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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추천 도서(18.3~19.2)

6월의 추천도서(1931) 고양이 그림일기 - 이새벽


1. 책 소개


두 고양이와 그림 그리는 한 인간의 일 년 치 그림일기

종이 다른 개체가 서로의 삶의 방법을 존중하며 사는 잔잔하고 소소한 이야기
두 고양이와 식물을 기르고, 그리고 살아가는 모습은 어떨까? 게다가 완전히 다른 성격의 두 고양이와 산다는 것은.
집고양이 장군이는 물량공세보다 존중받는 느낌을 좋아한다. 큰 물건을 옮길 때 놀라지 않게 떨어져서 지나가기, 안기 전에 “들어 올린다”고 미리 귀띔하기, 주전자에서 나오는 김이 장군이 얼굴을 향할 때 주전자 방향을 살짝 돌려놓기 같은 작은 행동을 좋아한다. 
길에서 살다가 시나브로 함께 살게 된 흰둥이는 서운한 걸 바로 티내지는 않지만 마음에 적립해 두는 타입이라서 웬만하면 원하는 대로 해준다. 그러다보니 피부병에 걸렸는데도 만져달라고 드러누웠는데 거부를 못하고 만졌다가 탈모로 고생을 한다.
길에서 살아서 날씨 정보가 중요했던 흰둥이가 고개를 들어 공기 중의 냄새를 맡을 때면 식물 그림을 그리는 인간도 함께 고개를 들어 냄새를 맡게 되었다. 체향이 거의 없어서 몸에 냄새를 묻히고 오는 장군이는 토마토 줄기에 누웠다가 온 날은 몸에서 풀냄새가, 부엌에 있다 오면 반찬 냄새가, 화창한 날에는 햇볕 냄새가 난다. 
식물을 가꾸고 그리며 살던 그림쟁이가 두 고양이를 만나 더 깊은 자연을 만나고 살아간다. 고양이 흰둥이를 활엽수, 장군이를 침엽수라 여기고, 장군이와 아주 신기하게 이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로 원하는 게 있어도 굳이 표현하지 않고 산다. 종이 다른 개체가 서로의 삶의 방법을 존중하며 잔잔하고 소소하고 평화롭게 사는 이야기이다.


출처 : 교보문



2. 책 속으로

★ 흰둥이가 봄이 올려나 말려나, 하는 시기부터 털을 뿜어대고, 장군이는 초여름에 털갈이를 시작하는데 털갈이 시즌에도 털이 그다지 빠지질 않는다. 흰둥이가 활엽수라면, 장군이는 침엽수다. 
★ 멍 때리는 시간에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으면 가끔 눈물이 나려고 해서, 참기도 하고 그냥 울기도 하고 그런다.
★ 흰둥이는 날씨가 급변하면, 우렁차게 울기 시작한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돌풍이 불어도 운다. 길고양이로서의 걱정과 염려가 섞인 소리다.
★ 나는 자주 장군이와 아주 신기하게 이어져 있다고 느낀다. 이를테면, 언제 녀석이 목이 마를 것인지를 안다. 그릇에 물을 따라주다 보면, ‘어쩐지 비린내가 날 것 같은데’ 그런 기분이 드는 날에는 장군이가 물 마시길 거절한다. 지금 어떤 풀이 먹고 싶다거나, 이 밥은 먹으면 속이 안 좋아질 것 같다는, 그런 것을 아는 것이다. 나와 장군이가 그런 식으로 오랫동안 같이 살다보니 장군이는 원하는 게 있어도 굳이 표현하지 않을 때가 있다. 
★ 장군이가 새벽 1시 40분에 귀가했다. 녀석이 새벽 2시경에 들어올 정도로 사생활이 있는 동물이라는 점, 또한 맘에 든다.
★ 장군이는 강아지풀 말고는 특별한 기호의 대상이 없어서 장군이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는 물량공세보다는 존중받는 느낌이 들게 해줘야 한다. 큰 물건을 들고 옮길 때, 놀라지 않게 조금 떨어져서 지나치는 것, 안아 올리기 전, '들어 올린다' 미리 귀띔하는 것, 주전자에서 나오는 김이 장군이 얼굴을 향할 때, 주전자 방향을 살짝 돌려놓는 것. 그런 작은 행동을 좋아한다.
★ 장군이에게도 영역을 지키려는 본능은 있지만, 그 영역은 공간이 아니고 나라는 인간이었다. 
★ 비가 내리기 직전의 공기엔 흙냄새가 섞여든다. 흰둥이가 비의 전조에, 고개를 들어 공기 중의 냄새를 맡았다.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사는 흰둥이에게 날씨 정보는 아주 중요한 것이다. 나도 식물을 키우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날씨를 추적한다. 단 한 번의 꽃샘추위와 장대비에 공들여 키운 싹이 단번에 죽기도 한다. 나도 흰둥이와 같은 이유로, 공기 냄새를 맡을 때가 있다.
★ 가끔 흰둥이가 길고양이인줄 알고 발을 구르며 위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양이를 보면 방아쇠가 당겨진 듯, 몸부터 먼저 나간다. 생각이 일어날 찰나가 없는 행동. 약자멸시는 얼마나 학습된 폭력이며, 스스로 생각할 의지가 없는 인간의 행동인가. 
내가 나타나 저 고양이가 내 고양이다, 말하면 상대방은 대부분 당황스러워한다. 그리곤 미꾸라지처럼 혼잣말을 하며 상황을 빠져나가려 한다. 차라리 나한테까지 욕을 하며 발길질을 하려 든다면, 그보단 덜 혐오스러울 텐데. 
★ 흰둥이를 보살피고 싸움을 따라다니며 말리는 동안 길고양이가 어떻게 사는지 알게 되었다. 도시의 골목에는 먹을 게 터무니없이 모자라고, 영역을 지키느라 며칠 동안 잠도 자지 못한다. 언젠가 잔뜩 지친 흰둥이를 지나가는 중학생 무리가 발을 구르며 겁주는 것을 보았다. 그 아이들은 흰둥이가 어떤 밤을 보내는지 모를 것이다. 그리고 갈색 털 고양이가 8차선 도로 옆에서 차에 치여 죽었다는 것도 모를 것이다. 먹고사는 게 너무 너무 힘든 건 정상적인 일도, 자연스러운 일도 아니다.


출처 : 본문 중에서


3. 출판사 서평


하악질을 숨 쉬듯 하는 까칠 고양이 장군, 길고양이만 보면 싸우는 주제에 외로움을 타는 고양이 흰둥이는 한 인간과 산다. 인간은 식물 그림을 그리는데 낯가림이 심하고, 마음이 약한데 특히 두 고양이에게는 한없이 약하다. 멍 때리는 시간에 고양이를 쓰다듬다가 눈물이 나려하면 참기도 하고 그냥 울기도 한다. 그런 한 인간과 두 고양의 일 년 치 그림일기.


출처 : 책공장더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