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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추천도서(24.3~25.2)/2024-07

7월의 추천도서 (4143) 어머니와 딸, 애도(哀悼)의 글쓰기

 

1. 책소개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은밀한 애도
시몬 드 보부아르, 회복의 애도
아니 에르노, 애도의 글로 부활하는 어머니

글 쓰는 딸들이 언어로 직조한 애도의 방

때로는 사랑했고 때로는 두려워했으며,
선하면서 악했던 어머니,
현존하는 혹은 부재하는 어머니.
이 특별한 타자를 장례 치르는 그들의 방식

문학적이면서 정신분석적인 접근 방식으로 전문가와 일반 독자 모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연구를 이어온 프랑스 문학 연구자이자 세르지파리 대학교 교수인 피에르루이 포르의 『어머니와 딸, 애도의 글쓰기-유르스나르, 보부아르, 에르노』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여자인 ‘나’는 어머니의 “분신이면서도 별개의 존재”이기에 어머니의 죽음은 나의 정체성을 뒤흔든다. 나의 일부이자 존재의 뿌리, 어머니가 없는 세상을 어머니가 있던 세상과 똑같이 살 수는 없다. 잘려 나간 그 존재의 무게만큼 내면의 무게도 달라지고 세상의 무게도 달라진다.
영혼이 흔들리는 ‘상실’ 앞에서, 남겨진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애도’를 거쳐야 한다. 애도는 단순히 슬픔을 마무리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어머니)”가 없는 세상에서 존재의 방식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글을 쓰는 딸들은 ‘글쓰기’를 통해서 상처의 근원으로 돌아가 살아갈 힘과 지혜를 구한다. 애도는 자기 구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세 작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그 일을 해냈다.

 

출처:본문중에서

 

 

 

 

2. 저자

 

저자 : 피에르루이 포르  (Pierre-Louis Fort, 1974~ )


20~21세기 프랑스 문학 연구자로 세르지파리Cergy-Paris 대학교 교수이다.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1903년 6월 8일 어느 월요일』(2004), 『시몬 드 보부아르』(2016), 『아니 에르노-글쓰기에 대한 헌신』(2015), 『에르노』(2022) 등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시몬 드 보부아르, 아니 에르노의 작품들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서를 냈다. 정신분석적 방법을 수용하면서 문학적 깊이를 지닌 작품 분석을 시도한다는 평을 받는다.
또한 ‘애도’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연구하여 『어머니와 딸, 애도의 글쓰기-유르스나르, 보부아르, 에르노』(2007)와 『이름 없는 애도. 상실에 관한 현대적 글쓰기』(2023)를 출간했다.

 

출처:본문중에서

 

 

 

 

3. 목차

 

들어가며 금기가 된 죽음과 애도에 관하여
서론 애도의 표시로 글을 쓰다
I. 애도
II. 여성의 삶에서 “가장 가슴 찢어지는 상실”?
III. 어머니에 대한 애도 그리고 여성적 글쓰기?
1장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또는 은밀한 애도
I. 『경건한 추억들』, 은밀한 애도
II. 『알키페의 애덕』-소네트와 애도
2장 시몬 드 보부아르, 또는 회복으로서의 애도
I. “그리고 끝이 났다”
II. 장폴 사르트르와 프랑수아즈 드 보부아르의 죽음
3장 아니 에르노, 애도에서 영광의 육체로
I. “두 기슭 사이에서”
II. 전도된 모녀관계
4장 죽음의 장면
I. 기억의 단위로서의 장면들
II. 시신
III. 장면의 서술자
5장 애도의 작동
I. 유해들의 죽음의 도식
II. 내 어머니, 돌아가신 분-복수의 시간성
결론 검은 대륙, 죽음의 대륙

감사의 말 | 참고문헌 | 옮긴이의 말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애도는 이제 사적이고 개인적인 영역에 속한 문제이지, 더 이상 사회적이거나 집단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애도는 오직 내밀한 영역에서만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무엇보다 남을 성가시게 하지 않으면서 가슴에 간직하는 것이다. 드러내지 말고 감추어야 한다. 기껏 며칠 정도 자신의 고통을 드러낼 수 있다. 애도를 드러내는 일은 불필요함, 어색함, 불안함과 같은 체험으로 여겨진다. 그런 이유만으로, 너무 오랫동안 애도를 드러내지 않고 다른 일로 넘어가면서, 마음으로만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기에 침묵 속에서 울 뿐이다. 뻣뻣하게 굳어진 채 시간이 정리해주기를 기다린다. 여러 감정과 괴로움 속에서 홀로 머문다. 결국 글쓰기라는 비밀이 아니고서는 심정을 털어놓지 못한다.
바로 거기, 글쓰기에서, 애도라는 필연적인 작업에 열중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바로 거기에서, 때로는 출판이라는 표현 수단을 통해서,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이 섞인다.
바로 거기에서 죽음은 더 이상 금기가 아니고 애도는 생생한 무엇이 될 수 있다.(13~14쪽)

애도 작업은 대상이 더 이상 세상의 일부가 되지 못하고, 그 죽음이 모든 것을 침식시키기에 충분한, 그러한 대상의 부재로 인해 빈곤해지는 세상만큼이나 자아와 관련된 일이다. 결과적으로 애도 작업은 애도하는 자와 죽은 자, 우리의 분석 틀에서는 애도하는 여성과 죽은 여성 사이에 구성된 이원적 관계를 시험하는 일이다. 이전 관계의 본성(“실제 우리가 무슨 관계를 맺고 있었던가?”)과 현재 관계의 본성(“이제 멈춰버린 이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을 묻는 일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대상의 지위, 그 실존과 상실의 무게에 대해서까지 문제를 제기하는 일이다.(28쪽)

죽음, 죽은 사람들.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는 고인들을 잊지 않는다. [……] 그녀는 “우리를 떠난 소중한 존재들이 계속 우리와 함께 존재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던 드니즈 봉바르디에에게 죽은 자들은 “기억은 물론, 생각과 그들을 향한 애정 속에서 계속 함께한다”라고 답한다. 그들은 그녀의 글쓰기에서조차 점점 더 자리를 차지하면서 계속 함께한다. 『경건한 추억들』과 「죽은 여인을 위한 일곱 편의 시」를 비롯해, 가장 개인적인 작품 『알키페의 애덕』 전체가 물론 그렇다. [……] 유르스나르가 죽음과 작별에서 벗어나 차분한 수용에 이르게 된 것은, 애도의 길 위에 뿌려진 보석들처럼 아름다운 무덤이 된 소네트들 덕분이다.(80~81쪽)

시몬 드 보부아르는 병에 맞선 투쟁으로 연결된 어머니와 딸의 결합을 강조한다. 질병에 대한 저항이라는 고전적인 표현은 육체적 근친이라는 비유를 통해서 새로워진다. 비유를 이어가자면, 어머니가 투쟁에서 패배했을 때 두 여인은 같이 패배한 셈이다. 이 새로운 커플의 두 구성원은 죽음으로 헤어졌고, 화해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내적인 이해로 결합되었다.
[……] 시몬 드 보부아르는 어머니와 딸의 친밀함을 복원시킴으로써 “충분히 대화를 나누지 못해서 상대가 해야 하는 말을 듣지 못한 사실에 대한 후회 또는 회한”이라는 애도의 암초 가운데 하나를 피하게 된다.(112쪽)

어머니를 작품에서 강렬하게 불러들인 것은, 그만 어머니를 잘 보내드리기 위해서다. 이 작품들 각각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어머니를 보내드리기. 어머니를 잊자는 것이 아니라 암암리에, 간접적으로, 지나친 고통이나 결핍 없이, 어머니를 다른 곳에서 살아가도록 하는 일이다. 살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애도를 위해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죽게 하여 최초의 모친 살해를 감행하고 회상하기 위해서. 동시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흔적을 간직하기 위해서.(217~18쪽)

 

출처: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누가 애도를 두려워하랴”
애도의 장소로서의 글쓰기

“소중한 누군가가 사라지게 되면, 우리는 살아남은 죄에 대해 고통스러운 회한을 무수히 느낀다.” _시몬 드 보부아르『아주 편안한 죽음』에서

슬픔의 유효기간은 얼마일까? 애도의 기간은 얼마가 적당할까? 왜, 어떻게 애도를 해야 하는가? 서양에서는 오랜 시간 죽음에 대한 논의가 금기시되어 왔다. 죽음을 회피하고, 은폐하고 소외시켰다. 오늘날은 짐짓 달라 보인다. “웰빙”을 넘어 “웰다잉”에 관심을 갖는 시대이지만, 그것은 “죽음”의 주체에 대한 것이며, 남는 자들에 대한 고찰도, 이해도 여전히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애도의 과정은, 상실한 대상에 대한 기억을 돌아보면서, 상실한 대상과 함께한 기억의 일부를 자아로 동화시키는 ‘내면화’의 과정을 거친다. 저자 피에르루이 포르는 어머니의 죽음을 마주하고 쓴 세 여성 작가들의 작품,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의 「죽은 여인을 위한 일곱 편의 시」(1930), 『경건한 추억들』(1974), 시몬 드 보부아르의 「아주 편안한 죽음」(1964), 아니 에르노의 『한 여자』(1987),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못했다」(1997)를 분석하며, 글쓰기 자체가 애도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작품의 형성-글쓰기는 회복의 절차이고, 작품이라는 실체는 회복의 증거라고 설명한다.


이 텍스트들은 각 작가의 개성과 시대, 삶의 여정과 미학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에 대한 애도의 글이라는 점에서 일치한다. 이 작품들은 어머니라는 특별한 타자를 장례 치르는 방식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표현을 빌리면, 세 사람은 모두 일시적으로나마 “자기만의 방”을 “장례의 방”으로 만들었다. 저자는 이들의 글쓰기가 “분리에 이르기 위해 애착을 증가시키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가장 원초적인 관계, “어머니와 딸”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시몬 드 보부아르, 아니 에르노
글 쓰는 딸들의 애도의 글쓰기

나에게 어머니는 언제나 존재해 계신 분이셨고, 어느 날인가, 곧, 어머니가 돌아가시게 될 거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한 적은 결코 없었다. 어머니의 죽음은, 어머니의 태어남이 그런 것처럼, 신화의 시간 속에 위치해 있었다. _시몬 드 보부아르『아주 편안한 죽음』에서

저자의 ‘애도’에 대한 관심은 프로이트의 애도 이론에 대한 공감과 비판에서 출발한다. 프로이트는 애도를 연인이나 친구, 부모와 같은 개인적 애정의 대상이 사라져버린 후 남은 자의 내면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과정으로 설명한다. 즉 “애도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 또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위상에 둘 만한 추상적인 것, 조국, 자유, 이상과 같은 것의 상실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인 것이다. 프로이트의 애도 이론은 “상실로 인한 슬픔과 고통을 극복하고 일정 시간 이후 일상으로 적응해나가는 정상적인 상태” “대상에게 집중되어 있던 리비도를 철회함으로써 자신의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과 결과”로 요약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프로이트에 공감하지만 프로이트가 무시한 듯이 보이는 여성 영역의 애도, ‘가장 원초적인 관계’인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탐구한다.그러므로 작가인 딸들이 쓴 애도의 텍스트는 여성적 세계에 대한 탐구가 되기도 한다.


태어난 지 열흘 만에 어머니를 여읜 유르스나르는 어머니의 부재가 중요하지 않다고 끊임없이 말하면서도 그녀의 자서전 3부작 중 첫번째 『경건한 추억들』은 그녀의 어머니를 중심으로 구성되고, 상실과 후회의 감정을 지나서 평온함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유르스나르의 소네트들은 ‘글’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삶의 길’을 여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그토록 가까운 존재의 병든 육체, 그리고 죽음 앞에서 우리가 얼마나 초라한지를 생각한다. 당대에 금기였던 주제, ‘죽음’과 ‘노년’의 문제를 결부해 사유하면서 어머니의 고통에 공감하고 보살피는 마음을 배웠고, 육체적 무력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존엄하다는 사실을 배운다. 시몬 드 보부아르에게 ‘애도’는 ‘회복의 애도’이다.
아니 에르노는 텍스트 속에서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함께 살아감으로써 어머니에게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고 ‘삶과 죽음’ 사이라는 고통의 시공간을 빠져나온다. 또한 애도의 글쓰기는 어머니에 대한 진실 추구인 동시에 신앙심 깊었던 어머니에게 ‘영광의 육체’를 부여하는 일이다. 기독교적인 의미에서 영광의 육체가 최후의 심판일에 부활의 영광을 누리는, 영적인 의미의 몸이라면, 에르노가 어머니에게 부여한 영광의 육체는 언어적 차원에서 형성된다.


메멘토 모리

세 명의 뛰어난 작가는 글쓰기를 통해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애도의 작업을 완성한다. 이를 통해 상실의 고통을 완화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구한다. 애도의 글쓰기는 사라진 존재들을 지우는 방식이 아니라 작품 안에 담아내는 방식, 죽음과 어머니의 무게를 작품에 ‘안고 가는 방식’을 통해서 평화에 이른다.
어머니를 잃은 딸은 자아, 자기 정체성, 어머니와 맺은 관계 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상실’은 애도의 글쓰기 속에서 변화한다. 작가인 딸들은 대담한 시도 속에서 어머니와 맺은 복합적인 관계를 드러내는데, 그들이 어머니를 작품에서 강렬하게 불러들인 것은, 그만큼 어머니를 잘 보내드리기 위해서다. 어머니를 보내드리기. 어머니를 잊자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다른 곳에서 살아가도록 하기 위한 일이다.

순리대로 일어난 혈육의 죽음, 상실의 아픔이 이런데, 순리를 벗어난 자식의 죽음, 그 상실의 고통은 어떻게 견디고 위로할 수 있을까? 역자 후기를 쓰는 내내, 괴롭고 착잡했던 까닭이다. 따라서 어떤 애도는 공동체의 가능성, 사회적 정의에 관한 질문이 된다. 무고한 타인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자들이 상실의 슬픔을 짓밟는 모습을 지켜보는 고통과 수치는 사회 구성원의 몫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이들 애도의 글쓰기를 번역하면서 인간의 ‘존엄’은 어머니와 딸, 원초적인 인간관계를 통해 배우게 되는 경험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존엄의 자각은, 혼자서는 다 알 수 없는, 공동체적 경험이다. 메멘토 모리. _「옮긴이의 해설」에서

■ 언론의 찬사

피에르루이 포르의 책에서 우리는 뛰어난 작가들의 지성, 그리고 언제나 보편성을 지향하는 작가들의 글쓰기가 지닌 극도의 개성을 발견한다. 『리르Lire』

풍부한 인용과 진지한 자료 탐색 등, 작가에 대한 심오하고 예리한 탐구를 보여준다.
『엑스프레스L’Express』

문학작품을 다양한 관점으로 조명하면서 전문가들과 일반 독자 모두에게 다가설 수 있는
연구를 한다. 『프랑스 앵포France Info』

 

출처: 어머니와 딸, 애도의 글쓰기출판사 문학과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