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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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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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목차
제47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선정 이유
1부 대상 수상작 그리고 작가 조경란
대상 수상작 / 일러두기
수상 소감 / 오늘은 여기까지만
문학적 자서전 / 살아가기
작품론 / 소설의 안과 밖에서 퍼져나가는 ‘일러두기’의 울림(손정수)
작가론 / 끝까지 사랑하는 일(정한아)
자선 대표작 / 검은 개 흰 말
2부 우수작
김기태 / 팍스 아토미카
박민정 / 전교생의 사랑
박솔뫼 / 투 오브 어스
성혜령 / 간병인
최미래 / 항아리를 머리에 쓴 여인
3부 선정 경위와 심사평
심사 및 선정 경위
심사평
- 예심 총평
노태훈, 양윤의, 이경재 · 워즈-와이드-웹
- 본심 심사평
구효서 · 미주알고주알 구구절절이 없는 일러두기
김종욱 · 가까스로 존재하는 목소리들
윤대녕 · 존재의 존엄성, 그리고 존엄할 수 있다는 것
전경린 · 자기 삶의 주도권을 찾으려는 핵개인들의 고투
권영민 · ‘일러두기’의 서사적 미학
이상문학상의 취지와 선정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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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책속으로
미용은 소리 없이 웃었다. 소리 없이 움직이고 소리 없이 먹고 마시고 심지어 노래할 때도 미용은 그래 보였다. 그래서 다른 가게 사장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도 의식하고 있지 않다간 미용의 존재를 까맣게 잊기 십상이었다. (14쪽, 「일러두기」에서)
태어나기 전부터 미용은 자신이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알았다고 했다. 그래서 가능하면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고. 청소년 시절에 미용은 이런 생각을 했다. 외로운 사람은 잠든 척하거나 살아 있는 척하지 않는다고. 그리고 중년에 다다른 무렵에는 생각이 달라졌다. 외로운 사람은 자기 자신을 죽이거나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고. (17~18쪽, 「일러두기」에서)
미용이 USB를 대학사에 잊어버리고 간 건 정말 실수였을까.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사람을 찾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뒤늦게 들었다. 보기보다 용의주도하게 미용이 그 대상을 자신으로 선택한 건 아니었을까 하는 짐작과 함께. (39쪽, 「일러두기」에서)
의사와 상관없이 늘 복종하고 순종하는 사람은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었다. 고치려고 해도 잘되지 않았다. 중년이 되어 미용은 마음먹었다. 자기 자신을 죽이기로. 아니 자기 자신만 죽이기로. (40쪽, 「일러두기」에서)
좋은 책을 읽다가도, 더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도, 더 멀리 걷고 싶은 날에도 오늘은 여기까지만 읽자, 여기까지만 보자, 여기까지만 걷자,라고 말합니다. 어쩌다 글이 잘 써지는 날에도 내일을 떠올리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며 중단합니다. (…) 꾸준히 게으르고 굼뜨고 느리게 살고 있습니다. 소설도 그렇게 쓰고 있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그럴 것입니다. (53쪽, ‘수상 소감’에서)
등단한 지 이십팔 년. 이런 게 소설이지 하는 방법론, 전개론, 글쓰기의 익숙함은 생기지 않는다. (…) 이야기는 매번 다른 형식과 다른 진술의 방법을 필요로 한다. 소설이라는 집에 이야기를 맞추는 게 아니라, 이야기마다 새 집을 지어야 한다. 시작하고 마치고 수정하고 다시 시작하고 마치고 수정한다. 그걸 반복할 뿐이다. (61-62쪽, ‘문학적 자서전’에서)
‘일러두기’는 텍스트의 내부를 지시하는 동시에 그 외부를 향해 열린 것이기도 하다. 소설에 대한 작가의 새로운 관점과 의지를 투영하면서 글쓰기를 통해 자기 안에 뿌리 깊게 남아 있던 상처를 밖으로 내보낸 미용의 이야기는 재서를 넘어 독자에게도 흘러 들어와 위안과 격려를 전하는 한편, 소설의 새로운 존재 방식에 대한 사유를 일깨우고 있다. (83쪽, ‘작품론’에서)
조경란 작가는 모두가 아는 대로 아름답다. 한없이 검은 드레스, 칼로 벤 듯한 단발머리, 날렵한 하이힐을 신은 그녀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성처럼 우아하다. 같은 비유를 그녀의 문장에도 똑같이 가져다 댈 수 있을 것이다. 무엇으로도 깨지지 않는, 단단하고 투명한 문장들을 읽고 있노라면 영원히 그 이야기가 끝나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90쪽, ‘작가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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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출판사서평
이상문학상 최종 심사에는 권영민 월간 『문학사상』 편집주간, 소설가 구효서, 윤대녕, 전경린, 문학평론가 김종욱이 참가했다. 전반적으로 작가층이 젊어졌다는 것과 함께 이야기의 방식이 훨씬 치열하고 다양해졌다는 의견이 많았다. 조경란 작가의 「일러두기」에 대해서는 자기 주제의 소설적 해석이 주는 설득력을 많이 언급했다. 특히 치밀한 구성과 간결한 문장의 호흡이 이 작품의 소설적 성취를 더욱 높여준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1996년 단편소설 「불란서 안경원」으로 등단한 이래 문학동네작가상, 현대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한 중견작가인 조경란은 수상 소감에서 “준비가 안 된 부모에게서 태어나 평생을 움츠리고 산 아이, 남의 눈에 멸시의 대상이기만 했던 아이는 어떤 어른으로 성장했을까? 하는 질문이 이 단편의 시작”이었다면서 “너무나 평범해서 눈에 띄지도 않는 인물이 만들어내고 행동하는 일상의 경이로운 이야기에 대해 더 쓰겠다”고 담담히 밝혔다.
제47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에는 대상 수상작 「일러두기」와 조경란의 자선 대표작 「검은 개 흰 말」 외에 5편의 우수작이 수록되었다.
5편의 우수작은 다음과 같다. (가나다순)
김기태, 「팍스 아토미카」
박민정, 「전교생의 사랑」
박솔뫼, 「투 오브 어스」
성혜령, 「간병인」
최미래, 「항아리를 머리에 쓴 여인」
성혜령(「간병인」)과 최미래(「항아리를 머리에 쓴 여인」)는 돌봄 문제를 다룬다. 성혜령의 간병인은 기구한 운명을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논리로 이겨내는 게 아니라, ‘그래서 뭐?’의 논리로 이겨낸다. 간병인이 자신의 속옷을 주인공(환자)에게 입혀주는 장면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최미래의 주인공은 젊은 베이비시터다. 돌봄과 육아, 가사 노동의 사이에서 어렵게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 인물이다. 마지막에 한 입 떠넣은 밥은 생계를 넘는 생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김기태(「팍스 아토미카」)는 불확실한 미래에 관해 묻는다. 이 소설은 핵전쟁, 정상 사고, 위험의 폭력이 이 세계를 폐허로 만들었다는 진단에서 출발하는데, 사회학적 상상력이 불안과 강박이라는 심리적 상태와 결합해 있다.
박민정(「전교생의 사랑」)과 박솔뫼(「투 오브 어스」)는 예술의 거처를 묻는다. 박민정은 예술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관해 묻고 있으며, 박솔뫼는 통상적인 시간과 공간을 비틀어 문학의 시공간을 창출해내고 있다.
★ 조경란, 「일러두기」에 대한 심사평
「일러두기」는 가만한 게 좋다. 독자로 하여금 걸음을 서두르지 않게 한다. 가만히 무언가에 다가서게 한다. 언제라도 주춤 한 발 물러설 채비가 돼 있어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미주알고주알 구구절절이 없는 일러두기여서, 그렇게 가만한 문장의 걸음걸이로 서로에게 다가서는 우리는 어느새 물로 씻은 듯 개운해지는 재서와 미용, 너와 나가 된다.
- 구효서(소설가)
세상의 속도에서 비켜나 있는 사람들, 혹은 가까스로 존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의 소설 속에서 오롯하다. 문명의 굉음 속에서 들리지 않던 목소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서 나지막하지만 또렷한 실체가 되었다. 귓결에 스치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조용히 듣는 것이 세상을 함께 건너는 사람들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덕목이라고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 김종욱(문학평론가)
곡진한 울림으로 가득 차 있다. 그 간곡함이 북소리처럼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불러들인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존재의 존엄성’이란 말을 새삼 곱씹는 경험을 했다. 조경란 특유의 섬세하고 구체적인 서술, 인간을 바라보는 부드럽고 깊은 시선, 세련된 방식의 드러내기와 감추기가 그 존엄함을 드러내는 미학적 요소들일 터이다. 그 투박하지만 아름다운 존엄의 태도 말이다.
- 윤대녕(소설가)
가진 것 없고, 전망도 없고, 볼품조차 없는 중년 남녀가 피폐한 삶 속에서도 반짝이는 작은 실마리들을 잡고 기신기신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그리면서, 사랑이 아니라 사람을 오롯하게 담아내 예상치 못한 감동을 자아냈다. 내게는 또한 이 소설이, 글쓰기에 대한 지극한 긍정이자 외롭게 글을 쓰는 사람들을 지키려는 기도로 읽혔다.
- 전경린(소설가)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책의 ‘일러두기’를 펼쳐 보듯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면 서로를 포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조경란 작가의 ‘일러두기’ 방법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화법이다. 삭막한 현실에서 단절된 인간관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일러두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 소설의 참주제임을 읽어내는 일은 이제 독자의 몫이 된다.
- 권영민(문학평론가, 월간 『문학사상』 편집주간)
출처: 「제47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2024년」 출판사 문학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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