고 그 언어들 아래 흐르는 뜨거운 마음. 그녀의 내면의 뭔가를 깨운 건 일상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그런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상상력 덕분인지도 몰랐다. _김혜진 「빈티지 엽서」, 239쪽
두 사람은 (……) 5억에 샀던 아파트가 매매가 10억을 넘기자 팔고 나와 2억짜리 빌라로 이사해 직장을 그만둔 후 돈이 떨어질 때까지만 목숨을 부지하기로 맹세하고 현금을 까먹으며 살았다. 대략 한 달에 300만 원 안 되게 쓰면 칠십대까지 살 수 있을 듯했고 이후의 일은 닥쳐서 생각하기로 했다. 그사이의 일도. _이미상 「옮겨붙은 소망」, 261쪽
생판 모르는 남에게 2000만 원을 준 n&n’s가 매일 보다시피 한 나에게는 돈도 차도 아닌 주얼리를 남겼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나는 변색 방지를 위해 앙증맞은 지퍼 백에 담긴 장신구를 폭력적으로 잡아 빼며 광분했다. 그러다 이것을 모두 팔면 1000만 원은 건질 수 있음을 깨닫고 n&n’s를 용서했다. 현금을 물려받은 자립 준비 청년들과 달리 나는 현물을 물려받았고 그것을 현금화하려면 일을 해야 했다. _이미상 「옮겨붙은 소망」, 275~276쪽
“녹원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우리가 한 건 자원봉사나 다름없는 일뿐인걸요. 기억나시죠? 요 주위 잡초를 솎아내거나, 산처럼 쌓인 쓰레기들 좀 치우고, 옛날에 설치한 야생동물용 덫도 대신 없애주고…… 뭐 그런 것들. 아시잖아요? 좋은 이웃이 할 만한 일이요. 그런 일 때문에 여기가 흉흉해졌다고 얘기하면 저희는 할 말이 없어요.” _함윤이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 297쪽
“난 저기서 계속 적을 기다렸어요.”
선화가 말했다. 때로는 그것이 어떤 가르침보다 중요하게 느껴졌다고도 했다. 모든 책에서 구원은 적의 공습 뒤에 찾아왔다. 적들이 온다는 것은 긴긴 괴로움으로 뭉쳐진 기다림,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가 되어버린 기다림이 끝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선화는 매일 찾아오는 이들을 유심히 살폈다. 산을 타고 올라와 그들의 이 고된 기다림을 끝내줄 사람을 기다렸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만난 게 대단한 운명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_함윤이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 313~314쪽
새로 간 학교는 호수 근처의 개발 구역에 있었고, 같은 시에 속해 있다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풍경이 전혀 달랐다. 나중에 영유는 이때를 떠올리며 생각하게 된다. 세상이 무너질 때에도 순서는 있는 거라고, 그 알량한 순서가 많은 것을 바꾸어놓는다고. _손보미 「자연의 이치」, 326쪽
세상이 온통 어둠에 젖어 있어도 열기는 사라지지 않을 수도, 혹은 훨씬 더 가혹한 열기를 내뿜을 수도 있단 게 자연의 이치라는 걸 할머니는 절대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밤에 몰래 에어컨을 켜두면 귀신같이 알아챈 할머니가 에어컨을 껐다. 그게 할머니 자신의 지상 과제라도 되는 양. _손보미 「자연의 이치」, 329쪽
출처: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우리 시대 새로운 감수성의 포착
사랑과 고립 너머 ‘우리’라는 착시
이효석문학상은 2024년 5월부터 2025년 4월까지 문예지 및 기타 매체에 발표된 중ㆍ단편 소설을 대상으로 심사위원회의 1차, 2차 독회를 거쳐 그해 가장 문학적 성취가 뛰어난 6편을 뽑고, 이 가운데 대상 1편과 우수작품상 5편을 선정해 독자에게 선보인다. 제26회 대상 수상작 이희주의 「사과와 링고」는 K-장녀 ‘사라’와 타고난 외모에 의지해 변변한 직업도 경제관념도 없는 동생 ‘사야’를 통해 자매의 애증과 불화를 그린 작품이다. 사과와 링고(りんご, 사과), 하나의 대상을 지칭하는 두 개의 단어처럼 ‘사라’와 ‘사야’는 비슷한 허영을 품고 있는 거울상이다. 서로 의지하면서도 혐오하는 이들의 관계는 그간의 ‘착한’ 여성 서사가 보여주지 못한 여자들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파국적 결말이라는 돌출부마저 매력적으로 읽히는 파괴력 있는 작품이다.
수상작품집에 함께 실린 자선작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는 언론사 기자로 일하고 있는 ‘우미’가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온 2030 여성 인터뷰’라는 취재 아이템을 맡아 지역 집회를 갔다가 서울로 돌아오는 중 한 유튜브 영상에서 6년 전 덕질했던 최애 아이돌 ‘유리’와 닮은 남자를 보게 되며 과거 기억을 떠올리는 이야기다. ‘사랑’이 기억을 매개로 재구성되는 양상과 이를 표현하는 창작의 욕망과 윤리적 갈등이 섬세하게 교차하는 지점을 그린 작품이다. 이처럼 이희주는 당대의 소설이 갖추어야 할 새로운 감수성, 즉 “매끈하게 안착해 있던 세계”(작품론 중에서)에서 벗어난 세대적 위치 감각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의 극찬을 받으며 대상작으로 선정되었다.
“타인은 모두 누군가의 ‘상상의 재료’가 된다”
일상을 다시금 생동하게 하는 문학적 상상력
김경욱의 「너는 별을 보자며」는 이른바 ‘덕질’에 빠진 아내 ‘은하’와 그런 아내를 바라보는 소설가 ‘기영’이 등장하는 이야기다. 타인은 누구나 누군가의 ‘상상의 재료’가 되며, 그 상상을 멈추지 않는 것이 인간의 본질이지만, 막상 그 상상이 눈앞에서 현실이 될 때 상상과 현실이 어긋나고 마는 지점을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덕질’이라 불리는 행위를 통해 상상에도 일정한 거리가 필요함을, 그리고 타인과 그 세계를 이해하는 일의 지난함을 안정적이고 품위 있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김남숙의 「삽」은 함부로 베푼 호의로 인해 ‘여고생 성추행범’이라는 사회적 덫에 걸려 위기에 처한 주인공 ‘재구’의 이야기다. ‘삽’은 노동의 도구이자 날카로운 무기가 될 수 있는 이중적 사물이다. 이 작품에서는 심연의 비밀을 캐내려는 의지의 상징인 동시에 그 삽이 향하는 대상이 결국 자기 자신의 심연이라는 점에서, 마지막에 ‘재구’가 자신을 향해 분노를 터뜨리는 모습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김혜진의 「빈티지 엽서」는 타인의 엽서를 읽으며 자신에게도 가능했을지 모르는 ‘다른’ 삶을 꿈꾸는, 그러나 다시금 ‘이곳’의 중력에 이끌리고 마는 인물의 일상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이 타인의 엽서를 읽을 때 동네 사람들 역시 주인공의 삶을 함부로 읽는 장면이 겹쳐지면서 중심 소재인 엽서는 삶에 대한 은유로 완성된다. 이미상의 「옮겨붙은 소망」은 남편을 잃은 n&n’s가 그와 여생을 함께하려고 모은 돈을 빈티지 주얼리에 탕진하고, 그것을 그녀에게 클릭 도우미로 고용된 ‘나’에게 유산처럼 남김으로써 ‘소망’이 옮겨붙는 이야기다. 아파트 시세차익으로 시간을 사려 했던 n&n’s는, 역시나 돈을 주고 사들인 빈티지 주얼리에 담긴 여성들의 역사와 자신의 사연까지 보태어 ‘나’에게 증여하며, 애도되어야 할 시간의 가치마저 거대한 교환 체계 안에 속해 있음을 보여준다.
함윤이의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는 천문대에 모여 사는 ‘기이한 사람들’을 찾아가는 면사무소 직원 ‘박 주사’와 신입 ‘노아’의 이야기다. 독수리가 떼 지어 다니는 소도시의 풍경과 낯선 종교 행사가 벌어지는 천문대는 그 자체로 탁월한 서스펜스를 자아내며, ‘우리가 아니면 모두가 적’이란 전제를 바탕으로 상상된 타자의 문제에 대해 묻는다. 마지막으로 2024년 제25회 대상 수상자인 손보미의 자선작 「자연의 이치」도 함께 실렸다. 자동차 공장이 망하면서 쇠락하기 시작한 지방의 어느 소도시를 배경으로 한 주인공 ‘영유’의 성장드라마로, “세상이 무너질 때에도 순서”가 있는 거라는 간과할 수 없는 ‘시간의 이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제26회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과와 링고」를 비롯해, 이 책에 함께 실린 우수작품상 수상작들은 날것 그대로의 거친 현실 속에서도 세공된 별처럼 빛나며, 타인과 세계를 이해하는 문학적 은유로 완성된다. 이효석문학상이 한국문학과 독자를 잇는 값진 연결고리가 되길 바란다.
■ 심사평
이희주 「사과와 링고」
사과와 링고(りんご, 사과). 하나의 대상을 지칭하는 두 개의 단어처럼 사라와 사야는 비슷한 허영을 품고 있는 거울상이다. 서로 의지하면서도 혐오하는 이들의 관계는 그간의 ‘착한’ 여성 서사가 보여주지 못한 여자들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설령 그 끝이 파국일지라도. _제26회 이효석문학상 심사위원회
김경욱 「너는 별을 보자며」
타인이 모두 다 누군가의 ‘상상의 재료’가 된다는 문장에 공감했다. 흔히 ‘덕질’이라고 표현하는 행위를 통해 다른 사람과 그 세계를 이해하는 일의 지난함을 안정적이고 품위 있게 이끌어간 작품이다. _강영숙(소설가)
김남숙 「삽」
누군가가 사회에 놓은 덫에 빠진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 타인이 ‘나’보다 먼저 내 약점을 파악했다고 느낄 때 엄습하는 공포를 빠른 속도감으로 그려냈다. _윤고은(소설가)
김혜진 「빈티지 엽서」
타인의 엽서를 읽으며 다른 삶을 꿈꾸는 동안 자신의 삶 또한 타인에게 속수무책으로 읽히고 만다. ‘빈티지 엽서’는 삶 그 자체에 대한 은유이다. _이지은(문학평론가)
이미상 「옮겨붙은 소망」
저녁에 맥주 한잔하는 삶에 지쳐 자발적 낙오자가 된 사람들, 시야에 포착되지 않았던 존재들이 어떻게 스스로를 드러내는가의 층위에서 읽힌다. _심진경(문학평론가)
함윤이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
소도시와 자연, 문명과 야생 등이 기묘하고도 자연스럽게 얽혀 있는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메시아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봉화가 그저 방화로 취급되는 아이러니의 무게도 만만치 않다. _김미정(문학평론가)
출처: 「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5 」 출판사 북다
'2025년 추천도서(25.3~) > 2025-09'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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