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소개
1973년에 처음 발표되어 1995년 한국에 소개된 「사해 부근에서」를 손에 잡기 쉬운 아담한 판형으로 새롭게 편집한 여섯 번째 <다시 읽고 싶은 명작> 시리즈다. 이번에는 정식으로 계약하여 초판처럼 내게 되었는데, 다시 읽어도 구성이 탄탄하고 재미있으며 깊이 있는, 그래서 여러 가지로 해석하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열린 소설이다.
엔도 슈사쿠가 그리는 예수님 모습은 얼핏 보면 힘이 없고 무능력하여 마냥 슬프기만 하다.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곧바로 누구나 치유해 주고 기적을 일으킬 수 없어 더욱 그렇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예수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한없는 사랑과 연민으로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사실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람들과 고통을 나누는 일입니다. …나는 다만 사람들의 슬픈 인생을 하나하나 지켜보았고 사랑하려 했을 뿐입니다. …내가 한번 그 인생을 스쳐 지나가면 그 사람은 나를 잊지 못하게 됩니다. 내가 그 사람을 언제까지나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는 과연 누구인가?’ ‘예수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예수는 우리와 같은 인간인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온과 온갖 천재지변, 금융 위기로 불안한 현실 앞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와 같은 물음을 던지는 이들에게, 특별히 사순절과 부활절에 예수님의 생애를 다시 한 번 돌아보며 그 의미를 깊이도록 초대한다.
출처:바오로딸
2. 저자
저자 : 엔도 슈사쿠
1923년 3월 27일 도쿄에서 태어났다. 야스다(安田)은행에 근무하는 아버지의 전근으로 만주에서 어린시절을 보냈으나, 10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함께 귀국하여 고베에서 살았다. 어머니를 따라 성당에 다녔으며, 어머니의 권유로 세례를 받았다. 1949년에 게이오 대학 불문과를 졸업했으며, 전후 최초의 유학생으로 도불하여 리욘대학에서 프랑스 카톨릭 문학을 공부했다. 1996년 9월 29일 생을 마쳤다.
1955년 '백인'(하얀사람)으로 제33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으며, 여러 차례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었다. '바다와 독약'으로 신쵸샤 문학상과 마이니치 출판 문화상을, 1966년 '침묵'으로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수상하였다. 대표작 <침묵>은 동.서양 문화의 차이나 신학으로 해결하기 난해한 문제 등을 밀도 높게 다루었다는 극찬을 받았으며, 25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다. 주요 작품으로 <하얀사람>, <바다와 독약>, <예수의 생애>, <여자의 일생>, <깊은 강>, <그리스도의 탄생> 등의 소설과 <나를 사랑하는 법>, <자신 만들기>, <심술궂은 인간에게>, <이상한 자신을 사랑하라> 등이 있다. 이밖에도 <삶을 사랑하는 법>, <회상>을 비롯한 다수의 인생론과 수필집을 펴낸 바 있다.
출처:본문중에서
3. 목차
머리글
예루살렘
기적을 기다리는 사나이
유다인 학살 기념관
알패오
사해 부근에서
대사제 안나스
카나에서
총독
갈릴래아 호수
쑥을 파는 사나이
텔데데슈 집단농장
백인대장
다시 예루살램으로
나의 독후감, 솔직과 영감의 문제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P. 6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람들과 고통을 나누는 일입니다. ..… 나는 다만 사람들의 슬픈 인생을 하나하나 지켜보고 사랑하려 했을 뿐입니다. … 내가 한번 그 인생을 스쳐지나가면 그 사람은 나를 잊지 못하게 됩니다.
내가 그사람을 언제까지나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P. 73 ˝이곳에 성경학을 공부하러 온 한 사나이가 있었네. 그는 예수의 생애도 모습도 성경에 쓰인 그대로라고 믿고 있었지, 그런데 공부가 깊어짐에 따라 성경에 모시된 때수의 생애도 말씀도 사실이기보다 원시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신격화하여 지어낸 사실이란 걸 알게 되었다네 그는 후세의 신앙이 만들어 낸 성경의 예수상을 정중하게 옆으로 밀어놓았네˝(p71)..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려졌다. 우리는 인생의 마무리를 서서히 시작할 나이에 이르렀지만 도다도 나도 손에 거머쥔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P. 246 ‘그들은 징조와 기적을 보지 않으면 믿지 않는다. 무물한 취기를 느끼면서 확실하지않은 기억으로 예수의 말을 떠올렸다. 지금 나한테는 징조와 기적을 보지 않고 믿는마음은 사라진지 오래다. 나는 징조와 기적이 필요한 속물이며 나약한 인간이다.
˝나는 기적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갈릴래아 사람들이 예수에게 기대했던 것이 기적뿐이었음을 다시 생각하곤 한다네. 갈릴래아 사람들은 예수한테서 사랑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보다 현실적인 기적을 더 바라고 있었던 거지 절름발이를 고쳐 달라. 열병에 걸린 아이를 살려 달라, 눈먼 사람을 보게 해 달라.... 그 밖의 것은 예수에게 요구하지 않았다는 말이네.˝
P. 333 사나이의 얼굴에서 땀이 들렀다. 땀방울은 바라빠가 흘린 핏자국 위로 떨어졌다. 가늘게 떨리는 어깨는 곧 찾아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나타냈다. 이 사나이는 바라빠치럼 죽음을 피해 살 힘도 없이 도살되는 어린양처럼 따가몬 죽음에 겁먹고 떠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가장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하게 해주시도록 그의 신에게 바짝 마른 입술로 탄원하고 있었다. 젊은이의 핏자국 위에 떨어지는 방울과 그 일술에서 새어 나오는 기도소리를 백인대장은 어떻게 연결시켜야 할지 알 수 없었다..
P. 45 그는 갈릴래아를 찾아온 예언자들처럼 큰 소리로 외치거나 요란한 행동을 하지 않았따. 그는 아네모네로 뒤덮인 호숫가나 양이 풀을 뜯는 구릉의 흰 바위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했는데, 아이들이 뒤에서 매달려도 꾸짖는 일이 없었다... 예수는 하느님도 쓸쓸하시다고 했다. 하느님은 여자가 남자의 사랑을 구하듯 인간의 사랑을 바라신다고 했다. 하느님은 예언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험준한 산속이나 황야에 숨어 계신 것이 아니라 불행한 자가 흘리는 눈물과 버림받은 여인의 고통 중에 함께 계시다고 했다.
P. 95 몸이 회복되자 그는 그분을 따르는 남녀 무리에 끼어들었다. 그러나 알패오도 시몬처럼 그분의 슬픈 눈빛을 알게 되었다. 그분이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병자가 알패오처럼 치유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잃은 아이와, 남편과 사별한 부인이 왜 고쳐주지 못하느냐고 불평을 쏟자 그분의 눈에 괴로운 빛이 어렸다. 그날 밤 제자들이 깊이 잠들었을 때 예수는 구릉에서 돌아왔다.
P. 142 허리에 가죽띠를 졸라매고 메뚜기와 들꿀만을 먹었다는 예언자들, 나는 이 황야에서 사람을 불러 모으고, 큰 소리로 외치는 그들 모습을 다시 떠올렸다. 그리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라고 성경에 쓰인 대로 그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세상의 종말을 믿기 위해 이 황량한 풍경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신의 분노를 느끼기 위해서는 하늘을 쳐다보고 하얗게 부서지는 태양을 보는 것으로 족했을 테니까(p141)... ˝신의 분노와 경외심만으로 살았던 무리 가운데 예수는 무엇을 희구했을까?˝ 무심코 중얼거리자 도다는 다시 야유하는 것처럼 대답했다. ˝자네가 방금 말한 대로 인간에 대한 정다움이겠지. 그는 황야에서 자라난 신앙과 율법이 만들어 낸 신의 이미지를 견딜 수 없었던 것일세. 그는 신이란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이곳에 왔지만 분노하고 벌하는 신밖에는 알 수 없었지.˝ ˝그가 요한의 무리를 떠난 것도 그 때문인가?˝
P. 144 완전히 납빛으로 변한 황야를 바라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성경에서 본 예수와 악마의 대화는 바로 이것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이야기 속에서 악마는 예수에게 힘을 드러내 보이라고 몰아세웠다. 돌을 빵으로 바꾸는 힘을 보여라, 높은 성전에서 뛰어내리는 힘을 보여라 하고. 예수는 완강하게 고개를 내저였을 뿐인다. 그 이야기는 도다의 말마따라 황야의 무리가 예수를 무능력자로 낙인찍은 이유였는지도 모른다.
P. 354 백인대장이 지금까지 보아온 병사들의 죽음은 훨씬 빠른 속도로 난폭한 모양을 하고 닥쳐왔다. 형장에 끌려온 죄수들도 십자가 위에서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몸을 뒤틀고 비명과 저주의 말을 외쳐대면서 죽어갔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죽음의 얼굴은 아니었다. 공포에 질린 인간이 그것을 속이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것을 백인대장은 알지 못했다. 진정한 죽음은 지금 이 사나이가 받아들이는 것처럼 완만하게, 길고 고통스럽게 오는 것이었다. ‘이런 죽음은 싫다.‘ 이미 여러 번 전쟁터에 나갔던 그였지만 그때 경험한 죽음의 공포보다 훨씬 다른 두려움과 불안이 그를 엄습해 왔다.
출처: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당신은 아무 것도 못했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야." 안드레아는 예수를 손가락질하며 부르짖었다. 그리고 허물어지듯 방바닥에 주저 앉았다. 날이 밝았다. 밤새워 아이의 시신을 지켜준 여인들이 돌아가고 안드레아와 아내만이 멍하니 앉아 있었다.(본문 중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예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성경 속 예수와는 전혀 다르다. 「사해 부근에서」의 예수는 아무런 기적도 행하지 못하고 병을 고쳐달라는 이들을 고쳐주지도 못한다. 힘이 없고 무능력하며 마냥 슬퍼할 뿐이다. 예수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한없는 연민과 사랑으로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일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기적을 고대하는 이기적인 이들을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고 한 예수를 상기시키며 참 믿음의 의미를 재조명한다.
-박수정 기자(평화신문)
1995년 한국에 처음 소개됐던 이 책은 신앙과 불확실한 삶에 의문을 던지는 이들에게 인간 예수의 모습을 제시, 참 믿음의 의미와 신앙인의 삶을 재조명하도록 돕는다.
탄탄한 구성과 재미있는 소설 구성은 보다 쉽게 삶의 의미로 다가갈 수 있도록 이끌어 신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일본 가톨릭문단의 대가 엔도 슈사쿠가 그리는 소설 속 예수는 사람들의 고통을 나누고, 각각의 슬픈 인생을 사랑하며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말씀을 드러낸다.
-가톨릭 신문
출처: 「사해 부근에서」 출판사 바오로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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